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完)전한 쉼을 원한다면, 전북 완주 소도시 여행

2025-11-24     이승린 인턴기자

전주와 대전처럼 KTX 한 번에 도착하는 익숙한 도시 말고 새로운 곳은 없을까. 겨울이 깊어가는 12월, 도시의 분주함에서 벗어나 조용한 소도시로 떠나고 싶다면 전북 완주를 추천한다. KTX 익산역에서 내려 버스로 한 번만 이동하면 도착하는, 평화롭고 공기 좋은 도시다. 서울에서 출발하면 약 두 시간이면 갈 수 있어 당일치기 가족 나들이로도 부담이 없다. 

봄에는 꽃놀이를, 여름에는 물놀이와 산림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지만, 완주는 특히 가을과 겨울에 그 진가를 발휘한다. 가을이면 대둔산도립공원의 단풍이 산을 울긋불긋 물들이고, 만경강 자전거길도 가장 청량한 계절을 맞는다. 겨울에는 한옥 황토펜션과 황토한증막에서 하루의 피로를 녹이고, 60m 높이의 위봉폭포가 꽁꽁 얼어붙어 장관을 이루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맑고 깨끗한 자연 속에서 길러낸 완주 특산품도 빼놓을 수 없다. 감칠맛 나는 곶감, 달콤한 딸기, 알이 꽉 찬 수박, 향긋한 생강 등 이 지역의 청정한 공기와 정직한 손맛이 그대로 담겨 있다. 여행길에 들른 재래시장이나 로컬 카페에서도 그 맛을 손쉽게 즐길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작은 소도시의 진짜 매력은 붐비지 않는 평온함에 있다. 관광지 간 거리가 가까워 이동이 수월하고, 한적한 풍경 덕분에 여행의 리듬도 느긋하다. 불완전했던 일상에서 벗어나 완전한 쉼과 여유를 찾고 싶다면, 완주는 조용히 그 답을 내어놓는 곳이다.


천년의 고요, 송광사

완주의 대표적인 관광지. 백두대간이 남서로 기세 좋게 뻗어 내려오다 멈춘 종남산 자락, 그 고요한 품 안에 송광사(松廣寺)가 있다. 송광사가 역사 기록에 처음 등장한 것은 통일신라 말기로, 보조 체징 선사가 ‘소나무가 널리 자리한다’는 뜻으로 절 이름을 붙였다. 천년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이곳은 세월의 흔적 속에서도 고즈넉함을 잃지 않았다. 특히 중심 법당인 대웅전 앞에 서면 위엄 있는 기운이 전해지고, 불상을 마주하는 순간 자연스레 마음이 차분해진다. 

가을과 겨울에 찾는 송광사는 더욱 특별하다. 가을에는 붉게 물든 단풍과 바스락거리는 낙엽길을 한적하게 산책할 수 있고, 겨울에는 하얗게 뒤덮인 법당이 고요함을 더해 마음속 번잡함을 잠시 잊게 만든다. 봄에는 벚꽃을 보러 온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겨울 시기에는 한적해 절 주변을 느릿하게 거닐며 사찰의 정취를 온전히 느끼기 좋다.

송광사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배우고 체험하는 곳이기도 하다. 매년 봄과 가을에 운영되는 불교 학당에서는 초기불교와 대승불교, 경전 강독 등 깊이 있는 강좌가 이어지고,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서는 새벽예불과 108배, 참선, 스님과의 다담을 경험할 수 있다. 추운 계절, 겨울에 내면의 온기를 느끼고, 마음의 쉼표를 찍기 좋은 장소다.

생강 향이 피어나는 땅, 봉동

완주군 봉동읍 임거마을은 오랜 세월 전통 농법을 지켜오며 생강을 재배해온 곳이다. 고려 현종 때 왕에게 생강이 하사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만큼, 생강은 우리나라에서 오래전부터 귀하게 여겨졌다. 그중에서도 봉동은 오랜 재배 역사와 비옥한 토질 덕분에 대한민국 생강의 중심지로 자리잡았다. 천년의 농법이 이어지는 봉동 생강은 현재 국가중요농업유산 제13호로 지정되어 있다. 

생강밭에 들어서면 흙내음과 함께 알싸하고 향긋한 생강 향이 코를 자극한다. 화학비료나 살충제 없이 오직 자연의 힘으로 자란 봉동 생강은 매운맛이 덜하고 끝맛이 부드러우며 향이 진한 것이 특징이다. 

봉동 생강은 예로부터 약용으로 쓰일 만큼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살균, 항염 효과가 뛰어나 겨울철 건강관리에도 안성맞춤이다. 완주 곳곳을 둘러보다 찬바람을 많이 쐬었다면 마을의 로컬 카페에서 따뜻한 생강차 한 잔으로 몸과 마음을 데워주는 것도 좋다. 봉동 생강의 달큰한 맛을 담은 시그니처 음료 ‘온숨차’를 맛볼 수 있는 ‘두베카페’, 귤과 봉동 생강을 직접 달여 만든 따뜻한 ‘귤생강차’를 즐길 수 ‘카페소리나무’ 등 완주 곳곳에 생강차를 즐길 수 있는 카페들이 있다. 


삼례문화예술촌과 만경강 자전거길

삼례문화예술촌은 일제강점기 수탈을 위해 세워진 양곡창고가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곳이다. 내부에는 조선 후기 서예의 거장 창암과 추사의 작품, 대한민국 명장 도예가 진정욱의 공예품들이 각기 다른 이야기를 전한다. 바로 옆 삼례책마을은 책 박물관, 북카페, 그림책미술관이 있어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기 좋다. 전시와 공연, 토크콘서트까지 더해져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만경강을 따라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하면 완주의 풍경이 또 다른 얼굴로 다가온다. 자전거를 타고 가을바람을 맞으며 황금빛 들판과 갈대를 지나면 기분 좋은 상쾌함이 더해진다. 강물 위로 햇빛이 반짝이는 비비정 전망대에 다다르면 탁 트인 만경강이 시야를 가득 채우고, 그 위로 투박한 철교가 눈에 들어온다. 과거 쌀 수탈의 흔적이 남은 만경철교 위에는 폐열차가 놓여 있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풍경을 보여준다. 새마을호 폐열차를 리모델링한 비비정예술열차 안에는 레스토랑, 아트숍, 카페가 있어 해가 질 무렵 방문해 일몰을 감상하기 좋다. 

삼례문화예술촌에는 완주의 공공자전거 ‘완타(WANTA, 완주에서 타다)’를 대여할 수 있는 곳이 있어서 누구나 자전거 여행이 가능하다. 신분증과 보증금 1만원(혹은 본인 명의의 신용카드)만 있으면 하루 두 시간 동안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다. 완타 자전거 대여소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단, 동절기에는 운영 시간이 변동될 수 있으니 정확한 정보 확인 후 방문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