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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경 작가의 초록 생활

  • 기자명 박미현
  • 입력 2021.04.26 16:03
  • 댓글 0

미세먼지 때문에 식물을 집에 들이기 시작했다는 정재경 작가. 그는 식물을 매일 살피고 기르다 보면 보살핌과 위안을 받는 건 식물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 자신임을 깨닫게 된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만약 우리 집이 숲이 된다면 과연 나의 삶은 바뀔까.

식물과의 만남, 그 시작은 미세먼지로부터 

 

 

<우리 집이 숲이 된다면>, <초록이 가득한 하루를 보냅니다> 등 식물에 대한 책을 낸 정재경 작가. 2004년 설립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더리빙팩토리의 대표이기도 한 그가 이렇게 식물 책을 두 권씩이나 내며 초록 생활 예찬자가 된 건 바로 미세먼지 때문이었다. 

 

“2015년경, 업무상 페인트나 인쇄 공장을 자주 방문했어요. 그런데 그곳만 다녀오면 폐가 있는 척추 양쪽이 뻐근하고 아무 이유 없이 피곤이 몰려왔죠. 함께 다녀온 남편은 멀쩡한데 저만 그러니 제 호흡기가 약하다고만 생각하고 단순하게 넘겼어요. 그런데 미세먼지 주의보가 뜬 날이면 똑같은 증상이 자주 나타나는 거예요.”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자주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정 작가뿐만 아니라 어린 아들에게도 새빨간 코피를 흘리게 할 만큼 큰 위협이었다.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이민 갈 생각도 했다. 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결국 포기하고 차선으로 아파트에서 서울 근교 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보통 미세먼지가 심한 날 창문을 닫고 실내 공기청정기를 작동시켜요. 그런데 저는 공기청정기를 틀어도 컨디션이 나아지지 않더라고요. 공기청정기는 공기 중의 먼지만 걸러주고 우리 몸에 필요한 산소나 음이온을 공급하지 않으니 공기청정기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닌 거죠. 그렇게 고민하다 ‘집에 숲처럼 나무가 많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고 이때부터 집에 식물을 들이기 시작했어요.”

 

그가 식물을 들이는 목적은 분명했다. 바로 집안 공기정화다. 오염된 실내 공기 개선에는 식물로 가득한 실내 공간이 하나의 해결책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1년 남짓 기간 동안 50가지가 넘는 종류의 식물 200그루로 집안을 채웠다.

 

“처음에는 저도 초보자라 열심히 공부했죠. 식물을 키우다가 죽이지 않을까 겁도 많이 났어요. 하지만 식물들을 그룹 지어 모아놓으니 식물들끼리 스스로 생태계를 만들어 관리가 좀 부족해도 잘 자생하더라고요. 과학적으로도 식물은 모아놓으면 생장을 돕는 물질을 서로 주고받으며 자란다고 해요.”

 

 

정말 그의 집은 이사한 지 1년 만에 200가지가 넘는 식물이 자라는 숲이 되었다. 그리고 식물이 늘어남에 따라 집 안의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진다는 것을 수치로 확인했고 이미 한결 편안해진 몸과 마음이 이를 증명했다. 

 

공기정화 효과가 높은 식물로는 이레카야자, 관음죽, 대나무야자, 고무나무, 행운목, 양 담쟁이(잉글리시 아이비), 피닉스 야자, 보스턴고사리, 스파티필럼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우리 집에 어떤 식물이 좋을지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기에 자신이 보고 마음이 가는 식물을 고르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식물과의 동거가 낯선 분들은 스킨답서스, 스파티필럼, 접란 세 가지를 추천드려요. 스킨답서스는 실내에서 키우기 가장 쉬운 식물로 알려져 있어요. 나사의 공기정화식물 순위 12위에 올라와 있을 만큼 공기정화 능력도 뛰어나고 병충해에도 강하죠. 백조 같은 하얀 꽃을 피우는 스파티필럼은 반음지에서도 잘 자라요. 나사의 공기정화식물 리스트 10위에 오른 식물이죠. 마지막으로 접란도 추천해요. 물 컵에 꽂아놓기만 해도 뿌리를 내리며 잘 자라고 반려동물이 먹어도 안전한 식물이죠.”

 

 

식물 스타일링, ‘통일, 비례, 균형, 대칭, 리듬감’  

 

정 작가가 집에 식물을 200개까지 늘리면서 가장 고민했던 건 어떻게 하면 아름답게 배치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였다. 인테리어 리모델링을 하던 시절, 다른 집을 방문할 일이 많았는데 베란다를 가득 채울 만큼 많은 식물이 있어도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식물 배치에 미학적 요소가 빠졌기 때문이었다. 

 

“우선 집에 식물을 배치할 때 벽과 벽이 만나는 모서리는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곳이라 큰 식물을 배치하면 좋아요. 사람의 동선을 막지 않는 자리고 보통 아파트는 이런 코너에 창이 있어 식물이 잘 자라죠. 그리고 조금 더 전문적으로 들어가면 식물 스타일링에서 꼭 기억해둬야 할 것은 바로 ‘통일, 비례, 균형, 대칭, 리듬감’이에요.”

 

 

정 작가는 학창시절 미술 시간에 많이 배웠던 ‘통일, 비례, 균형, 대칭, 리듬감’ 이 다섯가지 디자인의 요소를 식물 스타일링에 적용해 스타일링을 완성했다. 이는 식물뿐 아니라 집 안의 가구나 소품들을 배치할 때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미학적 요소라고 말한다. 

 

 

우선 플랜테리어에서 통일은 화분의 색상이나 소재를 통일해주는 방법이다. 이렇게 컬러나 소재를 비슷하게 맞추는 것만으로도 시선이 정리돼 보인다. 그리고 비례는 1:1:1.618의 황금비율을 생각하면 된다. 그리스 신전이나 비너스 상도 이 비율을 따르고 있는데, 이 비율을 정확히 지키기 어려우니 1:2 또는 2:1 정도로 비율을 맞추면 보기 편하다. 아파트의 경우 바닥에서 천장까지 높이가 보통 2,200~2,400mm 사이니 큰 식물을 놓고 싶을 때는 1,400~1,600mm 높이, 그리고 그보다 작은 식물은 700~800mm 높이를 맞춰 배치하면 비례가 대략 2:1, 1:2로 맞춰져 안정감이 생긴다. 만약 크기가 작은 화분이라면 스툴이나 화분대로 높이를 맞추는 방법도 좋다. 그리고 균형은 만약 10개의 식물이 있다면 가장 큰 식물 1개를 따로 두고 남은 9개는 2~3개 그룹으로 나눠 모아놓는 방식으로 균형감을 잡는 방법이다. 이렇게 식물을 덩어리 감으로 균형을 조절하면 미적으로도 아름답고 식물을 모아놓으면 생장에도 도움이 된다. 대칭은 그리스 신전이나 호텔 로비처럼 양쪽에 비슷한 크기의 식물을 하나씩 배치하는 방식이다. 비슷한 사이즈 식물 2개를 양쪽에 세워 대칭을 잡으면 한결 아름답게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리듬감은 ‘강 약 중강 약’을 생각하면 쉽다. 같은 종류의 식물이라도 크고 작은 크기의 높낮이 변화를 주면 시선이 흘러 리듬감이 느껴진다. 

 

“플랜테리어를 할 때 이런 이론을 기억해두면 스타일링할 때 도움이 되지만 나와 우리 가족이 편안하고 아름답게 느낄 수 있는 그 지점을 찾는 것이 중요해요. 식물은 인문학의 영역이라고도 말해요. 정답이 없는 거죠. 자신이 식물을 즐겁게 관리할 수 있으면서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그 지점을 찾아가면서 하나씩 확장해나가는 거예요. 그 과정을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정 작가는 화훼장식기능사, 도시농업관리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식물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좀 더 전문성을 갖기 위함이었다. 이렇게 식물은 정 작가에게 편안한 숨과 마음은 물론, 미래를 새롭게 꿈꾸게 하는 기회가 되어주었다. 

 

“제 삶은 식물을 기르기 전과 후로 나눠지는 거 같아요. 식물하고 같이 살면서 제 에너지 레벨이 굉장히 높아졌어요. 새 잎을 밀어내며 생명 에너지를 뿜어내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뭔가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죠. 그래서 매일 글을 쓰게 됐고 제가 문학적 욕심이 있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그동안 없었던 창조성이 깨어난 거죠. <여성조선> 독자 분들도 싱싱한 식물들과 함께 일상을 살아갈 긍정 에너지를 가득 충전하시길 바랍니다.”

사진(제공) : 조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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