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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38억 6,400만 원 낙찰... 누가, 왜?

#대통령자택 #부동산

2021-08-23 09:47

취재 : 이근하 기자  |  사진(제공) : 이종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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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 입찰에 부쳐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가 팔렸다. 4년 전 박 전 대통령이 매입한 가격보다 약 10억 원 이상 높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이곳을 사들였는지 관심이 집중됐다. 내곡동 저택을 찾아가 봤다.
울 양재역에서 차로 15분간 한적한 도로를 달려야 나온다. 아무리 봐도 서울 같지 않은 동네. 연식이 오래돼 보이는 주택들이 모여 있는 안골마을이다. 그 흔한 편의점, 카페도 없이 어귀에 있는 감자탕집과 떡볶이집이 상점의 전부다. 큰길가 초입에는 모 상사 빌딩 건축 공사가 한창이었다. 완만한 언덕을 따라 100m 정도 올라가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택이 나온다. 평범한 주택들 사이로 눈에 띄는 상아색 대저택이다. 목적지를 가리키자 택시 기사는 “손님 좋은 집에 사시네”라며 부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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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을 따라 100m 정도 올라가면 보이는 박 전 대통령 사저.

 

# 이해관계인 낙찰 추정
 
 
낙찰 소식이 전해진 지 5일째 되는 날이었다. 장정 세 명이 대문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갔지만 별도의 제지는 없었다. 막 근무 교대를 하며 이전 상황을 보고하는 중이었다. 소속을 물었더니 “대통령 경호처 소속”이라고 했다. 최근 사저를 구경하러 온 사람이 없었느냐는 질문엔 “교대 시간이 달라 때마다 다르긴 하지만 (찾아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답했다. 파란 장미꽃 바구니와 박 전 대통령 사진이 인쇄된 입간판이 놓여 있었다. 1주 전부터 있었단다.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을 염원하는 문구들이 적혀 있다.  
 
현관은 굳게 닫힌 채였다. 창문은 철저히 선팅 돼 있다. 내부를 들여다볼 순 없었지만 담벼락 위로 뻗은 소나무들이 말끔히 관리돼 있었다. 경호 직원은 “집 안은 구에서 별도 관리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확실하진 않다. 우리는 지시에 따라 외부 보안만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사저는 한갓진 동네 분위기에 반해 유난히 돋보인다.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의 유럽형 호화 저택이다. 대지 면적은 406㎡(약 122평), 1층 면적은 153.54㎡(약 46평)이다. 욕실만 해도 4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이 지역은 집이 잘 지어졌든 아니든 땅값만 기준으로 해 거래하는데 가끔 예외가 있다. 박 전 대통령 집이 그렇다. 집이 워낙 좋아서”라고 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 온비드에 따르면 사저는 8월 12일 38억 6,400만 원에 낙찰됐다. 감정가인 최저 입찰가(31억 6,554만 원)보다 6억 9,846만 원 비싼 가격이다. 공매를 위임한 기관은 서울중앙지검으로, 검찰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확정판결을 받은 박 전 대통령이 벌금과 추징금을 자진납부하지 않자 지난 2월 압류를 집행했다. 대법원은 1월 뇌물수수 혐의 등에 대해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0년을 확정하며 벌금 180억 원, 추징금 35억 원을 부과했다. 검찰이 대법원 선고 다음 날 벌금·추징금 납부명령서를 보냈으나 박 전 대통령은 기한인 2월 22일까지 돈을 내지 않았다. 
 
이번 낙찰자는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았다. 지지옥션 측은 “토지 평당 3,140만 원선이다. 투자자나 실수요자가 아닌 이해관계인이 낙찰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낙찰자가 지정된 기한까지 대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매각 결정이 취소되고 차순위 입찰자에게 매수 기회가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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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은 내곡동 자택을 구매할 당시 구속 수감된 상태였기 때문에 실제로 이 집에 거주한 적은 없다. 그는 2017년 3월 탄핵된 이후 2017년 4월 대리인을 통해 삼성동 자택을 65억 6,000만 원에 팔고 내곡동 단독주택을 28억 원에 매입했다. 박 전 대통령은 내곡동으로 이사한 이유로 삼성동 자택이 낡은 점과 국정농단 사태 이후 인근 주민들에게 불편함을 초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동보다 조용한 데다 자택이 언덕 위에 있어 경호나 보안에 유리한 점도 꼽혔다. 그즈음 내곡동 저택 바로 옆집이 경호동으로 쓰일 수 있단 예상도 나왔으나, 일반 거주지로 쓰이고 있다. 이번 취재 방문 때 창문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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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자들이 놓고 간 것으로 추정되는 입간판.

 

# 부르는 게 값… 왜?
 
내곡동은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 땅으로 평가받는다. 국토교통부 개별공시지가를 보면 박 전 대통령 사저 토지는 2017년 297만 원(㎡당), 2021년에는 403만 5,000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외곽이지만 접근성이 떨어지는 편은 아니다. 경부고속도로와 맞닿아 있고 고속철도 수서역이 멀지 않다. 박 전 대통령 사저에서 500m 정도 떨어진 곳엔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하려다 특혜 의혹이 일어 특검수사까지 한 사저 부지가 있다. 2011년 이 전 대통령은 2605㎡(약 788평) 규모의 땅을 아들 시형 씨 명의로 매입해 부동산실명제 위반과 편법 증여 의혹 등을 받았었다. 
 
 
내곡동의 장점은 서울이면서도 여유로운 느낌을 주는 환경이다. 부동산 관계자는 “도심보다 훨씬 쾌적하고 공기도 좋으면서 강남과의 접근성도 뛰어나 서울의 다른 지역보다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그는 “뒤편에 숲이 있고 업무용 건물 없이 주택들이 많아서 고요한 동네를 찾는 사람은 선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동네 분위기만 봤을 땐 별로겠지만 배산임수를 갖춘 곳이다. 지금 부르는 게 값이다. 박 전 대통령이 구입할 땐 평당 2,000만 원선이었는데 이후로 그 옆 부지가 평당 4,000만 원까지 나왔었다”고 말했다. 올해 사저 인근에서 거래된 매물 정보를 확인해보니 평당 3,200만 원가량이었다. 현재 대지면적 342㎡(약 103평), 1층 면적 85.68㎡(약 26평)짜리 매물은 평당 3,480만 원에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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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골마을 초입에 빌딩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시세로 따지면 내곡동 사저는 생각보다 저렴하게 팔린 편이다. 집값을 아무리 낮게 잡아도 4~5억 원이고, 평당 3,000만 원으로 계산하면 최소 40억 원이지 않느냐”고 했다.
 
또 다른 부동산업자는 “이제 주변 땅값이 같이 오를 거다. 생활권이 부족해서 전세가가 저렴한 동네였는데 사저가 그 값에 팔려서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방 세 개, 화장실 한 개를 갖춘 20평대 신축 단독주택 전세가 5억 원 중반 대다. 
 
8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는 브랜드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사저를 구입할 즈음 이 아파트 국민평형(84㎡) 시세가 10억 원이었는데 올해 2배를 호가한다. 부동산 관계인은 “내곡동 부동산 가격이 오른 게 ‘박근혜 프리미엄’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글쎄다. 전반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 효과다. 오세훈 씨가 다시 서울시장이 된 영향도 있다고 생각한다. 첫 시장 때 내곡보금자리주택사업지구 주변 마을 용적률을 확대해준다고 했었는데, 재선에 성공하면서 그 부분에 은근한 기대심리도 형성되지 않았을까 한다”고 말했다. 다른 중개인은 내곡동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 때문에 발 빠른 투자가 이뤄진 걸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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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0일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하던 당시 모습.

 

# ‘4년째 수감’ 박 전 대통령 근황은? 
 
내곡동 사저가 매각되면서 박 전 대통령의 이후 거취 방향도 관심사다. 박 전 대통령은 헌정사상 최초로 파면된 대통령이자 최초로 영장심사를 받아 구속된 전직 대통령이다. 올해로 4년째, 전직 대통령 가운데 가장 긴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는 낙찰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제가 알기로, (박 전 대통령은) 스스로를 위해서는 단돈 한 푼도 받지 않은 분이다. 이제 말 그대로 ‘집도 절도 없는 처지’가 되셨다”며 “그렇게 급했나. 추징된 국가재산이라도 생존 시까지는 사시도록 하는 최소한의 배려는 생각지 못하는 것인가”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의 법에는 피도 눈물도 없다. 아니면 다른 형식의 배려인가. 석방되면 사실 곳이 없기에 사면도 할 수 없다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전 대통령은 7월 20일 허리 통증 등으로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한 뒤 정확히 한 달 만인 8월 20일 퇴원했다. 이동에는 법무당국과 병원 관계자 10여 명이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법무부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어깨 부위 수술 경과 관찰을 비롯해 지병 치료를 받았다. 2019년 9월 같은 병원에서 어깨 수술을 받고 치료하기 위해 78일간 입원했었다. 당시 어깨 관절 부위를 덮고 있는 근육인 회전근개가 파열돼 왼쪽 팔을 거의 사용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초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는 바람에 이 병원에 입원했다가 음성 판정을 받은 적도 있다. 
 
이번 입원으로 광복절 특별사면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결과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박 전 대통령이 석방될 수 있는 방법은 특별사면뿐이다. 현행법상 가석방은 형기의 3분의 1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은 2024년부터 가석방 심사 대상자가 된다. 특별사면은 전적으로 대통령 권한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을 앞둔 성탄절이나 신년, 3·1절에 박 전 대통령, 이 전 대통령을 사면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8월 1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박근혜·이명박·이재용의 성탄절 사면 가능성이 살아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청와대 참모로 대통령 고유 권한인 사면권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새누리당 공천 개입 혐의로 이미 확정된 징역 2년까지 더하면 총 22년형을 살아야 한다. 남은 형기를 다 채울 경우 2039년, 87세에 출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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