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플 때는 119, 범죄에 노출됐을 때는 112. 어려움이 닥쳤을 때 해야 할 것이 자동으로 떠오른다. 그렇다면 경제적으로 힘들어졌을 때 어디에 도움을 청해야 할까. 서민의 금융생활이 안정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곳,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회복위원회다. 두 기관을 이끌고 있는 이계문 원장 겸 위원장을 만나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물었다.
인생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경제적 위기를 겪는다. 특히 요즘처럼 코로나19 사태와 폭우 등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경제적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점점 늘고 있다. 신용이 나빠지거나 경제적 상황이 힘들어져서 또는 소득이 줄어서 시중 은행과 저축은행 등 제도권 금융을 이용할 수 없는 이들이 손을 내미는 곳은 결국 고금리를 물어야 하는 대부업체와 불법사금융이다.
 
서민금융진흥원(이하 서금원)과 신용회복위원회(이하 신복위)는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에게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려주고 채무를 조정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회복위원회 양 기관의 수장인 이계문 원장 겸 위원장은 한 가지 사례를 들었다.

“서울 노원에 있는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 상담을 나갔다가 만난 분 이야기예요. 남편이 사업에 실패해서 1억 원의 빚이 생긴 거예요. 그 빚을 갚으려고 의류매장에서 일하면서 5년간 열심히 갚았는데 생활비가 부족해졌대요. 그래서 대부업체에서 24%짜리 대출을 받았는데 나중에 생계비가 부족해진 거죠. 그래서 은행에 갔더니 신용등급도 낮고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은 이력도 있어서 대출이 거절됐어요. 그러다 지인 소개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 온 거예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분이 안정적으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상황이라 지역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는 저축은행과 협의해서 금리가 9%대인 근로자 햇살론을 지원해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도록 돕고, 금리가 높은 대부업 대출은 햇살론17을 지원해 은행 대출로 바꿔줬어요. 햇살론17을 1년 동안 상환하면 금리를 최대 2.5%까지 낮춰드리기 때문에 이자부담을 더 낮출 수 있게 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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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문 원장 겸 위원장이 2018년 취임한 이래 50개 센터 중 34개 센터 현장에서 만난 사람만 66명이다. 그는 보다 편리한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먼저 고객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현장을 찾고 있다.

막막한 경제 상황 서민금융제도로 극복할 수 있다

이 원장 겸 위원장이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다 안타까운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에게 자신의 힘들었던 과정을 털어놓으면서 눈물을 보인 사람들도 많았다. 이들 대부분 채무를 끝까지 책임지고 싶어 했고 상황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있었음에도 방법을 몰라서 고금리의 빚을 떠안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원장 겸 위원장이 적극적으로 인터뷰에 나선 것도 경제적인 어려움을 감내하고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회복위원회가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용등급 8등급 이하가 247만 명이고 이 중 185만 명이 연체가 있었거나 연체 중인 사람들이었어요. 금융채무 불이행자는 88만 명이었어요. 이들 중 우리가 구제해준 분들이 10만 6,000명이에요. 여기에 개인회생이나 파산신청을 한 사람이 10만 명이니까 합해서 20만 명 정도를 우리가 도와준 거죠. 그 20만 명을 제외한 사람들은 신용이 낮고 연체기록이 있어서 은행은 물론이고 저축은행에서도 대출 받기 힘들어요. 20만 명은 다행히 채무 문제를 해결했지만 남은 사람들은 돈을 못 갚아서 도망 다니거나 숨어 살면서 오랜 시간 고통을 겪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겠죠. 그런 안타까운 사례가 발생하지 않게 잘 도와주라고 정부가 서금원과 신복위에 역할을 준 거예요. 많은 분들이 이런 좋은 제도를 이용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열심히 홍보하는 중입니다.”

안타까운 사례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번에 이 원장 겸 위원장이 소개한 케이스는 일을 하다 다친 일용직 여성 A씨의 이야기다. A씨는 이미 신용회복 지원을 받던 중 유리컵에 손을 다치고 말았다. 병원비와 생활비가 부족해져서 신복위 소액대출로 200만 원을 지원 받았다. 그러다 6개월이 지나고 손등, 팔, 목에 백반증이 발생하자 나가던 가게에서 손님들이 싫어한다며 나오지 말라고 통보했다. 일자리가 사라지자 신복위에서 280만 원을 추가로 지원받았다.

하지만 소득이 없으니 신복위에서 빌린 돈도 상환할 수 없게 됐다. 그는 서민금융간담회에 찾아왔고 이 원장 겸 위원장이 A씨를 직접 만났다. 본인의 사정을 이야기하면서 한참을 울던 A씨는 이 원장 겸 위원장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이미 신복위에서 지원받은 채무조정 변제금 상환도 유예 중이어서 규정상 추가 대출을 지원하기가 어려웠다. 이 원장 겸 위원장은 고민 끝에 시민단체인 ‘더불어 사는 사람들’에 문의해 기부금 형식으로 지원을 해줬다.

이 원장 겸 위원장이 2018년 취임한 이래 현장에서 만난사람만 66명이다. 취임식 대신 서민금융 지원 현장인 관악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방문하는 것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이용자가 편리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먼저라 생각하고 현장을 찾았다. 그리고 현장을 파악하니 시스템의 변화가 가장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금원과 신복위의 모든 업무를 디지털화하고 이용자가 쓰기 편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업무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것은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서도 직원들의 업무 강도를 줄이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었다.

신용과 소득이 낮은 서민들일수록 서금원의 맞춤대출서비스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맞춤대출은 신용과 소득 등에 따라 본인에게 유리한 대출상품을 간편하게 비교하고 신청하는 대출중개 플랫폼이다. 평균금리가 11.4%로 대부업 평균 대출금리인 21.1%보다 훨씬 낮기 때문에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이자를 줄이기 위해 이용하는 것이다.  

이 원장 겸 위원장은 맞춤대출 이용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홈페이지를 개선하고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앱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이용 대상자와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고객 입장에서 필요한 핵심 기능만 탑재하는 등 서민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기 쉽도록 직관적인 스타일로 만들었다. 테스트 기간 중에 앱의 문제점만 374번을 수정했다. 직원들에게 앱의 문제점을 발견하면 포상을 하겠다는 공약까지 걸면서 시스템 변화에 매진했다. 그 결과 맞춤대출의 실적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17년 6월부터 2018년까지 3만 3,000건이었던 대출 건수가 시스템이 바뀐 후인 2019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11만 3,000건으로 약 241%가 증가한 것이다.

상담 방식도 ARS에서 상담사가 직접 받도록 바꿨다. 이 원장 겸 위원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보니 딱딱한 기계음이 전하는 내용을 이용자가 이해하기 힘들어 보였다. 또한 콜센터 직원도 21명에서 63명으로 세 배 가까이 늘려 고객들이 보다 편리하게 상담 받을 수 있도록 개선했다.
 


현장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이 먼저

이런 변화를 거치면서 수시로 직원들을 만났다. 간담회를 열어 대리급 직원부터 금융 전문위원까지 만나는 이유는 이 과정에서 겪는 직원들의 고충도 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아져서 직원들의 괴로움도 컸겠지만 바뀐 시스템이 안정되면 직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대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염려되는 마음도 있었다.

“직원들이 매일 다른 사람의 어려운 이야기를 들어야 하니까 정신적으로 영향을 받을까 봐 걱정이 됐습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느냐고 물어보니 오히려 힐링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다짜고짜 도와달라는 사람을 만나면 스트레스를 받지만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준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어요. 요즘도 직원들과 수시로 간담회를 해요. 그때마다 우리가 만나야 할 사람들은 어려운 사람들이기 때문에 공감능력이 중요하다는 말을 늘 합니다. 그래서 직원들이랑 수시로 자원봉사를 다녔죠. 올해도 시무식을 대신해 천사무료급식소에 배식 봉사를 가고 서울역 인근에 있는 쪽방촌에 도시락 배달을 다녀왔어요. 우리 직원들은 급여가 좋은 회사에 다니니까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심정을 모를 수 있잖아요. 그래서 봉사활동을 다니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어주고 싶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가지길 바랐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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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노소 모두 금융 지식을 쌓아야

이 원장 겸 위원장이 현장에서 느꼈던 문제는 또 있다. 금융을 어렵게 생각하고 여기에 대한 지식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특히 졸업 후 사회생활을 시작할 청년들의 금융 이해도가 다른 세대보다 더 낮은 것을 보고 대학교와 특성화고교 16곳을 찾아가 ‘CEO 금융 특강’을 열었다. 금융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이 원장 겸 위원장만큼 좋은 강연자도 없었다. 그는 학생들이 실생활에서 필요한 신용관리법과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법 등을 알려줬다. 매번 같은 내용을 말하고 싶지 않아 전공별로 맞춤형 교안을 만들어 모두 다른 내용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이 원장 겸 위원장은 매번 학생들에게 맞는 강의 내용을 준비하는 것에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는 듯 보였다.

“제 강의는 학생들 만족도가 높은 편입니다. 돈이 우리 삶에 정말 중요한 것이지만 학교에서는 이걸 어떻게 관리하는지는 가르쳐주지 않는데 제가 여러 가지 사례를 들어서 이야기를 해주거든요. 경제학과 학생들에게 하는 이야기와 국문과 학생들에게 하는 이야기가 같아선 안 되니까 학과별로 맞는 이야기를 준비해 가요. 한번은 한 남학생이 강연이 끝나고 와서 교수님에게도 못 들었던 이야기를 들어서 유익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말을 들으면 참 뿌듯합니다.”(하하)

학생들에게 맞춤형 강의를 하는 이 원장 겸 위원장은 자녀들에게는 어떻게 금융지식을 알려줬을지 궁금해졌다. 자녀교육에 대해 물으니 자신은 바쁘다는 핑계로 늘 아이들의 곁에 없었던 부족한 아버지였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늘 바쁘게 다니는 그가 아이들에게 거르지 않고 했던 그만의 교육법이 있다. 바로 편지다.

“제가 딸 하나와 늦둥이 아들이 하나 있는데, 우리 애들한테 편지를 한 20년 썼어요. 하도 바쁘게 사니까 아이들을 만날 시간이 없잖아요. 자정 전에 퇴근한 적이 드물었으니까요. 큰애가 태어나면서부터 편지를 쓰기 시작해서 1년에 3~4통씩 썼어요. 조금씩 쓰다 보니 편지 한 통이 3개월 정도 걸리는데 한 번은 30장이나 쓴 적이 있어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이야기, 쓴소리나 조언을 하기도 하고 해주고 싶은 말도 다 썼어요. 그랬더니 딸한테는 답장 한 통 받았어요. 아들은 아직 답장을 안 주네요.”(웃음)

자녀들 이야기가 시작되니 영락없는 아빠의 얼굴이 나왔다. 그리고 가감 없이 아이들의 경제 상황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이제 아들은 2년 전부터 초등학교 때부터 세뱃돈을 모은 통장으로 주식을 시작했다. 아직 고등학생이지만 증권계좌를 하나 만들어주면서 주식을 해볼 것을 권했다. 직접 몸으로 부딪히는 것이 가장 좋은 공부이기 때문이다. 사놓은 주식이 떨어졌다고 걱정할 때는 잊고 지내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그러다 한 종목에서 오르기 시작하더니 수익을 제법 냈다.

20대인 딸은 평범한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이 그렇듯 신용등급이 4등급이다. 이제 취직을 했으니 연체 없이 신용도를 쌓으면 금방 1등급이 될 것이다. 이 원장 겸 위원장은 빌린 돈을 잘 갚으면서 사는 월급쟁이들은 신용등급이 낮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말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에 닥치면 상황을 해결할 틈도 없이 신용도 낮아지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을 돕기 위해 서금원과 신복위가 존재한다.

“병에 걸리면 병원에 가서 제때 치료를 받아야 완치가 됩니다. 재무적인 어려움이 있을 때는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찾아서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런데 아직 서민금융의 문턱이 높다는 인식과 이런 제도가 있다는 것을 몰라서 제때 도움을 받지 못한 분들을 보면 정말 안타깝습니다. 화재신고는 119, 범죄신고는 112처럼 재무문제 하면 바로 1397 서민금융콜센터를 떠올릴 수 있도록 저희가 더 열심히 발로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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