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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억 피카소 작품도 완판, 완판…VIP들 총출동한 프리즈 서울 현장

#프리즈 서울 #키아프 서울

  • 기자명 임언영 기자
  • 입력 2022.10.01 08:00
  • 댓글 0
  • 사진(제공) : 조선일보DB, 키아프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돈이 많았나?” 아트페어에 가면 종종 들을 수 있는 말이다.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이 동시에 개최되면서 많은 미술품이 거래됐던 지난 9월, 총 7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다녀가면서 새로운 역사를 남겼다. 입이 떡 벌어지는 고가의 미술품과 그것을 사들이는 컬렉터가 공존했던, 놀랍고도 기이한 현장 분위기를 전한다.
1 VIP 오프닝에 참석한 관람객들이 입장을 대기하고 있다. 2 하우저앤워스 갤러리에서 선보인 조지 콘도의 붉은 초상화는 약 38억 원에 판매됐다. 3 애쿼벨라 갤러리가 선보인 600억원 대의 피카소 작품. 
1 VIP 오프닝에 참석한 관람객들이 입장을 대기하고 있다. 2 하우저앤워스 갤러리에서 선보인 조지 콘도의 붉은 초상화는 약 38억 원에 판매됐다. 3 애쿼벨라 갤러리가 선보인 600억원 대의 피카소 작품. 

미술판에 사람들이 몰린다는 말은 이제 새롭지도 않다. 언젠가부터 알 만한 작가들의 전시나 아트페어가 열리면 심호흡을 크게 하고 방문해야 할 정도로, 한국의 미술계는 어딜 가나 사람들로 들끓고 있다. 
과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금 한국 미술계는 핫하다. 작품 가격은 그 어느 때보다 비싸다. 비싸서 못 파는 작품보다 없어서 못 파는 작품이 훨씬 많다. 이런 뜨겁고 어수선한 분위기가 싫어서 반감이 생긴다며 볼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생겨나기 시작했지만, 당분간 이 열기가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미술계 사람들의 공통적인 전망이다.

지난 9월 2일부터 6일까지 열린 ‘키아프 서울’과 ‘프리즈 서울’이 한국 미술의 현재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한국화랑협회가 운영하는 키아프는 향후 5년간 프리즈와 공동 주최를 계획했는데, 그 첫해인 이번에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VIP 오프닝 첫날부터 분위기가 뜨거웠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관람은 VIP 티켓 소지자만 입장할 수 있었는데도 한 시간 전부터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는 등 인산인해를 이뤘다. 곳곳에서 탄식 소리가 들렸다. “VIP만 입장하는 게 맞느냐?”는 질문이 곳곳에서 들렸다. 그 말은 ‘그런데도 이렇게 사람이 많을 수 있냐’는 뜻이기도 했다. 

 

“놀라운 서울의 에너지” 
뉴욕·LA 뛰어넘는 수익 규모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은 코엑스홀 1층과 3층에서 동시에 열렸다. VIP 오픈 일을 같은 시간으로 맞추고 첫 3시간 동안은 서로가 초대한 VIP를 맞이하는 등 양측은 원활한 시스템을 마련했는데, 첫날 방문객들의 관심은 프리즈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세계적인 아트페어가 아시아에서 첫선을 보이는 자리인 만큼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했던 풍경이었다. 길게 줄을 서 있던 VIP들이 시간이 되자마자 백화점 오픈런을 연상케 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입장하는 장면 역시 낯설지 않은 풍경이었다.

‘프리즈 서울’에는 세계 110개의 갤러리가 참여했다. 세계 최정상 갤러리로 꼽히는 가고시안, 하우저앤워스, 리슨 갤러리는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피카소와 샤갈, 모란디 등 거장들의 작품부터 데미안 허스트, 알렉스 카츠 등 현대미술 대표 작가들의 작품이 쏟아졌다. 

개막 첫날 세계 3대 화랑으로 꼽히는 하우저앤워스 갤러리가 조지 콘도의 붉은 초상화 ‘Red Portrait Composition’을 280만 달러(약 38억 원)에 판매했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이어 180만 달러(약 24억 5,000만 원)에 달하는 미국 작가 마크 브래드포드의 작품 ‘오버패스’를 포함한 13점이 개막일 VIP 오픈 1시간 동안 모두 판매됐다고 발표했다.

가고시안 갤러리 역시 개막과 동시에 독일 추상화의 거장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촛불’(1984)을 1,500만 달러(약 203억 원)에 판매했다. 백남준, 무라카미 다카시, 스탠리 휘트니 등의 작품 10여 점 또한 판매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세계적 거장 아니쉬 카푸어와 줄리안 오피의 전속 갤러리로 알려진 리슨 갤러리 또한 아니쉬 카푸어 작품을 68만 2,000파운드(약 10억 7,000만 원)에, 줄리언 오피의 작품 2점 등 총 10여 점의 작품을 판매했다. 독일의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는 조각가 안토니 곰리의 작품을 50만 파운드(약 8억 원)에, 게오르그 바셀리츠의 회화를 120만 유로(약 17억 원)에 판매했다. 한국 작가 이불의 작품은 19만 달러(약 2억 6,000만 원)에, 5,000만 원에서 4억 원에 이르는 미국 작가 톰 삭스의 작품 4점도 완판됐다.

프리즈에 참여한 국제갤러리는 박서보 작가의 작품 ‘묘법’이 7억 원, 하종현 작가의 ‘접합’과 알렉산더 칼더의 작품이 각각 5억 원에 판매됐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프리즈의 매출 규모를 6,000억 원대로 추산한다. 2021년 국내 갤러리와 경매회사를 포함한 미술품 거래 총액은 약 9,223억 원, 2020년엔 3,291억 원이었던 걸 보면 나흘 동안 국내 미술품 거래 총액의 3분의 2가 판매된 셈이다. 

프리즈 측은 이번 한국의 첫 행사를 성공적으로 평가했다. 사이먼 폭스 프리즈 대표는 “올해 처음 개최된 프리즈 서울은 본고장인 영국 런던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프리즈 아트페어로 수익 규모에 있어 미국의 뉴욕과 LA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서울의 에너지는 놀라웠고, 참가 갤러리와 세계 각국의 방문객으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은 만큼 우리는 벌써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1·2·3 프리즈 측은 이번 한국의 첫 행사를 성공적으로 평가했다. 사이먼 폭스 프리즈 대표 “서울의 에너지는 놀라웠고, 참가 갤러리와 세계 각국의 방문객으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은 만큼 우리는 벌써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1·2·3 프리즈 측은 이번 한국의 첫 행사를 성공적으로 평가했다. 사이먼 폭스 프리즈 대표 “서울의 에너지는 놀라웠고, 참가 갤러리와 세계 각국의 방문객으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은 만큼 우리는 벌써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기말 풍경 같아…”
관람객 몰려 일시적으로 판매 중단하기도  

키아프와 프리즈 측은 이번 아트페어를 방문한 방문객의 숫자가 7만 명 이상이었다고 공개했다. 올해 방문객수 집계는 누적 방문 기록을 제외한 실제 방문객수로 집계한 것이다.   

VIP와 프리뷰 티켓을 소지한 관람객들은 별도의 입장라인을 통해 먼저 입장하게 하는 등 효율을 찾았지만 관람객들은 기간 내내 북적였다. 특히 일반 입장일이 겹친 주말에는 정말 많은 사람이 찾았다. 너무 인원이 많이 몰려 안전한 관람과 행사 진행에 지장이 생길 정도라서, 일시적으로 온라인 판매를 중단하는 등 내부 인원을 조절하기도 했다. 미술품 앞에서 하염없이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세기말 풍경 같다”고 읊조리던 한 방문객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지난해 키아프의 매출은 역대 최고치인 650억 원을 기록했다. 키아프 측은 예년과 달리 올해부터는 판매 실적 집계를 발표하지 않기로 했는데, 작년보다 소폭 증가했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갤러리 현대의 판매 금액은 총 42억으로 이안 나바로, 김성윤, 이강승, 김창열, 이건용, 이슬기 작가의 작품이 모두 완판됐다. 정상화 작가의 작품 3점은 25억에 판매됐고 마티 브라운, 유근택, 이강소, 이우환, 케니 샤프 등 페어에 출품된 모든 작가의 작품이 2점 이상씩 판매됐다. 

국제갤러리는 5억대 하종현 작가의 작품 3점을 비롯해 강서경 작가의 1억 원대 2점, 최근 서울시립에서 개인전을 한 장 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 작품까지 팔려나갔다. 학고재 갤러리의 김재영 작가의 도넛 작품은 올해도 큰 인기를 끌며 20작품 이상이 팔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 외 1억 원대부터 200만 원대까지 다양한 작품이 대거 팔렸다. 표갤러리에서는 1억 원 상당의 박선기 작가의 작품이 팔렸으며 4,000만 원대 아래의 작품들이 줄줄이 팔려나갔다. 갤러리 에스피는 총 4억 원가량의 이재헌 작가의 작품 2점과 200만 원대부터 3,000만 원대까지 가격으로 책정된 10개 작품 이상이 팔렸다. 갤러리 가이아의 김명진 작가 작품 12점 역시 완판됐다.

해외 유명 갤러리들도 높은 판매 실적을 올렸다. 페레스 프로젝트는 페루 화가 파올로 살바도르(Paolo Salvador) 작가의 1점을 익명의 국내 미술관에 판매했으며, Mak2의 출품작 8점이 모두 판매되었다. 이외에도 참여한 작가의 작품을 웨이팅 리스트에 올릴 정도로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였다. 솔로 부스로 참여한 메이크룸의 유귀미 작가의 작품 역시 완판됐으며 탕 컨템퍼러리는 총 7억 원 이상의 작품 판매를 올렸다.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악셀 베르보르트의 김수자 작가 작품은 관람객의 뜨거운 반응을 보이며 아주 중요한 작가로 소개됐으며 익명의 공공기관에 추가되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 비싼 작품들 누가 샀을까?
BTS RM부터 전지현 부부까지… VIP도 문전성시 

한국 프리즈가 문을 연 순간, 입장하자마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사람은 BTS의 RM이었다. 미술 애호가로 꾸준히 국내외 전시를 방문해온 RM은 이번에도 가장 먼저 프리즈를 찾았다. 기자와 마주친 순간은 국제갤러리 부스에 걸린 김환기 작가의 작품 앞에서였는데, 빅뱅의 태양·민효린 부부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태양·민효린 부부처럼 데이트를 하듯 다정하게 아트페어를 즐긴 스타들도 많았다. 편안한 차림의 전지현 역시 남편과 함께 이곳을 찾아 느긋하게 작품을 감상했다. 키아프 측에 따르면 원빈·이나영 부부, 김태희·비 부부도 다녀갔다고 한다. 마스크 필수 착용을 하고 진행되었는데도 방문객들은 “방금 김태희 지나갔어”, “원빈도 왔대”라면서 아트페어를 즐겼다. 

본인의 SNS에 인증샷을 남기는 등 적극적으로 프리즈를 즐긴 스타들도 많다. 행사가 열린 기간 동안 이곳을 방문한 스타들은 강기영, 신애라, 악동 뮤지션의 이찬혁, 박해수, 소지섭, 전인화, 정종철 등 수없이 많았다. 

키아프 서울과 프리즈 서울은 VIP와 일반 관람객의 입장이 서로 소통될 수 있도록 협의해 하나의 티켓으로 두 개의 행사를 모두 입장할 수 있게 준비했다. 높아진 관심만큼 쏟아지는 응대에 많은 인력을 배정, 국제아트페어로서의 전문적인 운영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평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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