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여름이 가고 여행하기 좋은 계절, 가을이 왔다. 10월이면 전국을 울긋불긋 물들이는 단풍을 만날 수 있다. 올해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조금 멀어졌듯 단풍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바라보아야겠다. 나와 가족의 안전을 지키면서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드라이브 명소를 소개한다.
전북 부안군 변산면 반산반도 해안에 노을이 지고 있다.
01 노을 맛집 변산반도 해안길
 
전북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에서 진서면 곰소리까지 이어지는 변산반도 해안길은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 전국 베스트 10’, ‘자동차 여행 블로거 추천 코스’에 들 만큼 경치가 훌륭하다. 변산반도 해안길이 왜 유명한지는 직접 봐야 알 수 있다.
 
바다를 감싸는 외변산과 직소폭포가 있는 내변산으로 나누어진 산세가 빼어나기도 하지만 모래와 바다뿐 아니라 멋있는 기암괴석들이 어우러진 해안 경치는 국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절경이다. 이런 아름다운 변산반도를 구석구석 탐방하려면 변산반도에는 해안길 8개 코스와 내륙길 5개 코스, 해안생태·문화탐방로까지 약 160㎞에 이르는 마실길을 트레킹하는 것도 좋다.

마실길과 나란히 나 있는 해안도로는 단조롭지 않고 적당히 구불구불한 길이 특징이다. 도로의 높낮이도 있어 구간마다 다르게 보이는 풍경이 쏠쏠한 재미를 준다. 변산반도 해안길은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지만 가을에 와야 하는 이유가 따로 있다. 해가 넘어가는 시간에 이곳을 지나면 산에는 단풍이 바다에는 노을이 주변이 온통 붉은색으로 물드는 절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름내 흘렸던 땀까지 말리는 시원한 전나무 숲길이 있는 내소사와 울금바위를 두르고 자리한 개암사 같은 사찰도 변산반도 해안길을 아름답게 하는 명소다. 켜켜이 쌓인 해식단애가 이질적인 채석강, 드넓은 곰소염전은 일상에서 느끼지 못했던 평화를 선물한다.

변산반도로 드라이브 여행을 왔다면 꼭 들렀다가 가야 할 곳이 있다. 격포에서 모항을 지나 내소사를 거쳐 곰소로 가는 길이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쓴 유홍준 교수는 이 길을 두고 환상의 해안 드라이브 코스라고 격찬한 바 있다. 드라이브 도중 나타나는 모항은 변산면 도청리 남쪽 끄트머리에 있는 작은 어촌이다. 원래는 항구였지만 이제 그 기능이 다해 젓갈을 전문으로 다루는 어시장이 더 유명하다. 곰소에서 해안을 따라가면 모항해수욕장이 나타난다. 반달 모양이 특징인 모항해수욕장은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 촬영지이기도 하다.

모항에 들렀다면 제철을 만난 가을 대하와 꽃게를 맛보지 않으면 서운하다. 변산반도에서도 깨끗한 수질을 자랑하는 모항 앞바다에서 먹는 대하와 꽃게는 맛도 좋을 뿐 아니라 보양식으로도 손색이 없다.

가는 법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부안IC에서 내린다. 톨게이트에서 변산 방향으로 좌회전한 뒤 변산면사무소 방면으로 향한다. 변산면사무소 앞 삼거리에서 고사포해변 방면으로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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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산국립공원.

02 넓은 호남평야, 내장산국립공원으로 이어진 29번 국도
 
29번 국도는 충남 서산부터 전남 보성까지 넓게 펼쳐진 호남평야를 가로지르는 도로다. 서산 해미읍성에서 시작해 김제의 벽골제와 정읍의 내장산국립공원까지 무르익은 가을은 눈과 마음에 담기에 그만이다.
 
29번 국도의 시작인 해미읍성은 조선 성종 22년에 완공된 성이다. 고창읍성, 낙안읍성과 함께 조선시대 대표적인 읍성 유적지로 손꼽힌다. 성내에는 동헌과 내아, 객사, 민속가옥 등이 있어 조선시대의 마을 광경을 엿볼 수 있다. 이곳은 조선 말 천주교도들이 순교한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성내 광장에는 천주교도들이 갇힌 감옥 터와 이들이 매달려 고문을 당했던 회화나무가 수백 년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나무에는 아직도 흔적이 남아 있다.
 
해미읍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이곳에는 나이가 300년도 더 넘은 느티나무들이 여전히 향교를 지키고 있다. 성인 두 명의 품은 족히 넘을 만큼 밑동이 큰 느티나무는 가을이면 아름다운 단풍을 선보이는데 오래된 향교와 어울려 분위기가 근사하다.
 
읍성과 향교가 있는 서산을 지나 다시 도로 위에 오르면 오른쪽에는 금강이 흐르고 왼쪽에는 황금 들판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넓은 호남평야를 끼고 텅 빈 도로 위를 질주하면 온갖 걱정으로 가득 찼던 머릿속에 시원한 바람이 걱정을 밀어내며 들어찬다. 도로가에 가로수로 심은 밤나무에 밤송이가 달려 있다. 작은 밤송이를 꽉 채운 굵은 알밤은 보기에도 먹음직스럽다.
 
호남의 가을을 따라 달리다 보면 김제가 나온다. 김제 벽골제는 제천 의림지, 밀양 수산제와 함께 역사와 전통이 깊은 저수지로 유명하다. 백제 시절 벽골제의 제방 크기는 현재 여의도의 네 배가 될 만큼 그 규모가 컸다. 벽골제 입구에는 입을 벌린 쌍룡이 여의주를 물고 마주하고 있는 커다란 구조물이 방문객을 반긴다. 벽골제가 생길 무렵 물이 있던 자리에는 논과 밭, 집이 생겼다. 벽골제에 있는 연못에는 생태 산책로가 조성돼 계절을 대표하는 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도로를 따라 다시 내려가면 내장산국립공원이 있는 정읍에 도착한다. 내장산국립공원은 단풍 성수기인 10월 말이 되면 하루 10만 명 이상이 찾을 정도로 인기 있는 단풍지이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10월 5일부터 내장사 매표소부터 일주문까지 3.6㎞ 구간인 자연사랑길 구간을 일방통행제로 바꾸기로 했다. 또한 일주문과 내장사까지 이어진 단풍 터널, 탐방안내소부터 케이블카 구간 역시 일방통행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혼선 없이 여행하려면 등산 코스를 잘 확인하고 나서야 한다. 또한 11월 30일까지 서래탐방지원센터와 벽련안 구간이 탐방예약제로 전환돼 이곳을 이용하려면 미리 국립공원 통합 예약시스템을 통해 사전예약을 해야 한다.
 
가는 법 서울에서는 서해안고속도로를 따라 당진 방면으로 간다. 서산 IC에서 서산, 태안 방면으로 가다가 서산톨게이트를 빠져나온 다음 서산 나들목에서 태안, 서산 방면으로 향하면 29번 국도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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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단양 소백산자락에 있는 보발재.

03 갈대와 단풍이 어우러진 단양 59번 국도·595번 지방도
 
충북 단양은 우리나라 단풍 명소로 빠지지 않는 곳이다. 특히 단양 가곡면에 있는 보발재는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붉은빛을 자랑하는 단풍 때문에 많은 사진작가와 여행 마니아가 찾는다.
 
가곡면 보발재로 향하는 길도 지천으로 가을이 흩뿌려져 있다. 단양 가곡면에서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으로 향하는 595번 지방도는 요즘 가장 사랑받는 드라이브 코스이기도 하다. 595번 지방도 를 타기 전에 59번 도로가 먼저 모습을 드러낸다. 남한강 상류를 가로지르는 삼봉대교에서 시작하는 59번 국도를 따라 달리다 보면 남한강 상류의 갈대밭이 손을 흔든다. 약 12㎞가량 펼쳐진 갈대밭은 사평리에서 향산리까지 이어진다.
 
갈대밭 구간 중 가장 아름다운 구간은 새별공원이 있는 ‘고운골 갈대밭’이다. 이곳은 드라마 <일지매> 촬영지로, 약 1.4㎞가량 나무 데크가 설치되어 있고 느티나무 숲, 야생화 가든, 소나무 숲 등 방문객을 위한 다양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광장을 중심으로 양쪽에 탐방로가 나누어져 있다.
 
새별공원이 있는 갈대밭을 따라 59번 국도를 조금 더 달리면 보발재로 향하는 595번 지방도가 시작된다.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굽이치는 단풍은 바람이 불면 붉은 물결이 일렁이는 듯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한다. 뒤쪽으로 울긋불긋 물든 단풍길이 모습을 드러낸다. 약 3㎞에 이르는 드라이브 코스를 따라가다 보면 붉게 물든 절경을 놓치고 싶지 않아 저절로 천천히 움직이게 된다. 경치도 경치지만 길에 커브가 많다 보니 초보운전자는 운전에 조심해야 한다.
 
보발재 정상에 있는 전망대에 오르면 가을로 물든 보발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보발재는 가곡면 보발리와 영춘면 백자리를 잇는 고갯길로 해발 540m에 위치하고 있다. 전망대에 서면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가을 하늘과 소백산의 산세가 어우러진 모습은 눈에만 담기 아까울 정도다. 
 
전망대를 뒤로하고 차로 5분 거리에 대한불교 천태종 총본산인 구인사가 나온다. 붉게 물든 나뭇잎 사이에 모습을 드러낸 사찰은 오래된 사찰답게 웅장한 아름다움에 넋을 놓게 될지도 모른다. 붉고 푸른 단청과 어우러진 단풍은 보발재에서 봤던 것과 다른 매력을 드러낸다. 구인사 경내를 한 바퀴 도는 데 약 2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니 그 규모가 짐작이 간다.
 
구인사 경내에서 가장 높은 대조사전은 상월원각대조사 존상을 모신 곳이다. 이곳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기도 하다. 상월원각대조사 상에 소원을 빌면 소원을 들어준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보발재에서 단양읍 쪽으로 가면 온달산성이 나온다. 보발재에서 온달산성, 온달관광지에 이르는 11.2㎞ 구간은 ‘온달 평강 로맨스길’로 조성돼 천천히 사색하며 걷기 좋다.
 
가는 법 서울에서 출발하면 경부고속도로를 따라가다 영동고속도로로 갈아탄 뒤 평택제천고속도로로 향한다. 북단양 IC에서 매포 단양 방면으로 향한 뒤 소백산국립공원 방면으로 향하면 59번 국도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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