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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유명 ○○여고 부정행위 논란...시간초과 ‘30초’의 의미는?

#내신 #강남학군 #학종

2021-05-31 09:58

취재 : 이근하 기자  |  사진(제공) : 셔터스톡,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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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유명 고교에서 부정행위 논란이 벌어졌다. 한 학생이 시험 종료 알람이 울린 뒤로 약 30초간 답안지를 작성했다는 것. 눈 깜짝할 새에 지나는 ‘30초’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2018년 전국학부모단체연합 회원들이 숙명여고 사태에 대한 학교 측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배치고사 전교 1등이 어제 중간고사 과학 시험에서 종치고 나서도 서술형 답안을 20~30초간 더 써서 냈어. 울면서 시험지 붙잡으면서. 전국 고등학생, 아니 중학생인 친구들도 시험시간에 그 30초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 거라고 생각해.”
 
“30초면 배점 높은 서술형 하나 더 쓸 시간인데 왜 이렇게 조용하게 넘어가려고 하는지. 안 그래도 내신 피 터지는 곳에서 죽도록 열심히 하는데. 처음에 듣고 거짓말인 줄 알았어. 어이가 없어서 진짜… 속상하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교내 부정행위를 지적한 게시 글이 확산됐다. 이 학교는 강남 8학군 명문으로 상위권 대학 진학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그만큼 내신 경쟁도 치열한 곳. 재학 중인 학생들과 학부모는 명백한 부정행위가 일어난 것이라며, 학교의 처신을 지적했다. 학부모 커뮤니티에서는 실시간 의견이 오고 갔다. 몇몇 학부모들은 학교 측에 전화를 걸어 직접 항의하거나 서울시 교육청에 문의했다. 강남교육지원청이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고 일부 매체가 상황을 보도하면서 사안이 공론화됐다. 항간에는 학생의 해당 시험 점수가 ‘0점 처리’ 됐다는 이야기가 들려왔으나 확인되진 않았다. 이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이 쏟아졌는데, 흥미로운 점은 ‘30초의 의미’, ‘30초의 중요도’를 되묻는 반응이었다. 가령 “30초가 얼마나 된다고 그렇게 커질 사건인가”, “30초 가지고 되게 야박하다” 등등. 
 
여느 고등학생과 현직 교사, 학부모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1
“어느 학교에서든 문제다, 
‘공론화’는 강남 학군이라 가능했다”
 
교사들은 시험이 종료된 이후로 펜을 들고 있는 자체를 문제로 봤다. 생각보다 자주 발생하는 문제지만, 강남 학군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공론화로 이어졌다고 했다. 

“학교생활에 열심이고 높은 성적을 받으려고 노력하는 학생들이 모인 학교일수록 부정행위 문제가 불거질 것 같긴 해요. 갈수록 내신이 중요해지는 입시제도 하에 있으니 더욱 그럴 수밖에요. 요즘은 학교생활도 충실히 해야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어요. 그래서 어느 고등학교에서든 이번 상황은 충분히 문제가 됐을 겁니다. 다만 그게 이슈화될 가능성은 강남 학군에 비해 낮았겠죠. 당사자가 아니고선 당시 환경을 알 순 없겠지만 제가 감독관이라면 규정대로 했을 거예요. 종료령이 울리고 답안지를 작성하는 건 명백한 부정행위이기 때문에 굉장히 단호하게 중단을 지시했어야 돼요.” (교사 A씨)

“강남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라 뭔가 특별해 보이지만 어디서나 가능한 문제거든요. 비일비재하고요. 학군에 따라 공론화되느냐 아니냐의 차이는 있을 거예요. 그리고 단 1초든 2초든 종료령을 들었으면 펜 놓아야죠. ○○여고라서 더 화제가 된 것 같긴 해요. 근처 숙명여고 쌍둥이 사건이랑 비교하는 이야기도 나오던데 그것과는 결이 다른 문제라고 생각해요.” (교사 B씨)

“시험시간은 형평성의 문제이기 때문에 강남 학교뿐만 아니라 모든 학교에서 중요한 부분이에요. 최근에 인근 학교에서 시험 막바지에 문제 오류가 발견됐어요. 모든 학생에게 일제히 추가 시간을 주기로 했는데 동시에 공지되지 않았어요. 몇 초 차이였는데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전체 재시험을 치르는 일이 있었어요. 저는 시험 시작 전에 고지를 여러 번 하는 편이에요. ‘종이 치면 바로 펜을 내려놓아라.’ 만약 저희 학생이 30초 가까이 답안지를 더 적고 있었다면 펜을 뺏었을 것 같아요.” (교사 C씨)

“이렇게 생각해 볼 순 있을 것 같아요. 그 학생이 공부를 못하는 친구였다면, 다른 학생들이 문제 삼았을까요? 학부모들이 나섰을까요? 성적 다툼이 워낙 치열한 곳이라서 더 화제가 됐을 거예요.” (교사 D씨)
 
 
#2
“30초? 등수 바뀌게 할 수 있다”
 
30초 동안 몇 자를 적을 수 있느냐보단 서술형 채점 기준이 어떻게 되느냐를 살펴야 한다. 학교, 과목, 학년별로 차이는 있지만 평균 배점 비율은 객관식 70%, 서답형 30%라는 게 교사들의 이야기다. 교사는 채점 기준표 작성 시 특정 키워드, 특정 내용에 근거해 점수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 교사의 자의적 해석 및 다른 교육 주체와의 불필요한 충돌을 줄이기 위해서다. 채점 기준표는 시험을 마친 모든 학생들에게 공개된다. 

“사실 저는 상위권 학생이 아니기 때문에 30초가 더 주어진다고 해도 의미 없어요. 하지만 배치고사 1등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죠. 그 학교는 성적에 특히 예민하기도 하고요. 객관식이라면 30초로 얼마나 큰 이득을 볼 수 있을까 싶긴 한데, 문제가 된 건 서술형이었잖아요. 그러니까 더 안 될 일이에요. 문제당 배점이 얼마나 큰데요. 단어 하나만 더 적어도 추가 점수가 생겨요.” (고등학생 A씨)

“서답형 답안의 종류는 다양해요. 논술형 문제처럼 긴 답을 요구한다면 ‘30초’가 별것 아닐 수 있을 테지만 과학 과목의 서답형은 정확한 풀이 과정, 핵심 키워드를 요구했을 겁니다. 30초로 등수가 달라질 수 있단 뜻이에요.” (교사 A씨)  

 
“제가 가르치는 과목이 수학이라서 과학 서답형 채점 기준을 정확하게 말씀드리긴 어려워요. 수학을 예로 들어 8점짜리 서답형 문제가 있어요. 그러면 3점은 답 점수, 나머지 5점은 풀이과정 점수에요. 애들이 풀이과정 없이 찍는 경우가 있거든요. 어림짐작해서 답을 도출해낼 수도 있어서 수학 서답형 풀이과정은 중요한 부분이에요. 과학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어떤 시험이든 핵심 내용을 담은 모범 답안이 존재하고 모범 답안에 비춰 평가를 내리니까요. 그런 관점에서 따지면 30초 동안 몇 자라도 더 적어낸 건 이득을 본 거죠.” (교사 C씨)

“시간 안배할 줄 아는 것도 능력 아닌가요? 더군다나 공부를 꽤 한다는 애가 막판까지 문제 해결을 못해서 붙잡고 있다는 게 이해되지 않아요. 답을 아는 데도 시간이 부족해서 마킹을 못하고 답안지를 내는 친구들도 있어요. 그런 애들한테 30초를 줘보세요. 점수 차가 확 날 거예요.” (고등학생 B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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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렇게까지 문제냐고요?”
 
맘카페 회원인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엄정한 처벌이 당연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면서도, 이러한 문제로 공방을 벌이게 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지금 입시제도로는 하루 내신 시험이 수능 한 번과 같아요. 우수한 학생들이 밀집한 지역은 ‘시간이 부족하게끔’ 출제하는 중간, 기말고사도 있어요. 소수점 차이로 등수가 갈리고 그 등수가 등급을 가르고, 등급이 수시 당락을 가릅니다. 30초 짧은 것 같죠? 애들한테 물어보면 그 시간에 전체 마킹을 다 할 수도 있다고 해요. 이번 사건 초기에 뿌리 뽑지 못하면 숙명 사건과 같은 비리 부정 입시의 제2, 제3 사건의 씨앗이 됩니다.” (학부모 A씨)

“부정행위는 맞죠. 형평성에 어긋난 거고. 이걸 가르쳐야 할 학교라는 곳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어요. 1차 잘못은 답안 작성을 멈추게 하지 않은 감독교사한테 있어요. 안됐지만 학생 본인도 책임은 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3초든 30초든 등급이 바뀔 수도 있는 일이니까요. 그 아이 이제 고1이에요. 본인의 미래를 위해 도덕성이 뭔지 공정성이 뭔지 이 기회를 통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시험 압박 때문에 울면서 답안지를 작성했다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상황이 참 안타깝긴 하네요.” (학부모 B씨)

“이게 이렇게까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분들 보며 문득 드는 생각. 표창장 문제로 이슈가 된 누군가의 딸이 고등학교 시험에서 이런 특혜(?)를 겪었다면… 아마 고등학교 시절 그 반 학생, 옆 반 학생 인터뷰까지 나오며 탈탈 털리고, 우리는 분노하지 않을까요? 이번 일이 별 게 아니라고 하시는 분들이 놀라워요. 숙명여고 사태와는 다른 문제지만 이 일로 인해 피해자도 있을 거예요. 바로잡았으면 좋겠습니다.” (학부모 C씨)

“이게 바로 수시의 폐해예요. 30초 차이로 갈리는 등급에 의한 대학 진학, 모든 친구들이 다 경쟁자이고 형평성이 하나라도 어긋나면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실. 교육제도가 애들을 피 터지는 세상으로 끌고 가고 있어요.” (학부모 D씨)

“30초 더 쓴 거 잘못 맞아요. 근데 훈육 차원에서 끝내야 될 거 같아요. 학부모들의 대응이 좀 민감한 듯하고요. 이게 강남 내신이 피 말리고 치열해서 그런 것 같아요. 수시 비중이 높으니 같은 학교 안에서 경쟁해서 대학을 가야 하는 구조적 문제이기도 해요. 씁쓸합니다.” (학부모 E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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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고 문제유출 사건 관련 압수물

  

‘시험지 유출 의혹’ 
숙명여고 쌍둥이 근황은?
 
일각에서는 ‘부정행위’라는 큰 틀로 보면 ‘제2의 숙명여고 사태’가 아니냐는 말까지 돌았다. 공교롭게도 두 학교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 3년 전 사회를 들썩이게 한 숙명여고 쌍둥이들은 여전히 재판 중에 있다. 
 
쌍둥이 자매는 교무부장인 아버지가 빼돌린 시험지와 답안을 보고 시험을 치는 등 학교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지난해 8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24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받았다. 아버지는 같은 해 3월 징역 3년을 확정 받았다. 시험지 유출로 1학년 1학기 문과 전교 121등, 이과 전교 59등이었던 자매는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에서 나란히 문·이과 전교 1등을 차지했다. 자매는 1심 재판 과정에서 “실력으로 1등을 한 것”이라고 줄곧 주장했지만, 재판장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시험지에 작은 글씨로 정답을 적은 것은 시험 종료 후 반장이 불러준 것이라는 자매의 주장과 관련해 재판부는 “반장이 불러준 정답과 일치하지 않은 부분이 있고 오히려 사전에 유출된 모범 답안과 일치한다”며 “시험 전 알게 된 정답을 외웠다가 까먹지 않기 위해 기재했다고 보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숙명여고 학생들에게서 공정한 경쟁 기회를 박탈했다”며 “공교육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려 죄질이 좋지 않은데도 피고인들이 범행을 뉘우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쌍둥이 자매는 항소했고 올해 4월 14일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했다. 이 과정에서 자매 중 한 명은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느냐”는 취재진을 향해 손가락 욕을 했다. 재판이 끝난 뒤에는 “달려들어서 물어보는 게 직업 정신에 맞는다고 생각하나”, “예의가 없는 행동이고 교양 없는 행동”이라며 반감을 드러냈다. 
 
자매의 변호인은 “취재차 질문하신 기자 분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기자 개인에 대한 욕은 아니었음을 이해해주시면 좋겠다”면서도 “이 재판이 끝날 무렵, 왜 그랬는지 공감할 수 있게 되도록 만들어볼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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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공판에 출석하는 쌍둥이 자매 아버지 현모씨

 

 
 기록을 보고 증거를 검토하면 변호인으로서는 무죄라고 볼 수밖에 없는 사건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몇 가지 선입견, 심각한 오류 몇 가지, 사소한 오해 몇 가지가 결합되면서 결국 사실과 다른 억측과 추정으로 이어졌다”며 “경찰, 검찰, 1심, 2심, 3심, 또다시 1심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이 억측과 추정은 ‘사법적 사실’로 굳어졌다”고 설명했다.
 
오는 공판 기일은 6월 9일이다. 변호인은 “다음 공판 기일에 진행하게 될 PPT를 보시면 손가락이 가리킨 방향이 어디였는지, 변호인이 무엇을 지적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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