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힙 플레이스 창조하는 디자이너들

  • 기자명 최안나 기자
  • 입력 2018.01.11 18:22
  • 댓글 0

다양한 디자인 분야를 무람없이 넘나들며 힙 플레이스 탄생에 큰 지분을 맡고 있는 디자이너 세 팀을 만났다.

CHOI JOONGHO STUDIO 
최중호
-
“디자인 영감은 어디서 받느냐보다 어떻게 영감으로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본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물과 경험을 바라보면 모든 것은 영감이 될 수 있고,
새로운 시각과 물음이 생겨난다.”


그는 가구와 조명, 제품 디자인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지금은 리빙, 공간,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디자인 전반에 걸쳐 다양한 프로젝트를 지휘한다. 아메리칸 스탠다드, 자브라, 3M, 삼성, 반얀트리 등 세계적인 기업과 협업했으며, 레드닷디자인 어워드 베스트오브베스트 수상을 포함해 국제공모전에서 다수 수상한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그가 작업한 레스토랑 ‘샤누’는 <월간 디자인>에서 매년 선별하는 올해의 우수 디자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최중호 스튜디오는 어떤 작업을 하는 곳인가. 생활용품, 전자제품, 가구, 조명 등 제품 디자인을 하면서 인테리어 디자인, 공간 스타일 등 생활 영역까지 작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최중호 스튜디오의 작업을 설명해줄 수 있는 단어를 나열한다면. 조화, 소통, 어울림, 융화, 합리적, 지속 가능

공간을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자연스러움’이다. 나는 제품 디자인을 시작으로 공간 디자인 영역까지 커리어를 확장해갔기 때문에 공간에 놓이는 요소들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지를 늘 고민한다.

나만의 작업 철학은. ‘소통’과 ‘어울림’으로 설명할 수 있다. 다양한 문화적 감성을 융합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특히 대립되는 것끼리 합을 만들어내는 걸 즐긴다. 이를테면 화려함과 실용성, 관능성과 치밀함, 기교와 억제 등 정반대되는 것들의 특성에 나만의 감성을 덧칠해 디자인에 담아낸다.

요즘 눈여겨보고 있는 공간이나 프로젝트가 있다면. 프랑스 파리 중심가에 위치한 ‘호텔 코스테’. 우리나라에서는 DJ 스테판 폼푸냑의 라운지 컴필레이션 앨범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호텔 코스테 바(BAR)에서 흐르던 곡들이 담겨 있다. 호텔 코스테라는 공간은 그 음악에서 느껴지는 매혹적이면서 은은한 감성과 고전적이고 단단한 아름다움이 공존한다. 이들이 브랜드 사이트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브랜드를 보여주는 방법 또한 매력적이다.

앞으로 만들고 싶은 공간은. 호텔 코스테, 에이스 호텔 같은 작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이 명확한 호텔 브랜드의 공간 디자인 해보고 싶다. 호텔은 객실부터 로비, 레스토랑, 바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공간들이 한곳에 모여 있다. 얼마나 매력적인가.

작업한 공간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면 좋을까. 그들의 공간과 삶에 영감을 줬으면 한다. 디자인이라는 것은 대중과 가깝게 즐길 수 있어야 비로소 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major works

 

샤누 청담동 중심에 위치한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프렌치 레스토랑에 어울리는 클래식한 스타일과 패션 브랜드들이 밀집되어있는 거리 특성을 고려해 도시적이고 차가운 현대적인 감성을 더해 공간을 재해석했다. 남향에서 채광이 들어오고 반대 방향으로 깊은 공간 구조를 가지고 있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가구와 조명, 선반 등 모든 집기를 손수 디자인했다.

 

 

보버라운지 박성현 소장과 협업한 보버라운지는 섬세한 면의 구성, 골드와 회색의 조화, 따뜻한 패브릭 소재 등으로 구성해 포근하면서도 강한 여성성을 강조한 공간을 완성했다. 간결한 몰딩과 예리한 골드 금속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7m 높이의 벽, 대리석으로 제작한 대형 바, 크리스털과 금속으로 이루어진 대형 샹들리에 등으로 화려하면서도 섬세한 느낌을 절제되게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세븐티 스튜디오 해방촌에 위치하며 다양한 영역의 창의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네 명의 크리에이터들이 만든 데님 브랜드다. 최중호 디자이너는 세븐티 스튜디오 프로젝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아 브랜드 아이덴티티 작업과 공간 디자인을 맡았다. 주로 작은 건물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해방촌의 특성을 고려해 제품과 공간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라운지 소파와 벤치를 전면에 내세우거나 바지를 무심하게 걸어놓는 연출을 통해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를 드러냈다.

 

 


INTERIOR ADVICE

“주거 공간을 꾸밀 때 소비자들은 보통 가구나 조명에 신경을 씁니다. 하지만 주거 공간에는 가구와 조명 외에 거실에 있는 TV, 가습기, 공기청정기 등 많은 것이 공존하죠. 특히 가전제품은 공간에 어우러지기 쉽지 않은데, 최근에는 예전이 비해 디자인 요소를 살린 제품이 많이 출시되고 있어요. 가구나 조명 못지않게 가전을 고를 때도 공간에 어울리는지를 따져보세요.”

 

 

 

STUDIO ATREE
김상윤·박지호 대표

-
“특별한 장소보다는 일상에서 가까운 자연경관을 세심하게 관찰한다.
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해 일의 기본 방향을 잡아나간다.”

 


스튜디오 에이트리는 공간에 녹색의 환한 기운을 불어넣는다. 작게는 개인주택 정원을 디자인하고 제작하며, 카페 같은 상업시설의 실내외 플랜테리어 작업 등 식물에 관한 전반적인 작업을 두루 한다. 기업의 외부 공간 디자인 그리고 식물을 이용한 전시도 기획한다. 최근에는 작은 숲을 옮겨놓은 듯한 ‘망원도’라는 카페&바를 디자인했는데 망원동의 힙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둘은 어떻게 만났나. 같은 대학에서 조경학을 전공했다. 관심사는 조금 달랐다. 나는(김상윤) 조경설계, 디자인에 집중했고, 박지호 대표는 도면을 가지고 현장에서 직접 시공하는 데 관심이 있었다. 같은 분야이지만 조금은 다른 디테일에 집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도 할 수 있는 스튜디오를 꾸릴 수 있었다. 취향이 정반대인 스타일이 만나 오히려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공간 디자인에서 조경의 역할은 무엇인가. 조경은 사물과 공간이 환경에 둘러싸였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이질적인 부분을 가장 자연스럽게 해주는 매개 역할을 한다. 단순히 식물을 심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특별한 공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며, 자연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소재를 이용해 공간적인 틀을 갖추기도 한다.

플랜팅 디자인을 할 때 주안점을 두는 포인트는. 식물을 다루는 일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식물군이 있고, 식물 저마다의 특정한 형태와 생태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작업할 공간의 환경을 잘 이해해 식물들이 적응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하려고 노력한다.

‘플랜테리어(Plants+Interior)’ 인기가 강세다. 어떤 매력 때문인가. 식물은 가장 완벽한 디자인 형태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디자인적으로도 특별하지만 식물이 가져다주는 자연의 기운은 사물이 대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최근 작업인 ‘망원도’는 어떤 공간인가. 그동안 다양한 식물을 이용해 공간을 만들어왔지만 대중이 정원에 대한 기본적인 관심과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 아쉬웠다. 특별한 공간에서 여러 가지 식물과 관련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클래스와 강의 등을 할 수 있길 바랐다. 마침 친한 후배가 DJ, 공연, 파티 모임을 운영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해서 의기투합했다. 따뜻한 봄이 오면 실내뿐 아니라 실외 공간도 다양한 초본식물들로 채우고, 다양한 클래스를 열 생각이다.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공간이 있다면. 오래전 강원도에 있는 한국자생식물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좋은 영감을 받고 왔다. 식물원 사정으로 오랜 기간 휴관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재오픈한다면 꼭 다시 찾고 싶은 곳 중 하나다. 분홍바늘꽃과 벌개미취가 피는 계절에 방문한다면 장관을 볼 수 있다.

앞으로 만들고 싶은 공간은. 에이트리만의 농장을 만들고 싶다. 갖가지 실험적인 정원을 조성해보면서 다양한 식물을 재배하고 관찰할 수 있는 공간을 구상 중이다.

 

major works

 

망원도 ‘망원동에 있는 작은 섬’이라는 콘셉트로 만들었다. 망원도로 진입하는 공간이 삭막해서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극적인 반전의 묘미를 가져다주는 재미가 있다. 다양한 식물군을 들여 실내에서도 식물에 둘러싸여 커피나 칵테일을 즐길 수 있으며, 날이 좋으면 외부 공간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계절에 따른 식물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도록 루프톱 공간도 갖췄다.

 

 

위커파크 성수동이나 망원동 못지않게 요즘 뜨고 있는 송파 석촌호수에 있는 카페. 실외 공간에 목재 테라스를 설치해 식재공간을 확보하고 볼륨감을 느낄 수 있는 식물들을 배치했다. 봄에는 유럽분꽃, 산딸나무가 흰꽃을 피우고, 여름에는 부처꽃, 배초향이, 가을에는 꽃댕강과 가우라가 핀다. 실내 상부에 플랜터를 설치해 바테이블 밑으로 식물들이 짙은 녹색을 드리울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플랜팅을 연출했다.

 

 

퀸마마마켓 지상 1층, 옥상층 테라스에 이르기까지 건물의 수직적 층위에 따라 특별한 정원이 자리 잡고 있다. 지상층은 퀸마마마켓으로 들어가는 메인 정원으로 큰 교목에서 대관목, 중소관목, 오나멘탈 그라스류, 초본류 등 다층식재 구성을 통해 위에서 아래로 큰 폭의 식재 볼륨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조성했다. 자연스러운 정원 내 산책길 분위기를 내기 위해 작위적인 배치를 최대한 피했다.

 

 


INTERIOR ADVICE

“공간에 식물을 들이기 전에 식물을 키우기 위한 공간의 환경을 먼저 파악하는 게 좋습니다. 식물의 형태적인 디자인만을 고려해 섣불리 공간에 식물을 두면 고사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에요. 공간의 일조량이 어떤지, 얼마나 자주 환기할 수 있는지, 어떤 크기의 화분을 둘 수 있는지 등을 체크하세요.”

 

 

 

STUDIO COM
김세중·한주원 대표

-
“아주 가끔이지만 길을 지나다 눈에 들어오는 장면에서
마음에 드는 작은 요소를 발견할 때가 있다.
전체보다는 그런 한 포인트에서, 영감을 얻는다.”

 


2년 전 한주원 대표의 생일잔치에서 둘은 처음 만났다. 성격이나 취향은 달랐지만 작업 방식이나 디자인 톤이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서로 떨어져 작업을 해도 결과물은 닮아있었다. 그렇게 씨오엠이 만들어졌다. 처음 몇 개월은 ‘그냥 한번 해보자’는 시기였고, 전시 디자인 일을 시작으로 점점 상업 공간 인테리어 일이 늘었다. 지금은 무척 분주한 디자이너 스튜디오로 성장하고 있다.

가구도 만들고 전시 디자인, 심지어 공간 디자인도 한다. 전시 디자인을 하면 상업 디자인이 하고 싶고, 상업 디자인을 하면 전시 디자인이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웃음) 인테리어 디자인만 하고 싶은 것도, 전시 공간만 하고 싶은 것도, 개인 작업만 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과 좋아하는 것을 하고 있다.

스튜디오 씨오엠의 작업 스타일을 정의한다면. 규정해놓은 스타일은 없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유행하는 스타일은 절대적으로 배제한다는 것이다. 디자인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싫어서가 아니라 이미 그것에 능숙한 사람이 많기 때문에 굳이 비슷한 방법론으로 가는 건 맞지 않아서다.

작업할 때 지키는 철칙이 있다면.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유행을 좇기 위해서가 아니다. 누가 봐도 예쁜 것을 경계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1900년대 중반에 만들어진 옛날 건축물에 들어가던 가구나 분위기를 좋아하고, 참고하는 편이다.

공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첫인상이다. 공간에 처음 들어섰을 때 사람 눈높이에서 보이는 첫 장면(scene)을 많이 고민하고 따진다. 또 한 가지는 ‘한 공간에서 한 가지 이야기만 하는 것’이다. 한 가지 기능을 제대로 충족시키기도 힘든 게 상업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주목하고 있는 공간이 있다면. 카페 ‘엔트러사이트’ 서교점이다. 일본의 공간 디자이너 마키시 나미가 담당했다. 어떤 구석도 타협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기본적인 걸 완벽히 하면서도 아주 사소한 디테일 하나도 놓치지 않은, 발군의 완성도를 보여준 공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업한 공간에서 사람들이 어떤 인상을 받길 바라나. 지금까지 해온 것도, 앞으로 작업할 것도 마찬가지다. 10년, 20년 지나 사진으로 다시 봐도 촌스러워 보이거나 당시 유행하던 무언가라는 느낌이 안 들었으면 좋겠다. 즉 언제 봐도 세련된 공간이었으면 한다. 또 사람들이 공간에서 시각적으로 피곤해하지 않고 편안하기를 바란다. 

새롭게 시도하고 싶은 작업은. 로비, 객실 등 호텔 공간 디자인을 해보고 싶다.(김세중) 무대미술이 전공이라 언젠가 무대미술을 다시 하고 싶다.(한주원)

 

major works

 

대충유원지 ‘푸하하하 프렌즈’가 실내 디자인을 하고 스튜디오 씨오엠이 가구를 맡은 공간이다. 서로 유기적으로 협업하지 않고 각자 스타일로 현장에서 만나 자연스럽게 완성해나갔다. 가로로 길게 쭉 이어진 공간에 커다란 바 테이블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곳 대표가 미팅을 할 때면 항상 페도라를 쓰고 와 그 모양에서 의자 형태를 따왔다.

 

 

©texture on texture

카페 캐비넷 스튜디오 씨오엠이 첫 상업 공간 디자인을 맡은 곳으로, 스튜디오 씨오엠이 디자인을 하면 클라이언트 이광무 디자이너의 작업을 디테일로 넣는 식으로 협업했다. 가게 이름에 ‘캐비넷’이 들어가는 만큼 캐비닛을 메인 집기로 사용했으며 인조 대리석 느낌의 바닥은 일일이 직접 시공했다.

 

 

과자전: 서울케이크위크 2017 가장 최근에 담당한 전시 공간 디자인이다. 기존에 해오던 과자전과 다르게 전문적으로 빵과 과자를 만드는 숍들이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자신만의 해석을 보여주는 전시였다. 케이크 질감이 스펀지를 닮은 것에 착안해 실제 스펀지를 자르고, 사이사이에는 쿠키 질감을 낼 수 있는 목재들을 넣고 층을 쌓아 조각 케이크 모양 좌대를 만들었다. 전체 공간을 봤을 때 누가 봐도 케이크가 주제임을 느낄 수 있도록 재미를 더해 연출했다.

 

 


INTERIOR ADVICE

“자기 방이든 상업 공간이든 ‘어떤 인상’을 주고 싶은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으세요. 여러 가지 요소를 공간에 채우려 하다 보면 결국 헤매게 되거든요. 공간 쓰임새 중 가장 중요한 요소 한 가지만 잘 구현하면 부수적인 것들은 어떻게든 조화를 이루게 되니 일정한 톤앤매너를 구현하는 데 집중해보세요.”

사진(제공) : 신승희, 각 디자인 스튜디오

저작권자 © 여성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Editor's Pick
최신기사
포토뉴스
추천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