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총수의 갑작스러운 타계로 미망인들이 경영 전면에 등장해 그룹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오너 경영인으로 활약하는 것은 낯설지 않은 재계의 사례다.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시선 속에서 오너가 된 이들은 각자의 역량을 발휘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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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여성 CEO,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국내 여성 CEO1호’라 불리는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은 1970년 막내아들인 채승석 전 애경개발 사장을 낳은 지 사흘 만에 남편 고 채몽인 창업주를 심장마비로 떠나보냈다. 이후 남편 타계 1주기가 끝나자마자 경영 수업을 받았고, 이듬해 8월 경영 최전선에 나섰다. 당시 경영 참여에 대해 주위 반대가 심했지만 장 회장은 지금까지 장남 채형석 부회장과 함께 그룹을 잘 이끌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연 매출 50억 원 수준에 머물렀던 비누제조사 애경의 경영 전반을 맡은 뒤 국내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시킨 전설적인 인물로 평가된다.

장영신 회장은 국비장학생 자격으로 미국 체스넛힐 대학 화학과를 졸업했다. 한국에 돌아와 결혼한 뒤 전업주부의 길을 걸었다. 결혼 당시 그의 나이는 23세, 결혼 생활11년 차에 접어들었을 때 남편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취임 당시 직원들이 사직서를 내거나 그를 무시하고 외면했으나, 석유파동당시 특유의 순발력과 도전정신으로 회사를 위기에서 구해냈다. 화학과 출신으로 애경의 사업을 잘 이해하고 있었고 유학으로 영어에도 능통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이런 그의 역량 덕에 애경은 글로벌 기업 유니레버와 합작 등 해외 기업들과의 두드러진 행보를 이어올 수 있었다.


경영권분쟁에서 승리,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현정은 회장은 지난 2003년 고 정몽헌 회장의 사망 이후 현대그룹의 경영을 맡았다. 당시 현대그룹 회장에 취임한 고 정 회장은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타계했다. 슬하에 1남 2녀가 있지만 외아들 영선 군은 고교 2년으로 아직 어렸고, 두 딸 지이, 영이 씨는 20대초반으로 경영권을 물려받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새로운 전문 경영인을 영입할 것이라는 등 여러가지 소문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정작 그룹의 방향키를 넘겨받은 사람은 부인 현정은 회장이었다. 취임식에서 현 회장은 “고 정몽헌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현대그룹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계열사 경영에 일일이 간섭하지 않고 이사회 중심의 전문 경영인이 이끌어가는책임경영 체제로 그룹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현정은 회장은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과 현영원 현대상선 회장의 딸이다. 경기여고와 이화여자대 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페어레이디킨슨대학교 대학원에서 인성개발학 석사학위 도 받았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현정은 회장을 보고 직접 아들의 배필로 낙점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기 전 현 회장은 30년 동안 집에서 살림만 해오던 평범한 주부였다. 한국걸스카우트연맹, 대한적십자사 등 사회사업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경영에 관해서는 문외한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경영권 승계 후 2004년부터 발발한 범현대가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끝내 승리하는 등 여성 경영인으로서의 능력을 입증했다. 


35년 가정주부에서 1대 주주로, 양귀애 전 대한전선 명예회장

양귀애 대한전선 전 명예회장은 양태진 국제그룹 창업주의 막내딸이다.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던 해인 1969년 설원량 전 대한전선 회장과 결혼했다. 결혼 후 35년 동안 남편을 내조하며 가정주부로 지냈던 그는 2004년 남편이뇌출혈로 급작스레 세상을 떠나면서 당시 대한전선의 1대 주주가 됐다. 이후회사 경영은 전문경영인인 임종욱 부회장에게 맡기고, 본인은 명예회장으로 회사 경영에 참여했다. 현재 명예회장직에서 물러난 그는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남편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설원량문화 재단을 설립해 운영 중이고, 창업자이자 시아버지인 설경동회장의 호를 딴 장학재단인 인송문화재단 이사장직도 맡고 있다.


증권업계유일한 여성 오너,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

증권업계 유일한 여성 오너인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도 2004년 유명을 달리한 남편 양회문 전 대신증권 회장의 뒤를 이은 케이스다. 취임 직후 전국 영업점 110개를 순회하며 근무 환경을 살핀 그는 열악한 시설을 곧장 개선하고, 임직원 월급을 10% 올리는 배포를 보이며 활약했다. “항상 직원을 사랑하라”고 강조한 시아버지 양재봉 대신증권 명예회장의 말씀을 실천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충북 괴산에서 한학자의 딸로 태어난 이 회장은 상명여자사범대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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