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출간 이래 국내 판매량 100만 부를 기록한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의 저자 김수현이 4년 만에 신작을 냈다. 오롯이 ‘나’에 집중했던 전작에 비해 신간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나의 이야기에서 우리의 이야기로 영역을 넓혀 돌아온 김수현 작가와 서면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숨만 쉬기도 힘든 요즘이다. 바이러스가 세상을 점령해버린 이 시점, 사람 간의 물리적 거리는 멀어졌어도 마음만은 서로 가깝기를 바라지만 관계라는 게 마음 같지 않다. 예기치 못한 순간 내가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나도 상처를 받기도 한다.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기 좋은 시점에 반가운 책이 출간됐다. 김수현 작가의 신작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는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를 다룬 에세이다. 전작 <나는 나로 살기 시작했다>가 출간된 지 4년 만이다.

전작인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인기가 대단했어요. 신간을 준비하면서 부담을 느끼진 않았나요? 부담이 있기는 했어요. 영화로 치면 속편을 제작하는 마음이었어요. 전작과 결이 완전히 달라서도 안 되고, 완전히 같아서도 안 되잖아요. 그 지점을 찾는 게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를 거의 안 읽고 다른 책들을 많이 봤어요. 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을 때부터는 전작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을 쓰자’는 생각이 컸던 것 같아요.

관계에 초점을 맞춘 이유가 따로 있나요? 작가로서의 이유와 개인적인 이유가 있었어요. 작가로서는 관계에 대해 글을 써보라는 제안을 많이 받았어요. 독자들이 관계에 대해 고민이 많다 보니 저도 관심이 생겼어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사실, 관계에 대해 크게 고민해본 적이 없었어요. 책 프롤로그에 썼듯이 제가 신뢰했던 관계가 ‘사실은 그렇지 않았구나’라고 느꼈던 사건이 있었어요. 이런 크고 작은 상황이 책의 주제를 ‘관계’로 이끌었던 것 같아요.

개인적인 이유가 본인에게 큰 영향을 미친 걸로 보이는데요? 저와 정말 가깝게 지내는 친구가 있어요. 저는 그 친구와 잘 지낸다고 생각했는데 그 친구는 저에게 서운한 점이 많았던 거예요. 그걸 알게 되면서 충격을 받았어요.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아도 속으로는 서운한 마음이 생길 수 있는데, 그런 당연한 사실을 모르고 살았던 거죠. 저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랑 속마음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편이라 상대방도 그럴 거라고 은연중에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내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온전히 알 수 없다’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알게 된 경험도 있다고요? 남자친구를 만날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어요. 저는 스스로가 감정 컨트롤을 잘하고 이성적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연애를 하면서 보니까 제가 너무 제정신이 아닌 거예요.(웃음) 속도 좁고, 옹졸하고, 저 자신조차 몰랐던 모습을 발견하면서 관계라는 것이 조금도 단순하지 않다는 것, 굉장히 복잡한 것이라는 걸 느꼈어요. 

이런 경험들을 통해 ‘관계에 균형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거군요? 관계에 대한 책을 써야겠다 마음을 먹어서 그런지 제 주변 관계를 완벽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어요. 내 관계가 엉망이면 책을 쓸 자격이 있겠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관계를 잘 맺으려고 배려도 하고, 책도 찾아 읽고 했는데 어느 날 숨이 막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예요. 책에는 ‘내 마음이 작고 초라해졌다’고 썼는데 실제로는 공황장애가 올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적당히 포기하는 연습을 하기로 했어요. 책도 방향을 틀어서 완벽한 인간관계를 맺는 법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도 완벽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 됐어요. 완벽하게 균형을 맞추는 법을 터득했다기보다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유연한 대처를 하려고 노력하는 거죠.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책 제목을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로 한 건가요? 관계를 편안하게 생각하라는 걸로 읽혔어요. 원고 중반에 가제로 삼았던 제목인데요. 제가 책으로 가장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라 다른 건 떠오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좋은 제목은 지금 내 상황에서 공감할 수 있거나 내가 원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는 후자에 해당하는 제목이에요. 편집부에서는 부제로 썼던 ‘만만하지 않은 평화주의자’를 추천했는데 방어적인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았어요. 가장 결정적으로, 다수의 뜻이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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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열도를 사로잡은 비결은?

김수현 작가는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로 유명세를 얻기 전 이미 세 권의 책을 냈다. 두 권의 에세이집을 내고 그에게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깨달음으로 세상살이에 힘들어하는 독자들에게 위로를 건넨 김수현 작가의 책은 20대, 30대의 공감을 사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김 작가의 책이 흥행가도를 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방탄소년단의 멤버 정국이다. 방탄소년단이 출연한 여행 프로그램 <본보야지> 시즌 3에서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가 정국이 읽는 책으로 노출이 되면서 판매량이 급격하게 늘었다. 책이 출간된 지 2년 만이다.

한국에서만 누적 판매량 100만 부를 기록했고 일본에서는 24만 부가 나갔다. ‘월드스타’의 도움으로 해외 진출에 성공했지만 판매부수를 올리는 데는 콘텐츠의 힘이 컸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로 일본에 팬이 생긴 그는 이번 신작은 2억원이 넘는 선인세를 받고 수출됐다. 한국 에세이 수출 선인세 기록의 열 배 이상을 경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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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알려지는 데 방탄소년단의 정국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그에 얽힌 에피소드가 있나요? 처음에 BTS 팬들이 정국 씨가 제 책을 읽었다는 걸 올려주신 걸 보고 나서 출판사에 ‘BTS를 팔아서 홍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었어요. BTS가 읽었다는 식의 코멘트는 쓰지 말아달라고요. 그런데 BTS 일본 팬들이 ‘정국이가 읽었다고?’ 하면서 책 인증을 많이 해줬어요. 그러다 보니 일본에서 책이 사랑받은 이유를 말할 때 BTS에 공을 돌리지 않을 수 없는 거예요.(웃음) 저도 감사한 마음에 계속 언급하면서도 큰 신세를 진 것 같은 마음이에요. 저도 정말 팬이거든요. 황금 막내 정국 파이팅!

정국이 힘을 실어준 건 맞지만 글이 일본 팬들의 마음을 산 게 주효했을 것 같은데요? 그렇지 않고서는 선인세 2억원을 받고 수출하는 기록을 세우긴 힘들었을 거예요. 그래도 공의 절반 이상은 케이팝, 특히 BTS에게 넘기고 싶어요. 책 출간 초반에 BTS 팬들이 많이 읽어주었어요. 한류로 만들어진 한국 문화에 대한 호감이 없었다면 책이 일본 출판시장에 진입하기 힘들었을 거예요. 물론 그 후에도 책의 인기가 유지됐던 것은 메시지의 힘일 거예요. 그건 일본이 한국과 문화권이 같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었던 부분이 컸을 테니까요. 일본도 유교문화, 집단주의 문화가 있고 저성장 사회, 경쟁사회를 사는 고단함이 비슷하니까요. 일본 출판사 편집자가 말하길 제 책이 굉장히 직설적이라 독자들이 대리만족을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두 나라의 독자를 사로잡은 데 저자의 센스와 재치도 한몫했다고 생각하는데요. 원고를 쓰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뭔가요? 책은 나를 위한 게 아니라 독자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래서 개인적인 사담은 최대한 빼려고 노력해요. 나의 이런 면을 알리고 싶다는 욕구가 올라오거나 저를 포장하고 싶은 유혹이 들면 빨리 정신을 차리려고 해요. 책은 저의 개인적인 기록이 아니라 독자분들이 돈을 주고 구입하는 것이니까요. 군더더기는 최대한 빼고 가능한 친절하게 전달하려고 애쓰는 편이에요. 일상에서 이미 피곤하고 지치는 일은 많으니까 책은 최대한 편하게 읽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어요.

책을 쓰기 전과 작가가 된 후 김수현이란 사람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참 어려운 질문이네요. 책은 20대 초반부터 내다보니 작가의 정체성을 가지고 산 지는 오래된 것 같아요. 힘든 일이 생기면 불행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책의 소재가 생겼다고 느끼는 게 가장 큰 차이죠. 제가 성장해야 좋은 책이 나오기 때문에 내적 성장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겠지요. 저 역시 부족한 사람이라 앞으로 갈 길이 멀죠. 책의 순위는 계속 오르락내리락 하겠지만 저라는 사람은 그대로 있었으면 좋겠어요.

차기작에 대해 구상하고 있나요? 물론이죠. 지금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일상생활 속 고민을 해결하는 솔루션을 담은 대중서는 이 두 권으로 마무리하려 해요. 또 비슷한 책이 나오면 저도 새로운 걸 찾기 힘들고 독자도 식상할 테니까요. 다음은 불교 같은 동양철학을 다룬 책이 어떨까 생각하고 있어요. 책이 아니어도, 갑자기 네이버 도전웹툰에 웹툰을 올리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까지 했던 것과 다른 작업을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모두 독자를 위로해주는 책이에요.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좋은 위로는 무엇인가요? 곁에서 주는 위로라고 생각해요. 인간적인 유대가 좋겠지만 늘 그런 위로를 얻을 순 없잖아요. 그럴 때마다 책이 그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평범한 문장이라도 어떤 상황에서 만나느냐에 따라 힘이 달라지니까요. 집안 어딘가에 있다가, 관계가 벅차고 삶이 피곤한 날이나 사랑이 사라진 날 상비약처럼 꺼내 읽는 그런 책, 그런 글귀가 되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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