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은 조심스럽다고 했다. 한반도의 현실에 대한 아픔을 담은 <강철비 2: 정상회담>을 정치적인 시선으로 해석하는 것이 두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인의 생각을 차분하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신중하고 또렷하게 전해진 정우성의 진심을 만났다.
“코로나19로 극장가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우리 모두가 방역에 솔선수범 협조해서 여러분과 만날 수 있다는 게 놀라워요. <강철비 2: 정상회담>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상황에 놓인 한반도를 국민으로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원론적인 질문을 던지는 영화예요. (정치적인 메시지가) 달갑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건 이 영화의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철비 2: 정상회담>은 해석이 분분한 영화다. 어떤 사람에게는 화려한 잠수함 액션을 만나볼 수 있는 영화이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한반도의 민감한 정치 주제를 담은 영화이기도 하다.

남북미 정상회담 중, 북한 내 쿠데타로 세 정상이 납치된 상황. 핵잠수함에 갇힌 세 정상의 모습에서 우리의 현실을 반추하게 된다. 북미평화협정을 위한 정상회담에 초대는 받았지만 우리가 사인할 곳은 없는 대한민국의 현실, 양극단의 북한과 미국 정상 사이에서 중재자 노릇을 하느라 애쓰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커다란 물음표를 던진다.

정치적인 사안인 만큼 해석도 분분하다. 언론시사회에서 처음 영화를 본 정우성은 감정이 올라와 울컥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분단의 현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 역을 맡았다.

시사회 이후 눈시울을 붉혔다. 어떤 감정이었는지 말해줄 수 있나. 온전히 영화를 보게 됐다. 내가 연기한 한 대통령 감정에 몰입됐다. 분단 현실에 살고 있는 우리들, 과거와 역사 안에서 우리 민족의 죽음과 한 등 갑자기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올라왔다. 충분히 불행했는데 불행이 당연해졌고, 불행을 이용하고 있고, 어째서 이 불행을 외면하고 있는지, 앞으로 대한민국은 어떤 지향점을 가져야 할지, 여러 감정이 들었다.

강철비 시리즈인데 시즌 1과 전혀 다른 이야기, 전혀 다른 배역이다. 시나리오 받아보고 ‘그렇지, 이렇게 시리즈를 연결할 수 있는 이야기지’ 생각했다. 강철비 1, 2 모두 남북 두 인물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지만 한반도가 주인공인 영화다. 기발한 기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1편에 출연했기 때문에 2편에 당연히 출연해야지’는 아니었다. ‘3편 나오면 나랑 당연히 해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도 안 한다. 시나리오가 갖고 있는 캐릭터와 스토리의 연관성이 없는 새로운 속편이 참신했다. 잠수함이라는 설정 안에서 세 정상의 모습은 SNL 콩트 같은 풍자를 담고 있다. 잠수함이 어떻게 구현이 될지, 배우로서 어떤 화학작용을 일으킬까 호기심이 있었다.

한 대통령을 어떤 대통령으로 그리고 싶었나. 문재인 대통령이 떠오른다는 반응도 보인다. 특정 인물을 차용한 것은 없다. 분단에 대한 불행, 그로 인해 희생된 국민들, 과거에 대한 연민에 신경을 썼다. 한 대통령은 평화로 가야 하는 의지가 센 캐릭터이기 때문에 우리에 대한 연민이 기본적인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럼 정우성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대통령의 모습이 투영된 건가? 내가 생각하는 대통령의 상을 그릴 수는 없다. 문제 해결에 초점을 두고 그 상황에 임하는 모습에 포커싱을 했다. 휴정협정에 사인한 당사자도 아니고 주인이면서도 배제될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함, 그로 인해 외부에서 보기에는 답답할 수밖에 없는 모습을 투영해서 캐릭터를 만들었다.

잠수함 액션 영화가 처음은 아니다. <유령>(1999)이라는 작품이 있었다. 20여 년이라는 시간 동안 촬영 환경이 달라졌나? <유령> 때는 상상이었다. 잠수함 실내를 볼 수 없었다. 이번 영화를 준비하면서 기회가 있어서 해군 잠수함에 실제로 들어가 봤다. 해군 기지 시뮬레이션 장면도 보고, 잠항 각도에 대해서 경험할 수도 있었다. 실제 들어가는 장비들을 거의 그대로 세팅해서 <유령>과는 많이 달랐다. 실제 모습과 거의 같아졌다.

한정된 공간에서 연기하는 게 어렵진 않았나. 공간이 협소해서 움직임의 제약이 있었는데, 상황을 구현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되는 제약이었다. 가령 의자와 침대가 하나인 걸 두고 세 사람이 각자의 성격을 드러내는 새로운 표현을 할 수 있었다.

세 정상의 모습에 유머 코드가 많이 등장한다. 감독의 현명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잠수함을 만들기 위한 포석이 나오고, 후반부를 향한 요소가 있다. 전체적인 영화의 밸런스가 잘 살았다. 세 배우의 합이 잘 맞았다. 각자의 액션과 리액션에 따라 변주를 계속했다. 좁은 공간 안에서 지속되는 테이크의 반복이 늘 새로웠다.

영화 촬영 전과 후, 달라진 시선이 있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시선은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명확해진 문제는 있다. 우리 스스로 문제를 진지하게 바라보거나 생각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맡겨놓는다면 해결이 안 된다는 것이다. 바람직한 방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주연 배우로서 영화가 관객에게 어떻게 닿았으면 좋겠나. 보고 즐기고, 그다음 뭔가 저마다에게 의미 있는 영화가 되면 좋겠다. 잠수함 액션이 좋든 영화가 던지는 마지막 의미를 생각하든 각자의 선택이다. 감독의 선택은 ‘즐기되 분단이 갖고 있는 진지함의 시선은 갖고 있어야 하지 않나’인 것 같다.

영화는 한반도의 운명을 두고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정우성의 대답은 뭔가. 준비를 해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준비를 위해서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논의는 남과 북의 논의도 있지만 대한민국 안에서의 담론이 더 중요하다. 우리의 선택이 지도자의 결정에 힘을 주는 거다. 우리 안에서 담론이 일어나야 평화협정으로 가든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든 하지 않겠나 싶다. 방법과 과정도 우리 안에서의 선택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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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년 차 롱런의 비결은 ‘받아들임’

난민 홍보대사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는가 하면 세월호 참사를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그날, 바다>의 내레이션을 맡는 등 정우성은 최근 몇 년 사이 사회적인 이슈로 거론됐다. 그렇다고 25년 차 배우 정우성이 가진 상징성과 아우라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 역시도 정치적인 성향을 가지고 활동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최근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는 배우가 됐다. 요즘도 뉴스 관심 있게 보나? 그건 나이 먹으면 자연스러운 거 아닌가?(웃음) 정해놓고 지속적으로 보는 건 없고, 얼마 전에 미중전쟁 다큐를 재미있게 봤다.

인터뷰에 응하는 모습에서 조심스러움이 느껴진다. 조심스럽다. 정치적인 성향이 아니라 한반도가 갖고 있는 현실에 대한 아픔을 이야기하는 건데, 영화가 던지는 주제에 상관없는 해석들이 생길 수 있어서 그렇다.

나이가 들수록 연기가 쉬워지나? 어려워지나? 데뷔 초에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저 자신만만했다. 그 이후에는 조금 어려웠던 것 같다. 지금도 어렵기는 마찬가진데 조금은 알겠다. 쉽지는 않다. 인생은 살수록 어렵고, 인간은 알수록 덧없다.

25년 차 배우는 어떻게 연기에 접근하나
. 지금은 ‘왜’가 중요하다. 왜 이 표현을 해야 할까? 왜 이 표현을 선택했지? 심리적으로 질문하고 파고 들어간다. 디테일을 찾아가야 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다양한 결을 고민한다. 그러다 보니 다른 의미의 같은 표정이 나올 때도 있다. 캐릭터가 놓이게 된 심리적인 상태나 상황을 더 고민하고 들어가서 그 상태에 놓인 사람으로 다른 배우와 호흡한다. 같은 심리 상황도 상대 배우에 따라 표현이 달라지고, 그렇게 다른 연기를 할 수 있다.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한 본인만의 노력이 있다면? 갇히지 않으려고 한다. 인생은 나라는 사람을 찾아가는 것 아닌가. 주어진 것에 갇히지 않고. 계속 관심을 갖고. 주어진 역할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나는 세상에서 받는 사랑으로 존재하는 사람이다. 당연히 내가 얼마만큼 그 세상에 관심이 있느냐가 중요하다.

배우로서 롱런의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좌절할 때는 어떻게 극복했나.
성공이 당연하지는 않다. 모든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고 싶지만 결과가 그렇지 않다. 그 결과에 좌절하면 안 된다. 결과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감내하는 게 답인 것 같다. 영화를 하다 보면 어떤 건 명작이 되고 어떤 건 외면을 받는다. 그런데 그게 당연한 거다. 우리 모두는 성공을 희망하고 그렇지 않으면 좌절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인생을 하나의 줄기로 생각한다면 늘 파장이 다른 시기가 있다. 결과적으로 좀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서 노력했는지의 게임인 것 같다.

같은 시기에 영화를 개봉한 절친 이정재 이야기를 빠뜨렸다. 두 사람 우정의 롱런 비결도 궁금하다. 정재 씨나 나나 서로의 입장을 강조하거나 우선시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늘 바라봐주고 응원해주고 그랬던 것 같다. ‘나는 이게 더 좋아. 나는 이런데 너는 왜 그래?’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온전히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봤고 각자의 선택을 응원한다. 관계라는 게 거리감을 유지하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거리감을 줄인다고 질퍽거리는 관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말 건강한 우정은 거리를 두고 나랑 다른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는 것이다. 각자의 선택을 존중하고 더 크게 응원해주는 게 좋은 친구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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