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빨간불이 켜졌다. 개학은 5월 20일로 연기되면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12월 3일로 미뤄졌다. 수도권 주요 대학들은 코로나19 상황에 처한 수험생을 배려하겠다며 새로운 입시요강을 발표했다. 대학 입시뿐 아니라 특목고와 자사고 등 고교 입시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혼란스러운 때, 어떻게 입시를 준비하면 좋을지 입시 전문가 2인에게 들어봤다.
김필립 김필립수학학원 원장
교육 1번가 서울 대치동에서 19년째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필립 원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대치동의 변화를 자세히 들려줬다. 현재 고3들은 코로나로 인해 등교 개학이 2개월 넘게 밀리면서 모든 학업 계획이 무너진 상태. 이를 보충하려고 사교육으로 아이들이 몰리는 상황이다. 대치동의 경우 학생이 여러 명 몰리는 대강의가 모두 사라지고 일대일 수업이 늘었다.
 

대치동 고3 일대일 수업으로 상위권 굳히기 돌입

“코로나19 때문에 빈부격차가 벌어진다는 이야기 들어보셨죠? 코로나가 빈부격차뿐 아니라 교육격차도 벌리고 있어요. 소위 말하는 강남에 있는 집에서는 코로나 상황이 시작되자마자 일대일 수업으로 부족한 공부를 하고 있어요. 선생님과 단둘이 교실에 있으니 바이러스에 감염될 우려도 적을 뿐 아니라 수업의 질도 높일 수 있어요. 대신 비용이 엄청나게 올라가죠. 한반에 10명 정도가 내던 수업료를 학생 한 명이 모두 충당해야 하니까요.”

김 원장 역시 이번 사태 속에서 치러지는 대학 입시는 현역 고3보다 재수생이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로 대치동에 있는 대부분의 학원이 휴업에 들어갔지만 재수학원은 성행 중이다. 기숙사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재수종합반도 여전히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극히 드물게 서울 송파구에 있는 강남대성학원에서 조리보조원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고 수업을 중단한 것 외엔 재수학원에서 코로나19로 휴업에 들어간 경우는 찾기 힘들다.

등교 수업 연기로 타격을 입은 고3이 재수생을 대상으로 선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 원장은 전년도 수능 난이도가 유지된다는 전제를 두고 수능체제에 돌입하는 것을 추천했다. 현역 고3이 재수를 노리는 것은 어떨까?

“고3이 재수하는 것도 딱히 나쁘지 않다고 봐요. 이번 사태로 인해서 모든 학생들이 학습 공백이 생겼어요. 결국 승패는 누가 이 공백을 꼼꼼하게 메우느냐 하는 것인데 오히려 재수를 생각하는 고3이라면 시간이 더 많으니 현재 고2들보다 더 유리할 수 있어요. 이번 입시가 끝난 겨울방학 기간에 무너졌던 스케줄과 수업 결손을 채우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무너진 1학기 방학 기간에 학습 공백 메워야

김 원장은 현재 고3뿐 아니라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 2학년도 큰 타격을 입었다고 했다. 고등학교 1학년 과정을 배우는 중학교 3학년은 등교 개학이 늦어진 만큼 제대로 학습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른 학년도 마찬가지다. 1학기 수업 내용이 제대로 학습되지 않으면서 그 공백이 눈덩이처럼 커질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고 전했다.

“고등학교 1학년과 2학년은 단 며칠 주어지는 이번 여름방학에 제대로 익히지 못한 교과목을 무조건 복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고등학교 전체가 다 망가져요. 코로나 전에 공부하던 것보다 2~3배는 더 공부해야 한다는 각오로 임해야 해요. 중3은 예비 고등학교 과정을 배우는 단계입니다. 그래서 중학교 3학년 1학기 내용을 제대로 학습하지 못하면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도 수업 내용을 따라가지 못하고 허덕이게 돼요. 중3은 겨울방학 때 미진한 내용을 샅샅이 찾아서 다져놓아야 훗날 대학 입시에서 입을 타격을 줄일 수 있어요.”

김 원장은 위기일수록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인해 경시대회나 대외활동 등 비교과 영역을 채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모두 중단된 상황이다. 게다가 입시요강이 비교과 활동을 제외하겠다는 대학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교과 영역, 즉 내신 성적과 수능점수가 앞으로의 입시에서 더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입시를 위해서 내신 성적과 수능성적 중 어느 것에 더 비중을 두는 게 좋을까. 김 원장은 내신과 수능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입시전략은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예전에는 수능문제와 내신문제가 서로 달랐지만 요즘 학교들은 내신문제도 수능문제처럼 내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내신 공부와 수능 공부가 전처럼 크게 구분되지 않습니다. 요즘 강남권 학교는 중간·기말고사 참고용으로 만드는 프린트도 모두 수능기출문제예요. 내신과 수능을 함께 준비하되 목표를 구체화할 필요는 있죠. 수험생이 비중을 수시에 둘 것인지 정시에 둘 것인지에 따라 계획이 달라지니까요.”
 

고교 입시, 학교 이름보다 아이 성향부터 따져야

김 원장은 코로나 사태 이후 고교 입시도 준 대학 입시처럼 준비하는 수험생이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절대평가체제에서 공부하고 있는 중학생이 고교 입시를 통해 수도권 주요 대학에 입학할 만큼 실력이 있는지 판가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인식 때문인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대치동에 있는 고입 전문 학원들은 큰 타격 없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특목고와 자사고 입시를 노리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고려해야 할 것은 아이의 성향이다. 경쟁이 치열한 자사고나 특목고에 입학한 아이들 가운데 경쟁에서 뒤처져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목고와 전국권 자사고는 경쟁을 즐기고 근성이 있는 아이들이 가면 좋은 곳이에요. 경쟁에서 깨지면 포기하는 성향이 있는 친구들은 오히려 일반고에 진학하는 것이 입시에 더 유리합니다. 제가 19년 동안 대치동에 있으면서 특목고에 진학했다가 경쟁에 치어서 입시에 실패하는 아이들을 여러 명 봤어요. 이런 아이들은 일반고에 진학해 내신과 비교과 영역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이 명문대 진학에 훨씬 유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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