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범은 대중에게 잘 알려진 작가는 아니지만, 예술 업계는 이미 그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넷플릭스 히트작 <킹덤>의 연출을 맡은 감독 김성훈, 그리고 배우 주지훈과 하정우가 그의 팬으로, 시원시원하고 유쾌한 작품세계에 매료되어 작품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한범은 소수의 사람들에게 제한된 미술이 아닌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작업 스타일을 고수해온 작가다. 복잡하고 모순적인 세상에 단순 명쾌하게 메시지를 던지는 그의 작품은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파괴, 에너지 낭비, 사회 및 정치 이슈, COVID19 와 같은 사회적, 환경적 문제들에 대한 발언이기도 하다.

표갤러리에서 선보이는 개인전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전언들’에서는 이한범 작가의 작품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작가의 작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화면을 꽉 채운 캐릭터와 크게 적힌 영어 텍스트들인데, 이를 통해 캔버스 안은 시각적으로 다채로울 뿐만 아니라 청각적으로도 무언가 웅성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한범의 최근작에서 자주 등장하는 동물들은 대부분 멸종 위기 동물들로, 그가 근래 특별히 관심 갖고 있는 환경보호에 대한 메시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맥락에서 선택됐다. 마치 무분별한 상업화와 환경파괴로 사라져가는 동물들이 우리에게 말을 거는 듯하다. 대중이 친숙하게 느끼는 동물, 정치인, 유명인, 슈퍼히어로, 만화 캐릭터를 차용해 사회적 이슈에 대한 그의 솔직한 생각과 조언을 좀 더 친근감 있게 전달한다.

작가는 이미지와 텍스트라는 가장 직설적이고 대중적인 소통 방법을 선택했다. 텍스트 또한 ‘Love, Clean Energy, Equality, Justice, Peace’ 등과 같이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단어들이다. 최대한 많은 대중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의도에서다. 캐릭터가 입은 야구복, 티셔츠, 수영복과 야구공, 깃발 등 다양한 소품에 가장 중요하게 전달하고 싶은 단어를 적는 등 작품 속 재치 있는 요소들은 관람객의 시선을 끈다.

이렇게 이한범 작가는 작품을 통해 중요하지만 사회적으로 관심 받지 못하고 지나쳐가는 문제들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무감각해진 우리 사회를 환기 시키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진솔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편 이한범 작가는 2009년 미국 시카고의 DePaul University(드폴 대학교)에서 순수미술 및 미술사를 전공, 2013년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에서 전문사 석사를 취득했다. 숙명여자대학교 청파갤러리, 금호갤러리, 일곡갤러리, G&J Gallery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국내외 다양한 단체전에도참여했다.

[이한범 개인전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전언들’]
-기간: 10월 28일(금)~11월 11일(금)
         월~토 9시~6시, 일요일 휴무
-장소: 표갤러리 본관
-문의: 02-543-7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