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풍 예방을 위한 식단 가이드 ①
밤중에 갑자기 엄지발가락이 붓고 타는 듯한 통증이 느껴진다면 통풍을 의심해야 한다. 통풍은 혈액 속 요산이 과도하게 쌓여 관절에 결정체를 형성하고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대부분 엄지발가락 관절에서 시작해 붓기와 열감, 통증이 심하며 그로 인해 걷기조차 어려워진다.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 통풍으로 발전해 관절 변형은 물론 심장·신장·혈관 질환까지 이어질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통풍으로 진료 받는 환자는 해마다 8.5%씩 증가하고 있다. 과거엔 술을 즐기는 중년 남성에게 주로 나타나는 질환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엔 고령화와 생활습관 변화로 통풍 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또한 과거에는 통풍이 ‘관절 아픈 증상 중 하나’ 정도로 여기거나 진단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엔 의료 접근성 및 진단 기술이 좋아지고 사람들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더 많이 진료 받고 보고되는 측면도 있어 증가세가 가파르다. 통풍은 남성들만 걸리는 병이 아니라 최근에는 여성 환자들도 많다. 여성은 에스트로겐이 요산 배출을 돕기 때문에 가임기에는 통풍 발병률이 낮다. 하지만 폐경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호르몬 변화로 요산 농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남성과 비슷한 위험군이 된다. 최근 우리나라의 남녀 발병 비율은 10대 1 정도로 좁혀졌고, 여성 통풍 환자도 꾸준히 증가 추세다. 남성은 40대, 여성은 70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지만 20~30대 젊은 남성 환자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통풍의 핵심은 ‘요산’이다. 요산은 음식이나 세포 대사 과정에서 생기는 노폐물로, 대부분 신장을 통해 배출된다. 하지만 신장 기능이 약해지거나 유전적 요인, 특정 약물(이뇨제, 아스피린 등) 복용으로 배출이 잘 되지 않으면 요산이 혈액 속에 쌓인다. 이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요산 결정이 관절이나 조직에 침착해 염증과 통증을 일으킨다.
요산은 세포의 DNA 구성 물질인 퓨린이 분해될 때 생기는 노폐물이다. 퓨린은 음식물뿐 아니라 우리 몸의 세포 교체 과정에서도 발생한다. 요산의 3분의 2는 신장을 통해 나머지가 대변으로 배출되지만 신장 기능이 저하되거나 유전적 이상이 있으면 배출이 원활하지 않게 된다. 결국 혈중 요산 농도가 장기간 높게 유지되면 요산 결정이 관절과 조직에 침착되며 통풍이 발생한다. 이 과정은 수년간 서서히 진행된다. 다만 혈액 속 요산 수치가 높다고 모두 통풍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요산 결정이 실제로 관절에 쌓인 상태가 통풍이지 단순히 수치가 높다고 병이 생기지는 않는다. 류마티스 전문의들은 통풍은 ‘요산이 몸에 머무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통풍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나타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가벼운 식습관 조절만으로 평생 통증 없이 지내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약을 두세 배로 늘려도 요산이 잘 조절되지 않아 통증이 오래가거나 치료 중에도 합병증이 악화되기도 한다. 통풍 또한 체질, 유전, 대사 상태, 생활습관 등에 따라 그 경과가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통풍은 ‘한 번 아프고 끝나는 병’이 아니라 개인의 상태에 맞는 맞춤형 관리가 필수적인 만성질환으로 이해해야 한다.
통풍, 단순한 관절병이 아닌 ‘대사질환의 신호’
통풍은 흔히 ‘관절에 생기는 병’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대사증후군과 긴밀하게 연결된 전신질환이다. 대사증후군은 비만, 특히 복부비만을 중심으로 혈압·혈당·지질 이상이 함께 나타나는 상태를 말한다. 복부비만이 심해지면 체내 인슐린 작용이 둔해지는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고, 이로 인해 혈당과 지방산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혈관 내피세포가 손상된다. 그 결과 고혈압과 고지혈증, 심혈관 질환이 연쇄적으로 발생한다. 즉 통풍은 단순히 요산 결정이 관절에 쌓이는 질환이 아니라 몸속 대사 균형이 무너졌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비만은 체내 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된 상태로 대사질환(당뇨병, 고지혈증)과 심혈관질환(고혈압, 동맥경화 등)의 주요 위험 요인이다. 또한 대장암·신장암·유방암 같은 일부 암, 수면무호흡증, 지방간, 역류성 식도염, 퇴행성관절염 등 여러 질환의 발병에도 영향을 준다. 특히 비만은 통풍의 대표적인 위험인자다. 체중이 늘면 요산 생성이 많아지고 배출이 줄어들기 때문에 통풍 환자에게는 체중 조절이 치료의 핵심이 된다. 식습관 개선만으로도 통풍 재발을 막고 대사증후군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 고혈압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심장에 부담을 주어 심부전, 심근경색, 뇌졸중 등을 유발한다. 통풍 환자 상당수는 고혈압을 동반하고 있으며, 처음에는 혈압이 정상이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고혈압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더 주의할 점은 고혈압 치료제 중 일부 이뇨제가 요산 배출을 억제해 오히려 통풍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통풍 환자는 혈압약 처방 시 반드시 담당의와 상의해 요산 수치에 영향을 주지 않는 약물을 선택해야 한다.
당뇨병 역시 통풍과 밀접하게 연관된 질환이다. 혈당이 높으면 혈관 벽이 손상되고, 신장 기능이 떨어져 요산 배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로 인해 통풍 발병 위험이 일반인보다 훨씬 높다. 당뇨병은 장기적으로 말초신경염, 당뇨병성 신증, 망막증, 동맥경화증 등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킨다. 이러한 대사 이상이 누적되면 결국 혈관과 신장 기능이 악화되어 통풍뿐 아니라 심혈관질환의 위험도 함께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