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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하고 의욕 없는 것도 우울증?

  • 기자명 장가현 기자
  • 입력 2021.12.12 10:38
  • 수정 2021.12.13 09:53
  • 댓글 0
  •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 김세진
우울증은 요 몇 년 사이 많이 알려지면서 꽤 유명한(?) 병이 됐지만 스스로 우울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여전히 적다. 우울증을 앓고 있어도 우울감이 없거나 슬프지 않다는 이유로 우울증인지 모르고 지내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우울감에 빠지기 쉬운 요즘, 나도 모르게 걸릴 수 있는 우울증에 대해 자세히 알아두면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가 잘 몰랐던 우울증의 다양한 양상을 김창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게 들었다.

우울증은 현대인을 좀먹는 질병이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6년 우울증 환자 수는 여성 43만 1306명, 남성 21만 1796명으로 총 64만 3012명을 기록했다. 스스로 우울증이라 의심하고 병원을 방문한 환자의 수가 64만 명이 넘지만 우울증인지 인지하지 못한 환자까지 포함하면 우울증 환자의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우울증은 대략 100명 중 5~10명 정도가 경험한다. 이 중 치료가 필요한 중증 우울증 환자는 3~5명으로 알려져 있다. 
우울증은 우울감과 차이가 있다. 평소보다 기분이 가라앉거나 슬픈 생각이 드는 것처럼 가벼운 우울감은 정상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우울증은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정도로 고통스럽고 불편한 상태를 말한다. 대개 이런 상황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우울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김창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전형적인 우울증은 누가 봐도 ‘너 왜 그래?’라고 할 정도로 우울한 것이 티가 난다”며 “기쁜 일이나 즐거운 상황에 있어도 웃지 못하고 아무런 반응이 나오지 않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식욕, 수면 패턴의 변화도 우울증 증상
반면 우리가 알고 있는 우울증의 전형적인 모습과 조금 다른 증상도 있다. 무기력하고 하루 종일 멍한 상태가 지속되는가 하면, 갑자기 입맛이 뚝 떨어지기도 하고 식욕이 돋아서 끊임없이 탄수화물을 찾기도 한다. 머리로는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한데 막상 몸이 따라주지 않아 일이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고 있다면 이것도 마찬가지로 우울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우울감이 없는 우울증을 비전형적 우울증이라고 합니다. 비전형적 우울증 환자는 행동이 평소와 다를 바 없어서 남들이 쉽게 눈치 채지 못하지만 당사자는 꽤 심각한 상황인 경우가 많아요. 이런 경우 혼자서 우울증이 심해져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때문에 가족들은 환자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타살 의혹을 주장하기도 합니다.” 
비전형적 우울증의 경우 조울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조울증은 생각보다 흔한 질병이다. 100명 중 1~2명이 조울증 환자로 추정되는데 경미한 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는 잘 파악되지 않아 실제 환자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우울증은 우울증 증상만 보이지만 조울증은 조증과 우울증 증상이 같이 발현되는 것을 말한다. 조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잠이 줄어드는 것이다. 자존감이 올라가서 내가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다른 사람을 자주 지적하고 비판하기도 하고, 씀씀이가 커지기도 한다. 증상이 심해지면 실제와 전혀 상관없는 망상에 빠지기도 한다.  
우울증의 1차적인 원인은 생물학적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뇌의 기분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이 불안정해지면서 세로토닌이나 노르에피네프린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때문에 우울증 치료는 이런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잡아주는 약물로 치료할 수 있다.
“요즘은 항우울증제가 많이 발전해서 별다른 부작용이 생기지 않습니다. 약을 한 달만 복용해도 절반 정도는 좋아지는 것이 느껴져요. 간혹 증상을 빨리 완화시키기 위해 항불안제를 섞는 경우가 있어요. 항불안제는 당장의 불안한 증세를 잠재우고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지만 졸릴 수 있어요. 때문에 초반에만 복용하길 권합니다.”

 

 

무기력하고 하루 종일 멍한 상태가 지속되는가 하면, 갑자기 입맛이 뚝 떨어지기도 하고 식욕이 돋아서 끊임없이 탄수화물을 찾기도 한다. 머리로는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한데 막상 몸이 따라주지 않아 일이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고 있다면 이것도 마찬가지로 우울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항우울증제 복용, 인지상담치료 병행해 치료

우울증의 다른 원인으로는 심리적인 요인이 있다. 스트레스나 어린 시절 불행했던 경험이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면 남들보다 예민해져 평소 자신을 탓하기 쉬워진다. 이런 경험을 한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스스로 상처받고 자존감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나는 왜 이렇게 무능할까’,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에 빠지면 감정이 가라앉으면서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세상이 내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다고 느낄 때도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 세상이 나를 인정해주지 않아 혼란에 빠지면서 나의 가치관이 흔들릴 때도 마찬가지다. 내가 세워놓은 가치관이 흔들리면 공허해지고 사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즉 내가 꿈꿔왔던 모습과 현실의 모습에 괴리가 커지면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 
이런 경우 약물치료를 전제로 인지상담치료를 병행하는 것도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 최근 심리학계에서는 내담자에게 받아들임을 강조하는 제3세대 인지행동치료가 주목받고 있다. 내담자의 생각이나 감정을 변화시키려 하지 않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우울증이 개선되려면 괴로움을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빠를 수 있다. 김 교수는 어쩌면 우울증이 삶에 대한 태도를 바꾸라는 신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과에 연연한 태도보다 내가 할 도리를 다하면 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내가 세상을 컨트롤하는 것은 교만한 생각이에요. 사실 세상은 나의 뜻대로 절대 움직여주지 않거든요. 억울해도 이것을 받아들이고 커다란 흐름에 결과를 맡기는 거예요. 환자들을 보면 결국 우울증을 이겨내는 데 필요한 것은 결국 인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추운 겨울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인내하면 봄은 생각보다 더 빨리 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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