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차례 연기 끝에 막을 올린 <내일은 미스터트롯> 대국민 감사 콘서트. 코로나 확산을 우려해 관객 모두 박수로 함성을 대신했지만, 수천 명의 감동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공연장을 직접 찾아 눈과 귀로 담은 그날을 떠올려 본다.
“날 보러 와요, 날 보러 와요~ 외로울 땐 나를 보러 오세요. 울적할 땐 나를 보러 오세요. (…) 가진 것은 없어 마음뿐이야. 거짓 없는 마음 하나 당신께만 드리겠어요. 아낌없이 드리겠어요.”
<미스터트롯> 톱7이 무대 위 어둠을 걷고 올랐다. 지난 8월 9일 저녁 7시 30분 다섯 번째 공연의 시작이다. 조명이 모두 켜지기 전, 어둠 속 새까만 실루엣만으로 작은 탄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여느 때라면 커다란 함성이 공연장을 채웠겠지만 이번 콘서트는 코로나 예방을 위해 ‘함성 금지’ 수칙을 내걸었다. ‘일곱 트롯맨’의 등장과 동시에 찰나의 고요함이 흘렀다. 5,000명의 관중은 격한 반가움을 그렇게 표현하고 있었다. 너무 기쁘면 말을 잇지 못하는 것처럼.

장대비 뚫고 온 관객들,
응원 가수 굿즈 한가득

장마가 한창인 때였다. 그날도 우산으로는 다 막기 힘들 정도의 장대비가 수시로 내렸다. 날씨와 상관없이 공연장 주변은 일찍부터 인파로 북적였다. 출연자 팬은 말할 것도 없고 트로트를 좋아하는 사람, 입장표는 없지만 공연장 밖 라이브 음성을 감성하러 온 사람들이 한데 모였다.
“어머, 영웅이 목소리다. 우리 영웅이가 노래 부른다. ‘바램’이네. 아휴~ 좋아. 영웅이가 노래를 부르면 참 울림이 있어, 그치?”

“나는 노사연이 부르는 것도 좋긴 한데 임영웅이 부르면 뭔가 느낌이 다른 것 같아요. 뭐라고 할까, 마음이 울컥해요.”

“영웅이 빨리 보고 싶다~”

리허설 중인 임영웅의 노랫소리가 새어나왔다. 공원 의자에 앉아 있던 중년 여성들이 일어나 환호했다. ‘바램’의 리듬에 맞춰 고개를 가벼이 움직이다 눈을 감았다. 노래가 멈출 때는 ‘임영웅’을 화두로 대화를 이어 나갔다.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이었다.

기둥에 걸린 출연자 개인 현수막 앞에선 기념 촬영 행렬이 이어졌다. 흥미로운 점은 어린아이들이 ‘영탁 현수막’에 유난히 관심을 보였다. 엄마 손을 끌고 ‘영탁’을 외치는 소리가 제법 자주 들렸다.

“엄마, 엄마! 저기~ 저기 영탁.”
“영탁이다, 영탁이.”
“‘찐찐찐’ 아저씨다. 엄마, 그 찐찐 있잖아.”

유년부터 중장년까지 다양한 연령대는 트로트가 세대를 관통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너나 할 것 없이 팬클럽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손에는 가수 얼굴이 그려진 부채를, 머리에는 ‘굿즈’로 보이는 왕관 모양의 머리띠를 차고 있었다. 아이돌 콘서트 현장을 방불케 하는 풍경이다.

입장을 기다리는 내내 ‘사회적 거리두기’를 당부하는 현장 스태프들의 외침이 울렸다. “일정 간격 유지해서 줄 서주세요”, “앞 사람이랑 떨어져 걸어주세요.” 코로나 문제로 거듭 미뤄졌다가 열린 콘서트이니만큼 대다수가 신중히 움직였다. 한편으론 ‘내 가수’ 사진, 로고가 있는 의상을 입고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영탁’이라고 써진 파란색 티셔츠를 입은 무리가 스태프 당부에 빠르게 흩어졌다. 그들 중 한 사람은 “거리두기, 거리두기. 영탁 오빠 욕먹으면 안 돼. 우리 거리두기 해야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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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램’, ‘찐이야’ 등
대표 경연곡을 라이브로

줄지어 들어선 공연장, 스태프들은 ‘함성 금지’라는 팻말을 든 채 주의사항을 끊임없이 얘기하고 있었다. 좌석은 전부 한 칸씩 떨어진 채로 배치됐고 군데군데 손 소독제가 놓여 있었다. 마스크는 반드시 코까지 덮은 채로 착용해야 했다. 무대 정중앙 위에 놓인 여덟 개 대형 전광판으로 출연진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찍는 관객도 있었지만, 스태프가 “내부 모든 촬영은 금지 사항”이라며 제지했다.

오후 7시 29분쯤 되자 주변이 한껏 어두워졌다. 1분 후 정각, 톱7의 노랫소리가 시작을 알렸다. 첫 번째 곡은 TV조선 <사랑의 콜센타> 테마곡인 ‘날 보러 와요’였다. “우리가 지금 여기 기다리고 있어 (…) 언제든 불러주세요, 미스터트롯”이라는 가사가 ‘첫 무대’와 딱 들어맞았다.

이어서 ‘영일만 친구’의 전주가 울려 퍼졌다. 7명은 손가락을 위로 올리거나 서로 손뼉을 치며 응원을 독려했다. 정동원은 장민호의 무릎 위에 앉아 <미스터트롯> 경연에서 보여준 ‘파트너’ 춤을 연출했고 김희재와 이찬원, 김호중은 ‘이찬원 공식 허벅지 쓸기 춤’을 보여주는 등 그동안 쌓은 호흡을 자랑했다. LED 야광봉과 휴대폰 불빛, 응원 플래카드가 넘실댔다. 박수 소리가 함성 역할을 했다. 거세다가 약해지고 느리다가 빨라지는 등 박수만으로 수천 명의 감정선이 느껴졌다.

두 곡이 지나고 임영웅의 영상이 대형 화면을 채웠다.

“안녕하세요, 1대 미스터트롯 진 임영웅입니다. 1라운드만 통과하자고 했던 미스터트롯이었는데 여러분의 사랑으로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행복합니다.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사랑을 언제나 마음에 품고 진심을 다해 노래하겠습니다.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꽃길이라 생각할 겁니다. 저희와 함께 조금씩 익어갑시다.”

‘바램’ 전주가 켜졌다. 직전에 들은 임영웅의 메시지 때문인지 전주가 가슴으로 들리는 듯했다. 옅은 분홍색 정장 차림의 임영웅이 무대에 다시 섰을 땐 짜릿함마저 들었다. 얼마 전 그가 CF스타상을 받고서 “이런 날이 찾아올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 1년 사이에 제 인생이 정말 재밌어지기 시작했다”고 밝힌 소감이 떠올랐다. 임영웅은 자신에게 쏠린 수천 명의 시선을 마주하며 마이크를 잡았다.

‘바램’ 후로는 임영웅의 <미스터트롯> 대표 경연곡인 ‘보랏빛 엽서’가 울려 퍼졌다. TV 방송으로 들을 때와는 또 다른 묵직함이 있었다. 공연장 밖에서 만난 팬이 “임영웅 노래는 울컥한다”고 말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임영웅 무대 다음으로 영탁의 ‘추억으로 가는 당신’, 이찬원의 ‘진또배기’, 정동원의 ‘이별의 부산정거장’, ‘여백’, 김희재의 ‘돌리도’, ‘꽃을 든 남자’, 김호중의 ‘태클을 걸지 마’. 장민호의 ‘상사화’ 등의 순으로 단독 공연이 펼쳐졌다. 특히 정동원은 색소폰 연주를 김희재는 춤을 선보이며 저마다 색깔을 담은 무대를 선물했다. 막내 정동원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니 떨린다. 삼촌들과 많은 무대를 준비했으니 기대해 달라. 답답하시더라도 마스크를 끝까지 써달라”며 야무진 소감을 이야기했다. 장민호는 살짝 감격한 목소리로 “맘껏 즐길 수 없는 상황에도 자리를 채워주셔서 마음이 울컥하다. 이 감사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손톱만큼의 아쉬움도 남지 않도록 하얗게 밤을 불태우겠다”고 말했다.

이날 무대는 톱7뿐 아니라 김경민, 황윤성, 강태관, 노지훈, 나태주 등 <미스터트롯> 화제의 출연자들도 함께 꾸몄다. 김희재와 강태관의 듀엣에 이어 류지광·김호중 듀엣, 남승민의 ‘여자의 인생’ 단독 무대에 김수찬과 영탁이 합류해 ‘뿐이고’를 불렀다. 척하면 척, 작은 손짓조차 합이 맞았다. 콘서트 준비기간 동안 전 출연자가 쏟았을 땀이 눈에 선했다.

공연 중간 중간 출연진 영상이 재미를 더했다. ‘나에게 미스터트롯’이라는 질문에 톱7이 저마다 답을 하는 영상이 인상적이었다. 정동원은 “진지하게 음악을 하게 됐다”고, 장민호는 “한계에 부딪혔을 때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김희재는 “내가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김호중은 “많은 분들에게 트로피 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고, 이찬원은 “감사하다, 행복하게 노래하고 싶다”고, 영탁은 “성찰하는 시간이었다”고 대답했다. 또 임영웅은 “모든 면에서 성장했고 노래도 많이 늘었다”고 회상했다.

단독 무대 비중은 단연 진(眞)인 임영웅이 가장 많았다. 합동 무대 이후로도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배신자’ 등을 노래했다. 무대마다 앞머리를 내렸다가 올렸다가 계속 변화를 준 덕에 그 변화를 짚어내는 묘미도 있었다.

“오늘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너무 보고 싶었어요.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경연에서 불렀던 곡을 다시 연습하니까 그때 기억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때마다 여러분이 제 뒤에 있다는 걸 느껴서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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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은 멘트를 막힘없이 이어갔다. 나름의 유머러스함을 더하기도 했다.

“(정장 재킷을 벗은 뒤) 음, 재킷을 좀 벗어야 할 것 같은데요?(웃음) 주머니 철사도 좀 꺼내야 할 것 같고~ 선글라스도 꺼내야 할 것 같은데~”

줄곧 정장 차림을 선보이던 임영웅의 변신이었다. 검은색 티셔츠에 찢어진 바지, 체인 허리띠와 선글라스 등으로 멋을 내더니 황윤성과 ‘데스파시토(Despacito)’를 열창했다. 가사 심의 우려로 <사랑의 콜센타>에서는 방영되지 못한 무대였던지라 더욱 반가웠다. 머리 쓸기와 허리 돌리기 등 유려한 몸짓이 공연장 열기를 끌어올렸다. 몇몇 관객이 절로 나오는 함성을 참지 못하자, 스태프들은 급하게 ‘함성 금지’ 팻말을 흔들었다.

다음 주인공은 장민호였다. 반짝이는 긴 코트를 차려입고 ‘역쩐인생: 가난한 남자’를 선보였다.
“돈 없다고 무시하지 마~ 사람일 아무도 몰라. 돈 있다고 으스대지 마~”

가사도 가사이지만 빠르게 흐르는 박자가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발장단을 이미 구르고 있었다는 건 뒤늦게 깨달았다.
‘영탁’ 하면 떠오르는 ‘찐이야’, ‘막걸리 한잔’도 라이브로 들을 수 있었다. 영탁은 “옛날부터 하던 말이 있는데 ‘언젠가 모두 만나게 됩니다’라는 것이다. 어려움이 있어도 언젠가 결국 만나게 되는 거 같다”면서 “그동안 기다려주신 분들 감사드리고 어렵게 만난 만큼 신나고 즐겁게 놀다 가셨으면 좋겠다”고 웃어 보였다.
 
“우리는 형제, 가족이 됐어요”
 
톱7의 ‘흔들림 없는 실력’이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면 ‘진심 어린멘트’는 마음을 풍족하게 했다.
 
“여러분을 위해 정말 열심히 콘서트를 준비했어요.”(김희재)
“저희 트롯맨들은 형제라고 생각해요. 우린 진짜 식구인 것 같아요. 행복한 밤입니다.”(김호중)
“이렇게 호흡이 잘 맞는 걸 보니 정말 가족이 된 거 같아요. 가족처럼 끈끈하게 지낼게요. 사랑합니다.”(임영웅)
“아프지 마시고요. 늘 웃을 일만 가득하시길.”(영탁)
 
김호중은 울컥하는 감정을 내비쳤다. 전광판으로 본 그는 눈물을 애써 참고 있었다. 그는 이날 공연이 입대 전 마지막 합동 콘서트였다. 표정에서 고마움을 비롯한 여러 감정이 읽혔다.

공연 막바지 톱7이 다시 다 함께 무대에 섰다. 관객석을 천천히 돌아본 뒤 “정말 많은 분들이 와주셨다”고 고마움을 연신 표현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는 이날 톱7이 가장 많이 한 말이다. 톱7의 ‘써니’, ‘사랑의 트위스트’ 이후 전 출연진이 ‘아모르파티’, ‘챔피언’으로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끝난 것 같던 공연은 ‘앙코르~’ 요청에 다시 오른 임영웅의 ‘배신자’를 ‘진짜 마지막’으로 마무리했다.
 
트롯맨들은 눈빛으로도 대화가 통했고 어깨를 감싸며 든든해했다. 그들 말마따나 가족이 되어 있었다. 한편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8월 21일부터 23일까지 예정된 ‘미스터트롯 서울 콘서트’ 3주차 공연은 무기한 중단됐다. 이후로 잡혀 있던 지방 공연 진행 여부는 추후 공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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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강태관, 김경민, 나태주 (아래) 이대원, 노지훈, 황윤성 
 

‘미스터트롯’ 트롯맨들에게 직접 물었다!
“서울 공연 어땠어요?”
 
이번 콘서트는 톱7뿐 아니라 ‘미스터트롯’ 인기 출연진도 함께한다. 이들에게 ‘한 줄 소감’을 물었다.
 
강태관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올림픽 체조경기장은 꿈같은 무대예요. 시국이 좋지 않아 5,000명 정도 입장하셨는데, 그 이상의 열기를 느낄 수 있는 행복한 공연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기다리시고 계신 만큼 더욱 알찬 콘서트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트롯맨 모두 많이 사랑해주세요.”
 
김경민 “제 솔로곡 ‘가지 마’를 열창했을 때 모든 분들이 박수를 아끼지 않고 쳐주신 게 너무 설레고 행복했어요. 항상 끝까지 응원해주시는 ‘송아지(팬덤)’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나태주 “어려운 상황에 이렇게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더 안전하게 마지막까지 아무 탈 없이 마무리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처음 지었던 미소 잃지 않고 인사드리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이대원 “잠시였지만 정말 재밌고 행복했어요. 선배들한테 배운 것도 많았어요. 콘서트가 또 미뤄진 건 많이 아쉽지만 ‘안전’이 중요한 만큼 보다 안전한 상황에서 만나요. 어려움 속에도 와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노지훈 “미스터트롯 콘서트 무대를 할 수 있어서 너무나 영광스러웠습니다. 이 시기 함께 잘 견디며 다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황윤성 “서울 공연이 막바지인 것도 아쉬웠는데 또 연기가 돼 아쉬움이 배가되는 것 같아요. 마음도 아프고, 여러모로 복잡한 생각이 듭니다. 더 좋은 상황에서 팬분들 만날 수 있길 기대하겠습니다. 우리 같이 힘내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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