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한 차례 연기된 결혼식을 2주 남짓 남겨둔 시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두 사람을 만났다. 신혼부부답게 알콩달콩 눈빛을 주고받는 모습은 꽉 찬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생기 있고 아름다웠다.
각자 오십이 넘어 시작된 만남인데, 뭔가 모든 게 순탄하게 잘 맞아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서로의 정서가 비슷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고향이 각각 광주와 목포여서 자라온 환경에서 통하는 부분이 있었고, 여든을 훌쩍 넘긴 노모를 모시는 상황도 두 사람만 알 수 있는 공감대였다.

“본격적으로 연애를 시작하고 한두 달 정도 됐을 때예요. 제가 오빠한테 ‘결혼 안 할 거면 연락하지 마’ 이랬어요. 이 나이에 연애를 한다는 것도 너무 웃기고, 연애만 하고 헤어지는 것도 싫었거든요. 책임감도 주고 싶었고요. 그 말을 한 바로 다음 날, 오빠가 어머니께 절 인사시켰어요. 그러니 그때부터 결혼이 빨리 진행되더라고요.”

본인이 프러포즈를 먼저 한 셈이라고 정민경이 말했다. 김정균이 본인은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면서 이어받았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잖아요.(웃음) 그런데 이 여자를 만나다 보니까 진국이더라고요. ‘어? 괜찮네?’ 그래서 대놓고 집에 소개를 시켜주게 됐죠.”

이혼 후 15년간 어머니와 함께 살던 김정균은 내심 평생의 배필을 만나서 잘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이혼남의 결혼이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여자의 용기 있는 돌직구가 두 사람의 결혼을 이끌었다.
 

코로나로 연기된 주례 없는 결혼식
신부 위해 소중한 축제 만들 것

“1년 넘게 같이 살고 있어요. 같이 사는 게 편해요. 오빠랑 같이 다니면 시선이 부담스럽거든요. 평생 강남 쪽에서만 살았는데, 오빠가 있는 신길 쪽으로 이사를 했어요. 저희 집과 시어머니, 친정어머니의 집이 삼각형 모양으로 가까이 있어요.”

두 사람은 매일매일 양가 어머니의 집을 방문하면서 살갑게 지내는 중이다. 늦은 만남인 만큼 두 어머니 모두 만나기만 하면 “너희들만 잘 살면 된다”며 덕담을 해주신다.

알려진 대로 둘은 6월 27일 강남 프리마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3월 7일에 하기로 했다가 코로나로 한 차례 연기했다. 이미 살림을 합치고 부부의 삶을 시작한 두 사람은 결혼식이라는 이벤트를 기다리며 설레는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김정균은 두 번째 결혼이지만 정민경은 처음이라, 신부의 입장에서 부족함이 없도록 세심하게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하객들이 많지 않을까 봐 걱정이에요. 저는 결혼식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 많은 친구들이 왔으면 좋겠는데, 초대하기 부담스러워서요. 주례 없는 결혼식이에요. 두 사람이 서로를 생각하면서 쓴 축사를 읽을 거예요. MC는 성우 안지환 씨가 해주기로 했어요.”

김정균은 방송을 통해 프러포즈를 공개했다. 밴드와 함께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를 부르고 반지를 전달했던 것. 이에 대한 화답으로 결혼식에서는 정민경이 직접 노래를 부를 예정이다. 평소 좋아하는 노래인 이문세의 ‘소녀’를 준비했다고 한다.

김정균은 신부를 위해 이 결혼식을 소중한 축제로 만들고 싶다. 한 차례 연기된 결혼이라 솔직히 떨리는 것은 없고, 다만 신부가 바라는 소중한 날인 만큼 최고의 날을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김정균의 이야기를 듣던 정민경이 “여태 절 알아온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날만큼은 뜻 깊게, 축복받고 싶어요”라고 소녀처럼 두 눈을 반짝거린다.
 
 
본문이미지

1991년 KBS 공채 탤런트
동기 모임에서 시작된 사랑

인연은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KBS 공채 탤런트 14기로 나란히 활동을 시작했다. 정민경이 사업가로 변신해서 연예계를 떠났지만, 동기 모임에는 꾸준히 참석하면서 끈끈하게 지냈다. 같은 기수에는 이병헌, 손현주, 김호진, 김정난 등이 있다. 두 사람의 결혼 소식에 동기들의 반응이 뜨거웠던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동기 모임 멤버들은) 축하하는 분위기인데,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어요. ‘정균이 오빠가 결혼을 잘할 수 있을까? (정)민경이에게 또 버림받으면 어떡해?’ 하면서요.(웃음) 만남에 대한 고민은 당연히 있었어요. 사실, 동기들 앉혀놓고 고민 상담도 많이 했어요. 제가 걱정됐던 건 동기들 중에서 ‘썸씽’이 있으면 안 되잖아요.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더라고요. 초반에 <비켜라 운명아>에 출연하고 있는 양혜진이 많이 응원을 해줬어요.”

누군가와 같은 추억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축복이다. 길진 않았지만 같은 시간을 보낸 두 사람은 그 시절을 떠올리면서 자주 웃는다.

“그때는 뽕 있는 옷이 유행이었거든요. ‘저 오빠는 왜 저렇게 옷에 힘을 주고 다니지?’ 하고 생각했어요.(웃음) 입사해서 양평에 있는 KBS 연수원에서 일주일 동안 연수가 있었어요. 밤에 오빠가 사회를 봤는데, 다 뒤집어졌어요. 함께 간 PD를 앉혀놓고 호통을 쳤거든요. 그때 우리끼리 오빠가 동기 중에 제일 잘될 거라고 말하고 그랬어요.”

실제로 당시 김정균은 <내일은 사랑>에 개성 있는 역할로 출연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아련하게 듣던 김정균에게 그 시절 정민경에 대한 기억을 물었다.

“사실 예쁜 아이들이 너무 많아서 이성적인 생각은 갖지 않았어요. 정민경 씨에 대해서 사적인 감정도 없었어요. 그때는 ‘이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밖에 안 했어요. 제가 촌스럽고 가진 게 없으니까 센 척을 했어요. ‘동기들 사이에서 튀자’ 이런 생각밖에 없었어요.”
 
 
본문이미지

“운명이 있다고 믿어요”
매일 웃음으로 확인하는 행복

운명처럼 부부의 연을 맺게 된 두 사람. 정민경은 운명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저는 운명이 있다고 봐요. 어떻게 보면 오빠가 여자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자기 위주일 때도, 이기적일 때도 있는 나쁜 남자 스타일이에요. 그런데 저는 그게 나쁘지 않아요. 저는 잘 길들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빠는 나 아니면 안 되는 존재예요.”

장난스럽게 분위기를 이끌던 김정균이, 정민경의 솔직한 대답에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저도 운명이죠. 운명이라는 게 하나라도 안 맞으면 안 되거든요. 이 여인이 볼 때마다 사랑스럽고 예쁘다는 말은 거짓말인 것 같고, 마음으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걸 느꼈을 때, 그때부터 더 좋아지더라고요. 그런 좋은 생각이 항상 가슴에 꽉 차 있어요. 운동하면 가슴 근육이 펌핑 되잖아요? 그렇게 꽉 차 있어요.”

늦은 나이에 만난 운명의 인연으로 두 사람은 요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저는 요즘 가끔씩 웃어요. ‘너 참 요즘 행복하구나?’ 하고 제 자신한테 자꾸 이야기를 해요. 아침에 일어나면 내가 살아 있다는 게 행복해요. 전에는 눈 뜨면 ‘아침이구나, 하루가 시작됐구나’ 했거든요. 저마다 행복은 여러 가지겠지만, 저만의 행복이 생겨서 좋아요.”

김정균의 진심 어린 고백을 듣던 정민경이 “오빠가 나랑 결혼한 시점부터 모든 일이 잘 풀렸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저도 매일매일 웃어요. 예전에는 들어보지도 못했던 멘트를 오빠가 할 때마다 너무 웃겨요. 공주 대접요? 저는 그런 건 닭살 돋더라고요.(웃음) 일찍 만났으면 못 견디고 헤어졌을 수도 있는데 이제는 둘 다 그런 시기는 지났잖아요. 보험 같은 오빠가 곁에 있어서 든든하고 좋아요.”

관련기사

ⓒ woman.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