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앞에 선 박혜경이 기분 좋게 웃었다. 소속사와의 분쟁, 성대 수술 등으로 크고 작은 속앓이를 길게 해왔던 그다. 잘 지냈느냐는 인사에 “요즘은 고민이 없어요. 그냥 다 좋아요”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가 노래처럼 청아하고 상큼했다.
제법 긴 공백기를 가졌음에도 박혜경의 목소리가 가진 힘은 여전했다. ‘너에게 주고 싶은 세 가지’, ‘레몬트리’, ‘고백’, ‘주문을 걸어’ 등 누구나 멜로디를 함께 흥얼거릴 수 있는 히트곡의 소유자다운 존재감이다.

그의 최근 근황은 디지털 싱글 ‘레인보우’ 발표. 그리고 예능 프로그램 <불타는 청춘> 출연이다. 가수로서 당연하고 간단해 보이는 근황이지만, 이렇게나마 활동을 하기까지 그에게는 많은 곡절이 있었다.

소속사와 수억원대의 소송이 있었고, 피부 관리숍을 운영하다가는 건물주에게 피소를 당한 일도 있었다. 스트레스로 성대결절이 와 가수로서 치명타를 입었다. 성대의 2/3를 잘라내는 수술을 했고, 노래를 부르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자연스럽게 방송 활동이 중단됐고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다. 돈이 없어서 여성 전용 사우나에서 지내던 시절도 있었다.

이제는 다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지난 이야기다. 우연한 기회에 <슈가맨>(Jtbc)에 출연하게 됐고, 성대 재활훈련도 시작했다. 마흔일곱이 된 지금, 20대 전성기 시절의 가수로서 왕성하게 활동할 수는 없지만 지금 낼 수 있는 목소리가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고 행복하다.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섰는데, 포즈가 예사롭지 않다. 부끄럽다. 오늘 보니 살도 찌고 세월이 느껴진다. 앨범 내고 재킷 만들 때도 내 얼굴이 나오는 것보다는 그림을 찾아서 넣자고 하는 편이었다. 그래도 어릴 때는 내 모습이 나오는 게 좋았는데 나이가 들었구나 싶다.

메이크업, 스타일링을 본인이 직접 한다고 들었다. 다 돈 아닌가. 내가 직접 해야 아끼지.

외모나 몸매에서 나이가 안 느껴진다. 관리를 열심히 하는 모양이다. 식사 조절은 많이 하는 편이다. 몸무게를 정해두고 넘어가면 조절한다. 한창 활동할 때는 기준이 46kg이었는데 지금은 48kg이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요즘은 매일 아침 레몬 물을 마신다. 고향이 전라도인 데다 엄마가 요리 연구가여서 직접 요리를 해먹는 편이다.

최근 <불타는 청춘>(SBS)에 출연했다. 중년 연예인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인데 ‘청춘’이라는 단어가 붙은 프로그램이다. 첫 출연은 아니지만, 어떤 마음으로 출연했나. 코로나 때문에 일정이 없다가 오랜만에 출연했다. 재미있고 싶어서 출연했다. 집에서 노는 것보다 함께 여행 가서 이야기하고, 맛있는 거 먹으니까 당연히 재미있었다. 어른이 되면 게임하고 노는 시간이 별로 없지 않나. 그런 걸 할 수 있다는 것도 재미있고 술 한잔하다 보면 진솔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도 좋다. 말 그대로 중년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서 말이 통하는 것도 좋고.

소송, 성대 수술 등 힘든 이야기도 많이 털어놓아 화제가 됐다. 지금은 안정적이니까 그런 이야기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도 다 나름의 엄청난 고민이 있더라. 다만 모를 뿐이지. 다들 공감을 해주셔서 힘이 됐다.

이제 건강은 괜찮나? 몸이 작아서 약한 편이다. 한창 활동할 때는 깡으로 버텼는데, 이제는 깡을 내려놓고 건강을 잘 챙기려 하는 편이다. 성대 훈련은 계속 받고 있다. 운동을 꾸준히 하듯이 노래도 꾸준히 해줘야 한다.

신곡 ‘레인보우’를 발표했다. 가수일 때가 제일 행복한가? 직장인이랑 똑같다. 프로의식을 갖는 건 맞지만 늘 행복한 것은 아니다. 다만 팬들과 교감은 빠질 수 없다. 내 음악을 들어주는 분들을 위해서 노래하는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이고 감사한 일이다. 내가 노래하는 건 나를 잊지 않고 찾아주는 분들 때문이다.
 

# 세 살 연상 남자친구와 연애 중
“성숙하고 여유로운 만남 좋아, 결혼식은 굳이…”

올해 마흔일곱인 박혜경은 진지하게 교제하는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방송을 통해 공개했다. 본인보다 세 살 연상인 비연예인 남자친구는 현재 그의 가장 좋은 동반자다. 두 사람 모두 결혼에 얽매이지 않는 만남에 동의한 상태지만, 박혜경은 만약 결혼을 하게 된다면 이 사람과 할 것이라고 믿음을 드러냈다.

남자친구는 어떻게 만났나. 소개팅 했다. 일 년 반 정도 됐다. 오빠가 취미로 기타를 치는데 내 노래를 좋아했다. 한 다리 건너서 아는 언니가 “취미로 기타 치고 그림 그리는 사람이다. 세 살 차인데 만나도 될 것 같다”면서 만남을 주선했다. 사실 그때 나는 새로 앨범을 내고 온통 내 생각에만 빠져 있을 때였다. 기대 없이 나갔는데 통하는 게 있더라. 만나면 재미있고 대화하는 게 좋았다. 그러다가 자주 보게 되고 의지하게 되고. 처음 만난 날, 남자친구가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의 라디오에서 내 노래가 나와 운명을 느꼈다고 하더라.(웃음)

어떤 사람인가. 카리스마도 있고 똑똑하다. 자기 일을 하는 사람인데 내가 보기에 영민하고 똑똑하고, 존경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이다.

40대 후반의 연애는 어떤지 궁금하다. 좋은 것 같다. 둘 다 어느 정도 나이가 있고, 또 그만큼 성숙한 매력이 있다. 사실 연애는 다 똑같다. 단순히 나이를 먹었기 때문에 평온한 것도 아니고, 인간적으로 교류하는 거니까. 내가 달라졌기 때문에 여유로워진 것 같다. 더 이해를 많이 하니까 문제가 없고, 욕심이 없어서 편안하다. 남자친구가 특별히 고민거리를 만들어주는 스타일도 아니다.

결혼 계획도 갖고 있나? 하게 된다면 남자친구와 둘이 할 것 같다. 사람들 다 불러놓고 결혼식 올리는 걸 워낙에 좋아하지 않는다. 잘 지내는 게 더 중요하다. 맛있는 거 먹고, 여행 다니고…, 진심이 더 중요한 거 아닌가? 지금으로서는 결혼식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 남자친구도 같은 생각이고.
 
 
본문이미지

# 박혜경의 두 번째 전성기는?
목표 없는 지금이 제일 좋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수의 삶을 살면서, 그리고 크고 작은 시련들을 경험하면서 박혜경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가 조금씩 달라졌고 성장했다. 인생의 절반을 살아온 지금, 그는 인생의 커다란 성취나 목표보다는 하루하루의 행복과 건강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요즘 박혜경은 뭐가 재미있나. 단출하고 조촐하게 일상을 만끽하는 중이다. 노래하는 것 이외에 업무가 주어졌다.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친구가 하는 일을 돕기로 했는데, 뭐든 열심히 잘 해내고 싶다.

플로리스트, 비누 사업 등 가수 이외에도 끊임없이 뭔가를 하는 것 같다. 먹고 살기 위해서 일을 해야 하지 않는가. 노래만 해서는 힘든 부분이 많이 있다. 살기 위해서 자격증도 따고 공부도 한다. 내 사업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뭐든지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싶다.

박혜경의 전성기는 지났나, 아니면 아직 오지 않았나. 가수로서의 전성기는…, (한참 생각 후) 사건사고가 생기기 전까지 쭉 전성기가 아니었나 싶다. CF에 음악이 나오고 많은 사람들이 따라 부르는 노래가 있었다. 내 노래만으로 콘서트를 할 수 있었고. 찬란했다. 인간 박혜경의 전성기는, 그걸 지금 어떻게 알겠나. 날마다 주어진 일 하고, 오늘 하루 맛있는 것 먹고, 보고 싶은 친구들 만나고, 그러면 된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가수 박혜경’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5년 전까지는 본능적으로 노래했다. 음악에만 빠져서 그것만 생각하면서 살았다. 그게 꿈이었으니까, 내 꿈을 만끽하면서 살았다. ‘가수 박혜경’은 지나고 보니 운도 있었고 복도 많았다. 좋은 노래 많이 만났고 사랑도 많이 받았다. 그때는 좀 더 사랑받고 싶고 욕심도 많았지만 지나보니 찬란했다.

가수로서 두 번째 전성기를 기다리나? 목표가 있나? 목표가 있는 삶은 너무 피곤한 것 같다. 서점에 가니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는 제목의 책도 있더라. 다들 지친 거지. 특별할 필요가 없다. 나쁜 일 안 하고, 게으르지 않고, 아니 가끔 게을러도 된다. 꿈이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내 몸을 잘 살피며 살고 싶다. 두 번째 전성기는 피곤하다.

도 닦은 사람 같다. 어떻게 살고 싶나. 저마다 삶의 방식이 있는 거니까, 정해놓은 대로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른 것처럼 마음도 다른데 어떻게 똑같이 사나.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잘 살피면서 재미있게 잘 사는 게 정말로 중요한 것 같다. 그게 제일 좋은 거다.

관련기사

ⓒ woman.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