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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원순 시장 ‘성추행 의혹’의 진실은?

#박원순 #성추행의혹 #비서

2020-07-24 09:13

취재 : 이근하 기자  |  사진(제공) : 안규림, 뉴시스,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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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9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연락 두절됐다’는 신고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렀다. 박 시장은 고인이 됐고, 박 시장으로부터 4년간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는 고소인이 등장했다. 피해자는 고통을 호소했지만 묵살당했다고 했다. 서울시장실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7월 13일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이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열렸다.
part 1. 서울시장 내실에선 4년간 무슨 일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미련했습니다. 너무 후회스럽습니다. 맞습니다. 처음 그때 저는 소리 질렀어야 하고 울부짖었어야 하고, 신고했어야 마땅했습니다. 그랬다면 지금의 제가 자책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수없이 후회했습니다.”
 
7월 13일 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 부소장이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대독한 ‘피해자의 글’의 일부다.
 
앞서 8일 A씨는 ‘박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는 요의 고소장을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에 제출했다. 이어 이튿날 새벽까지 경찰조사를 받았다. 박 시장이 자취를 감춘 당일이다.
 
“범행 발생은 시장 집무실과 침실에서”
 
A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김재련 변호사에 따르면 박 시장의 범행 기간은 4년 이상이다. A씨가 다른 부서로 옮긴 이후에도 피해는 지속됐다. 범행 발생 장소는 시장 집무실과 집무실 안 침실 등이었다.
 
범행 내용은 다양했다. 김 변호사는 “상세한 방법은 말씀드리기 어려우나, 피해자에게 즐겁게 일하기 위해 ‘둘이 셀카를 찍자’며 신체를 밀착하거나 (피해자의) 무릎에 난 멍을 보고 ‘호’ 해주겠다며 무릎에 입술을 접촉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집무실 내실로 피해자를 불러 신체적 접촉을 하고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 초대해 음란한 문자나 속옷만 입은 사진을 전송한 일도 있었다.
 
A씨 측은 경찰에 텔레그램 포렌식 결과물과 2월 6일 박 시장이 심야 비밀 대화에 초대한 증거를 제출했다. 김재련 변호사는 “이것이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 피해자를 초대한 내용”이라며 종이 한 장을 공개했다. 박 시장의 프로필 사진, ‘시장님’으로 등록된 대화상대가 상단에 뜬 휴대전화 화면이 인쇄돼 있었다. 화면 중앙엔 ‘시장님 님이 나를 비밀 대화에 초대했습니다’라는 문구가, 그 아래로 ‘서버에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텔레그램에서 ‘비밀 대화방 모드’ 하에 주고받은 메시지는 서버에 저장되지 않고 삭제된다. 김 변호사는 “이날은 피해자가 다른 부서에 전보 발령이 나서 근무하고 있을 때”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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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 시장이 2018년 34회 한국여성대회에 참석한 모습이다.
“비서실엔 성희롱, 성차별적 업무가 만연했다”
 
A씨와 공동 대응 중인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가 추가로 밝힌 피해 정황도 구체적이다. 서울시장 비서실에 성희롱, 성차별적 업무가 만연했다고 증언했다. 가령 박 시장은 매일 아침·저녁 혈압을 재는데, 매번 피해자를 포함한 여성 비서가 혈압을 재는 업무를 맡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박 시장은 “자기(피해자 지칭)가 재면 내가 혈압이 높게 나와서 기록에 안 좋아”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피해자는 “가족이나 의료진이 하는 것이 맞다고 의견을 냈다”고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다음은 A씨가 지원기관을 통해 폭로한 피해 사례다.
 
“박 시장이 운동을 마치고 온 후 샤워할 때 옷장에 있는 속옷을 근처에 가져다 줘야 했다. 시장이 그대로 벗어둔 운동복과 속옷을 집어 봉투에 담아 시장의 집에 보냈다.”
 
“시장은 시장실 안 침대가 딸린 내실에서 낮잠을 잤다. 그런데 낮잠을 깨우는 건 여성 비서가 해야 (시장이)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며 해당 일이 요구됐다.”
 
“시장에게 결재를 받으러 오는 이들은 비서를 위아래로 훑어보고, 시장실을 방문한 국회의원 등이 ‘여기 비서는 얼굴로 뽑나 봐’ 등의 성희롱적 발언을 했다.”
 
“시장이 마라톤을 하는데 여성 비서가 오면 기록이 더 잘 나온다. ‘평소 1시간 넘게 뛰는데 여성 비서가 함께 뛰면 50분 안에 들어온다’며 주말 새벽에 나오도록 요구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결재 받을 때 시장의 기분 상황을 확인했다. ‘시장님 기분 어때요? 기분 좋게 보고하게…’라며 심기 보좌, 혹은 기쁨조와 같은 역할을 사전에 요청했다. 결재 받은 후엔 기분 좋게 결재 받았다고 인사했다.”
 
“박 시장은 승진하면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원칙을 천명했음에도 불구, 피해자가 원칙에 따라 전보 요청을 한 것에 대해 ‘그런 걸 누가 만들었느냐’, ‘비서실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는 등 피해자의 전보 요청을 만류하고 불승인했다.”
 
“2016년 1월부터 매 반기별 인사이동을 요청했다. 번번이 좌절된 끝에 2019년 7월 근무지 이동 후, 2020년 2월 다시 비서 업무 요청이 왔을 때 인사담당자에게 ‘성적 스캔들’ 등의 시선이 있을 수 있으므로 고사하겠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인사담당자는 문제 상황을 파악조차 안 했다.”
 
피해자 측은 박 전 시장만이 아니라 서울시에서 일상적으로 성희롱, 성추행을 경험했다는 피해 제보가 더 있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은 ‘회식 때마다 노래방 가서 허리감기, 어깨동무’, ‘술 취한 척 뽀뽀하기’, ‘집에 데려다준다며 택시 안에서 일방적으로 뽀뽀하고 추행하기’, ‘바닥 짚는 척하며 다리 만지기’ 등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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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련 변호사가 고소인과 박 시장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증거로 제출했다.


“비서관, 내부 동료에 도움 요청하니…
‘박 시장은 그럴 사람 아냐’”
 
박 시장의 피소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선 “고소인이 왜 이제야 피해를 밝히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피해자가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시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라며 시장의 단순한 실수로 받아들이라고 하거나, 비서의 업무를 시장의 심기까지 보좌하는 역할이자 노동으로 일컬었다. 피해를 사소한 일로 여기는 등의 반응도 이어졌다”면서 “더 이상 피해가 있다는 말조차 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서울시장이 갖는 엄청난 위력 속에서 어떠한 거부나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는 ‘전형적인 위력 성폭력의 특성’을 그대로 보였다”고 강조했다.
 
김재련 변호사는 피해자가 늦은 시각 친구들과 있을 때 박 시장으로부터 문자를 받아 친구들이 그 내용을 본 적도 있다고 했다. 피해자는 알고 지내던 기자와 동료 공무원에게도 박 시장이 보내온 텔레그램 내용, 사진을 보여줬다.
 
A씨가 박 시장의 비서직을 수행하게 된 경위도 드러났다. 서울시청의 요청이 있었다는 것. 김 변호사는 “피해자는 공무원으로 임용돼 서울시청이 아닌 기관에서 근무하던 중 어느 날 오전 시청의 전화 연락을 받았다. 그날 오후 면접을 보고 비서실 근무 통보를 받았다”면서 “(피해자는) 시장 비서직 지원을 한 적 없다”고 말했다. A씨는 현재 공무원으로 재직 중이다.
 
A씨는 공식적으로 모습을 보이는 대신, 변호인과 지원기관을 통해서만 입장을 전하고 있다. “용기를 내어 고소장을 접수하고 밤새 조사를 받은 날, 저의 존엄성을 해쳤던 분께서 스스로 인간의 존엄을 내려놓았다. 죽음, 두 글자는 제가 그토록 괴로웠던 시간에도 입에 담지 못한 단어다. (…)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지만 저는 사람이다. 살아 있는 사람이다. 저와 제 가족의 보통의 일상과 안전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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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당 당원들이 서울시청 내 성폭력 전수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서울시청·산하기관 성범죄 신고, 올 상반기만 10건
“끊이지 않았다”
 
서울시청과 산하기관에서 벌어진 성범죄는 최근 3년 6개월 동안 계속 있어왔다. 평균 한 달에 한 번꼴로 발생했다.
 
미래통합당 황보승희 의원실이 서울시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서울시 및 서울시 산하기관 성범죄 관련 신고 및 처리 내역’을 보면, 2017년부터 2020년 6월까지 모두 42건의 성범죄가 발생했다. 2017년 6건, 2018년 18건, 2019년 8건, 올해 상반기에만 10건으로 확인됐다. 대부분은 ‘직장 내 성희롱’으로 서울시청뿐만 아니라 투자출연기관, 출자·출연기관, 위탁기관, 시립병원을 가리지 않고 일어났다.
 
해당 자료에는 기록되지 않았으나, 지난 4월 14일 비서실에서 발생한 ‘동료 성폭행’ 사건도 있다. 이는 시장 비서실에서 근무하던 남성 B씨가 회식 이후 만취한 여성 직원을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로 입건된 사건이다. 당시 시청 측은 B씨를 행정1부시장 산하 부서로 지원 근무 발령을 냈다가 사건이 보도된 뒤에야 대기 발령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에 기재된 신고 내역 42건 중 11건의 조치가 이행되지 않았다. 11건 중 8건은 조치 이행을 ‘추진 중’이고, 나머지는 ‘추진 시기 미도래’다.
 
한편 서울시는 고 박원순 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려 진상규명에 나설 방침이다.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은 7월 15일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직원에 대한 2차 가해 차단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며 “피해 호소 직원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실효적이고 충분한,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황 대변인은 “민관합동조사단의 구성과 운영방식, 일정 등에 대해선 여성단체 등과 구체적으로 협의하겠다”면서 서울시 조직 안정화에도 노력할 것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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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이미지 김혜정 부소장이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이란?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 등으로 고소한 A씨 측이 “위력에 의한 성추행 피해를 당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JY법률사무소 이재용 변호사에게 물었다.
 
Q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의 법적 처벌은 어느 정도인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도 있는데 이 경우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실제 재판 결과를 보면 간음 사건은 징역 선고가 많다. 추행은 징역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지 않고, 대부분 벌금이나 집행유예다. 
 
Q ‘업무상 위력’이라는 단어가 애매한 것 같다. 추상적인 표현이긴 하다. ‘업무상 위력’이라는 게 반드시 힘으로 협박하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 자신의 지휘나 감독을 받는 부하에 대한 압력이라고 보면 된다. 가령 A씨가 지나가는 사람의 엉덩이를 쳤을 때 이 경우는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강제 추행’이다. 그런데 A씨가 사장이고 직원의 엉덩이를 쳤다면, 직원이 바로 불쾌한 티를 낼 수도 있지만 대부분 그러질 못한다. (입장이) 어려우니까 참는다. ‘업무상 위력’은 이때 쓰이는 표현이다. 고 박원순 시장 관련 사건도 마찬가지다. 박 시장이 서울시청에서 제일 높은 위치이지 않은가.
 
Q ‘추행’의 범위는? 강제 추행이 성립하려면 우선 신체 접촉이 있어야 하고, 두 번째론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낀 때다.
 
Q 상대방이 보내온 사진에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면 ‘추행’인가. 접촉이 없었기 때문에 추행이 아니다. 그 경우는 성폭력 특례법에서 말하는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에 해당한다.
 
Q 추행은 어떻게 증명해야 하나. (추행은) 기습적이고 은밀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입증하기가 정말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추행한 죄가 없어지는 건 아니기 때문에 피해자의 진술이 굉장히 중요하다.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다른 증거 없이도 처벌할 수 있는 게 성범죄다.
 
Q 신빙성 판단의 기준은? 진술의 일관성과 구체성을 본다. 피해자가 처음에 진술한 얘기와 나중에 재판에서 한 얘기가 일관돼야 하고, 최대한 디테일하게 말해야 한다.
 
Q 증거 수집도 관건이겠다. 정해진 건 없지만 수사기관은 해당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 직후 상황을 굉장히 많이 본다. 특히 직후. 피해자의 문자나 녹취가 중요하다.
 
Q 성범죄가 있었다 해도 때에 따라 피해자가 가해자와 일상적인 문자 대화를 주고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게 그런 것이다. ‘피해자는 피해자다워야 한다?’ 피해자가 어떻게 사건 이후에 아무렇지 않게 얘기를 할 수 있느냐고 하는데, 업무상 고용관계라면 그럴 수 있다. ‘강제 추행죄’가 존재함에도 별도로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이란 조문이 만들어진 이유다.
 
Q 박 시장 고소인은 피해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고 보나. 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수사기관에서 조금 강화된 요건을 적용할 것이다. 박 시장이 고인이 됐기 때문에 피의자 측 반박 진술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다 정확하고 구체적인 사실을 입증해야 할 거다.
 
Q 방조·묵인 의혹에 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방조’라는 게 쉽게 말하면 내가 도둑질을 하는데 누가 밖에서 망을 봐주는 거다. 박 시장이 실제로 추행했다는 전제 하에 부하 직원들이 그의 추행을 도와줬단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 묵인, 무시는 있을 수 있지만… 글쎄다. 사실 관계를 더 파헤쳐야 할 부분이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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