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화의 배우 필모그래피가 하나 더 늘었다. 군복무를 마치고 드라마 <대박부동산>으로 복귀한 정용화. 한결 여유로워진 모습이다. 내면에 집중할 줄 아는 내공이 생긴 덕이다. 그의 성장은 진행 중이다.
4년 만의 드라마 컴백이었다. 마냥 근사한 주인공을 연기할 줄 알았더니 ‘사기꾼’을 맡았다. 코믹, 액션 그리고 빙의까지, 오컬트 장르 드라마 <대박부동산>은 정용화에게 도전이었다. 그는 <대박부동산>을 은인 같은 드라마라고 했다. 배우는 물론, 30대 청년으로서 성장의 발판이 돼주었으니.
전역 이후 첫 작품이다. 복귀한 소감은? 사실 좀 떨렸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 반, 걱정 반이었는데 <대박부동산>을 하길 200% 잘했다. 무엇보다 부모님이 너무 좋아하셨고 지인들도 너무 재밌게 시청했다고 한다. 그런 데서 오는 뿌듯함이 크다. 전에는 (작품에 대한) 평가가 많이 갈렸는데 이번에는 다들 재밌다, 그다음 내용이 어떻게 되느냐며 궁금해 했다. 많은 분들이 이번 드라마를 사랑해주셨구나 체감할 수 있었다.
제작발표회에서 “배우로서 많이 성장했단 말을 듣고 싶다”고 했다. 결과적으론 어떤가. 아쉬운 부분도 부족한 부분도 많았지만 이전에 연기했을 때의 느낌에서 탈피했다. 많이 성장한 것 같다. 연기가 성장했다기보다 마음가짐이나 작품을 대하는 부분들이 성장한 것 같다. 선배님들과 함께하면서 많이 배웠고, 아쉬움 없이 표현했다. 결과적으로 작품을 잘 골랐다.(웃음)
오컬트 장르는 처음이지 않나. CG 등 연기하면서 신경 쓴 부분이 있었는지. 배우 혼자만 잘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CG만 좋아서 되는 것도 아니란 걸 알았다. 감독님께 많이 여쭙고 서로 믿으면서 촬영했다. 감독님 말씀을 들으며 CG를 상상했고 내가 준비한 연기를 보여드렸다. 함께 만들어가는 자체가 재밌고 많은 공부가 됐다.
이전에 연기한 역할들과 결이 다른 배역이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첫 등장에 임팩트가 있길 바랐다. 전형적인 사기꾼 캐릭터의 느낌을 보여주고 싶진 않았다. 여러 가지 스타일의 사기꾼을 생각한 다음에 감독님께 뭐가 더 좋을지 여쭤봤다. 준비한 스타일을 극 상황에 따라 녹였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빙의 연기’가 큰 재미 요소였지만 배우에겐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대본을 고를 때 가장 신중하게 검토했던 부분이다. 또래 배우들도 이 작품을 (제안) 받았다면 비슷한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고민이 되긴 했지만 너무 하고 싶었다. 대사가 입에 착착 붙는다고 해야 하나. 중간 중간 코믹적인 요소를 잘 살리면 현장에서도 시청자분들께도 100% 터질 거란 확신이 들었다. 대본을 정말 꾸준히 보면서 극 중 원귀들의 감정을 많이 연구했다. 그 노력이 많은 도움을 준 것 같다.
동료 배우들과 호흡이 굉장히 좋았다고 들었다. 동료들을 칭찬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사실 작품을 하다 보면 모든 동료들과 대화가 잘 통할 순 없다. 근데 이번에는 전부 잘 통하고 케미가 좋았다. (장)나라 누나는 타고난 연예인이다. 연예인이 안 됐다면 뭘 했을까 싶을 정도다. 타고난 연예인인데 심지어 노력형이다. 노력하는 천재. 주변 사람들한테도 잘하고 배울 점이 많은 누나다. (강)말금 누나는 이렇게 재밌는 사람인지 몰랐다. 유쾌하게 놀다가도 연기를 시작하면 180도 바뀐다. (강)홍석이 형은 생각의 폭이 정말 넓어서 1을 주면 10, 20까지 확대시킬 수 있는 매력을 가졌다.
배우 정용화의 강점도 궁금하다. 가수로서는 강점을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배우로선 확신이 없는 편이었다. 이번에 동료 배우들이 “멀쩡하게 생겨선 코믹을 잘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말해줬다.(웃음) 말금 누나는 집에 가서도 생각날 만큼 나한테 재밌는 부분이 많다고 했다. 이게 내 강점인가.
군 생활 이전과 이후, 연기적인 면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나. 아무래도 달라졌다. 복무 이전과 이후는 20대와 30대의 차이다. 20대 때는 되게 잘생겨 보이고 싶은 마음이 컸었다. 30대가 되니 껍질을 버리고 연기를 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했더니 스태프 분들이 좋아해주시고 (시청자) 반응도 괜찮더라. 아, 내가 꼭 멋있어 보이려고 하지 않아도 충분히 매력을 드러낼 수 있겠구나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연기 활동 초반에는 꽃미남 역할을 많이 했었다. 잘생겨 보이고 싶은 마음의 연장선이었나. 일단 그런 캐릭터가 많이 들어와서 사실상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나이 대라서 할 수 있는 배역들이었다. 그때는 더 멋있어 보이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같은 역할을 하더라도 다른 요소를 더할 수 있을 것 같다. 꾸며서 멋있어 보이는 게 아니라, 내가 가진 장점들을 보여줬을 때 연기가 자연스럽고 시청자들도 매력적으로 느끼지 않을까.
# 그때와 지금
정용화는 속이 차오르는 열매 같았다. 그렇다고 금방 떨어질 것같이 푹 익은 열매는 아니다. 때에 맞춰 정도껏 영글어 간다. 외면도 내면도 정연해진 30대 청년이다.
데뷔와 동시에 큰 사랑을 받은 케이스다. 돌이켜보면 그것이 득이었나 독이었나. 무조건 득이다. 이렇게 잘돼도 되나 싶을 정도로 처음부터 너무 잘돼서 불안하기도 했었다. 핫한 것과 인기는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핫한 게 언제까지나 이어지진 않을 거고, 이후로는 스스로 채워나가야 한다. 그 과정이 좀 힘들긴 했지만 처음부터 잘된 덕에 나를 채찍질할 수 있었다. 천운이다.
카메라 밖의 자연인 정용화는 어떤 사람인가. 자유로움을 갈망하는 스타일이다. 카메라 안에선 어떤 사소한 행동도 절대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해서 카메라 밖으로 나오면 자유를 갈망한다. 전에는 작품을 마치면 하와이 같은 곳에 숨어 지내며 서핑도 했었다. 팬 분들이 피부를 태우지 말라고 해도 태우고.(웃음)
최근에 갖는 고민은 무언가. 배우로서든 가수로서든 전에는 고민이 너무 많았다. 문제가 될 정도로 많았다. 눈만 감으면 걱정이 앞서서 잠을 못 잘 정도로. 이제는 고민과 걱정을 덜 하려고 노력 중이다. 고민하지 않아도 잘 해낼 거란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많이 바뀐 것 같다.
내면의 가치를 더욱 중시하는, 내면을 들여다보는 방법을 찾았다는 느낌이 든다. 평소 소신이나 가치관은. 너무 잘되려고 욕심을 부리진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목표를 갖고 최선을 다할 뿐이지, 성공하기 위해 뭔가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예전에는 전부 잘하는 것처럼 보여야 하고 미디어를 통한 내 모습이 완벽해 보이길 바랐다. 근데 오히려 그런 마음을 내려놓고 내면을 보여줬을 때 대중은 매력을 더 느끼는 것 같다. 전에는 나 혼자 생각하고 앞만 보고 갔다면 지금은 주변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여유로워진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군 생활의 영향일까 나이 듦의 영향일까. 둘 다 있는 것 같다. 군복무 때 어린 친구들이랑 지내면서 영향을 받았다. 사회 초년생인 친구들의 걱정을 듣다 보니 나는 지금까지 너무 행복하게 살았구나. 배부른 소리를 하며 힘들어 했구나 싶었다. 어떤 친구는 휴가 가서 돈을 써야 하기 때문에 PX에선 아낀다고 하더라. 그러면 내가 사주기도 하고. 사소한 데서 오는 생각이 많았다. 여유로워 보인다는 건 정말 좋다. 내가 조급해 하면 남들도 그걸 느끼더라.
가수, 배우 활동을 병행 중이다. 모두 소화하기 위한 자기관리법이 있나. 둘 다 너무 재밌고 좋다. 행복한 직업을 가졌다. 둘 다 잘 소화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잘하려고 노력한다. 오래 일하려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술, 담배를 하지 않는다. 30대가 되니까 빨리 피곤해지는 것 같다. 전에는 한 시간 자면서 활동해도 피로를 못 느꼈는데 지금은 하루 밤을 새면 이틀은 눈이 감길 만큼 피곤하다. 최근에는 어머니가 공진단을 선물해주셨다.(웃음)
누군가에겐 가수로, 누군가에겐 배우로 알려져 있다. 둘 사이 균형점을 어떻게 맞추고 있나. 어느 쪽이든 좋다. “어? 씨앤블루 정용화다”라는 것도 좋고, “어? 저 사람 어디에 나온 배우잖아”라고 하는 것도 좋다. 굳이 균형을 맞추려 하진 않는다. 둘 다 보일 수 있다는 건 두 분야를 잘하고 있다는 칭찬인 것 같다. 몸이 하나라 아쉽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고,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다. 시간을 잘 쪼개서 다 잘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어떤 가수,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 “우와, 정용화는 노래도 잘하고 연기도 잘하고 예능도 잘하네?” 그런 이야기를 계속 듣기 위해 노력할 거다.
아직 대중이 모르는 정용화의 모습은? 너무 많지 않을까.(웃음) 배우 정용화를 보다가 가수 정용화를 보는 것, 가수로 보다 배우로 보는 것이 다를 수 있듯이 여러 가지 모습을 지켜봐주시면 좋겠다.
씨앤블루 활동 계획은 아직인가? 멤버들이랑 곡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누고 있어서 시간만 된다면 바로 (무대에)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정용화의 꿈, 목표는. 나라 누나처럼 오랫동안 연기하고 노래하면서 대중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싶다. 다방면에서 잘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들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현재 차기작 제안이 유난히 많이 들어와서 빠른 시일 내에 새 작품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사진(제공) : F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