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작가 이신화의 유럽 인문 여행] 루마니아 오라데아 리버티 공원

2025-11-20     이신화
리버티 공원 산책로.

오라데아에는 크고 작은 공원이 많다. 그중에서도 리버티 공원은 단연 으뜸이다. 크리술 레페데 강을 따라 조성된 이 공원은 단순히 나무와 숲만 있는 장소가 아니다. 유명 인사의 동상과 박물관, 교회가 모여 있는 역사적 중심지이자, 강변 산책을 즐기며 현지인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다.

크리술 레페데 강과 리버티 공원
이오시프 불칸 골목을 빠져나오면 리버티 공원이 나타난다. 스쳐 지나가기 아까운 곳이라 시간을 따로 내어 다시 찾았다.

리버티 공원은 크리술 레페데 강 북쪽 기슭에 자리한 도시공원으로, 성 라슬로 다리에서 다치아 다리 사이의 약 700m에 걸쳐 있다. 공원 중앙에는 보행자 전용 ‘지식인 다리’가 있어 ‘12월 1일 공원’으로 이어진다.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서 쉬다가 강변을 따라 천천히 걸어보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공원에서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는 시민들을 바라보는 재미가 있다. 이곳은 오라데아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장소다.

차란 줄라 동상
공원에서는 여러 조각상을 만날 수 있다. 불칸 동상 가까이에는 ‘차란 줄라’의 흉상이 있다. 그는 헝가리 최초의 관광 전문가 중 한 명이자 도로 건설자, 동굴 탐험가, 작가였다. 생애 동안 산악로와 동굴, 폭포를 발견하고 기록한 인물로, 그가 개발한 갈베네이 계곡, 포노르 요새, 메지아드 동굴, 바둘 크리술루이 동굴 등은 지금도 많은 탐험객이 찾는다.
그는 지역 주민들에게 관광 산업의 가능성을 일깨운 인물로 ‘헝가리 관광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오라데아 공원에 있는 그의 동상은 사망 102년 뒤인 2008년 10월 제막되었다.

임레 샤치바이 동상.

임레 샤츠바이 동상
차란 줄라 흉상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임레 샤츠바이(Imre Szacsvay)의 기념비가 있다. 위쪽에는 인물상이, 아래에는 여성과 사자가 조각된 부조가 더해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동상에는 ‘그의 죄는 단지 펜 한 자루의 실수였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 동상은 헝가리 조각가 에데 마르고의 작품이다. 조각만 보아도 작가의 성향이 느껴진다. 동상의 주인공인 임레 샤츠바이는 ‘헝가리 독립 전쟁’의 주요 인물로, 당시 오라데아와 우이바로시 지역구의 국회의원이었다. 1849년, 그는 헝가리 독립 선언서 초안 작성자이자 서명자로 참여했다가 오스트리아 군에 의해 처형되었다. 그는 “조국을 사랑하고 그를 위해 일하는 것이 어떻게 범죄가 될 수 있는가”라는 말을 남겼다.
1937년에는 동상이 철거되어 너지바라드 박물관에 보관되었다가 제2차 빈 판결 후인 1942년 원래 자리로 돌아와 오늘까지 남아 있다.

주잔나 로란트피 동상.

주잔나 로란트피 개혁교회와 동상

개혁교회 근처에는 단아하고 온화한 분위기의 여성상이 있다. 바로 주잔나 로란트피(Zsuzsanna Lorántffy)의 동상이다. 그녀는 트란실바니아의 왕자 라코치 죄르지 1세의 왕비이자, 열정적인 칼빈주의자로 트란실바니아에 개신교 개혁 교회를 소개하기 위해 노력했다. 여러 교육 기관을 설립 또는 후원했으며, 특히 사로스파타크(Sárospatak) 개혁 대학의 발전에 깊이 관여했다.
1648년 남편 사후, 그녀는 아들 지그문트와 함께 사로스파타크로 이주했다. 당시 이곳은 중요한 종교 및 신학 중심지였고, 그녀는 이 대학에 헝가리와 외국의 저명한 교수들을 영입했다. 그중에는 종교개혁가이자 근대 교육의 아버지라 불리는 존 아모스 코메니우스도 있었다.
리버티 공원의 동상은 1996년 제3차 헝가리 개혁교회 세계대회를 기념해 세워졌다.

지식인의 다리.

지식인의 다리
성채로 향하던 중 길을 잘못 들었을 때 건넜던 다리가 바로 ‘지식인의 다리’였다. 1850년 나무다리로 건립되었고 1910년 금속 다리로 교체되었다. 이후 홍수로 파손되었다가 1974년에 재건되었다.
1990년 이후 ‘지식인의 다리’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크리술 레페데 강을 건너 출판사 본사로 향하던 기자들이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다리 위에 서면 성 라디슬라오 교회와 성 라디슬라오 다리, 오라데아 시청 건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공원에는 생물학자 안나 마로시(Anna Marossy)를 기리는 명판도 있다. 그녀는 자연과 환경 보전에 평생을 바친 인물이다. 이 밖에도 ‘도시 모자이크(Mozaic Citadin)’ 산책로에는 2022년 록사나 스탄과 오라데아 출신 화가 호레아 살라게안이 함께 그린 작품이 전시돼 있다.

아우렐 라자르 박물관.

‘아우렐 라자르’ 기념 박물관
리버티 공원에서 구시가지로 들어서면 ‘아우렐 라자르’ 기념 박물관(Muzeul Aurel Lazăr)이 나온다. 이곳은 19세기 말에 지어진 라자르 가문의 저택으로, 1989년 역사 기념물로 지정되었다. 대대적인 복원 작업을 거쳐 2008년 12월 1일 박물관으로 개관했다.
아우렐 라자르는 오라데아의 문화 및 정치계에서 중요한 인물로, 변호사이자 정치인이었으며 법무부 장관을 지냈다. 특히 그는 루마니아 독립에 큰 역할을 했다. 1918년 10월 12일, 바로 이 집에서 트란실바니아, 바나트, 크리샤나, 마라무레슈 지역의 루마니아인들이 독립을 선언했다. 박물관에는 라자르 가족의 진품 가구와 예술품, 서적, 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

아디 엔드레 박물관
구시가지 트라이안 공원에는 아디 엔드레 박물관(Muzeul Adi Endre)이 있다. 아디 엔드레는 20세기 초 헝가리의 대표 시인이다. 박물관은 1957년, 뮐러라이(Mülleráj) 건물에 세워졌는데, 이곳은 한때 아디를 비롯한 오라데아 지식인들이 즐겨 찾던 여름 정자였다.
아디는 잘라우에서 학교를 다닌 후 데브레첸에서 수학하고, 오라데아로 이주해 기자와 시인으로 활동했다. 이후 부다페스트와 파리에서 지냈지만, 자주 오라데아로 돌아와 문학 동아리를 결성했다. 41세에 일찍 생을 마감했지만 그는 20세기 최고의 헝가리 시인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박물관 건물은 1869년에 세워졌으며, 1895년 재건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박물관은 1955년 11월 26일 공식 개관했으며, 시인의 유품과 원고, 신문 기사, 잡지, 사진 등이 전시되어 있다. 
입구에는 조각가 아르투르 베트로가 1957년에 제작한 흉상이 있다. 원래 이 받침대 위에는 ‘성모 승천 청동상’이 있었으나 지금은 올로시그의 로마 가톨릭 교회 정원으로 옮겨졌다.


[Travel Data]
리버티 공원(Parcul Libertăşii): 주소:Strada Libertăşii Oradea
임레 샤치바이 동상: 주소:Piața Libertății 34, Oradea, 루마니아
수잔나 로란트피 개혁교회(Zsuzsanna Lorántffy Reformed Church Center): 주소:Piața Libertății 40, Oradea, 루마니아
지식인 다리: 주소: Podul Intelectualilor, Oradea, 루마니아
아우렐 라자르 박물관(Muzeul Aurel Lazăr): 주소:Strada Aurel Lazăr 13, Oradea 410043 루마니아/전화:+40771741881/웹사이트:https://mtariicrisurilor.ro/
rada Libertăşii Oradea
아디 엔드레 박물관(Muzeul Adi Endre):주소:Parcul Traian 1, Oradea 410033 루마니아/전화:+40 771 742 846/웹사이트:https://mtariicrisurilor.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