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푸드스타일리스트의 그릇장

그녀들의 취향과 레시피

  • 기자명 김민지 기자
  • 입력 2016.03.25 13:55
  • 댓글 0

요리를 하는 여자들 중에는 그릇을 좋아하는 이들이 참 많다. 그릇에는 저마다의 취향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녀들의 부엌에서 발견한 그릇 이야기.

 

메이스테이블

푸드스타일리스트 메이

쿠킹 스튜디오 대표 겸 푸드스타일리스트 그리고 요리연구가. 우리는 이런 직업을 으레 그릇이 누구보다 많은 직업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릇에 대한 욕심이 있긴 하지만 요리연구가치고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라고 말하는 그녀는 그릇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릇을 하나 사더라도 신중하게 생각하고 오래 쓸 수 있는 그릇을 먼저 찾는다. 17년 전 혼수로 해온 그릇들도 아직까지 자주 사용한다. 그 그릇을 지금까지 쓸 수 있는 이유는 유행을 타지 않고 차분하면서도 베이식한 그릇을 선호하는 그녀의 그릇 취향 덕분이다.
“그릇을 살 때 원칙이 있어요. 그릇이 예뻐서 사는 게 아니라 여기에 요리가 담겼을 때 예쁜 그릇을 사요. 그릇이라는 것은 음식이 담겼을 때 빛이 나는 거잖아요. 의외로 그걸 잘 모르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냥 예쁜 그릇을 사는 거죠. 그냥 보기에 예쁜 패턴이 있는 그릇들은 요리가 담기는 순간 너무 복잡한 패턴으로 바뀌어요. 또 특정 브랜드가 드러나거나 특정 패턴이 있는 그릇들은 유행을 많이 타는 경향이 있고요.”
그녀라고 처음부터 감각이 남달랐던 것은 아니다. 먼저 잡지와 외국 서적을 틈나는 대로 읽었다. 음식과 그릇을 어떻게 매치해야 하는지 공부도 많이 했고 발품도 많이 팔았다. 혼자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조금씩 안목이 쌓여갔고 조금씩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에도 작가님들 작품 중에 예쁜 그릇들이 정말 많아요. 그런데 비싸죠. 심플하면서도 합리적인 유색 그릇 찾기가 너무 힘들더라고요.”
오랫동안 그릇을 찾다가 직접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녀는 최근 그릇을 직접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녀로부터 나온 그릇들은 디자인이 유려하거나 비싼 그릇이 아니다. 누구나 합리적인 가격으로 편하게 쓸 수 있는, 심플하면서도 평범한 그릇. 하지만 스타일은 살아 있는 그릇이다. 그녀도 언제나 실용성만 따지는 것은 아니다. 전통 다도를 취미로 가지고 있는 그녀는 티포트나 찻잔처럼 100년, 200년이 지나도 유행을 타지 않을 그릇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평소에 내가 먹는 식습관과 요리 방식을 잘 파악하셔야 거기에 맞는 그릇을 고를 수 있어요. 평소 잘하는 요리가 한식인지 양식인지도 생각해봐야 하고요. 송혜교가 입어서 예쁜 옷을 내가 입는다고 항상 예쁜 게 아니잖아요. 우리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은 요리를 하는 주부가 가장 잘 알거든요. 아름다운 식탁을 위한 한 가지 팁이 있다면 또 무언가를 더하려고 하지 말고 불필요한 걸 빼세요. 접시 안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스프링샐러드

기본 재료 샐러드용 푸른 채소 한 줌, 딸기 3~4개, 치즈 적당량, 레몬제스트 약간
드레싱 재료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3큰술, 발사믹비니거 2큰술, 소금 ¼작은술, 후추 약간
만드는 법 

1 딸기는 먹기 좋게 자르고 샐러드용 채소는 깨끗이 씻어 물기를 털어낸다.
2 접시에 딸기와 채소를 담고 좋아하는 치즈를 담는다.
3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발사믹비니거, 소금, 후추를 뿌린 뒤 마지막으로 레몬제스트를 뿌린다.

르끌로

셰프 최연정

서교동 어느 막다른 골목길 안쪽에는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한 프렌치 레스토랑이 있다. 요리를 하는 언니 최연정 씨, 사진을 찍는 동생 최지민 씨가 만들어가는 이곳은 두 자매의 취향이 오롯이 담긴 공간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가게가 생겨나고 없어지는 이곳에서 5년째 꿋꿋이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데에는 아마 두 사람의 남다른 감각도 한몫을 담당하고 있지 않을까. 레스토랑 브레이크 타임에 틈틈이 찍은 사진들을 모았더니 책 두 권이 나왔다. 프랑스 가정식 레시피를 담은 <아 따블르 빠리>에 이어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별 수프 레시피를 담은 <수프 한 그릇>까지. 화려하고 격식을 차린 프랑스요리가 아닌 어딘가 정겹고 친숙해 보이는 프랑스 가정식을 만든다. 언니 최연정 씨는 르 꼬르동 블루에서 프랑스 음식을 전공했다. 그녀는 자연스럽고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는 것들을 좋아한다.
“파리에 있을 때에는 오래된 것들에 대한 관심이 그다지 많진 않았어요. 파리는 문만 열고 밖으로 나가면 모든 게 다 오래된 것들이었거든요. 일상이었죠. 나중에 그곳을 떠난 뒤에야 오래된 것들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어요. 없으니까 그리워서 찾게 되었죠. 지금은 이태원이나 해외에 갈 때 꼭 잊지 않고 사 오는 게 빈티지 그릇이에요. 가까운 일본에만 가도 오래된 가게들이 참 많거든요.”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그릇의 색상은 화이트. 빈티지한 모양이나 잔잔한 무늬가 있는 그릇이면 더 좋다.
“북유럽 접시처럼 화려한 패턴이 들어간 그릇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런 그릇들은 음식을 내놓았을 때 요리를 죽게 만들어요. 그릇이 더 눈에 띄거든요. 그런데 빈티지 그릇은 화려하지 않아서 음식을 더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시장에서 싼값에 산 그릇이든 오래된 빈티지 숍에서 비싸게 산 그릇이든 중요하지 않다. 그녀에겐 매일 밥을 먹는 그릇일 뿐. 따로 관리를 하지도 않는다. 그릇들에는 자연스럽게 그녀와 함께한 세월의 흔적이 묻어갈 뿐이다.
“평소에도 한식보다는 샐러드나 한 접시 요리들을 많이 먹는 편이에요. 제가 먹는 요리와도 잘 어울리니까 그래서 더 애착도 있고. 요즘에는 아보카도에 빠져 있어요. 그냥 빵에 발라서 먹기도 하고 샐러드로도 먹는데, 한 가지 중요한 건 샐러드드레싱의 맛이 무거워야 한다는 거예요. 아보카도 본연의 맛이 세지 않아서 맛을 무겁게 만들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생크림이나 마요네즈로 만든 드레싱을 곁들여 먹는 게 좋아요.”
그녀는 한 번도 스타일링을 배워본 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스타일링에는 정형화된 무언가가 없다.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자연스레 그녀만의 스타일이 되었다. 최근에는 광고 스타일링 의뢰도 받았다.
“테이블 위에 리넨으로 된 테이블매트를 깔고 꽃을 담은 작은 병만 올려도 분위기가 달라져요. 무엇보다 테이블은 음식을 놓고도 여유가 있어 보여야 해요. 여기에 좋은 사람과 가벼운 와인을 곁들이면 정말 완벽하죠. 또 프랑스요리의 완성은 맛있게 즐기고 치우는 순간까지를 포함해요. 음식이란 단순히 먹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음식을 즐기는 모든 시간들을 아우를 수 있어야 하거든요.”

아보카도샐러드

기본 재료 아보카도 ½개, 방울토마토 3개, 에멘탈치즈 30g, 블랙올리브 5개, 양상추·로메인 6장씩
드레싱 재료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2큰술, 레드와인식초 1큰술, 꿀 1작은술, 소금·후추 약간씩
만드는 법 

1 방울토마토는 씻어 꼭지를 딴 뒤 2등분하고 껍질 벗긴 아보카도와 에멘탈치즈는 슬라이스한다.
2 양상추와 로메인은 씻어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3 볼에 분량의 드레싱 재료를 넣고 섞는다.
4 그릇에 ①의 방울토마토, 아보카도와 에멘탈치즈를 담고 그 위에 샐러드채소, 블랙올리브를 올린 뒤 ③의 드레싱을 뿌린다.

차리다 키친

푸드스타일리스트 김은아

먹을 것을 장만하여 갖춘다는 순우리말 ‘차리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푸드 스타일링의 길을 걸어온 김은아 실장이 이끄는 스타일링 그룹의 이름이다. 연일 이어지는 광고 및 잡지의 스타일링과 케이터링까지, 지칠 법만도 하건만 합정동의 차리다 키친에서는 하하호호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그녀는 따뜻하고, 또 따뜻한 느낌을 좋아한다. 반짝거림이 적은 도자기와 나무 그릇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기운과 편안함을 좋아한다. 한식기를 좋아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백자의 하얀색은 따뜻하기 때문에. 그래서인지 그녀가 스타일링한 작품들은 어딘지 모르게 따뜻하다.
“스무 살 때부터 푸드스타일리스트 선생님 어시스트도 하고 요리연구가 선생님 아래에도 있다가 스물여섯 이른 나이에 처음 스튜디오를 열었어요. 그때부터 찬장을 사놓고 그릇을 하나하나 모으기 시작했죠. 그때 산 그릇들이 아직도 많이 있어요.”
몇 년 뒤 우연한 기회로 도자를 배우게 됐다. 자연스레 도자기를 보는 눈이 생겨났고,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멋진 도자기를 만드는 도예작가들이 참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잘 모르니까 사는 사람이 없어서 도자기를 그만두시는 작가님들도 많더라고요. 그런 멋스러운 도자기들을 예쁘게 활용하는 법을 보여줘서 판매로 이어지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좋아하는 일도 하면서 도움도 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작가님들의 원래 디자인과 흙, 유약은 그대로 살리되 쓰는 사람 입장에서 만족도가 더 높아질 수 있는 작은 부분들만 제가 맡았어요. 물론 제가 그걸 한다고 해서 그분들이 더 유명해지는 건 아니지만요.(웃음) ”
회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던 남편이 공방 작가들을 직접 찾아 생각을 전하며 커뮤니케이션을 맡았고, 그렇게 하나둘 그녀와 함께한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따뜻한 파스텔 톤 접시, 가죽 손잡이가 달린 작은 나무 도마. 서울 합정동에 작은 쇼룸도 열었다. 최근에는 찾는 사람이 없어 문을 닫는 성냥공장의 작가와도 협업을 했다. 테이블이나 공간 스타일링을 넘어 사람이 살아가는 삶을 함께 디자인하고 싶다는 그녀가 좋아하는 물건 중 하나는 나무로 짠 소품들이다.
“나무 바구니에는 과일만 담아놔도 풍성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잖아요. 제가 어렸을 때 엄마가 등공예를 하셨는데 기다란 나무를 물에 불리면 손으로 뜰 수 있을 만큼 부드러워지거든요. 그걸로 채반이나 바구니를 많이 짜셨어요. 제 유치원 생일파티 날에도 등공예로 만든 접시를 깔아놓고 거기에 김밥과 고로케를 놓아주셨어요. 그 바구니가 늘 저희 집 주방이나 식탁에 있었죠. 그래서 바구니가 자연스럽고 더 좋아진 것 같아요. 늘 곁에 있었기에 제가 그걸 따뜻하게 느끼는 거예요. 저는 인생 그릇이 하나쯤 있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정말 특별한 사람이나 가족들에게만 대접할 수 있는 그런 그릇이요.”


레몬드레싱을 곁들인 베리샐러드

기본 재료 샐러드채소 100g, 딸기 5개, 블루베리·산딸기·호두·피스타치오 30g씩, 사과 슬라이스 적당량
드레싱 재료 레몬 1개, 올리브오일·꿀 1큰술씩, 소금·후추 약간씩
만드는 법 

1 드레싱 재료 중 레몬은 즙을 짜고 껍질은 얇게 벗겨채 친다.
2 ①과 나머지 드레싱 재료를 잘 섞는다.
3 재료 중 샐러드채소는 먹기 좋은 크기로 뜯고 딸기는 꼭지를 뗀 후 반으로 썬다.
4 드레싱과 샐러드 재료들을 잘 버무린다.

저작권자 © 여성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Editor's Pick
최신기사
포토뉴스
추천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