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우정을 자랑하는 배우 정우성과 이정재. 둘은 절친에서 동업자로, 최근엔 공동 건물주까지 됐다. 서울 청담동 거리의 330억짜리 건물을 사이좋게 나눠 가졌다. 요즘말로 ‘클라스가 다른’ 우정이다.
정우성과 이정재는 같은 날 같은 곳 건물주가 됐다. ‘억’ 소리가 나오는 동네 중에서도 특히 비싼, 평당 2억 원을 호가하는 서울 청담동 소재 건물주다.
 
서울 강남구 학동사거리에서 청담동 패션거리 방향으로 걷다 보면 갈색 벽돌로 지어진 건물이 하나 나온다. 인근 치솟은 건물과 비교해 다소 낡은 외관이다. 군데군데 색이 바래고 얼룩져 한눈에 들어오는 곳은 아니다. 단, 매입가를 알고 나면 다시 보인다. ‘330억’이다.
 
두 사람은 현금 약 107억 원과 대출금 223억 원을 더해 이번 매입을 진행했다. 등기부등본상 소유 지분은 50%씩이다.
 
건물 규모는 지하 1층, 지상 4층의 대지면적 546㎡(약 165평), 연면적 1,419㎡(약 429평)다. 현재 지하 1층에는 스크린 골프장이, 1·2층에는 프랜차이즈 카페가, 3·4층에는 웨딩드레스 숍이 입점해 있다. 세 군데서 나오는 월수입은 관리비 359만 원과 임대료 2,330만 원, 총 2,689만 원이다. 연 수익률은 1.0%다.
 
지금으로 따지면 가성비 높은 건물은 아니다. 정우성과 이정재는 ‘미래 가치’에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입지 여건이 뛰어나 신축 시 평당 3억 원까지 오를 수 있는 빌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원빌딩부동산중개 김원현 과장은 “위례신사선이 들어올 곳과 가깝고, 근처에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가 완공되면 지가가 충분히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도산대로변과 인접한 건물이라는 점에서 희소성도 크다.
 
이 건물을 사겠다고 나선 개인 사업자, 자산운용사도 꽤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부동산 중개인은 “거기랑 그 옆에 주유소, 지프 매장까지 세 개를 묶어 1000억 조금 안 되는 가격에 사겠단 사람도 있었다”며 “결과적으론 임대 계약 시기 때문에 불발됐다”고 귀띔했다.
 
흥미로운 점은 당초 이 건물이 시장에 나온 가격은 320억 원이었다는 것이다. 정우성과 이정재가 10억 원을 더 지불한 배경으로 ‘명도비’가 지목됐다. 부동산중개인은 “재개발을 할 수밖에 없는 건물이다. 그러려면 협의 하에 임차인을 내보내야 하는데 연예인이 직접 나서는 게 쉽겠느냐”며 “매도자 측이 명도하는 조건으로 돈을 더 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 유명 방송인은 압구정동 건물 매입 당시, 매도인이 대신 명도해줄 것을 요구하며 시세보다 높은 값을 내밀었던 적이 있다.
 
향후 신축을 거쳐 얼마나 큰 건물이 세워질지도 관심사다. 이곳은 제3종 일반주거지역과 일반상업지역이 혼재된, 다시 말해 한 필지에 두 개의 용도지역이 들어선 ‘노선상업지’에 속한다. 때문에 두 용적률을 가중 평균한 용적률을 적용받는다. 용적률은 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지상의 총면적을 뜻한다. 정우성과 이정재 소유 건물의 경우 대략 50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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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 브랜드, 엔터사 창업도 함께…
 
정우성, 이정재의 소속사 아티스트컴퍼니 측은 “회사에서 영화, 드라마 제작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서”라며 이번 공동 매입 배경을 밝혔다. 아티스트컴퍼니 또한 두 사람이 2016년 공동 창업한 종합엔터테인먼트사다. 2007년에는 의류회사 ㈜FAB Inc를 설립해 공동 패션 사업가로 활동한 적도 있다. 우정으로 묶인 동업은 더욱 탄탄해지는 중이다.
 
거슬러 올라, 우정의 출발점은 1999년 함께 출연한 첫 영화 <태양은 없다>다. 정우성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동성의 친구에게도 무의식적으로 끌릴 수 있다”고, 이정재는 “너무 잘생긴 사람이 다정다감했다”며 서로에 대한 첫인상을 떠올렸었다. 작품 속 호흡이 작품 밖까지 이어져 때론 자극을 때론 힘을 북돋워주는 존재가 됐다.
 
오랜 관계의 바탕엔 ‘존중’이 있었다. 어느 인터뷰든 서로를 묻는 질문에 성실히 답했고, 이는 그들 사이를 가늠하기 충분했다.
 
“친하게 지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서로를 아끼니까. 서로를 아끼는 마음을 느끼니 별거 아니더라. 내 편이구나 하는 동질감이 강하게 느껴지니까 고맙고 든든하다. 정우성은 훌륭한 배우다. 그런 배우가 나랑 가까이 있어 뿌듯하다. 뿌듯함보다 사실 든든하다.” (이정재)
 
“서로 입장을 강조하거나 우선시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온전히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봤고 각자의 선택을 응원했다. 관계를 이어가려면 거리감을 유지하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말 건강한 우정이 되려면, 거리를 두고 나랑 다른 사람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어떤 선택을 했을 때 그 의미에 대해 누구보다 더 크게 응원해주는 게 좋은 친구 아닐까.” (정우성)
 
정우성은 지난해 열린 ‘제40회 청룡영화상’에서 남우주연상 수상 소감에서도 이정재를 언급했다. “트로피를 손에 든 제 모습을 집에서 보고 있을 한 남자, 제 친구 이정재 씨가 누구보다 기뻐할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한편 사업 아닌, 작품 속 둘의 합을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영화 <헌트>에 정우성이 출연을 확정했다. 크랭크인은 내년 예정이다. 이정재는 연출과 제작, 각색뿐 아니라 주연 ‘박평호’ 역을 맡았고 그 라이벌인 ‘김정도’ 역이 정우성이다. 이정재는 정우성과 함께하는 연기를 열심히 바라왔었다.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 <암살> 오픈 토크에서 “정우성과 계속 작품을 준비하는 데 쉽지 않다. 아마 3년 안에 작품을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50세 때도 한 번 더 작품을 함께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올해 나이 마흔아홉, 이정재의 계획은 현실이 됐다. 그리고 정우성의 ‘건강한 우정’도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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