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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큰손 다 모였다! VVIP도 줄서서 대기한 키아프(KIAF 2021) 현장

  • 기자명 임언영
  • 입력 2021.10.27 09:58
  • 수정 2022.06.16 17:44
  • 댓글 0

올해 20주년을 맞은 키아프가 5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VVIP, VIP로 나눠 진행된 페어에는 소위 ‘큰손’들이 대거 출동했다. 그 풍경이 꽤나 흥미로웠다. 입이 딱 벌어지는 고가의 작품을 앞에 두고 펼쳐진 광경은, 마치 백화점 명품관의 오픈런 현장을 떠오르게 했다. 미술계 관계자들도 “이런 날이 오다니”라는 감탄사를 연신 내뱉었다. 

10월 13일 오후 강남구 코엑스홀 전시장. 2년 만에 열리는 키아프 서울 2021(KIAF SEOUL 2021·이하 키아프)의 티켓 교환 부스 앞은 대기하는 사람들과 문진표를 작성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첫날부터 반응이 대단했다.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에서 미술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그것이 오랜만에 열리는 국내 최대 미술행사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키아프는 미술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놓치지 않는 행사다. 옥션이나 갤러리에서 작품을 구입하는 것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고, 신진작가들의 작품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자리다. 국내 갤러리는 물론 해외 갤러리의 작품을 번거롭지 않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도 많은 사람들이 키아프를 즐기는 이유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미술시장의 흐름까지 한눈에 알아보면서 미술 지식까지 쌓을 수 있는 좋은 자리이니, 미술 애호가들이 반갑게 찾아갈 만한 행사라는 말이다. 국내 최대 아트페어인 키아프가 2년 만에 열리게 되었으니 애호가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은 짐작 가능한 상황이다 싶지만, 이날의 풍경에는 조금 다른 특별함이 있다. 

미술 시장이 점점 인기가 많아지고 미술품의 가격이 올라가는 것과 비례해서 고가의 컬렉팅에 나서는 사람들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소위 ‘큰손’들이 많아졌다는 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입장객 제한이 필요하기도 했지만, 기존 VIP를 넘어서는 새로운 VVIP의 필요성이 대두되기도 했다. 키아프 측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VVIP 프리뷰 데이를 마련했다. 총 5일의 페어기간 중 첫날인 13일은 VVIP 프리뷰, 14일은 VIP 프리뷰, 그리고 15일부터 17일은 일반 관람으로 입장을 구분했다. 다시 말해 13일 오후 3시부터 9시까지 키아프 현장을 방문한 관람객은 각 갤러리의 VVIP 손님이었던 것이다. 
 

“죄송합니다, 솔드 아웃입니다” 
올해 처음 시도한 VVIP 카드, 첫날 매출만 350억

키아프 관계자에 따르면 첫날 진행된 VVIP 프리뷰의 매출 집계 결과는 약 350억 원이다. 이는 역대 최대 판매실적을 올린 2019년 키아프 전체 매출 310억을 뛰어넘은 수치다. 지난 5월 부산에서 열린 아트부산에서 약 350억 원을 기록해 화제가 됐는데, 이번에는 하루 만에 그 기록을 깬 것이다. 페어가 끝나고 키아프 측에서 공개한 전체 매출이 650억 원이라는 것을 보면, 첫날 VVIP들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이었던 셈이다. 

이렇게 되니 VIP도 아닌 VVIP에 대한 궁금증이 커진다. VVIP 카드는 키아프에서 이번에 처음 시도한 제도다. 동반 1인까지만 입장이 가능한 카드로, 한정된 수량만 갤러리의 주요 손님에게 제공되도록 2000여 장이 발급됐다. 전 세계 10개국 170여 개 갤러리가 참가했으니, 공평하게 배분했다는 전제를 두면 각 갤러리마다 11~12개의 티켓이 배분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렇게 엄선해서 초대된 VVIP들이지만 현장 분위기는 뜨거웠고 다소 소란스럽기도 했다. “VIP도 아니고 VVIP 프리뷰인데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라는 원성이 곳곳에서 들렸다. 인기 작품 앞에서는 스마트폰으로 인증샷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고, 큐레이터들은 관람객들을 응대하느라 부산했다. 음료를 제공하는 VIP 라운지의 주문 줄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일반 카페에서 음료를 구입하는 데도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작품을 구매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키아프 측에 따르면 올해는 VVIP의 출석률이 좋았다고 한다. 발급된 2000여 장 중 70~80%에 달하는 손님들이 첫날 방문했다. 이전에는 VIP 카드를 수령한 손님들이 오픈일이나 주말에 혼자 느긋하게 왔다면, 올해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구하기 힘든 VVIP 카드를 받은 손님들은 동반인과 함께 빠짐없이 방문했고, 이로 인해 컬렉션을 기다리던 주요 큰손들이 대부분 첫날에 입장했다고 한다. 

키아프 현장 방문이 어려운 경우 온라인 뷰잉룸을 통해 작품 문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운영됐는데, 행사 시작 전에 이미 선판매가 다수 이루어졌다. 작품에 대한 정보가 어느 정도 노출이 되어서 시작하자마자 구입한 경우가 많았다. 원로작가 김구림의 작품은 전시를 위해 꺼내는 순간 판매가 이루어져서 벽에 걸리지도 못하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관계자들은 그만큼 컬렉터들의 미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서 가능해진 일이라고 말했다. 

큰손이 늘어난 만큼 구매 풍경도 흥미로웠다. 가령 좋아하는 작가의 모든 시리즈를 한꺼번에 구입하는 식이다. 대형 갤러리의 한 큐레이터는 “이우환, 박서보 등 단색화에 대한 수요가 높은 최근 몇 년의 트렌드가 유지되고 있다”면서 “팬덤이 형성되어서 고가 작품에 대한 수요도 굉장히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와, 박서보 작가님이다!”
달라진 미술계 위상, 관계자들도 ‘신기’  

이번 키아프에 대한 열기는 스타들의 방문을 통해서도 전해졌다. BTS의 뷔와 RM, 전지현, 이병헌 이민정 부부, 소지섭, 노홍철, 황신혜, 소유진, 성유리, 한지혜 등 유명 연예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는 소식이 언론을 포함한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화제가 됐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앞서 언급된 스타들의 방문이 그렇게 화제가 된 사건은 아니었다. 관람객들은 작품을 감상하고, 가격을 확인하고, 구매를 고민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했다. 키아프에서 스타는 연예인이 아닌 작품과 작가였다. 오프닝 행사에 참석한 박서보 작가를 보고 “어머, 박서보 작가님이야!” 하면서 반가운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멀리서 뛰어와 인사하고 인증샷을 요청하면서 팬심을 드러내는 관람객도 있었다. ‘도넛 작가’로 알려진 김재용 작가, 독특한 조각품으로 알려진 김원근 작가 등 현장에 있는 작가들은 팬들의 인증샷 요청을 흔쾌히 들어주었다. 미술계 인사에 따르면 작가들의 팬덤이 생긴 것도 최근 미술계의 새로운 변화라고 한다. 

한편 이번 키아프에 참가한 갤러리들은 오전 11시 행사가 열리기 두세 시간 전부터 판매된 작품을 교체하여 새로운 작품을 준비하고 손님을 기다리기도 했다. 거의 대부분의 갤러리들이 첫날과 다른 작품으로 교체했다. 무라카미 타카시 솔로 전시로 부스를 꾸몄던 페로탕 갤러리는 예약되어 있던 작품까지 모두 완판했다. 이화익 갤러리의 차영석 작가 작품은 매일 새로운 작품을 보충해야 했고 가나아트도 김구림 작가 등 대부분의 작품이 판매되었다. 국제갤러리도 첫날 걸려 있던 칸디다 회퍼, 줄리안 오피 작품이 다른 작품으로 교체되었고, 일본에서 참가한 갤러리 에델은 설치한 작품과 창고에 보관 중인 작품까지 모두 완판됐다. 작은 부스로 준비한 VSF는 전시한 작품을 모두 판매했고 갤러리 스탠을 비롯한 참가 갤러리 여러 곳이 솔드 아웃으로 부스에 설치한 작품을 모두 판매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5일 내내 행사장은 주말과 같이 방문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키아프 작년의 부재로 미술행사에 대한 미술 애호가들의 갈망이 어느 때보다 심했다. 더불어 장기화된 코로나19로 인해 고립된 환경 속에서 다양한 갤러리와 작품 관람을 통해 힐링을 원하는 방문객이 줄을 이었다. 전 세계의 아트마켓이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한국은 오히려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신진 컬렉터들이 미술작품 투자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편 키아프는 내년부터는 세계 3대 아트페어인 영국 프리즈와 공동 개최할 예정이다. 미술 애호가들의 기대감은 벌써부터 내년 키아프에 닿아 있다. 

 

미술품 구매 열기, 반가우면서도 걱정 
노소영 관장 SNS “지금 미술시장 붐은 막차!” 

이렇게 미술품 구매 열기가 뜨거워진 게 반가우면서도 걱정스럽다고 보는 시선도 많다. 키아프에 참가한 한 갤러리 대표는 작품이 완판된 것은 기쁘지만, 미술시장이 과열된 게 아닌가 걱정이 생기는 것도 솔직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오랜 미술 애호가들의 반감도 무시할 수 없다.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한 점씩 사는 소박한 취미활동이 불가능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 값이 너무 비싸졌는데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 상대적으로 홀대받는 느낌이 든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16일 진행된 키아프 토크 프로그램에 패널로 참석한 아트센터나비 노소영 관장이 SNS에 남긴 글이 흥미롭다. 키아프를 10년 만에 찾았다는 그는 미디어아트에 대한 견해를 밝히면서, 지금 미술시장의 붐은 막차라는 글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지금 미술시장의 붐은 막차이다. 어떻게 아느냐고? 내가 미술품은 사지 않았어도, 다른 종목의 막차를 몇 번 타 봐서 그 느낌을 좀 안다. 지금의 미술시장은 확실히 과열이다. 지금 사면 아니 되옵니당!”이라는 글을 남겼다. 공감한다는 댓글에는 “지금은 안 좋은 콜렉션을 터는 시기다”, “2, 3년 기다렸다가 사면 진짜가 드러난다”, “대체로 뭔가 핫하다는 것을 따라가다 보면 대체로 막차더라”는 ‘솔직(?)’한 견해를 드러내, 미술시장 과열론에 힘을 더했다.

사진(제공) KI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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