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흥행불패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신원호 PD가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잡았다. 첫 방송을 앞두고 “부담되고 떨린다”라는 그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이번에도 큰 사랑을 받았다. 마지막 회 방송 이후 그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나눴다.
‘이번에도 성공할까?’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의 다섯 번째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하 ‘슬의’)의 첫 방송을 앞두고 방송 관계자를 비롯한 시청자들은 똑같은 생각을 했다. <응답하라> 시리즈(1997/1994/1988)부터 <슬기로운 감빵생활>까지, 만드는 드라마마다 연이어 시청률 대박을 터뜨린 방송가의 흥행불패. ‘마이더스의 손’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의 의기투합이 이번에도 성공하느냐는 드라마의 흥미진진한 관전 포인트 중 하나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에도 대성공’이다. 병원에서 평범한 듯 특별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20년 지기 친구들의 우정을 담은 이야기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았다. 조정석, 유연석, 정경호, 김재명, 전미도 등 배우들은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고, 시즌 2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마지막 회는 영향력 있는 프로그램 종합 부문 1위에 오르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본문이미지

전미도, 조정석 등 찰떡 캐스팅
좋은 호흡 비결은 ‘즐거운 현장’

신원호 PD는 배우들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기로 유명하다. 극 중에서 20년 지기 친구로 등장하는 배우들의 캐릭터가 모두 생생하게 살아 있었던 데는, 신 PD의 배우 하나하나에 대한 애정에서 출발한다. 원톱 배우가 아니라 많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데도 이런 신 PD의 철학이 담겨 있다.

전미도를 비롯한 <슬의> 출연 배우들은 극 중 익준이 감독의 페르소나라는 말을 남겼다. 실제로 신 PD 역시 조정석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조정석이 연기한 익준 캐릭터에 대한 생각부터 물었다.

“조정석은 못 보던 유형의 배우예요. 뭐랄까, 늘 놀라워요. 연출로서 ‘이 부분은 아무리 새롭게 하려고 해도 뻔하게 나오겠다’라고 생각하는 지점들이 있는데, 그런 순간에도 예상 밖의 뉘앙스와 톤을 던지는 배우예요.”

조정석의 연기를 보면서 현장에서 놀라운 경험을 자주 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감독으로서 본인의 사고방식을 반성케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심지어 같은 대사들도 컷마다 달라요. 저는 그게 너무 좋았어요. 표정과 몸짓이 프리한 친구다 보니, 정형화되지 않은 연기를 얻어내는 게 너무 좋았어요. 그는 ‘이런 걸 이렇게도 할 수 있네?’라고 깨닫게 해준 친구예요. 저의 정형화된 사고방식을 반성하게 해준 친구기도 하고요. ‘연기한 지 오래됐는데도 매번 다르게 보일 수 있구나’를 보여준 배우예요. 덕분에 현장에서 정말 놀라운 경험을 했습니다.”

신원호 PD는 기회만 닿으면 출연 배우들을 극찬한다. 재미있는 것은 출연 배우들 역시 신 피디의 작업 방식에 만족과 존경을 표한다는 것이다. 이는 드라마 작업을 하는 동안 지켜온 감독으로서 본인만의 원칙과 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회당 한 시간 남짓 분량의 결과물도 중요하고 그에 따른 시청률도, 시청자들의 반응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건 우리가 일하는 시간들이에요. 한 시간짜리 결과물을 위해 반 년 이상의 삶의 터전이 불행하기만 하다면 사실 이 직업을 할 이유가 없어요. 현장이 곧 직장인 우리에게 현장은 늘 즐거워야 합니다. 아마도 배우들이 좋아하는 좋은 기억을 갖게 되는 건 그 때문인 것 같아요. 재밌는 건 현장이 즐거울수록 결과도 좋더라는 거예요. 전 그저 현장의 모든 이들이 되도록 불편하지 않도록 판을 까는 역할, 딱 그 정도를 하면 되죠.”

지금까지 드라마 시리즈를 여러 차례 진행해오면서, 신원호 PD는 따뜻하고 인간적인 이야기라는 큰 틀을 유지해왔다. 그러면서 자기 복제는 슬기롭게 피했다. 매번 같은 작가(이우정)와의 작업으로도 지루하지 않게, 변주가 가능했던 포인트는 무엇이었을까.

“작품을 하면서 늘 목표했던 건 공감이었는데, 이번 드라마에 대한 온·오프라인 반응들은 모두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따뜻했어요. 시청한 후 ‘좋았다’, ‘힐링 됐다’, ‘보는 내내 너무 따뜻했다’라는 후한 댓글들이 많았고, 오프라인에서도 정말 생전 드라마 안 볼 것 같던 분들에게서 오는 감동적인 반응들도 많았어요. 그런 리액션들이 PD라는 직업을 계속할 수 있게 만드는 이유예요. 따뜻한 온기가 공유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전하고 싶은 건 모두 전해진 셈이거든요.”
 
 
본문이미지

주1회 방송, 시즌제 형식
신원호 PD가 기대하는 ‘뉴 노멀’

첫 방송을 앞두고 진행된 기자간담회 자리, 신원호 PD는 너무 떨리고 긴장된다면서 소감을 전했다. 새로운 이야기 앞에서 가지는 긴장감은 당연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포인트가 하나 더 있다. 바로 그가 제안한 ‘주 1회 방송’과 ‘시즌제 도입’이다. 방송계의 룰에서는 다소 파격적인 시도였다. 그는 방송 환경의 현실을 짚으면서 이번 드라마를 통해 시도하는 것들이 모두를 위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리고 방송이 끝난 지금 좋은 결과에 대한 소회를 기쁘게 전했다.

“주 1회 방송이라는 편성도, 명확한 기승전결이 아닌 소소한 이야기를 꾸려나가는 구성적인 면도 저희에게는 큰 도전이었는데, 많이 좋아해주셔서 다행이에요. 보통 많이 활용되는 드라마 형식(16부작, 20부작 등)이 아닌 주 1회나 시즌제로 갈 수 있는 드라마가 성공해서 ‘뉴 노멀’이 되었으면 합니다.”

물론 모든 제작사나 방송사가 주 1회 방송이나 시즌제, 사전제작 등의 풍토가 자리 잡기엔 현실적인 문제들이 많다. 그러나 신원호 PD는 본인의 시도를 긍정적으로 본다.

“결국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앞으로 5분물, 30분물, 120분물 등 러닝 타임의 변화나 3부작, 6부작 등 제작 편수를 변화시키면서 드라마 형식이 다양화되었으면 해요. 이와 함께 플랫폼들이 확장되면서 정말 수많은 형태의 개성 넘치는 작품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알려진 대로 <슬의>는 시즌 2로 찾아온다. ‘2021년 새로운 계절에 돌아올 예정’이라는 사실 말고는 모든 것이 미정이다. 대략 올해 말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고, 방송 시기도 정해지지 않았다.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러브라인이 어떻게 확장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당연히 정해진 바가 없다.

마지막으로 첫 드라마 시리즈였던 <응답하라 1997>을 만들었던 2012년의 신원호와 꾸준히 작업을 이어온 지금 무엇이 달라졌는지 물었다. 그는 “좀 더 능숙해졌으나, 그 능숙함을 펼칠 체력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신원호 PD는 작품이 끝나면 일부러 해소하고 싶은 마음에 울고 싶은 작품들을 찾아서 본다고 한다. “작품 끝나고 첫 번째 보는 영화에 펑펑 울어요. <응답하라 1988> 끝나고는 <인턴>이라는 영화를 보고 실컷 울었던 기억이 있어요. 이번에는 아직 일이 남아서 딱히 챙겨 보지는 못했어요.”
 
 
본문이미지

영화감독이 꿈이던 예능 PD
교양국에서 예능국으로 가서 대박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아는 스타 PD지만, 신원호 PD의 원래 꿈은 영화감독이었다. 대학도 연극영화과에 진학하려고 했으나, 공부를 너무 잘해 강제로 서울대에 입학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실제로 그는 대학 시절 영화사 스태프에 자원하는 열의를 보이면서 영화학도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다만 영화계의 현실을 깨닫고 방송사 PD로 꿈을 전향했다.

예능 PD로 존재감을 드러낸 그지만, 사실 그의 시작은 예능국이 아닌 교양국이었다. 2001년 KBS에 입사한 그는 제일 먼저 <생방송 세계는 지금>의 조연출을 맡았다. 그러다가 예능국으로 파견을 가게 된다.

파견 후 두 달 동안 다시 교양국으로 보내달라고 조르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해피선데이 공포의 쿵쿵따> 조연출을 맡으면서 예능의 재미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이후 <올드미스 다이어리>, <도전 골든벨>, <남자의 자격>을 맡으며 점점 두각을 나타냈다. 스타 피디가 된 그는 2011년 한국 PD 대상 TV 예능부문 작품상을 수상하면서 경력의 정점을 찍었다.

이후 CJ ENM으로 이적한 그는 예능에서 드라마로 살짝 방향을 튼다. 그의 첫 드라마인 <응답하라 1997>은 ‘예능 PD가 드라마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많은 사람들의 물음표에 시원하게 ‘만들 수 있다’로 대답한 결과였고, 이후 그의 행보는 알려진 대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신원호 PD의 연봉도 화제다. CJ ENM이 발표한 2018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신원호 PD는 25억9400만원의 연봉을 지급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영석 PD에 이어 높은 연봉으로, 이재현 CJ그룹 회장(23억2700만원), 이미경 CJ그룹 부회장(21억300만원)보다 많은 보수를 받아 화제가 됐다.
ⓒ woman.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