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작가 이신화의 유럽 인문 여행] 오라데아 유니리 광장

2025-09-25     이신화
검은 독수리 궁전. 

 

구시가지의 페르디난트 1세 광장을 지나 크리술 레페데 강을 건너면 ‘유니리 광장’에 이르게 된다. 오라데아의 역사, 문화, 행정의 중심지라는 ‘유니리 광장’과 그 주변은 구시가지보다는 훨씬 시야가 시원하다. 넓은 광장과 주변의 건축물들은 공간이 넓고 웅장하고 휘황찬란하다. 빽빽한 구시가지에서 본 건축물들보다 훨씬 도드라져 보인다. 여행 현장에서는 몰랐던 유니리 광장과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성 라디슬라우스 교회

구 시가지를 기점으로 크리슐 레페데 강 다리에 이르면 서쪽으로는 ‘시 청사’가 보이고 반대편에는 ‘유교회당’이 있다. ‘꼭 가야 할 곳’이지만 서로 위치가 반대편이니 동선 상 따로 찾아봐야 한다. 일단 ‘유니리 광장’으로 들어선다. 광장에는 교회 건물, 기마상, 그리고 휘황찬란한 건축물들이 많이 보인다. 거기에 ‘트란실바니아 영화 축제(TIFF)’ 기간인지, 안내 깃발들이 펄럭이고 있다. 그것을 염두에 두고 주마간산으로 스치듯 돌아본다.

일단 강 다리를 건너 만난 곳이 성 라디슬라우스 교회다. 크리슐 레페데 강을 기준하면 남쪽 강둑에 있다. 오라데아의 가장 오래된 교회 건물 중 하나로 로마 카톨릭 교회다. 자료에 따르면 18세기 초에 지어진 교회이고 탑은 그 이후에 증축되었다. 1780년 오라데아 로마 가톨릭 대성당이 개관할 때까지 주교 대성당으로 사용되었다.

건물은 지방 후기 바로크 양식이며, 건축가는 알려지지 않았다. 본당 내부에는 오라데아에서 가장 오래된 제단(1730년)이 있다. 1908년, 라디슬라우스 왕의 삶의 여러 장면을 묘사하는 프레스코화가 그려졌다.

유니리 광장

라디슬라우스 교회를 지나면 유니리 광장이다. 광장 중앙에는 청동 기마상이 있고 주변으로 멋진 건축물들이 즐비하다. 유니리 광장은 원래는 작은 광장으로 알려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렸다. 성 라디슬라우스 광장, 페르디난트 광장, 말리노프스키 광장 또는 빅토리에이 광장이었다.

18세기 경, 뉴타운 지구의 중심지였다. 1836년, 화재로 광장 주변의 많은 건물이 소실되자 재개발되어 현재 모습이 형성되었다. 이 곳은 도시에서 항상 중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포장된 적이 없었고, 1869년에 공원으로 조성했다. 라임나무, 플라타너스 나무 사이로 산책로가 있는, 오라데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이었다.

그러다 20세기 초, 여러 채의 신축 건물이 건설되면서 공원은 포장된 광장으로 탈바꿈했다. 2015년, 유니리 광장이 복원되고 도심과 북역, 그리고 도시 서부를 연결하는 최초의 트램이 운행했다. 현재는 오라데아의 역사와 문화의 중심지다.

페르디난드 1세 왕 청동 기마상

유니리 광장 중앙에는 페르디난트 1세의 청동 기마상이 있다. 기마상은 여러 번 바뀌었다. 이 광장이 성 라디슬라우스로 불렸을 때는 성 라디슬라우스 동상이 있다가 1919년, 페르디난트 국왕과 마리 왕비의 오라데아 방문 100주년을 기념해 제막되었다. 성 라디슬라우스 동상은 1924년, 로마 가톨릭 주교궁 정원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페르디난트 1세 동상은 이 자리에 계속 있지 못했다. 1940년, 이 지역이 헝가리에 반환되자 호르티 미클로시 제독의 기마상으로 대체되었다. 제2차 세계 대전 후, 루마니아의 새로운 공산주의 정권은 이 동상을 철거하고 두 개의 대포로 대체했다. 1994년, 대포는 미하이 비테아줄 동상으로 교체되었다. 이후 이 기념비는 2019년, 에마누일 고즈두 광장으로 옮겨지고 다시 페르디난트 1세 기념비가 세워진 것이다. 루마니아의 조각가인 플로린 코드레의 작품이다. 조각가는 스턴트맨, 순종말 사육자라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라디슬라우스 교회. 
독수리 스테인드 글라스. 

 

유니리 광장의 건축물들

특히 유니리 광장 주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건축물들이다. 고전주의, 바로크, 분리주의, 신루마니아, 낭만주의 등 다양한 건축 양식의 건축물들이 들어서 있다. 한 눈에도 눈길을 끌어당기는 화려한 건축물들로 둘러싸여 있다. 대부분의 건물은 20세기 초에 지어졌지만 대표적인 건물은 18세기 후반과 19세기 초반의 건축물들이다.

광장을 중심으로 북서쪽으로는 오라데아 시청, 그리스 가톨릭 주교궁, 오라데아의 옛 예금 및 저축 은행, 코바츠 하우스, 성 니콜라스 교회 등이 있다.

광장 북동쪽 모퉁이에는 도시에서 가장 인상적인 분리파 건물로 여겨지는 검은 독수리 궁전이 있다. 그 옆으로는 성모 마리아 승천 정교회가 있다. 그 뒤로 활기 넘치는 바실 알렉산드리 거리 모퉁이에 아돌프 모스코비츠와 아들의 궁전이 대표적이다.

최초의 건물, 검은 독수리 궁전

그중 이곳에 최초로 지어진 검은 독수리 궁전이다. 이 건물은 오라데아에서 가장 화려한 분리주의 양식 건축 걸작으로 손꼽힌다. 현재 건물이 들어서기 전인 1714년에는 이곳에 ‘불투룰’ 여관이 있었다. 이곳에서는 정부 회의, 무도회, 연극 공연 등 도시의 가장 중요한 공공 행사가 열렸다.

1807년에는 옛 건물에 층을 하나 더 증축했고, 1835년에는 호텔로 사용하기 위해 다시 증축했다. 호텔 외에도 건물 입구 근처 모퉁이에는 크라운 카페가 있었고, 통로를 따라 35개의 상점이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단지에는 카지노, 극장, 영화관을 포함한 여러 엔터테인먼트 시설도 들어섰다.

1903년 새로운 이글 호텔 건설을 위한 공모전을 개최했다. 1등은 건축가 마르셀 코모르 와 데죄 야캅이 차지해 설계를 했다. 하지만 설계 비용이 너무 많이 소요되어 프로젝트는 중단되었다. 1906년, 사업가 쿠를렌더 에데와 아도르얀 에밀은 기존 단지를 사기로 결정하고, 엔지니어 슈타릴 페렌츠를 고용해 새로운 검은 독수리 궁전 건설을 시작했다. 공사는 1907년에 시작되어 1908년 말에 완공되었다.

이 건물은 분리주의 대표 양식으로 손꼽힌다. 통로는 밀라노의 유명한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의 영감을 받아 지어졌다. 유리로 덮인 통로로 연결된 세 개의 독립된 건물은 오랜 세월 동안 다양한 기관과 사업체들이 입주해 왔다.

아돌프 모스코비츠 앤 선즈 팰리스

독수리 궁전 바로 옆 건물은 아돌프 모스코비츠 앤 선즈 팰리스가 있다. 바실레 알렉산드리 거리 모퉁이에 있는 3층 건물이다. 이 궁전은 모르 모스코비츠 주니어와 요제프 모스코비츠 박사의 소유였다. 이들은 구시가지 편에서 말했던 아돌프 모스코비츠의 아들들로 아버지와 함께 유명 주류 회사를 운영했다. 부유한 이들은 1905년, 당시 니콜리츠 하우스와 디아만디 하우스 두 건물을 매입해 그 자리에 새 궁전을 건축했다.

1910년, 건축가 바고 요제프와 라슬로 형제가 설계했다. 시공은 라요스 인체 앤드 선즈가 담당했다. 1911년에 두 단계에 걸쳐 건축되었다. 빈 분리파 양식의 이 궁전은 바고 형제의 마지막 작품 중 하나다. 이전에 설계된 부다페스트의 구텐베르크 하우스와 여러모로 유사하다.

달 교회

모스코비츠 앤 선즈 팰리스 옆에는 ‘달 교회’로 더 알려진 성모 마리아 승천 대성당이 있다. 1784년~1790년에 지어진 루마니아 오라데아의 기독교 정교회다. 1784년, 아라드의 주교 페트루 페트로비치가 초석을 놓았다. 건축가 야콥 에드너의 설계로 오스트리아 바로크 양식으로 건축되었다. 내부 장식이 완료된 후, 교회는 1832년에 봉헌되었다. 다행히도 이 건물은 1836년 대화재에도 피해를 입지 않아 원래 형태로 보존되었다.

이 교회가 달 교회로 불리는 것은 55m 높이의 종탑 시계 아래에 있는 지름 1m의 구에 의해 달의 모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1793년, 시계 제작자인 게오르그 뤼페가 제작한 이 메커니즘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작동한다.

교회 앞에는 에피스코프 로만 치오로가리우 주교의 청동상이 있다. 오스트리아 태생의 루마니아 정교회 내 주교이자 저널리스트이자 교육자였다. 내부에는 종교 예술 작품을 전시한 작은 박물관도 있고, 탑에 올라가면 시계 장치를 구경할 수도 있다.

유니리 광장 필름 페스티벌. 

 

오라데아 트란실바니아 영화제

필자가 광장을 방문했을 당시 오라데아 트란실바니아 영화제(TIFF Oradea)가 열리는 시기였다. 유니리 광장에서 축제 행사가 펼쳐졌다. 땡볕에 앉아 공연을 보는데, 이 들은 헝가리 고교생들로 나름 축제 축하한다고 큰 차까지 대절해서 왔다. 악단과 무용수가 무대에서 공연하는 모습은 마치 시골 운동회 같은 분위기다. 봉을 떨어트리기는 무용수, 제스처가 틀리기도 했으며 뒤켠에 앉은 악단들도 틀린 음을 낸다. 그럼 어떤가? 축제 행사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자료를 통해 트란실바니아 영화제에 대해 알아보니 루마니아에서 가장 중요한 영화 행사다. 이 영화제는 2002년 클루지나포카에서 시작되었고 2011년에는 국제영화제작자협회연맹(FIAPF)의 인증을 받아 세계 40대 주요 영화제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Travel Data]

성 라디슬라우스 교회(Saint Ladislaus Church):주소:Piața Unirii 1, Oradea, 루마니아

페르디난드 왕의 승마 동상:주소:Piața Unirii 114, Oradea, 루마니아

블랙 이글 팰리스(The Black Eagle" Palace):주소:Piata Unirii 2-4, Strada Independenței 1, Oradea, 루마니아

모스코비츠 아돌프 앤 선즈 궁전(Palatul Moskovits Adolf și Fii):주소:Strada Vasile Alecsandri 1, Oradea 410072 루마니아

성모 마리아 승천 대성당(Dormition of the Mother of God" Cathedral)/달의 교회(Biserica cu Luna):주소:Piața Unirii 2, Oradea, 루마니아/웹사이트:https://www.bisericaculunaoradea.ro/

오라데아 필름 페스티벌(TIFF Oradea):웹사이트: https://oradea.tiff.ro/ro?fbclid=IwY2xjawLDm3FleHRuA2FlbQIxMABicmlkETEzdWtMSU1BUERER1dtcE1NAR6w0AxGfPORpcSBb7K7C_GhXqlsBpY4pzasIaEcDJgtMVopOE6xfqG2R6vgqQ_aem_ewp6rBe1VvB8o_VRfG6Vsw

오라데아 관광:http://oradea.travel/en/?p=1865오라데아 관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