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썰57] ‘정상의 뇌’는 무엇을 왜 차별하는가
‘정상의 뇌’는 무엇을 왜 차별하는가
조디 헤어 <바깥의 존재들>
‘신경다양성’이라는 용어를 처음 알게 됐다. 저자에 따르면 오늘날 가장 시급한 정치적 쟁점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자폐스펙트럼, ADHD, 난독증, 통합운동장애 등의 진단이 늘어나면서 ‘정상 뇌’라는 개념이 허상임이 드러나고 있다는 주장이다. 사회가 여전히 신경정상성을 전제로 운영되어 자폐 등을 ‘사회성 결핍’이라 하고 ‘질병’으로 취급하는 현실을 고발하고 경종을 울린다. 조디 헤어는 이런 현상 모두는 왜곡된 역사와 시선의 결과라고 말한다. 조디 헤어 자신도 23세에 자폐 진단을 받았다.
그가 꼬집은 건 ‘정상 뇌’라는 기준이 얼마나 크게 왜곡돼 있었으며 얼마나 오래 차별을 행해왔는지다. 차별과 그에 따른 결과를 입증하는 증거는 여럿이다. 자폐인의 기대수명은 평균 36세에 불과하며, 자살률은 일반 인구보다 훨씬 높다.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을 확률은 30% 더 많고, 미국에서 자폐아를 둔 가구의 66%가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한다. 영국의 경우는 신경다양성 학생 중 단 6%만이 법적으로 보장된 지원을 받고 있으며, 자폐인의 취업률은 22%에 불과하다고도 보고된다. 그가 궁극적으로 묻는 건, 이것이 민주주의라 할 수 있는지, 이런 상태로 민주주의 사회의 비전이 있겠냐는 것이다.
책은 신경다양성이 더 이상 ‘소수의 문제’가 아님을 데이터로 보여준다. 김지혜의 <선량한 차별주의자>(창비)가 떠오른다. 모르고 행하는 장애인, 동성애자, 외국인 등 소수자에 대한 차별, 알고도 어쩔 수 없다며 행하는 갖은 차별이 생각나 마음 불편하다. 하지만 민주주의, 인본주의를 완전히 버릴 수 없다면 누구나 직면해야 할 문제다. ‘정상성’이란 무엇이고 ‘비정상’은 과연 무엇인가. 이런 책을 통해서라도 한 번쯤 되물어야 할 일이다.
이달의 신간
하루의 휴식을 최고의 성과로 바꾸는
<수면전략>
단순히 피로를 해소하는 단계를 넘어 개인의 성과와 성장, 행복을 끌어내는 수면 습관의 비밀을 탐구한다. 책은 최신 수면 연구 성과를 반영해 직장인, 경영자, 스포츠 선수 등 다양한 독자가 상황에 맞춰 실천할 수 있는 전략들을 제시한다. 스미야 료, 두드림미디어.
미국 셰프가 본 중국 미식의 정원
<차이니즈 테이블>
중국 요리의 전통이 지닌 세심한 절차와 상징성, 그것을 전해주는 가족의 손길 그리고 그 안에 얽힌 개인의 사연들이 펼쳐진다. 이 책은 한 편의 음식 기행이자 문화민속학적 탐험이며, 동시에 사랑과 기억의 자서전이라는 설명. 캐롤린 칠립스, 마르코폴로.
지금 내 앞에 놓인 한 그릇
<냉면의 역사>
신라 진흥왕이 순행길에 얼음을 띄운 메밀국수를 먹었다는 ‘기원’에서 시작해, 진주냉면의 부활과 물냉면의 탄생에 이르는 ‘분화’까지 냉면의 발자취를 문학, 과학, 경제학, 사회학 등 다양한 측면에서 냉면을 조명한다. 냉면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를 다룬 ‘완결판’. 강명관, 푸른역사.
건축가와 건축주가 함께 쌓아올린 드라마
<우주를 짓다>
건축가가 집을 짓고 싶어 하는 한 건축주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집이 완성될 때까지의 이야기를 구체적이고 친근한 목소리로 풀어냈다. 경제전문기자 이진우는 “책장을 넘기다 보면 갑자기 집 짓고 싶어진다”고 말했다. 윤주연, 헤이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