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64만 명이 넘는 뷰티 유튜버 새벽은 혈액암의 일종인 림프종을 앓고 있다. 2019년 ‘암밍아웃’ 영상이 화제가 되고 1년이 지난 후 새벽이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를 냈다. 책 제목이 마치 스스로를 다독이는 말처럼 들린다. 오늘 이 슬픔이 언젠가 우릴 빛내줄 거라고.
“머리카락이 너무 빠져서 삭발하기로 했어요.”

스물아홉 뷰티 유튜버 새벽은 지난해 암 환자가 됐다. 어느 날 갑자기 몸에서 이상 신호를 느껴 병원에 갔는데 암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다. 항암치료를 시작하니 시도 때도 없이 머리카락이 빠졌다. 새벽이 진행하는 유튜버 영상에는 침대 위에 수북한 머리카락이 보인다. 그리고 바뀌는 장면, 삭발을 하러 미용실에 간 새벽이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트리지만 이내 다시 자신의 모습이 키위 같다며 웃는다.

그가 공개한 ‘항암 탈모과정 & 삭발했어요’ 영상은 순식간에 화제가 됐고, 2020년 4월 현재 조회 수 554만5962회를 기록했다. 영국 BBC에서도 그의 이야기를 다뤘으니, 조금 과장을 보태면 전 세계가 새벽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 셈이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혈액암 환자일지도 모른다.
 

갑자기 찾아온 암, 그럼에도 변함없는 일상

새벽은 혈액암의 일종인 종격동 림프종을 앓고 있다. 종격동은 심장, 대동맥, 대정맥, 기관, 기관지, 식도 등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을 뜻하는 말로 좌우 폐를 둘러싼 가슴막 사이의 부분을 가리킨다. 종격동에 생긴 종양이 어느 정도 커지면서 폐를 압박한 탓인지 인터뷰를 하는 내내 새벽은 기침을 자주 했다.

“암에 걸린 것을 처음 알았을 때 ‘치료하면 되지’라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저에게 암은 일생일대의 사건이 아니냐 하는데 암인 걸 알았을 때 충격을 받거나 그러진 않았어요. 물론 치료가 길어지면서 이 일이 저에게 터닝포인트가 되어가고 있긴 해요.”

새벽의 현재 상태는 긍정적이진 않다. 6차 항암치료까지 끝냈지만 종양은 사라지지 않았다. 담당의사는 더 이상 시중에 있는 약은 쓸 수 없다며 임상실험 중인 약을 권했다. 두 번의 임상실험 약을 썼지만 다 실패해 새로운 임상실험 약을 기다리는 중이다.

좋은 상황이 아님에도 새벽의 일상은 항암치료 전과 다를 바 없다. 암에 걸리면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있고 항암치료를 받으며 지낼 것 같지만, 치료를 받으면서 일상생활을 그대로 유지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새벽도 마찬가지다. 암에 걸린 후에도 메이크업이나 스타일링 영상뿐 아니라 그의 치료 경과나 일상을 소개하는 영상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오히려 암에 걸린 후 더 다양한 스타일을 볼 수 있어 재밌다는 의견도 많다.

“처음 머리를 자를 때는 삭발한 모습이 안 어울리지 않을까 싶었는데 막상 하고 나니 마음에 들더라고요.(웃음) 상상하지도 못했던 소득이었어요. 가발을 쓰니까 더 다양한 스타일링도 할 수 있어요. 가발만 해도 서른 개가 넘는데 못 쓰겠다 싶은 것 몇 가지를 정리해서 지금은 스무 개 정도만 남았어요. 정리해야 또 새로운 걸 채우잖아요.”(웃음)

뷰티 유튜버로서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머리를 민 모습 그대로 뷰티 촬영을 했다. 쇄골 아래에 심은 케모포트도 드러냈다. 케모포트는 정맥혈관을 통해서 항암치료용 약을 공급하는 카테터(삽입관)의 일종이다. 동전만 한 크기의 원통형 기구를 피부 밑에 이식하면 혈관으로 바로 약물을 투여할 수 있다. 쇄골 아래 불룩 튀어나온 케모포트가 어색하고 무서웠지만, 치료를 잘 받고 있다는 증거로 케모포트까지 화보에 담고 싶었단다. 머리카락도 없고 쇄골 아래 툭 튀어나온 케모포트의 존재감이 선명한 이 화보의 이름은 ‘Undefinable(정의할 수 없는)’이다. 외모가 어떻게 달라지든,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든 흔들리지 않겠다는 다짐을 표현했다.

새벽은 인터뷰 내내 암에 걸려서 좋은 점만 나열했다. 스타일링이 다양해져서 좋고, 사랑과 미움을 동시에 받던 자신이 많은 사람들에게 응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다고 했다. 그리고 남자친구 민건 씨의 진가를 알아볼 수 있었으니 다행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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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건 씨와 새벽 커플

묵묵히 곁을 지키는 남자친구

유튜버 새벽에게 남자친구 민건 씨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화제가 됐던 삭발 영상에도 등장한 민건 씨는 삭발한 여자친구를 보자마자 귀엽다며 입을 맞췄다. 소개팅으로 만나 햇수로 5년째 연애 중인 두 사람은 함께하는 일상을 기록한 유튜브 채널 ‘새벽을 여는 건’을 만들었다.

“삭발 영상을 올리기 전에 오빠한테 ‘지금이라도 싫으면 싫다고 해도 돼. 이거 올리면 너랑 나는 둘이 평생 살아야 해. 빼도 박도 못해’ 그랬더니 오빠가 그럼 당장 빨리 올리라고 하더라고요. 오빠도 길을 가다 사람들이 알아보고 하니 부담을 느끼겠죠? 저에게 말은 안 해도요. 그래도 영상을 찍는 건 우리의 젊은 날, 같이 잘 지낸 순간을 간직하기 위해서예요. 많은 분들이 그 채널을 좋아해주셔서 감사하지만 그래도 거기서 벗어나지 말고 우리 이야기에 집중해서 영상을 만들고 있어요.”

새벽이 암에 걸리기 전에는 이렇게 돈독하지 않았다. 권태기가 오기도 했고 이 사람과 계속 사귀는 게 맞나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고. 하지만 암에 걸리니 민건 씨의 진가가 드러났다. 투병에 지쳐 감정이 무너져 내릴 때면 옆에서 조용히 다독여주고, 새벽이 우울해 할 때면 데리고 나가 화려하게 빛나는 야경을 보여주기도 했다. 기자가 “이런 남자친구는 어디서 살 수 있냐” 하고 물었더니 “미완성된 걸 사서 바꿔놨어요” 하며 꺄르르 웃었다.

“오빠가 이런 말을 하면 싫어하지만, 저는 아픈 게 이런 좋은 사람을 놓치면 안 된다는 신의 계시였던 것 같아요. 아프지 않았으면 이 사람이 얼마나 좋고 괜찮은 사람인지 모르고 지나갔을 것 같은 거예요.”

두 사람은 얼마 전부터 함께 살고 있다. 같이 살기로 하면서 민건 씨는 여자친구를 위해 건강식 요리를 배우러 다녔다. 인터뷰를 하는 날 아침에는 보리밥을 해놓고 출근했단다. 새벽은 아직 이사의 흔적이 남은 새 보금자리를 정리하느라 정신없는 와중에 또 새로운 일을 준비하고 있다.

“립 제품을 만들고 있어요. 작년부터 기획한 건데 미루고 미루다가 올해 5월쯤이면 론칭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유튜버 새벽의 색을 많이 빼고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있어요. 그래서 브랜드 이름도 주인공이에요.”

투병생활만 보면 새벽은 여전히 어두운 시기 안에 있을지 모르겠다. 기대만큼 치료 경과가 좋지 않았고 여전히 새로운 약을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니. 하지만 새벽은 “암은 이정주라는 사람에게 생긴 기회”라고 말한다. 스스로가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 알 수 있는 기회를 줬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알려줬다. 어두운 시기지만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깜깜해야 빛나는 별처럼 빛에 가려져 몰랐던 소중함을 찾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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