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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두나, 배두한 남매의 따뜻한 외출

때로는 연인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 기자명 취재 두경아 기자 사진 이준경
  • 입력 2012.04.0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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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동생이 울 때면 밤새 곁에 있어준다. 그런 오빠를 동생은 ‘천사’라고 부른다. 오빠는 동생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알고 있다. 언젠가 그 모습을 꼭 작품으로 담고 싶다. 배우 배두나, 감독 배두한이라는 이름이 영화의 엔드 크레디트에 나란히 올라가는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건축가 고(故) 정기용의 마지막 1년을 담은 <말하는 건축가>가 전체 개봉 영화 중 예매율 7위를 차지했다. 다큐멘터리로서는 이례적인 행보다. 이태석 신부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에 버금갈 정도다. <고양이를 부탁해>의 정재은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정기용 건축가의 감동적인 이야기와 더불어 아름다운 화면과 음악, 스토리 등 극영화에 뒤지지 않는 꼼꼼한 만듦새로 잔잔한 흥행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 의미 있는 다큐멘터리에 배두나, 배두한 남매가 서포터를 자청하고 나섰다. CF 감독인 배두한은 재능기부의 일환으로 이 영화의 예고편과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힘을 보탰고, 남매는 시네코드 선재에서 열린 시사회 겸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해 관객을 만났다. 남매가 나란히 공식석상에 나타난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관심은 자연스럽게 ‘두나 오빠’ 배두한 감독에게 쏠렸다. 그런데 배 감독은 이런 자리가 어색했던 모양이다.
“군대 가기 전에 잠깐, 두나의 운전기사 노릇을 할 때 이런 자리에 종종 참석하곤 했는데 무대에 선 건 처음이었어요. 저를 향해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 건 더더욱 처음이었죠.”
그동안 배두나는 이상형을 묻는 질문에 늘 ‘친오빠 같은 사람’이라고 답해왔다. 이에 대해 배두한 감독은 “예전에는 안 그랬던 걸로 알고 있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아무래도 가족이다 보니까 어머니의 마음으로 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이 항상 자리 잡고 있어요. 특히 ‘배려’라는 부분에서요. 두나가 저를 이상형이라고 말하는 건, 배려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 아닐까요?”
남매는 비슷한 듯 다른 성격을 지녔다. 일단 배두나는 대중에게 보이는 이미지 그대로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밝히는 편이다. 그에 반해 배두한 감독은 “두나가 강한 편이라면, 나는 유약한 편”이라면서 “동생의 성격이 부럽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배두나는 오빠의 말에 반론을 제기한다.
“오빠는 유약한 게 아니고, 천사예요. 집에서는 더 천사 같죠. 제가 무심해 보여도 예민해서 밤새 울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오빠가 밤새도록 제 옆에 있어줘요.”

싸움 한 번 안 한 의좋은 삼남매

배두나는 삼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위로는 오빠 배두한, 아래로는 남동생 배태한이 있다. 막내 태한 씨는 어려서 미국으로 유학을 간 뒤, 그곳에서 자랐다. 지금은 결혼해서 어엿한 가장이 됐다. 태한 씨의 결혼 소식은 얼마 전 배두나의 미니홈피에 올린 ‘내 남동생의 결혼식’이라는 사진을 통해 공개됐다. 붕어빵처럼 닮은 남매는 다정했다. 배두한 감독은 남동생을 “우리 남매 중 가장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배두나는 오빠와는 연년생(학년은 2년 차이), 동생과는 두 살 터울이다. 터울이 많이 나지 않는 형제들은 싸우면서 크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들 삼남매는 큰소리 몇 번 내지 않고, 우애 있게 자랐다. 어머니의 가정교육 덕분이다.
“싸운 적이 거의 없어요. 아마도 부모님이 어려서부터 교육을 잘 시키신 게 아닐까 해요. 어머니는 제게 항상 ‘두나는 동생이기도 하지만 여자이기 때문에 네가 항상 보호해줘야 한다’고 가르치셨어요. 위계질서가 아닌 서로 간의 ‘배려’를 강조하셨던 것 같아요.”
남매의 어머니는 ‘두나맘’으로 잘 알려진 연극배우 김화영이다. <두나의 스타일 니트>, <두나맘 베베> 등 뜨개질 책을 펴내면서 딸을 매력적인 여성이자, 재능 있는 배우로 키워낸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했다. 방송에 나와 “배두나는 내 20년 기획 상품”이라고 말할 정도로 딸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그래서인지 두 아들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어머니가 삼남매 중 두나를 더 예뻐하신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만 동생은 여자니까 더 신경을 쓰시는 것 같아요. 두나의 직업이 식구들의 도움을 많이 필요로 하는 것이고, 어머니도 배우라 그 세계를 잘 아시니까 각별할 수밖에 없겠죠. 어머니가 동생의 많은 부분을 애써주시니까 오빠 입장에서는 고맙지만, 아들 입장에서는 힘드실까 봐 걱정도 된답니다. 소속사가 없을 때는 어머니가 매니저 역할을 하셨거든요.”
자신의 일이라면 언제나 발 벗고 나서주고, 늘 자기편이 되어 주는 존재, 배두나에게는 가족만 한 존재가 없다.
“가족은 제게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에요. 배우생활을 하면서 가족의 도움을 많이 받아왔는데, 이젠 저도 가족을 도우면서 살려고요.”
동생의 말을 가만히 듣던 오빠가 미소 지으며 나직이 응수했다.
“충분히 그러고 있어.”


 
오빠가 끌어낼 가장 아름다운 모습

배두한 감독은 CF 모델로 광고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2008년 박카스 CF에서 ‘훈남 직장인’으로 출연했고, 2010년에는 SK텔레콤 광고 ‘행복기변’ 편에서 점심시간에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단골우대?”를 말했던 주인공이다. 이 이야기를 꺼내자 배 감독은 “어디까지나 제작비 절감 차원이었을 뿐”이라며 부끄러워했다.
“광고가 만들어지기 전, 클라이언트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시안이 필요해요. 이렇게 광고를 만들겠다고 간단하게 광고를 만들어 미리 보여주는 거죠. 시안 작업에는 스태프들이 직접 배우로 나서곤 해요. 박카스 CF도 제가 주인공이 되어 시안을 만들었는데, 광고주의 반응이 좋았어요. 굳이 다시 만들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견에 따라, 시안 필름이 그대로 광고로 나오게 된 거죠.”
당시 광고 속 모델이 ‘배두나의 오빠’로 화제가 되면서 박카스 CF는 더욱 주목을 받았지만, 배 감독 입장에서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한다.
“두나에게 누를 끼치는 느낌이었어요. 연기하는 것은 부끄럽지 않은데, 동생은 이름이 상업적인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 같아서 미안했죠. 그래도 두나는 불편한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았어요. 농담이었겠지만, 오히려 ‘배우 해도 되겠다. 연기 잘한다’고 격려해줘서 고마웠어요.”
배두나는 지난해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로 미국 할리우드 영화계에 진출했다. <매트릭스> 시리즈의 워쇼스키 형제 감독과 독일 출신의 톰 티크베어 감독이 연출을 맡고, 톰 행크스, 수잔 서랜던, 핼리 베리 등이 출연하는 영화다. 당시 이 영화의 프로듀서는 배두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오디션 영상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배두한 감독은 동생의 오디션 영상을 만들어 보냈고, 덕분에 미팅에서 계약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CF뿐 아니라 드라마, 영화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싶다는 꿈을 가진 배 감독은 동생과 감독 대 배우로 만나고 싶단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영화든 드라마든 광고든 어떤 장르라도 두나와 함께 작업하고 싶어요. 동생의 아름다운 모습을 남기고 싶은 꿈은 있는데, 두나가 더 나이 들기 전에 기회가 왔으면 좋겠네요. 사비를 털어서라도 제작해보고 싶습니다.”
배두한 감독이 담고 싶은 동생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그것은 우리가 흔히 ‘배두나’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와 다른 것이었다.
“두나는 지금까지 꽤 다양한 역할을 해왔어요. 그래도 여자로서 아름다운 모습이 강조되는 캐릭터는 없었던 것 같아요. 화보 촬영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말 한마디 하지 않아도, 굳이 인위적으로 연기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아름다움이 있더라고요. 어떤 장르가 됐든, 두나만의 매력을 담아내고 싶어요.” 


- 배두한 씨는 자신이 제작한 광고에 직접 모델로 나서기도 했다. 맨 아래 사진은 막내 동생인 배태한 씨와 함께.


- 정재은 감독의 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가>를 위해 배두나, 배두한 남매가 서포터를 자청하고 나섰다. CF 감독인 배두한은 재능기부의 일환으로 이 영화의 예고편과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힘을 보탰고, 남매는 시네코드 선재에서 열린 시사회 겸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해 관객을 만났다.

정재은 감독이 말하는
삼남매 배두나, 배두한, 배태한

정재은 감독은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를 계기로 배두나와 오랜 우정을 쌓아왔다. 배두나를 통해 그녀의 오빠 배두한 감독을 알게 됐고,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친분을 나눠왔다.
“저희는 다큐멘터리 사상 처음으로 뮤직비디오를 만들었어요. 사실 뮤직비디오뿐 아니라 예고편을 만들 예산조차 없었는데, 배두한 감독이 흔쾌히 도와줬어요. 결과물을 보고는 깜짝 놀랐죠. 어렵고 딱딱한 다큐멘터리를 잘 요약하고 정리했더군요. 그 덕분에 홍보가 많이 된 것 같아요. 두나 양은 이번 영화에 특별히 도움을 주진 않았지만, 좋은 오빠를 둔 것 자체가 제게 큰 힘을 준 셈이죠.”
정재은 감독은 막내인 배태한 씨와도 인연이 있다.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가 개봉했을 때였다.
“태한 군이 영화 홈페이지에 영화에 관한 글을 시리즈로 올렸고, 이 글은 영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어요. 영화에 많은 도움이 됐죠.”
이제는 배두나보다 배두한 감독과 만나는 횟수가 더 많아졌다.
“두나가 최근 외국 활동을 많이 하면서 연락이 뜸해졌고, 두한 씨는 이번 영화 작업에 도움을 주면서 자주 만나게 됐죠. 나이 차이는 많이 나지만, 친구 같은 사이랄까요. 그런데 의외로 셋이 어울릴 기회는 많지 않았어요.”
정재은 감독이 가까이에서 지켜본 배두한, 배두나 남매는 이렇게 다르고, 닮았다.
“남매니까 많은 부분이 닮았죠. 그런데 두한 씨가 두나보다 더 사려 깊고 따뜻해요. 두나는 많이 무심하죠. 상황 안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무심한 느낌이 드는 부분이 있어요. 천생 배우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과 교감하는 부분이 많지 않고요.”
이 의견에 대해 배두나는 “너무 예민한 편이라, 스스로 무심하려 애쓰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고 토로했지만, 목소리에서는 오랜 우정을 나눈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묻어나오는 특유의 편안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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