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북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원산마을은 약초와 산양삼이 유명하다. 여름의 시작 지리산에서 채취한 산나물과 아카시아꽃, 송순으로 만든 건강한 요리와 원산마을의 아름다운 정취를 담았다.

촬영 협조 채연가(chaeyeonga.com)
김정은 선생의 제자인 김태연 씨는 남편 임채홍 씨와 함께 경상남도 함양의 원산마을에 살고 있다. 부부는 ‘한국전통음식연구소’에서 요리 강의와 체험 진행 일을 하면서 만났다. 일터에서 만나 결혼까지 한 그들은 적어도 50대에는 시골마을에 한옥을 짓고 전통음식을 연구하며 사는 행복한 미래를 꿈꾸었다.

남편 임채홍 씨는 전통주를 전공해 각 지방의 명인들을 찾아다니며 공부해야 하는 터라 집을 비울 때가 많았다. 결혼 후 두 아이가 태어났고 아이들이 커가면서 가족은 아빠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결국 조금 이른 시기에 꿈을 이루기 위해 채홍 씨의 고향인 원산마을로 귀향했다.

“남편과 제가 조리 쪽을 전공하다 보니 음식의 원재료가 생산되는 농업하고도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리 전공이라는 기술 하나만을 가지고 아무런 준비도 없이 정말 시골 중에서도 시골인 이 원산마을에 둥지를 틀었죠.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원산마을은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곳이에요. 함양군 하면 떠오르는 것이 ‘지리산 자락’, ‘게르마늄 토양’, ‘청정지역’이지요. 예부터 산세가 험해 농사짓기가 어렵고 교통이 불편해 어류나 육류를 구하기가 힘들었다고 해요. 때문에 자연스럽게 임산물을 채취해 먹고 남은 것들은 장아찌나 부각, 나물로 말려 저장해두고 그 저장식품으로 겨울을 나곤 했죠. 경제활동도 산에서 버섯이나 벌을 키워 팔거나 산삼을 캐어 내다 팔아 생계를 이어가고요.”

원산마을이 위치한 경남 함양군 병곡면은 해발 1252m의 대봉산 자락에 있다. 봄이면 대봉철쭉과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진달래가 아름답고 늦봄부터 초여름까지는 아카시아와 찔레꽃의 향기가 마을을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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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위들깨죽

머위들깨죽

집 근처 밭둑에서 채취한 머위를 이용한 들깨죽은 원산마을 토박이인 임채홍 씨의 어머니가 직접 쑤었다. 머위 줄기는 늦봄까지 채취가 가능하고 데쳐 냉동 보관하면 장기 보관이 가능한 식재료로 입맛을 돋우면서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다. 특히 여름철 입맛이 없고 소화가 잘 되지 않을 때 삶은 머위와 들깨가루, 찹쌀가루를 넣어 죽을 쑤어 먹으면 기력을 보충하고 소화 또한 잘된다.

기본 재료
삶은 머위 200g, 들깨가루·찹쌀가루 1컵씩, 소금 약간, 물 6컵

만드는 법
1 냄비에 들깨가루와 찹쌀가루를 섞어 분량의 물을 붓고 멍울이 없도록 잘 풀어준다.
2 ①을 중불에 잘 저어주고 끓기 시작하면 잘게 썬 머위를 넣고 한소끔 끓인다.
3 ②에 소금으로 간한 뒤 불을 끄고 그릇에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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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장떡과 아카시아꽃전

아카시아꽃전

기본 재료
아카시아꽃송이 적당량, 튀김가루·부침가루 100g씩, 물 약간, 식용유 적당량

만드는 법
1 아카시아는 줄기를 떼고 덜 핀 꽃송이들을 물에 살짝 헹궈 준비한다.
2 튀김가루와 부침가루는 1:1 비율로 준비해 반죽이 어우러질 정도로 소량의 물을 부어 섞는다.
3 손질한 아카시아에 ②의 반죽을 살짝만 묻혀 식용유를 넉넉하게 두른 팬에 앞뒤로 노릇하게 지진다.
 

가죽장떡

기본 재료
가죽잎 30g, 제피잎 10g, 양파 1개, 청양고추 2개, 된장 2큰술, 고추장 1큰술, 밀가루 1컵, 물 ½컵, 식용유 적당량

만드는 법
1 가죽잎과 제피잎은 흐르는 물에 씻어 물기를 턴 다음 잘게 채 썬다.
2 양파는 얇게 채 썰고 청양고추는 송송 썬다.
3 볼에 모든 재료를 넣고 고루 섞어 반죽한다.
4 달군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③의 반죽을 적당히 펴고 앞뒤로 노릇하게 지진다.
 

향기로운 아카시아꽃 요리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김태리가 바삭바삭하게 튀긴 아카시아꽃튀김을 보고 한동안 아카시아꽃튀김이 유행하기도 했다. 아카시아꽃을 가지째 튀김옷을 입혀 바삭하게 튀겨낸 아카시아꽃 튀김은 바삭바삭하게 씹히는 식감 뒤로 은은한 꽃향이 더해져 별미다. 원산마을에서는 약용 효과가 있는 아카시아꽃을 예부터 생으로 먹거나 요리를 해서 먹었다고 임채홍 씨의 어머니는 설명한다.

“먹을 것이 귀했던 때였으니 독성 없는 풀과 꽃은 달게 먹었어요. 은은한 향의 아카시아꽃은 밖에서 놀던 아이들에게는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는 더없이 좋은 간식이었지요. 또 향이 좋아 술이나 장아찌로 담가 먹기도 했고요. 밀가루에 물을 넣고 풀어 소금을 약간 치고 꽃송이째 담가 전을 부쳐 먹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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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사철 밑반찬이 되는 부각

부각은 이 말린 채소를 그냥 튀기거나 찹쌀풀만 살짝 묻혀 튀긴 것이다. 임채홍 씨의 어머니는 봄부터 가을까지 거두어들인 수확물을 부각으로 만들어놓고 두 손자의 간식으로 또 밥반찬으로 활용한다. 김에 찹쌀풀을 묻혀 말린 후 튀긴 김부각, 감자의 껍질을 벗겨 0.1~0.3㎝로 슬라이스 해 물에 담가 전분을 빼고 말려 튀긴 감자부각이 있다. 가죽잎 같은 나물들은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물기를 없애고 고춧가루와 소금을 약간 넣어 만든 찹쌀풀을 발라 말린다. 하루쯤 지나 다시 한 번 찹쌀풀을 바르는데 이 과정을 총 2~3번 정도 반복하고 말린 뒤 튀긴다. 여름에는 고추를 반으로 갈라 씨를 빼고 밀가루나 찹쌀풀을 묻혀 찐 뒤 말려서 튀겨 고추부각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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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의 은은한 향을 간직한 송순

지리산 아래의 청정지역인 함양군은 예부터 소나무의 어린 순을 이용해 주로 술을 담갔다. 일명 솔송주는 은은한 솔향기와 감칠맛으로 프리미엄 약주로 인기가 높다. 송순은 특유의 상쾌한 향과 감칠맛 때문에 고기 요리와 궁합이 잘 맞는다.

“송순을 채취해서 찜기 밑에 깔고 고기나 생선을 찌면 은은한 솔향이 비린내와 잡내를 말끔히 제거해줘 따로 양념을 할 필요가 없어요. 제철 나물이나 상추, 배추알배기 등으로 겉절이나 무침을 해 곁들이면 별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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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순삼겹찜과 참나물무침

송순삼겹찜 재료 통삼겹살 500g, 송순 100g, 양파 1개
참나물무침 재료 참나물 100g, 양파 ½개, 고춧가루·식초 2큰술씩, 간장·매실액 1큰술씩, 설탕·다진 마늘 ½큰술씩, 통깨·참기름 약간씩

만드는 법
1 찜기에 채 썰어놓은 송순과 양파를 분량의 반 정도만 깔고 삼겹살을 덩어리째 올린 후 나머지 분량으로 고기 위를 덮는다.
2 김이 오르는 냄비에 ①을 올리고 50분 정도 푹 찐다.
3 잘 익은 삼겹살은 한 김 식혀 편으로 썰어 접시에 돌려 담는다.
4 참나물은 깨끗하게 씻어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양파는 채 썬다.
5 참나물과 채 썬 양파를 볼에 담고 고춧가루, 식초, 간장, 매실액, 설탕, 다진 마늘, 통깨, 참기름을 넣어 살살 무친다. 삼겹살찜에 곁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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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요리에 활용이 가능한 말린 나물

말린 채소와 과일은 식감이 쫀득하고 향이 진해 한식뿐만 아니라 양식이나 중식, 일식에 이르기까지 요리 장르에 상관없이 두루 사용하기 좋다. 취나물과 곤드레나물 같은 잎채소는 끓는 물에 넣고 숨이 죽을 정도로 살짝 데친 뒤 찬물에 헹궈 물기를 꼭 짠 다음 식품건조기에 넣어 말리거나 소쿠리에 펼쳐 햇볕에 말린다. 말린 취나물이나 곤드레나물은 물에 불려 볶아 먹거나 한 번 데쳐서 알리오올리오 같은 오일 파스타로 즐겨도 맛있다. 케일은 모양을 살려 말린 다음 사용해도 좋고, 가루를 내서 요구르트에 타 먹거나 밥을 지을 때 넣어도 좋다. 애호박이나 가지, 당근 등은 5㎜ 두께로 썰어야 잘 마르고 먹기에도 좋다. 말린 버섯은 물에 불려 밥을 지을 때 넣어 영양밥으로 즐겨도 별미다. 연근은 얇게 썰어 말리거나 볶거나 말린 그대로 튀겨 스낵처럼 먹어도 맛있다. 말린 채소를 저장해두었다면 일상의 식탁에 특별한 맛을 선물할 수 있다. 단, 말린 채소는 물에 너무 오래 불리면 특유의 맛과 향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30분 이상 불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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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온으로 담근 깔끔한 맛의 식초

김태연·임채홍 부부는 원산마을로 귀향한 후 쌀농사를 지으며 술과 식초를 빚고 있다. 두 부부의 이름 가운데 글자를 딴 ‘채연가’라는 브랜드로 식초와 조청, 편강 등을 선보이고 있다.

“남편이 전통주를 전공으로 공부한 지도 20여 년이 다 되어가고 있어요. 아직 젊긴 하지만 많은 명인들을 만나고, 듣고, 배운 것들이 많아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술을 빚고 식초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또 원산마을은 청정지역으로 송순과 진달래, 풋사과, 아카시아꽃 등 술과 식초를 빚기에 좋은 다양한 재료들을 품고 있고요. 어느새 5년 이상 숙성된 식초들이 생겨났고 이것들은 저희 부부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결실입니다.”

일반 식초의 경우 고온에서 발효하기 때문에 전분질이 발효하면서 특유의 냄새가 나는 것들이 많다. 이 부부도 많은 시행착오 끝에 저온발효를 통해 만족스러울 만큼 맛이 깔끔하고 원재료의 향이 은은하게 남아 있는 식초를 만들 수 있었다.

“식초를 만들기 위해서는 쌀과 율무, 현미, 진달래로 막걸리를 만듭니다. 그 막걸리를 걸러서 5~10℃의 온도에서 15일 정도 발효시키고 그 막걸리를 걸러 5~10℃에서 다시 45일 정도 발효시킵니다. 이 초산발효가 끝나면 맑은 식초만 걸러 다시 5년 이상 숙성시키죠. 이렇게 완성된 식초는 다양한 요리에 사용하기도 하고 무더위 시원한 물이나 탄산수를 곁들이면 새콤달콤 입맛을 살려주고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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