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작가 이신화의 유럽 인문 여행]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따라가는 잘츠부르크 투어

2025-11-06     이신화
사운드 오브 뮤직 투어버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투어에 참여했다. 숙소 근처까지 차량이 와서 데려다주는 편리한 상품이다. 영화는 명절마다 방송되어 익숙하지만, 개인적으로 큰 매력을 느끼긴 어렵다. 그럼에도 이 투어를 선택한 이유는 자유여행으로만 갈 수 있는 ‘잘츠카머구트’ 지역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논베르크 수녀원
투어 버스 안은 여행객들로 가득 차 있었고, 활기찬 가이드가 영어로 설명을 이어갔다. 첫 목적지는 ‘논베르크 수녀원’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장소였다. 영화 속 마리아가 견습 수녀로 머물던 곳이자, 실제 인물 마리아 폰 트라프가 수도 생활을 하던 수녀원이다. 그녀는 이곳에서 게오르크 루트비히 폰 트라프 대령과 실제로 결혼했다.

논베르크 수녀원은 잘츠부르크의 호엔잘츠부르크 성 관광 중에도 멀리서 볼 수 있다. 내부는 일반인에게 개방되지 않지만, 투어 후 예배를 드리거나 고딕 양식의 교회 입구까지는 걸어 들어갈 수 있다.

레오폴츠크론 성
다음은 레오폴츠크론 성이다. 잘츠부르크 구시가지에서 약 7km 떨어진 이곳은 영화 속에서 폰트랩 대령의 저택으로 등장한 로코코 양식의 궁전이다. 내부 관람은 불가하며, 호수 건너편에서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 궁전은 1736년, 잘츠부르크 대주교 레오폴트 안톤 엘레우테리우스 폰 피르미안 백작이 연못가에 건설했다. 이후 피르미안 가문의 소유였다가 1918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공동 창립자이자 연출가였던 막스 라인하르트가 매입했다. 유대인이던 그가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이 궁전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2014년 2월, 이곳은 ‘호텔 슐로스 레오폴트스크론’으로 재개관했다. 찰스 왕세자, 빌 게이츠, 코피 아난, 아놀드 슈워제네거, 힐러리 로담 클린턴,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등 유명인사들이 이곳의 투숙객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헬브룬 궁전.

헬브룬 궁전
이어 도착한 곳은 헬브룬 궁전이다. 잘츠부르크 남부 모르츠크 지역에 있으며, 시내에서 차로 20~30분 거리다. 이곳은 내부 탐방이 가능하다. 투어 가이드는 영화 속 마리아와 트라프 대령이 키스하던 파빌리온 앞에서 장황하게 설명을 이어갔지만, 그보다 정원과 초기 바로크 양식의 본관이 훨씬 인상적이었다.

헬브룬 궁전은 대주교 마르쿠스 시티쿠스 폰 호헤넴스가 여름 별장으로 지었다. 침실이 없는 이유도 여름 낮 시간대에만 머무는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곳은 ‘물의 정원’으로 유명하다. 대주교가 손님을 놀라게 하려 만든 장치로, 돌 식탁 주위의 의자에서 물이 솟는 등 다양한 장난이 숨어 있다. 또 1750년에 만들어진 음악극장에는 약 200개의 자동 기계와 동굴, 왕관 모양의 장식이 있다. 그 외에도 동물원과 석조 극장, 그리고 ‘작은 달 궁전’을 뜻하는 건물, 모나트슐뢰슬이 있다. 현재 이 건물은 잘츠부르크 카롤리나 아우구스티움 박물관의 민속학 전시관으로 쓰인다. 투어에서는 보지 못하니 따로 찾아가볼 만하다.

잘츠카머구트 언덕 풍경.

잘츠카머구트의 언덕
도시를 벗어난 버스는 장크트 길겐의 언덕에 멈췄다. 잘츠부르크에서 동남쪽으로 약 50km 떨어진 이곳은 영화 초반, 마리아가 노래를 부르며 초원을 달리던 장면의 배경이다. 영화 장면이 떠오르지 않더라도, 눈앞의 풍경만으로 충분하다. 볼프강 호수와 설산, 숲, 교회, 마을이 어우러진 풍경은 그 자체로 완벽하다.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어려워 이 투어의 진가를 실감할 수 있다.

이 일대는 ‘잘츠카머구트’라 불리며 트라운제, 아터제, 몬트제, 볼프강제, 푸슐제, 할슈타트제 등 76개의 빙하호와 알프스 산맥이 어우러진 지역이다. 장크트길겐, 장크트볼프강, 그문덴, 바트이슐, 할슈타트 등 보석 같은 마을들이 오밀조밀 박혀 있다.

‘잘츠카머구트’는 ‘황제의 소금 창고’라는 뜻으로, 선사시대부터 소금 생산지로 번성했다. 1893년 철도 개통과 온천 개발로 유럽의 대표적인 휴양지가 되었으며, 특히 할슈타트는 1997년 ‘할슈타트-다흐슈타인 잘츠카머구트 문화경관’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대여행가 알렉산더 폰 훔볼트는 할슈타트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반 마을”이라 칭송했다.

장크트 길겐 마을
이번 투어에서 장크트 길겐 마을을 직접 방문하지는 않았다. 볼프강 호수 북서쪽에 위치한 이곳은 전통과 아름다운 건축물로 유명하다. 모차르트의 어머니 안나 마리아 발부르가 페르틀의 출생지이기도 하다. 그녀의 집은 지금도 남아 지방재판소로 사용 중이다. 모차르트의 누이 난넬 역시 결혼 후 이 마을로 이주해 1801년까지 살았다.

마을 입구에는 1892년에 개통된 증기 등산열차가 있다. 영화에서 마리아와 아이들이 노래하며 피크닉을 가던 장면에 등장하는 열차다. 아프트식 톱니궤도로 5.8km를 40분 동안 오르며 샤프베르크 산 정상까지 오른다. 개인 여행으로만 체험할 수 있는 코스다.

몬드제 성당.

몬드제 성당
몬드제 성당은 영화 속에서 마리아와 트라프 대령이 결혼식을 올린 장소로, 자유시간 동안 마을을 둘러볼 수도 있다.

‘몬드제’는 ‘달의 호수’를 뜻하며, 호수 이름이지만 동시에 마을 이름이기도 하다. 성당은 748년에 세워진 고대 수도원으로, 여러 차례 재건을 거쳤다. 15세기 고딕 양식으로 재건된 뒤 17세기 화재로 손상되어 바로크 양식으로 개보수되었다. 높이 52m의 쌍탑과 고딕 외관이 인상적이며, 내부에는 오스트리아 최대 규모의 13개 제단이 있다. 특히 조각가 ‘마인라트 구벤비흘러’의 금빛 제단은 걸작으로 꼽힌다.

성당 왼편의 '제 알레'라는 가로수 산책로를 따라가면 몬드 호수에 닿는다. 영화 속 아이들이 나무 위에서 놀던 장면이 촬영된 곳이기도 하다.

미라벨 정원.

미라벨 정원
투어의 끝은 잘츠부르크의 미라벨 궁전이다. 영화의 명장면이 촬영된 이 정원은 사연도 흥미롭다. 1606년, 볼프 디트리히 대주교는 성직자의 결혼 금기를 어기고 연인 살로메 알트와 15명의 자녀를 두었다. 그 사랑을 위해 지은 궁전이 바로 미라벨이다. 그러나 그는 결국 교단과 시민들의 반발로 체포되어 호엔잘츠부르크 성에 감금된 채 생을 마쳤고, 살로메 역시 성을 떠나 다시는 돌아올 수 없었다고 한다.

원래 이름은 ‘알트나우’였으나, 후임 대주교 마르쿠스 시티쿠스가 ‘아름다운 전경’을 뜻하는 ‘미라벨’로 개명했다.


[Travel Data]
레오폴츠크론 성(Schloss Leopoldskron):주소:Leopoldskronstraße 56/58, 5020 Salzburg, 오스트리아/전화:+43 662 839830
헬브룬궁전(Hellbrunn Palace):주소:Fürstenweg 37, 5020 Salzburg, 오스트리아/전화:+43 662 8203720
장크스 길겐:주소:Mondsee Bundesstraße 1a 5340 St. Gilgen
몬트제 성 미카엘 성당(Basilika St. Michael Mondsee)주소:Pfarrer Ernst Wageneder, Kirchengasse 1, 5310 Mondsee, Austria/전화:+4362324166/웹사이트:https://www.dioezese-linz.at/mondsee
미라벨 정원:주소:Mirabellplatz 3, 5020 Salzburg, 오스트리아/전화:+43 662 80724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