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뜨거운 관심 속에서 막을 내렸다. 그릇된 감정에 휩싸여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여다경 역을 맡은 한소희는 이 작품으로 단번에 대세배우가 됐다. 갑자기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이 됐지만 한소희는 들뜨지 않았다. 한소희라는 배우는 이제 겨우 시작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연기를 더, 오래, 잘, 하고 싶다는 착한 욕심이 생겼다.
한소희를 만난 날은 이제 막 여름에 접어든 무렵이었다. 그녀는 옅은 화장에 긴 머리를 자연스럽게 올려 묶고 나타났다. 얼굴에 잔뜩 힘을 주고 있던 드라마 속 모습에 비해 한결 편안해 보였다. 한 드라마로 스타가 됐다는 말에는 수줍어하며 대답을 얼버무리던 한소희는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전할 때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신인다운 풋풋함과 패기가 동시에 느껴졌다.

때문인지 자신이 맡았던 여다경 역에 대한 평가도 거침없다. 그는 극 중에서 지선우를 배신한 전남편 이태오를 ‘찐따’, 여다경은 ‘철없는 아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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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한소희

드라마가 끝난 후 어떻게 지내고 있나. 계속 집에 있었다. 최대한 <부부의 세계>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바쁘고 힘든데 힘들지 않다. 육체적으로 힘들지만 아드레날린이 나오는 기분. 오늘처럼 인터뷰를 하는 것도 스케줄 중 하나지만 드라마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을 나눌 수 있어서 즐겁다.

<부부의 세계>로 큰 사랑을 받았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드라마 방영 전까지 다경이가 끝까지 사랑받을 수 없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다경이가 사람들에게 받을 수 있었던 감정은 동정 하나였다. 사람들이 생각했던 다경이의 죄는 이태오를 사랑한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 거기다 제니가 생기면서 어린 나이에 엄마 노릇을 하는 모습이 동정심을 일으키지 않았나 싶다.

소재가 불륜인데 다경이는 예외적으로 20대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다경이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보나? 20대에게 인기가 있었던 것은 예상 밖이었다. 20대 여성은 다경이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을 것 같다. 드라마 안에서 다경이는 순수하다. 사랑이란 감정 하나로 앞뒤 재지 않고 빠져든 것도 순수했기 때문이다. 부모도 등질 수 있을 만큼 무모한 감정이었다. 2년 후 다시 고산에 돌아왔을 때 가정을 지키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도 애처로워 보이지 않았을까.

여다경이 벌인 일을 다 수습해주는 부모님이 부럽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래서 다경이가 버르장머리가 없다.(웃음) 너무 오냐오냐 커서 무모한 짓도 저지른 것이다. 잘못된 부분은 명확하게 집어주지 않아서 다경이가 그런 잘못을 저지른 게 아닐까.

여다경의 마지막 모습이 현실적이고 씁쓸하다는 여론이 있다. 태오는 바닥까지 무너지는 게 나오는 반면 다경이는 자기가 원하던 공부를 하고 새 인생을 시작하는 게 씁쓸할 수 있다. 금수저 내연녀는 자기 살 길을 찾아가는 것처럼 보이니까. 제 생각에 다경이의 결말은 그 이후인 것 같다. 다경이는 그다음부터 지옥 같은 삶을 살 것이다. 스물다섯 살에 아빠 없는 애를 키우면서 사람에 대한 신뢰는 무너졌다. 어떤 사랑을 하던 결말이 비극적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 것이다.

마지막에 다경이 호감을 보인 남자를 거절했을 때는 어떤 감정이었나. 전의 상실에 가깝다. 태오와 이미 지옥 같은 상황을 겪은 다음 다경이에게 남은 감정은 거의 없다. 아무것도 모를 것 같은 남자의 대시를 받았을 때도 일말의 감정도 남아 있지 않은 걸로 표현했다.

드라마가 결혼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확대하는 측면도 있다. 우리 드라마가 비혼 장려 드라마라는 말이 있었다. 감정을 극대화한 측면은 있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극히 현실적이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드라마가 주는 메시지는 누가 100% 피해를 입었느냐는 것이다. 제 생각에는 준영이다. 드라마가 시청자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결말은 결혼과 불륜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준영이처럼 불륜으로 인한 피해자의 모습을 잘 보여줬기 때문에 편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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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소희, 비혼주의자 되다(?)

<부부의 세계> 후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여다경 역으로 단번에 20대를 대표하는 배우, 스타일 아이콘이 됐다. <부부의 세계>는 한소희가 배우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게 만든 동시에 새로운 결혼관을 심어준 작품이기도 하다. 사랑 하나만 있으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여다경을 만나면서 달라졌다.

이 드라마를 계기로 결혼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나. 사실, 결혼은 못할 것 같다.(웃음) 촬영하면서도 고통을 많이 받았다. 도덕적으로 잘못된 일을 저지르는 태오와 다경이의 심정이 이해되는 게 불쾌했다. 그러다 보니 결혼은 못하겠다, 쉽게 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이전에는 사랑만으로 결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경이와 저의 유일한 공통점이었는데 이 드라마를 하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결혼과 가정이 사랑만으로 묶어놓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상대방을 사랑하는 마음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의 자존감을 잃지 않고 단단해져야 가정을 책임지고 이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을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 것 같나? 신뢰가 중요하다. 생각보다 신뢰는 사소한 데서 깨진다. 아무것도 아닌 걸로 신뢰가 깨지니까 결혼이 더 힘들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문제다. 이 드라마를 하면서 두 가지가 확실해졌다. 함부로 결혼하지 말자, 함부로 애 낳지 말자. 신중하게 결혼을 선택했어도 다 박살날 수 있으니까.

<부부의 세계> 출연 배우 중 가장 큰 수혜자라는 말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사실이다. 그만큼 부끄럽다. 제가 잘해서 된 게 아니니까. 많은 관심을 받는 게 감사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기대에 부응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되기도 한다.

대세 배우가 된 동시에 여성들이 닮고 싶은 아이콘이 됐다.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하다. 모델로 연예계 일을 시작했다. 그래서 연기 외적인 화보나 광고로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자연스럽다. 그렇지만 비중을 놓고 보면 연기에 더 집중하고 싶다.

드라마가 한창 방영되는 도중에 문신한 모습이나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알려졌는데 부담은 없었나? 전혀. 드라마가 잘될수록 저의 많은 부분에 집중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나의 이런 부분을 이해해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저는 제 자신에게 솔직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때의 한소희도 한소희이고, 지금의 한소희도 한소희다.

배우가 되기 전에는 무슨 일을 했나? 원래 그림을 전공했다. 제가 울산 촌년 마인드라 서울 가면 뭐라도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무작정 올라왔다. 그런데 현실은 비극적이었다. 처음 서울에 온 2~3년 동안은 왜 왔는지, 왜 서울에 있는지 모를 정도로 고되게 일했다. 돈을 쫓아서 온 건 아니었는데 결국 돈을 쫓아서 알바생활을 했다. 그래서 그림도 점점 손에서 멀어졌다. 그러던 때 모델 일을 시작했다. 그 일 덕분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구나!’ 하는 것을 처음 느끼게 됐다. 인생에 숨통이 트였다고 할까. 모델로 활동하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 뭘 보여주려는 게 아니라 좋아하고 잘하고 싶은 걸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지금도 그림을 그리나? 요즘은 그릴 시간이 없었다. 드라마도 끝나고 했으니 이제 그려보려고 한다. 저한테는 그림도 감정을 표출하는 일이라 연기와 병행하기엔 힘들었다. 양쪽 다 힘을 주기엔 힘든 부분이 있다.

그림과 연기 둘 중에 뭐가 더 어렵나? 연기가 더 어렵다. 연기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어떤 게 잘하는 건지, 어떤 포인트를 잡고 해야 할지, 공부를 계속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어려운데 재밌다. 못하면 창피하기도 하고. 직업이 배우이니 개런티를 받은 만큼 능력을 다 발휘하지 못하면 부끄러운 일이다. 그게 싫어서 잘하고 싶다. 처음 연기를 시작했던 4년 전보다 연기에 대한 욕심은 더 커졌다. 아마 앞으로도 더 커질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작품이 하고 싶나? 로맨스가 하나도 없는 작품을 하고 싶다. 사랑 때문에 고군분투하는 논란의 아이콘이 되고 나니 평화롭게 시작해서 평화롭게 끝나는, 의리를 다룬 작품이면 좋겠다.(웃음) 혹시나 로맨스가 있다면 이번에는 사랑의 결실이 맺어졌으면 좋겠다.

아직 신인이다. 앞으로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가? 스스로 배우로서 기본을 갖췄으면 좋겠다.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은 제가 잘하면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배우로서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을 텐데 내리막길에 들어섰을 때 타격을 최소화하려면 기본이 단단한 배우가 되어야겠다는고 다짐했다. 배우를 정말 오래오래 하고 싶다. 천천히 더디더라도 오래도록 연기하는 사람으로 남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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