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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차 키, 페트병, 보조배터리…그게 ‘몰카’였어? ①

#성범죄 #불법촬영

2021-07-24 09:08

취재 : 이근하 기자  |  사진(제공) : 셔터스톡, 뉴시스, 서연시큐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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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몰래 카메라 피해를 호소하는 한 대학생의 글이 화제가 됐다. 샤워 중 발견한 자동차 열쇠가 불법 촬영용 장치였다고. 이에 앞서 모 고등학교 화장실에서도 몰래 카메라가 적발됐다. 실제 사례를 기반으로 몰카는 어디에 어떻게 숨어 있는지,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짚어봤다.
 
포털 사이트에 ‘몰래 카메라’를 입력하면 ‘청소년에게 노출하기 부적합한 검색 결과를 제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뒤이어 ‘초소형 카메라’를 입력하면 확 달라진 정보들이 나열된다. 초소형 카메라를 구입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 리스트와 중고 거래가 진행 중인 커뮤니티 등. 쇼핑몰에 접속해보니 ‘완벽한 위장’을 자부하는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최근 논란이 된 자동차 열쇠 형태 캠코더를 비롯해 시계, 볼펜, 안경, 단추, 화재경보기 등의 모습을 갖춘 카메라였다. 
 
무조건 그릇된 목적으로 매매되는 것은 아니었다. 일부 판매자는 구매자의 호신을 위한 제품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몰카 탐지기에 걸리나요?”가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으로 꼽힌 점을 볼 때, 불법 행위를 염두에 둔 구매도 활발하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었다. 매매에 나이 제한은 없다. 쇼핑몰에 접속한 누구든 클릭 몇 번으로 1~2일 내에 ‘초소형 카메라’를 살 수 있다. ‘몰카’로 악용된 초소형 카메라 속 수많은 기록들. 피해자들은 공포를 떨쳐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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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전등, 시계, 차 키 등으로 위장한초소형 카메라들.

 

01 욕실에 웬 ‘차 키’가…
“샤워를 하고 있는데 웬 자동차 키가 있더라고요. 분명 저희 부모님의 차 키와 동일하게 생겼는데 뭔가 이상했어요. 우선 로고가 없고 버튼은 세 개뿐이고. 버튼을 눌러봤더니 장난감처럼 ‘딸깍딸깍’ 눌리는 거예요. 혹시나 해서 ‘차 키 몰카’를 검색해봤더니 바로 나오더라고요. 저 초소형 몰래 카메라가….”

20대 A씨는 10년 지기 친구의 집 화장실에서 자신을 촬영하고 있던 카메라를 찾아냈다. 상품 상세 페이지에 적힌 대로 제품을 분리했고, 그 안에 든 SD 카드와 충전포트를 확인했다. 산책을 다녀오겠다며 핑계를 둘러댄 채 나와 들여다본 촬영물. A씨의 신체 일부는 물론 촬영 각도를 확인하는 가해자의 얼굴이 찍혀 있었다. 그것은 친구의 아버지가 설치한 몰래 카메라였다. 

 
“SD 카드는 제가 갖고 차 키만 돌려놓았어요. 이후로 (친구 아버지가) 저한테 SD 카드 행방을 계속 물었어요. SD 카드가 화장실에 있었던 거냐고, 왜 거기에 있었느냐고 물어도 끝까지 그 차 키가 몰카라곤 말하지 않더군요. 완전 계획적이었어요. 혼자 살아서 외롭고 뭐 잠깐 미쳐서 그랬다고 하는데… 현재 저는 신고를 한 상태이고 그 사람의 자백도 받아냈어요.”

일각에서는 해당 글이 제품을 홍보하려는 게시물이라고 주장했으나, A씨는 “공익을 위해 작성했다”고 밝혔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피해를 입고도 신고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단다. 그는 “진짜 정교한 몰래 카메라가 많다. 의심 가면 바로 신고해야 한다. 내 몸은 내가 지키는 게 맞는 것 같다”며 고통을 토로했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여전히 꿈을 꾸는 것 같다고 했다. 경찰에 신고하고 피해자 진술조서까지 작성했지만, 믿기지 않는 현실에 몸부림쳤다. “화장실에서 몰카 찍힌 게 인터넷에 돌아다녀요… 칸에 들어가는 모습도 나오고 그다음엔… 말하기도 싫어요. 누가 제 에스크(익명 질문 플랫폼)에 ‘너 화장실에서 찍힌 것 같다’면서 주소를 남겼기에 확인해보니 제가 맞아요. 조회 수는 1만이 넘고 댓글에는 신체 평가에 성희롱에… 꿈이었으면 좋겠어요. 찍은 놈들 본 놈들 다 죽여버리고 저도 죽고 싶어요.”

촬영 당한 사실과 더불어 수많은 사람들이 영상을 공유했을 것이란 추측이 B씨를 더욱 고통스럽게 했다. 하물며 불법 촬영물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준 익명의 SNS 친구조차 누구인지 몰라 두려워했다. “제 에스크에 알려줬을 정도면 얼마나 많이 본 걸까요. 알려준 애는 대체 누구며, 평소에 나랑 얼마나 친한 애일까요. 정말 살기 싫어요….”
 
 
02 상사가 선물한 시계의 비밀
[지난 6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발표한 디지털 성범죄 보고서 <내 인생은 당신의 포르노가 아니다>에 담긴 실제 사례를 각색했다.]

상사에게 시계를 선물 받은 C씨. 그는 침실에 시계를 두었다가 위치를 옮겼다. 어떻게 알았는지 상사는 C씨에게 시계를 원하지 않으면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뭔가 이상해서 그 시계를 검색하니까 특수 시계, 몰래 카메라였어요. 한 달 반 동안 시계가 24시간 제 방을 촬영해 상사 휴대폰으로 스트리밍된 거예요. 상사한테 따져 물었더니 ‘그거 검색하느라고 밤에 잠도 안 자고 있었느냐’고 되묻더라고요. 제가 검색하는 모습조차 지켜보고 있었던 거죠.”

가해자는 유죄를 인정받아 10개월 형을 선고 받았지만 재판 과정 중 C씨가 받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밤마다 울었고 진정제를 먹어야 잠을 잘 수 있었다. 시계가 있었던 방에 들어갈 때면 두려움을 느꼈다. C씨는 사건이 발생하고 1년이 지난 뒤로도 우울증과 불안증 약을 먹었다. 

D씨는 남자친구의 휴대폰을 보다가 여성들의 치마 속, 엉덩이가 찍힌 사진을 발견했다. 또 다른 저장 장치에는 성관계 상대로 추정되는 여성들의 사진 수십여 장이 있었다. 속옷을 입은 D씨의 사진도 포함돼 있었는데, 그 모든 것은 D씨의 동의 없이 촬영된 것이었다. 몇몇 사진은 얼굴까지 찍혔다. 경찰에 신고하자 가해자와 그의 가족이 압박을 해왔다. 끊임없이 연락하며 합의를 종용했다. 

“(남자친구의) 엄마는 아들이 깊이 뉘우치고 있고 앓아누웠대요. 저는 학교에서 그 사람을 자주 봤는데 말예요. 제 동정심을 얻으려 한 거겠죠. 학교에서 본 그 사람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거든요.” 남자친구는 유죄를 선고 받았고 30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졌다. 

“무단으로 촬영당한 여성분들을 찾으려고 대학교 채팅방에 글을 올렸는데 한 명이 ‘그냥 넘어가’래요. 모두 지인이라 저를 지지할 줄 알았어요. 가해자는 유죄 판결이 났지만 일상은 별다른 지장을 받지 않은 것처럼 보였어요. 주변 몇몇은 제가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더라고요….” 


03 연예인 숙소, 방송국 화장실에서 나온 몰카 
2018년 연예인 신세경과 보미가 <국경 없는 포차> 촬영장 숙소에서 몰카를 찾아낸 사건도 있었다. 휴대용 보조배터리로 둔갑한 촬영 장비로, 당시 거치 카메라를 담당하는 외주 장비 업체 직원 중 한 명이 임의로 설치했다고 알려졌다. 제작진에 따르면 문제가 되는 내용은 카메라에 담기지 않았다. 
 
이후 신세경은 제작발표회를 통해 “어떤 데이터가 담겨 있느냐보다 그 목적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나와 내 가족이 받은 상처가 크다. 절대로 선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회적으로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가해자는 제대로 된 처벌을 받아야 하고 피해자는 완벽하게 보호받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가해자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또 지난해에는 한 개그맨이 KBS 건물 여자화장실에 몰카를 설치해 동료가 용변을 보는 모습 등을 촬영한 일이 드러나,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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