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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도 가기 좋은 화제의 전시①] 제주 포도뮤지엄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

  • 기자명 임언영 기자
  • 입력 2022.09.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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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제공) : 포도뮤지엄, 국립현대미술관
해마다 여름이면 굵직한 전시로 즐거워진다. 지금 가장 핫한 전시로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아이들도 가기 좋은 화제의 전시를 찾았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덴마크 설치미술가의 전시가 열렸던 서울의 한 갤러리가 노키즈존 운영으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해당 갤러리는 오래전부터 노키즈존으로 운영되던 곳이었지만, 관람객들의 합리적인 문제 제기에 보호자의 동반 하에 어린이의 입장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미술작품을 관람할 때, 특히 현대미술의 경우 관람객이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없어서 훼손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데이트를 하던 20대 연인은 롯데월드몰에 전시되었던 존원 작가의 그래피티 작품에 낙서를 했고, 미술관을 찾은 초등학생은 박대성 화백의 작품에 올라가 미끄럼틀을 탔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웃고 넘기기엔 수억 원을 호가하는 해당 작품의 가격이 아찔하다. 노키즈존 방침에 대한 진지한 고찰은 분명 필요하지만 동시에 노키즈존 운영 방침을 놓고 갤러리를 무조건 비난할 수도 없는 일이다. 

8월 17일 오후, 화제의 여름 전시를 취재하기 위해 제주 포도뮤지엄을 찾았다. 비가 많이 내린 날이었는데 미술관을 찾은 관람객이 적지 않았다. 여름방학 기간이라 어린 관객들이 눈에 띄었다. 우고 론디고네의 광대 30여 명을 만날 수 있는 작품 ‘고독한 단어들’ 앞에서 즐거워하는 관객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관객들은 알록달록 화려한 의상을 입고 진한 화장을 한 채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광대들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면서 휴대폰으로 인증 사진을 남겼다. 광대들의 의상 소품이 바닥에 떨어져 있기도 했지만, 작품에 훼손이 갈 정도의 행동을 취하는 관객은 없었다.  

우고 론디고네의 작품과 함께 화제작으로 입에 오르내리는 요코 오노의 ‘채색의 바다’는 관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작품이다. 백색의 적막한 공간과 빈 보트에서 출발한 작품은 관객이 직접 벽에 쓴 메시지와 그림들로 끊임없이 변화해, 마치 우리 삶의 모든 순간과 흔적을 반영하는 듯하다. 뮤지엄에서 제공한 물감으로 저마다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은 남녀노소 인기가 많다. 현장에서 만난 김봉철 학예사는 “전시의 주제는 무겁지만 모든 관객이 즐길 수 있도록 열어놓은 것이 이번 전시의 기획 의도”라고 설명했다. “특히 어린 관객들을 위한 배려를 세심히 신경 쓰라는 것이 총괄 디렉터의 특별 당부 사항”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곳의 총괄 디렉터는 SK 최태원 회장의 동거인 김희영 T&C 재단 이사장이다.  

1 포도뮤지엄 전경 
2 알프레도&이자벨 아퀼리잔, ‘주소’, 2008, 개인 오브제 및 소지품, 각 50x50x50㎝ (140)
3 주소 터널, 2022, 투명 LED 패널, 거울, 무빙 이미지, 가변 크기
4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 2022, 뮤직 애니메이션, 흑백, 사운드, 3분40초 

5 우고 론디노네, ‘고독한 단어들’, 2016, 발포 고무, 에폭시 수지, 패브릭, 가변 크기, 포도뮤지엄 소장 
6 디파처보드, 2022, 스플릿 플랩 디스플레이 보드, 154x254㎝
7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 2022, 뮤직 애니메이션, 흑백, 사운드, 3분40초
8 요코 오노, ‘채색의 바다(난민 보트)’, 1960/2022, 보트, 수성 페인트, 작가 요청문, 가변 크기 1960/2022, boat, water-based paint, artist's instruction piece, dimensions variable, Courtesy of the artist 

 

리나 칼라트 ‘짜여진 연대기’·우고 론디노네 ‘고독한 단어들’ 국내 최초 공개  

포도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의 타이틀은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다. 최형준 작가의 동명 산문집 제목을 차용한 전시의 주제는 ‘디아스포라와 세상의 모든 마이너리티’. 다양한 이유로 자신에게 주어진 지리적, 정서적 영토를 벗어나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있는 존재들에 주목한다. 

또한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일곱 작가들의 밀도 있는 작품과 포도뮤지엄이 기획한 다섯 개의 테마 공간을 통해 다성적인 존재들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세상에 대한 보다 넓은 시선을 제안한다. 

이배경, 리나 칼라트, 알프레도&이자벨 아퀼리잔, 강동주, 정연두, 요코 오노, 우고 론디노네 등 참여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미디어아트, 설치, 회화, 영상, 조각 등 다양한 매체의 작업을 선보였다. 특히 강동주와 정연두는 이번 전시를 위해 제주에 머물며 제주의 자연과 이야기를 전시의 주제와 연결하는 신작을 제작했다. 이배경과 요코 오노의 작업은 포도뮤지엄 공간에 맞게 새로이 설치되어 감각적 효과를 극대화했다. 

리나 칼라트의 대표작 ‘짜여진 연대기’와 우고 론디노네의 대표작 ‘고독한 단어들’은 포도뮤지엄에서 국내 최초로 소개되며, 알프레도&이자벨 아퀼리잔은 자녀들과 함께 제주를 방문해 노동 집약적인 대형 설치 작업을 직접 진행했다. 

포도뮤지엄은 작년 개관전 <너와 내가 만든 세상> 때부터 ‘테마 공간’이라는 미술관 자체 기획 공간을 운영했다. 테마 공간은 오랜 리서치와 오감을 자극하는 미디어 설치를 통해 전시에 풍부한 서사를 부여하고, 현대미술을 보다 쉽고 친근하게 이해하게끔 하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 또한 ‘이동하는 사람들’, ‘디파처보드’, ‘아메리칸드림620’, ‘주소터널’,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라는 5개의 테마 공간을 통해 전시의 메시지를 보다 또렷하게 전달한다. 

이밖에도 포도뮤지엄은 전시를 보다 친근하게 소개하고 콘텐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총 7가지 버전의 오디오 가이드를 제작해 배포했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4개 국어와 시각장애인을 위한 배리어 프리 버전이 제공되며 한국어와 영어는 성인용과 어린이용을 마련해 모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어 버전은 파친코의 젊은 선자를 연기한 김민하 배우가, 일본어는 빌리의 츠키가 맡았다. 개관전 중국어 도슨트로 인연을 맺은 NCT 샤오쥔은 이번 전시에도 참여했다. 오디오 가이드는 전시장에서 QR를 스캔하거나 포도뮤지엄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청취할 수 있다. 

1 강동주, ‘땅을 딛고 바다를 지나’, 2022, 먹지에 종이, 각 21.5x21.5㎝ 
2 리나 칼라트, ‘짜여진 연대기’, 2015, 전기 회로판, 전선, 부속품, 사운드, 스피커, 가변 크기, 밴쿠버 아트 갤러리 소장
3 우고 론디노네, ‘롱 라스트 해피’, 2020, 네온, 아크릴 유리, 반투명 포일, 알루미늄, 313x15x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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