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 18m, 처음 마주한 깊은 바닷속에서 느꼈던 순간들을 기억하기 위해 애썼다. ‘오픈 워터’ 자격증을 위한 마지막 관문은 ‘소름 끼치게 신비로웠던’ 바닷속 스쿠버다이빙이다. 스쿠버다이빙으로 수중 18m, 첫 경험의 바다는 ‘경이롭다’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장비 셔우드코리아(02-6481-3000)
유영 중인 다이버들.
지난 한 달간 스쿠버다이빙의 가장 초급 단계인 오픈 워터 다이버가 되기 위해 PADI 스쿠버다이빙 교육협회의 교육과정을 따라 교육을 받았었다. 제한 수역이라 불리는 수영장에서의 실습과 이론 시험까지 모두 마친 기자에게 마지막 관문만 남았다. 바로 개방 수역이라 불리는 바다 실습이다. 총 네번의 바다 입수가 필요한데, 교육 규정상 하루에 3회 이상 바다에 들어가면 안 된다. 그 때문에 이틀에 걸쳐 2회씩 수업을 이수하기로 한다. 해수욕하듯 바다에 그냥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깊숙이’ 들어가서 그간 배웠던 스킬들을 복습하며 광활한 바다를 유영한다. 설레는 마음으로 첫 수중 탐구에 나섰다.

# 비가 억수로 많이 오던 8월의 어느 날
 
‘오늘 바다 들어갈 수 있을까?’ 8월의 어느 날, 서울에서 차를 타고 넘어오는 두어 시간 내내 천장이 뚫릴 것처럼 비가 쏟아졌다. 걱정으로 나의 선잠을 깨우던 폭우가 목적지에 발을 디디기가 무섭게 뚝 그쳤다. 시작이 순탄하다. 계속해서 무탈한 하루를 기대하며 도착한 곳은 강원도 고성에 위치한 ‘문암 리조트’다. 리조트에서 다이빙을 할 수 있는 비치 포인트까지의 거리가 도보로 1분 거리다. 전국에 이렇게 가까운 곳이 몇 군데 없다고 한다. 무거운 장비들을 착용하고 걷는 게 익숙하지 않은 초보들에게 적합한 장소다. 짐을 대충 풀어헤치고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잠시 바다의 짠내를 맡아본다,
 
지난 제한 수역(수영장) 과정에서 장비를 조립하고 해체하기를 여러 번 반복했었다. 하지만 그간 길었던 장마로 파도가 높아져 개방 수역(바다) 일정을 미루고 미뤘더니 간만에 만져본 장비들이 낯설기만 하다. 강사의 도움을 받아 몇 번 연습해보니 곧 다시 익숙해진다. 장비에 이상이 있는지 꼼꼼하게 확인하고 버디(일행)의 장비까지 함께 체크한다. ‘고난과 역경’의 웨트슈트 입기도 혼자서 척척 입을 수 있는 나름의 요령도 생겼다. 샤워기를 틀어두고 슈트에 물을 넣어가면서 겨우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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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바다에서 만난 성게.

# 골칫덩어리 성게 주의보
 
장비에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면 20㎏이 넘는 모든 장비를 착용한다. 나무꾼이 나무로 가득한 지게를 짊어지듯 허리를 숙인 채 버디들과 나란히 비치 포인트로 걸어간다. 바다에 입수해 미리 설치된 라인을 따라 조심조심 하강한다. 수심이 낮은 다이빙 포인트라서 그런지 기대했던 것보다 웅장하지는 않았다. 
 
 수중에서 따뜻한 표수층과 바닥 쪽 찬물이 있는 심수층 사이에 존재하는 층을 ‘수온약층’이라 하는데 이 지점에서는 물속에 안개가 낀 듯 어른어른한 아지랑이가 가득하다. 상대적으로 수면이 따뜻한 여름철에 이런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 물속에서 내 앞에 버디들이 몇 명까지 보이는가로 시야의 상황을 예측한다. 4명 정도가 보였으니 시야를 8m라고 대략 말할 수 있다. 
 
 물속 바위에 붙어 있던 엄청난 성게들이 눈엣가시였다. 잘못 만지면 성게의 가시가 몸을 찌를 수 있어 항상 조심해야 한다. 게임 속에서 독버섯을 피해 다니는 캐릭터가 된 듯 성게를 피하기 위한 나름의 꿈틀거림이 꽤 힘겨웠다. 강사의 말을 들어보니 동해에서는 성게를 항상 조심해야 한단다. 덧붙이자면 기본적으로 해산물 채취는 불법이다. 신기한 모양새에 홀려 물 밖으로 가지고 나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첫 바다 실습장인 이곳에서는 확실히 수영장에서하던 수업보다 긴장이 됐다. 하지만 차츰 적응되면서 즐거움으로 변했다. 첫날은 같은 곳에서 오전, 오후로 나눈 총 두 번의 실습을 진행했다. 마스크에 물이 찼을 때 고개를 살짝 들어 코를 흥하고 뱉는 마스크 물 빼기 기술과 물에서 중성 부력을 잡는 기술 등 여러 가지 기술을 다시 한 번 복습해본다. 생각보다 물속 유영이 체력 소모가 많이 되는데, 지친 버디가 있다면 팔의 겨드랑이 안쪽을 감싸고 끌고 나오는 방법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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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와 교육 중인 기자의 모습.

# 바닷속 광활한 산맥, 금강산 포인트
 
두 번째 날이 밝았다. 폭우가 시작됐다. 어제는 기적처럼 비가 그치더니 그 운이 끝났나 보다. 하지만 비가 와도 파도가 높지 않다면 스쿠버다이빙을 하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어차피 깊은 바닷속에 들어가니 말이다. 오전에는 어제와 같이 수심이 낮은 비치 포인트에서의 실습을 한 번 더 진행한다. 그리고 마지막은 보트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로 나가보기로 했다. 목적지는 금강산 포인트다. 금강산 포인트는 고성부터 속초까지 이어진다. 바닷속에 산맥처럼 생긴 지형이 있는데 금강산에 비유해서 그렇게 부른다.
 
기대되는 마음으로 보트에 올라탄다. 두 뺨을 강하게 내려치는 거센 빗줄기를 막기 위해 핀(오리발)을 가림막 삼는다. 하지만 별 소용은 없다. 전쟁을 앞두고 결전지로 향하는 군인이 된 듯한 비장한 기분이 들었다. 다이빙 포인트에 다다른 배는 엔진을 끄고 다이버들을 툭툭 떨어뜨린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갖는 첫 보트 다이빙이니만큼 긴장이 됐다. ‘하나, 둘, 셋’ 강사의 신호에 맞춰 배운 대로 입수를 해본다. 미리 설치된 라인을 붙잡고 천천히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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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기자가 취득한 오픈워터 자격증, 입수하는 다이버.

# ‘경이롭다’라는 말로는 부족한…
 
‘벙찐다’라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인가 싶었다. 비치 포인트에서 채워주지 못했던 바다의 웅장함과 광활한 로망이 그대로 실현되는 순간이다. 기자보다 아래에 있는 다른 다이버들의 호흡으로 공기 방울이 천천히 올라오는데, 순간 그릇들이 올라오는 줄 알고 ‘바닷속에 쓰레기가 떠다니네?’ 하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 정도로 정신이 혼미했다. 처음에는 꽤 을씨년스러운 바다의 한기가 온몸을 덮쳤다. 하지만 이내 적응되었고 오롯이 내 호흡 소리만 들린다. 몸과 마음을 가라앉히고 호흡에 집중해본다. 오픈 워터 다이버는 18m까지 내려갈 수 있다. 강사의 손을 잡고 시꺼먼 바닷속을 유영해본다. 발밑이 컴컴하다. 우주를 가본 적은 없지만 이곳과 비슷한 기분이지 않을까.
 
역시나 여기도 성게 투성이다. 하지만 수산시장에서나 보던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내 눈앞을 지나간다. 젤리처럼 생긴 해파리들도 수없이 떠다닌다. 멋있게 뻗어 있는 산맥 지형을 따라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신기한 해양생물들을 구경하다 보니 물 밖에서의 일들이 까맣게 잊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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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쿠버 장비들. 2 하강 준비중인 다이버들. 3 비치 포인트로 이동하는 버디들. 4 금강산 포인트에 내려줄 보트. 5 장비를 조립하는 모습.
 
# 오픈 워터 다이버가 되다!
 
PADI 스쿠버다이빙 교육협회에서 제시한 모든 과정을 이수했다. 오픈 워터 자격증을 따기 위한 지난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누군가에겐 별거 아니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지구상의 70%를 탐험할 수 있는 특별한 탐험가가 된 것이다. 스쿠버다이빙은 혼자서는 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 두 번째는 재미를 위해서 최소 두 명이 짝을 짓는 게 원칙이다. 자격을 취득하면 여럿이서 펀 다이빙(Fun diving)을 즐기러 바다에 함께 빠진다. 보통은 스쿠버 숍에서 강사들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안전한 스쿠버다이빙을 위해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닷속 광활한 세상을 즐기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은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오픈 워터보다 상위의 라이선스가 필요하다. 지금은 ‘오픈 워터 다이버’가 되었지만, 한번 바다의 맛을 보니 멈출 수 없게 됐다. 조만간 더 욕심 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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