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작가 이신화의 유럽 인문 여행] 네덜란드 볼렌담과 마르켄 어촌 여행

2025-04-14     이신화
마르켄 마을.

볼렌담과 마르켄 도착

잔세스칸스를 벗어나 버스로 이동(22km, 20여 분 소요)한다. 한 마을에 내려서 바로 배를 탄다. 그곳에서는 나막신 공장을 방문하고, 다시 나와서는 치즈 공장을 간다. 그저 가이드를 쫒아가는 여행이라서 그곳이 어디인지 정확한 지명을 파악하진 못한다. 그래도 전혀 계획에 없던, 새로운 장소를 만나니 기분이 들뜬다.

마르켄 익스프레스.

자료를 찾아보니 버스가 멈춘 마을은 볼렌담이고 배(마르켄 익스프레스, Marken Express)를 타고 간 곳은 마르켄이다. 볼렌담에서 마르켄까지 육로로 이동(17km, 20분 소요)할 수 있으나 배를 이용하는 게 가장 빠르다. 마르켄에서 한 일은 네덜란드 전통의 나막신 공장을 방문한 것뿐이다. 네덜란드 전역 기념품 숍에서 흔하게 만나는 것이 '나막신 소품이다. 굳이 마르켄까지 가서 나막신 공장을 방문하는 데에는 여행사와 업체의 비즈니스가 있을 것이다.

마르켄의 목조 가옥들.

워터란트 시의 마르켄 마을

마르켄 마을은 목가적인 분위기가 물씬 난다. 목조가옥도 보고 마을 사람도 몇몇 만나긴 하지만 마을 안쪽으로는 여행할 수 없다. 암스테르담에서 북동쪽으로 20km 떨어진 마르켄은 네덜란드 노르트홀란트주의 워터란트(Waterland) 시에 있는 마을로, 마르케르메어(Markermeer)의 반도에 위치한다. 마르켄이라는 단어는 '국경지대'를 의미한다.

마르켄 마을 지도.

1164, 강력한 폭풍해일로 많은 땅이 휩쓸려가고 남은 섬 하나가 마르켄이다. 마르켄이 자위더르해(Zuiderzee) 만에 휩쓸리지 않은 것은 프리슬란트 마리엔가트 수도원(Frisian monastery Mariëngaardt)의 수도사들 덕분이었다. 1232년경, 마르켄은 이 수도원의 소유가 되었고 수도사들은 제방을 쌓고 배수 시스템을 마련했다. 또한 농업과 축산업도 발전시켰다.

그러나 네덜란드의 윌리엄 4세 백작의 손에 마을이 넘어간 뒤 수도사들은 추방당했다. 이에 따라 워터란트의 번영은 끝났다. 제방은 황폐해졌고 14세기와 15세기에 잦은 홍수로 인해 농업과 축산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주민들은 수 세기 동안 고립되어 어업을 하며 살았다. 17세기와 18세기에 걸쳐 발트해로 이동했고, 북극까지 고래잡이를 하러 갔다. 이후 그들은 주로 북해에서 청어잡이를 했다.

마르켄의 숍.

작은 섬, 영화 촬영지

마르켄의 면적은 3.7, 산책로는 4~5km 길이다. 짧은 시간 안에 아름다운 섬 전체를 산책할 수 있다. 항구 방향으로 걸어가면 여러 개의 마을을 지나고 정통 주택을 지난다. 제방에는 유명한 파드 반 마르켄(Paard van Marken) 등대가 있다. 마을엔 그림 같이 아름답고 밝은 140여 가구의 전통 목조 주택이 있다. 1983, 이 섬의 역사를 소개하는 마커 박물관(Marker Museum)이 개관했다. 박물관은 6개의 건물로 구성되어 있는데 마르켄의 역사, 특히 어업 유산에 초점을 맞춘다. 건물들은 대부분 국가 기념물(Rijksmonument)이다. 또한 이 섬은 1970년 영화 사슬에 묶인 꼭두각시(Puppet on a Chain)의 촬영지였다.

마르켄과 만.

1957, 섬에서 반도로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 마르켄과 그 주민들은 민속학자, 민족학자, 인류학자들의 상당한 관심을 받았다. 그들은 이 작은 마을의 토착문화가 사라질 것을 우려했다. 의사이자 괴팅겐 대학의 교수였던 요한 프리드리히 블루멘바흐(Johann Friedrich Blumenbach, 1752~1840)인간의 두개골을 과학적으로 비교·연구한 선구자 중 하나다. 그는 1828년에 마르켄에서 발견된 두 개의 유골을 조사했다.

또 벨기에 소설가이자 정치인이었던 샤를 드 코스터(Charles De Coster, 1827~1879)는 벨기에 화가 자비에르 멜러리(Xavier Mellery, 1845~1921)에게 마르켄 섬을 본뜬 삽화 작업을 부탁했다.

전 네덜란드 수자원 장관인 코넬리스 릴리(Cornelis Lely, 1854~1929)는 자위더르해를 호수로 바꾸고, 광대한 해저 지역을 육지로 전환할 기술 연구팀을 이끌었다. 긴 시간을 지나 마르켄은 1957년에 본토와 제방으로 연결된 반도가 되었다. 이 마을은 여전히 본래의 성격을 유지하며, 주민들은 전통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마르켄 마을과 나막신.

네덜란드 나막신

마르켄에는 나막신 공장이 있다.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나막신으로 장식된 공간이다. 이곳은 옛날 방식으로 나막신 제작하는 것을 보여준다. 네덜란드에는 현재까지 전통 방식을 고집하며 수작업을 하는 장인들이 남아 있는데, 그런 곳 중 하나다.

나막신을 클롬프(klomp) 혹은 크롬펜(Klompen)이라고 부른다. 네덜란드 나막신은 민중의 애환이 깃들어 있다. 예로부터 네덜란드에서는 부유한 귀족들만 가죽신을 신었고, 일반 평민들은 물이 잘 들어오지 않는 크롬펜을 신었다. 날카로운 물체 등에 발을 보호할 수 있어 작업하는 농부들이 신는 안전화이기도 했다.

만들 때는 습기에 강한 젖은 포플러 나무만을 사용했는데, 마무리 작업을 한 후에는 3~4주 그늘에서 말린 다음 문질러 마지막 손질까지 해야 한다. 무겁고 불편해 보이는 외형과 달리, 신어 보면 매우 발이 편하고 가볍다고 한다.

나막신.

나막신은 네덜란드의 대표 특산품으로 많은 상점에서 볼 수 있다. 화려한 결혼식용 나막신부터, 하이힐형이나 롤러 블레이드형 등 현대적 나막신도 있다. 대부분 관광 기념품이지만 일부 네덜란드 사람들, 특히 농부와 시장 정원사는 여전히 일상에서 나막신을 신는다.

 

볼렌담 치즈 공장.

볼렌담의 치즈 공장

마르켄에서 볼렌담으로 건너가 치즈 공장을 간다. 이곳도 여행사와 비즈니스로 이어진 곳일 것이다. 전통 복장을 입은 여성이 공정 과정을 상세히 설명해 준다. 치즈 공정을 설명한다고 해서 알아듣고 이해할 수는 없다. 솔직히 유럽인들이 즐겨 먹는 치즈에 대해 대단한 식견을 갖고 있진 않다. 그래도 유명하다니 시식 후에는 치즈 몇 덩어리를 구입한다.

네덜란드의 훈제치즈.

네덜란드 치즈는 역사가 깊다. 네덜란드에서 처음 치즈를 만들기 시작한 건 대략 9세기 경이다. 유럽 가운데라는 지리적 이점과 월등한 수송 능력은 국내 소비뿐 아니라 네덜란드 치즈가 외국으로 수출될 수 있게 했다. 한국인들에게 알려진 네덜란드 대표 브랜드는 고다(Gouda)와 에담(Edam)치즈다. 이 두 브랜드는 네덜란드를 세계 최대 치즈 수출국으로 이끌었다. 17세기에는 동인도회사를 바탕으로 멀리 남미까지 치즈를 수출해 명성을 떨쳤다고 한다. 현재 1년에 생산하는 치즈의 70% 이상이 외국으로 수출되고 있을 정도로 중요한 경제적 역할을 맡고 있다.

볼렌담 치즈.

고다 치즈는 노란색 혹은 붉은색 왁스로 싸여 있다. 고다 치즈는 13세기에 수출을 시작하였으며, 현재 네덜란드 치즈의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네덜란드를 대표한다. 또 에담치즈는 빨간 사과같이 생긴 게 특징이다. 그 외 코티지 치즈(cottage cheese), 레르담 치즈(Leerdammer cheese)가 있다.

볼렌담은 에담치즈의 기원인 에담 마을7km 정도 떨어져 있다. 볼렌담 항구는 에담의 치즈 항구이기도 했다. 볼렌담이 에담치즈에 영향을 받았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볼렌담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볼렌담 사람들은 모든 것을 그들만의 방식대로 만들고 치즈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러니 볼렌담 치즈로 따로 구분해야 할 듯하다.

볼렌담 마을.

예술가의 마을 볼렌담

치즈 공장을 나와 레스토랑 드 런치(Restaurant de Lunch)라는 곳에서 식사를 한다. 항구 한가운데에 있는 이 레스토랑은 볼렌담 기념품으로 장식된 아늑한 분위기를 가진다. 항구도시에서는 생선요리도 빼놓을 수 없다. 키벨링(kibbeling)이라고 하는 생선튀김이 유명하다는데, 이름은 몰라도 생선튀김을 먹기는 했다. 맛이 괜찮다.

볼렌담의 피시 요리.

그리고 볼렌담을 잠시 둘러본다. 작은 목조주택과 좁은 골목, 활기 넘치는 항구가 있다. 항구에는 지역민을 모델로 한 청동상이 있다.

볼렌담은 관광 도시다. 원래 근처 도시인 에담의 항구가 있던 곳이며, 이 에담은 IJ만 어귀에 위치했다. 그러나 1357년에 에담 주민들은 조이데르(Zuiderzee) 해 방향의 별도의 항구가 있는 더 짧은 운하를 파냈다. 이로 인해 원래 항구가 필요 없어졌고, 이후 댐을 쌓아 토지 매립지로 만들었다. 농부와 지역 어부들이 정착해 볼란뎀이라는 새로운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볼렌담 마을 모습.

특히 볼렌담은 예술가의 마을로 유명하다. 독특한 음악 스타일 팔링사운드(Palingsound, 또는 장어 소리라고 부름)’로 대표되는 음악가들은 수년간 모든 네덜란드 일간지의 첫 페이지를 장식했다. “The Cats”라는 밴드를 비롯한 볼렌담 출신의 많은 음악가가 팔링사운드로 명성을 얻었다. 따라서 팔링사운드 박물관에서는 볼렌담 사운드를 체험할 수 있다.

또한 20세기 초반에는 피카소와 르누아르가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예술가들의 휴양지가 되었다. 예술가의 호텔이라 불리는 아트 호텔 스판더(Art Hotel Spaander)에는 숙박 시설과 워크숍을 제공하며 예술가들을 성장시켰다. 현재 1,300점 이상의 예술 작품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이 외에도 축구 클럽인 FC Volendam이 이 도시의 명성을 더했다.

볼렌담 박물관의 시가 밴드 하우스

볼렌담 박물관에는 유명한 시가 밴드 하우스가 있다. 볼렌담 수도사가 붙인 1,100만 여개 시가 밴드의 아름다운 모자이크를 볼 수 있다. 수집된 다양한 건물, 예술 작품, 풍차 및 기타 네덜란드 상징도 감상할 수 있다. 옛 어부들의 집을 둘러보며 옛날의 삶을 체험하는 것도 가능하다. 어린이 방문객을 위한 보물찾기와 공예 코너도 있다.

볼렌담 성당.

역사적으로 많은 선교사와 주교가 볼렌담에서 자랐다. 오늘날 마을 공원에는 물의 성모(Our Lady of the Water) 예배당이 있다. 이곳은 2014년 영화 (Queen)’의  촬영지였다. 또 매년 9월 첫 주말에는 볼렌담 축제가 열린다.

비록 1day 짜리 주마간산 투어였지만 꽤나 괜찮았다. 따로 여행을 가서 이곳에서 머물겠느냐고 묻는다면 그렇게까지는 안 해도 될 듯하다. 대신 암스테르담을 기점으로, 잔세스칸스를 빼고 하루 동안 둘러보면 좋을 곳이다.

다음 회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국립 미술관 등 빠진 여행지를 소개한다.


Travel Data

볼렌담 마르켄 익스프레스(Volendam Marken Express): 주소: Haven 39 1131 EP Volendam / 전화:+31 299 363 331

마르켄 박물관(Marken Museum): 주소:Kerkbuurt 44, 1156 BL Marken, 네덜란드 전화:+31299601904 / 웹사이트: https://www.markermuseum.nl/

나무신발공장(Wooden Shoe Factory Marken): 주소: Kets 52,1156 AX Marken, 네덜란드 / 전화: +31 299 601 250

볼렌담 치즈 팩토리(Cheese Factory Volendam): 주소: Haven 25, 1131 EP Volendam, 네덜란드 / 전화: +31 299 350 479

볼렌담 박물관: 주소:Zeestraat 41, 1131 ZD Volendam, 네덜란드 / 전화: +31 299 369 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