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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울었다! ‘정인이 사건’ 첫 재판 비하인드

#아동학대 #정인아미안해

2021-01-26 09:49

글 : 이근하 기자  |  사진(제공) : 조선일보DB,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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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월 입양아가 양부모에게 학대를 받다 사망한, 이른바 ‘정인이 사건’이 벌어졌다. 애도와 분노의 물결이 일었다. 피고인 양부모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리던 날, 현장에는 정인이 부모를 자처한 수백 명이 모였다. 그들은 하늘을 향해 외쳤다. “우리가 지켜줄게.”
 
연일 몰아친 한파가 주춤했지만 여전히 추운 날씨였다. 1월 13일 오전 8시 30분,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은 인파로 북적였다. 셀 수 없이 많은 이들이 울분에 차 외쳤다. “장○○ 살인자! 장○○ 사형.” 정인이 양모 장 모 씨의 엄벌을 요구하는 목소리였다. 
 
이날 정인이 양부모 안 씨와 장 씨가 처음 법정에 섰다. 안 씨는 아동학대·방임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고 장 씨는 아동학대치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상황. 두 사람 모두 정인이를 학대해 죽음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검찰에 따르면 정인이는 등 쪽에 가해진 강한 충격으로 인한 복부 손상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구체적인 가해 방법이 밝혀지지 않아 검찰은 장 씨에게 살인죄 대신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이후 ‘양부모에 살인죄를 적용해달라’는 국민청원이 게재돼 30만 명 이상이 동의했고,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진정서도 수백 건 접수됐다. 그만큼 첫 공판의 최대 관심사는 살인 혐의 추가 가능성이었다. 
 
시민들은 공판이 열리기 훨씬 전부터 법원 앞에 도열했다. 너나 할 것 없이 ‘살인죄로 처벌하라’, ‘우리가 정인이 부모다’, ‘정인이 몸이 증거다’, ‘장○○ 사형’, ‘양부도 공범이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두 딸을 둔 40대 최 씨는 이렇게 말했다. 
 
“너무 화가 나서 왔네요. 일주일이 넘도록 일상생활이 안 될 정도예요. 이렇게 와서 소리라도 질러야 우리 애들 얼굴을 볼 수 있지 않겠어요? 그 사람들(양부모)한테 무조건 사형을 바라는 게 아니에요. 합당한 벌을 주자는 겁니다. 정인이는 단 한 번도 지켜주질 못했잖아요. 그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자세가 없다는 데 너무 화가 납니다.”
 
여섯 살 아들의 엄마인 전 씨는 경찰, 아동보호기관의 태도를 지적했다. 
 
“경찰에 (아동학대를) 신고하면 그런 걸로 신고하지 말라는 말도 들었어요. 경찰이 신고 현장에 가보면 부모가 ‘훈육’이라고 한대요. 그럼 대체 어디에 신고를 해야 돼요? 아동학대가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는 게 참담해요. 모든 아이들은 보호받고 사랑받아야 할 존재인데… 아이들을 위한 쉼터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일곱 살 아들과 동행한 엄마도 있었다. 엄마는 아들의 옷깃을 여미며 당부했다. 
 
“○○아, 이따가 여기 있는 어른들이 화가 나서 나쁜 말을 할 수도 있어. 너무 슬퍼서 그런 거니까 놀라지 마. 괜찮아, 엄마가 ○○이 옆에 있을게.”
 
시위 열기가 더해지면서 시민과 경찰 사이에 마찰이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은 “미신고 집회를 진행하고 있어 경고한다. 감염병 예방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해산을 권고했다. 이에 시위 참가자들은 “양천경찰서 유치장이 작아 코로나19로 어차피 우리를 잡아넣지도 못할 것”이라며 잠시 맞섰지만, 결국 재판 시작 직전에 다시 모일 것을 약속하고 흩어졌다.
 
양부모의 얼굴을 직접 보기 위한 기다림은 계속됐다. 그러나 장 씨는 호송차로 이동했고 안 씨는 변호인과 함께 재판 시작 전에 법정에 들어선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서울남부지법 측은 “변호인의 신변 보호조치 요청이 있었고 오전 10시부터 피고인에 대한 신변 보호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악마 같은 X, 정인이 살려내”
법정에 퍼진 고함 
 
법원은 정인이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고려해 본 법정 외에 중계 법정 두 곳을 열었다. 재판 전날 방청 신청이 진행됐고 추첨 결과 16대 1의 경쟁률을 통과한 51명이 방청권을 얻었다. 
 
오전 10시 20분께 구속 상태인 장 씨는 연녹색 수의를 입고 재판장에 들어왔다. 긴 머리를 늘어뜨려 얼굴을 가린 채였다. 안 씨는 갈색 니트에 회색 패딩을 입고 출석했으며, 재판 시작 전부터 연신 눈물을 훔쳤다. 부부는 재판 내내 바닥에 시선을 고정하고 서로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장 씨가 입을 뗀 건 신원을 확인할 때였다. 그는 재판부의 질문에 따라 생년월일을 밝히고 직업을 묻는 질문에 “주부입니다”라고 답했다. 주소와 등록기준지가 맞느냐는 물음엔 “네”라고만 했다. 안 씨는 직업에 대해 “무직”이라고 짧게 말했다. 모 언론사에 재직 중이던 안 씨는 정인이 사건이 알려진 지난해 10월부터 업무 배제 및 대기발령 조치됐고, 올해 1월 5일 해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검찰은 장 씨에 대한 혐의 변경을 신청했다. 살인을 주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하고, 아동학대치사는 예비 혐의로 적용한 것이다. 검찰은 “보강 수사를 하면서 유의미한 내용이 발견돼 (사망 원인에 대한 감정) 추가 의뢰했다”면서 “지난 11일까지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내부 검토를 거쳐 공소 사실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공소장 변경 신청을 받아들이자 방청석에서 울음소리가 터졌다. 한 방청객은 자리에서 일어나 장 씨를 향해 “이 악마 같은 X아, 정인이 살려내”라고 소리 질렀다. 법정 밖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시민들은 ‘살인죄 추가해 공소장 변경’이라는 뉴스 속보를 확인한 직후 눈물을 쏟아냈다. 여기서도 구호가 울려 퍼졌다. 누군가 “우리가”라고 선창하자 “지켜줄게”라는 후창이 뒤따랐다. 
 
재판 후에도 방청자들은 법정 입구를 지키며 분노를 표했다. 안 씨는 20여 분간 법정에 머물다 모자를 눌러쓰고 경찰과 함께 빠져나갔다. 그는 그대로 검은색 외제 차량을 탄 채 법원을 벗어났다. 
 
정오 무렵 장 씨가 탄 호송차가 모습을 드러냈다. 시민, 경찰, 취재진이 뒤섞여 고성이 오갔다. 한 시민은 호송차를 막기 위해 바닥에 드러누웠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또 다른 시민들은 호송차 창문에 눈뭉치를 던지며 “살인자”라고 외쳤다. “정인아 미안해”라고 흐느끼는 시민도 다수였다. 
 
호송차가 떠났는데도 시민들은 그 자리에 서서 정인이를 애도했다. 법원 벽면을 따라 늘어선 수십 개 조화가 눈에 띄었다. 다른 학대 피해 아동들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그중 정인이 사진을 어루만지던 중년 여성이 작게 읊조렸다. 
 
“에휴… 무슨 할 말이 있겠니, 너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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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되고 1년도 안 돼 떠났다
 
 
정인이는 2020년 10월 13일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 1월 장 씨 부부에게 입양된 지 271일 만이다. 공소 사실에 따르면 사망 당일 오전 9시 1분부터 10시 15분 사이 양모는 정인이가 밥을 먹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격분해 양팔을 강하게 잡아 흔들고 복부를 수차례 때려 바닥에 넘어뜨렸다. 이로 인해 췌장이 절단되고 복강 내 출혈이 발생했다. 출혈량 600㎖는 정인이의 나이와 몸무게(약 9.5kg)를 고려하면 혈액의 90%에 달하는 양이다. 
 
학대는 오랜 시간 자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8월 정인이 양부가 근무하던 회사의 엘리베이터에서 찍힌 영상만 해도 학대 정황이 보인다. 양모가 정인이를 태운 유모차를 엘리베이터 벽으로 거세게 밀자 정인이가 손잡이를 꼭 붙잡는 모습이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양모는 재차 유모차를 밀치는데, 이번엔 정인이가 버티지 못해 두 다리가 하늘로 치솟는다.
 
또 지난해 5월 25일 어린이집과 의료진 등이 정인이 허벅지 양쪽 멍을 발견한 것을 계기로 접수된 학대 의심 신고만 세 차례다. 6월 29일에는 양부모 지인이 ‘양모가 정인이를 차 안에 30분가량 혼자 두었다’고 신고했다. 마지막 신고는 9월 23일 소아과 의사에 의해 이뤄졌다. 당시 의사는 “한두 달 만에 왔는데 혼자 걷지도 못할 정도로 영양상태가 너무 안 좋아 엄마 모르게 어린이집 선생님이 (정인이를) 저희 병원에 데리고 오셨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매번 양부모는 적당히 둘러대며 위기를 모면했고, 정인이는 극심한 고통을 견뎌야만 했다.
 
정인이 사건 재감정에 참여한 이정빈 가천의대 법의학과 석좌교수는 모 언론 인터뷰에서 “겪어본 중에 제일 강한 고통을 받았을 것”이라며 정인이의 고통 정도를 가늠케 했다. 이 교수는 “겨드랑이 왼쪽에 상처 입은 자국이 세 군데가 있다. 팔을 들고 때려야 하는 부위다. 제가 한 번 맞아봤는데 팔이 떨어져나가는 것 같고 까무러치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탁 맞았을 때 넘어질 정도다. 말도 못할 고통, 뭐라고 얘기를 못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TV 출연해 입양 권하던 양부모 
 
정인이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양부모 신상 정보도 빠르게 확산됐다. 특히 지난해 EBS <어느 평범한 가족>에 출연해 입양을 적극 권장하는 장면이 회자되고 있다. 양모는 “입양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 축하받을 일”이라며 웃어 보이는데 이때 정인이 이마에 붉은 흉터가 남아 있었다.
 
정인이가 생사를 다투던 시각, 양모는 인터넷에서 어묵을 공동 구매했다는 제보도 나왔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이동원 PD는 유튜브를 통해 “양모가 2020년 10월 13일 낮 12시 29분에 어묵을 공구하겠다고 올린 글이 있는데 이 시간은 정인이가 응급실에 간 다음”이라며 “심지어 정인이가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심정지가 왔다”고 전했다.
 
이 PD는 정인이의 사망 전날 모습이 녹화된 어린이집 CCTV에 대한 이야기도 덧붙였다. 
 
“(CCTV를 본) 작가님이 말하길 힘없는 아이가 자꾸 옷 끝자락을 만지작거리더라고.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그날따라 (정인이가) 예쁜 옷을 입고 왔대요. 꼭 처음 입어본 옷인 것처럼 어색하게 끝자락을 만졌다고. 아마도 장기에서 출혈이 있었던 상황일 텐데…”
 
한편 양부모는 학대와 살인 의도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장 씨 측 변호인은 1차 공판에서 “피해자가 밥을 먹지 않는다는 점에 화가 나 누워 있는 피해자의 배와 등을 손으로 밀듯이 때리고, 아이의 양팔을 잡아 흔들다가 가슴 수술 후유증으로 떨어뜨린 사실이 있다”면서도 “장기 훼손될 정도로 강한 둔력을 행사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장 씨는 여러 개의 학대 혐의 중 일부 신체적 학대 혐의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부인했고, 양부인 안 씨는 아내의 학대 가해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다음 재판은 2월 17일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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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신고 땐 즉시 수사…
‘정인이법’ 살펴보니 

 
정인이를 잃고 사회는 죄책감에 빠졌다. 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 그러나 ‘정인이’를 보호하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6월 천안에 살던 초등학교 3학년 ‘정인이’는 여행 가방 안에서 13시간 넘게 감금, 구타당한 끝에 사망했다. 같은 해 창녕에서는 아홉 살 ‘정인이’가 친모와 계부의 학대를 받다 편의점으로 도망친 사건이 있었다. 지금 이 시각, 어디선가 도움을 기다리는 ‘정인이들’도 있을 것. 이에 정부는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일명 ‘정인이법’을 내놓았다. 
 
지난 1월 8일 여야는 본회의를 열고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경찰관 등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이 신고의무자(아동복지시설 종사자, 의료인 등)의 아동학대 신고를 받으면 즉시 수사 또는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 신설이 골자다. 정인이가 사망하기 전 경찰이 학대 의심 신고를 세 차례나 받고도 내사 종결, 무혐의로 처분을 내린 데 대한 보완 조치다. 다만 이 조항은 다른 조항들이 공포 즉시 효력을 갖는 것과 달리 법 시행에 따른 준비를 위해 공포 1년 후부터 적용된다.
 
경찰과 전담공무원이 피해 아동이나 신고자, 목격자 등이 자유롭게 진술할 수 있도록 아동학대자로부터 분리된 곳에서 조사하도록 한 조항도 생겼다. 또 경찰과 전담공무원이 학대 의심 아동을 부모와 격리할 수 있는 응급조치 시간을 기존 3일에서 최대 5일로 늘리고, 응급조치 시엔 아동학대 행위자의 주거지나 차에 출입할 수 있도록 했다. 아동학대 관련 업무를 방해할 경우 부과되는 벌금의 상한은 기존 1,5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높아졌다.
 
그뿐만 아니라 민법 제정 이후 63년간 존속돼온 ‘자녀 징계권’이 사라지게 됐다. ‘사랑의 매’란 이유로 자녀에게 매질을 하는 행위가 이제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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