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용서하는 건 못했지만 그래도 살아갈 수 있음을 말하고 싶었어요.” 서동주는 용서의 대상을 명확하게 밝히진 않았다. 인터뷰 중간, 서동주가 흘린 눈물에서 ‘대상’을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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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서동주가 7일 한국에 왔다. 최근 출간한 <샌프란시스코 이방인> 홍보를 위해서다. 그는 어린 시절, 이혼 후 일상, 변호사가 되기까지 과정 등 과거의 기록을 켜켜이 쌓았다. 언젠가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언급한 기억의 다락방도 열렸다. 그는 내게 기억의 다락방이 있다면 아버지와 관련된 이야기는 거기에 넣고 꺼내고 싶지 않다. 그걸 여는 순간 내 인생을 집어삼킬 것 같다, 굉장히 부정적인 감정들이 많아서라고 했었다.

 

하지만 딸은 아빠를 마냥 미워하고 있진 않았다. 아빠가 즐겼던 레코드판을 들고 찍은 사진은 행복해보이기까지 했다.

 

잊고 용서하기 보단 그럴 수 있다 인정하는 거죠. (아빠를) 받아들이는

 

자가격리를 마치고 3일 째 되던 날 서동주와 마주 앉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얼핏 서세원도 서정희도 보이는 실물이다.

 

자가격리 해보니 어때요?

생각 외로 힘들더라고요. 그까짓 14일 쉬면되지 했는데(웃음) 실제론 그렇게 안 돼요. 업무를 했거든요. 직업 특성 상 휴가가 없기 때문에 한국에 와서도 일을 하는데 (시차 때문에새벽 한 시부터 아침 10, 11시까지 하니까 뭔가 더 우울해졌어요. 사람을 못 보는 것도 힘들더라고요.

 

미국 현지 코로나19 상황도 궁금했어요.

뉴스 보면 하루에 6만 명씩 확진 판정을 받더라고요. 제가 지내는 샌프란시스코는 그렇게까지 심하진 않아요. 주변에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도 없었고. 상점이 전부 닫혔다가 최근에 열린 것 빼곤 크게 불편하진 않았어요. 그래도 걱정이네요. 돌아가면 (확진자가) 또 늘어있겠죠.

 

이번에 한국에 온 이유는요?

책을 출간해서 홍보 겸 왔어요.

 

열심히 홍보 중이고요?

매체 인터뷰를 3일 째 하고 있어요. 방송, 라디오 출연도 조금 할 것 같고요. 이따 출판사 마케팅팀이랑 만나서 얘기하기로 했어요.

 

서정희 씨가 낸 <혼자 사니 좋다>7쇄를 찍었다던데.

, 엄마는 책을 오래 써서 독자 분들이 구축돼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어릴 때 써본 적은 있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주체가 돼서 해본 건 처음이라 떨려요.

 

<샌프란시스코 이방인>에서 본인은 늘 이방인이었다고 해요. 여전히 그렇게 느껴요?

어느 정도는 우리 모두 이방인이지 않나요? 직장에서도 무슨 일이 생기면 이방인 느낌을 받아요. 나를 좋아하지 않는 직원이 신경 쓰이게 한다거나 뭐, 가족 문제도 그렇잖아요. 제가 말하고 싶었던 건 너도 이방인, 나도 이방인이면 그게 나쁜 것도 특별한 것도 아니다. 아파하고 고통스러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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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변호사가 되는 과정, 가족 이야기 등 목차가 나뉘어 있어요. 가장 부각하고 싶었던 부분은? 

마지막 챕터가 제일 좋아요. 삶에 대한 시각과 태도를 다뤘다고 생각해요.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주저앉고 싶어도 하루만 더 버티면,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그 날이 될 수 있단 마음을 위로로 삼는 편이거든요. 그런 내용에 (독자들도) 위로를 받으셨으면 해요.

 

출간 전부터 자극적인 단어’, ‘소재들이 논란이 됐었죠. 

일부 내용일 뿐이고 그 일을 이야기 한 이유가 누구에게 문제가 되게끔 하려는 게 아니었어요. 그 일이 있었을 때 난 어떤 기분이었고, 어떻게 행동했다. 그 후 내 삶은 이랬다는 걸 얘기한 거예요. 출판사 직원 한 분이 단독적으로 행동을 하셔서솔직히 저는 분노했어요. 알맞지 않은 단어들로 본래 의도가 흐려지는 게 싫었어요. 반짝 마케팅, 자극적인 마케팅을 믿지도 않고요.

 

어떤 책이 되길 바라는 건지.

공감과 위로요. 제가 그런 일을 겪을 때 공감하고 위로를 건넨 존재가 없었단 말예요. 암흑 속에 있을 때도 조언을 얻을 수가 없었어요. 저 같은 분들이 계실 것 같아서, 그 분들이 서동주의 삶을 보면서 이 사람은 이렇게 이겨냈으니 자신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면 좋겠어요. 아무리 큰 고통도 이겨낼 수 있거든요. 이겨낸다는 게 잊고 용서하고 이런 통상적인 걸 뜻하진 않아요. 저는 아직도 잊고 용서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암흑이라고 했어요. 가장 슬펐던 게 언제인데요?

엄마랑 아빠가 헤어지고 저도 헤어진 그 때. 시기가 겹쳐서 더 힘들었어요. 근데 그런 건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잖아요. 정신적으로 가장 힘든 건 변호사 시험 볼 때였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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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희 씨는 동주 씨 에세이를 보고 어떤 반응이었어요? 

미안하다고 했어요. 너무 많이 울었다고.

 

동주 씨도 쓰면서 울었을 것 같은데.

엄청 울었어요. (눈물을 글썽이며저 지금 또 눈물이 나오려고 해요 어떤 부분은 감정이 너무 격해져서 마무리를 못하고 그 다음에 쓴 적도 있어요. 나름대로 마음을 정리하는 작업, 아팠던 기억들을 제대로 들여다보자는 취지에서 일기를 쓰기 시작한 거였어요. 그 전까진 난 과거를 돌아보지 않아!’라는 태도로 살았기 때문에 제대로 슬퍼한 적도, 기뻐한 적도 없었어요.

 

슬픔을 제대로 마주한 것 같나요?

어느 정도는요. 완벽하게 했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한 마주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창피하다 느껴지고 왜 그렇게 살았지 하는 점도 많았는데 그런 걸 가감 없이 쓰려고 노력했어요.

 

예능 프로그램에서 아빠 이야기는 기억의 다락방에 넣고 꺼내기 싫다고 했어요. 책으론 썼네요. 

방송에서 쉽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글로 쓰는 것과 방송에서 말하고 그런 내용이 기사로 나오는 건 달라요. 말 할 거면 다른 사람이 편집할 수 없는 매개체를 통해 하고 싶었어요.

 

아빠가 딸에게 널 보자마자 칼로 찔러 죽여버릴 거야. 그리고 네 피부를 벗겨서 지갑으로 만들어 들고 다닐 거야.’ 정제되지 않은 표현들이 많아요. 

순화 시킨 거예요. 아빠에 대한 얘기는 말하기 민감한 부분인 것 같아요.

 

두 사람의 입장을 한 자리에서 들을 수 없으니까요.

, 맞아요. 그래서 더 민감할 수밖에 없고. 최대한 얘기를 안 하려고 해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배우자 선택 기준이 달라졌을까요?

달라졌다면 달라진 것 같아요. 예전엔 다른 사람의 의지에서 안정감을 찾으려 했던 게 컸어요. 그 사람이 안정감을 좋겠다. 지금은 스스로 안정감을 찾고 나머지는 알콩달콩, 의리 있게 살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거짓말 안 하고 돈도 적당히 벌고요. 너무 많이 벌어도 문제고 적게 벌어도 문제가 생겨요.


개인적으로 동주 씨 에세이를 읽으면서 안타까움이 들었어요.

저를 돌아보면 제가 너무 측은해요. 그 느낌을 항상 받아요.  온전히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있었다면 참 좋았겠죠? 지금의 저는 확 달라졌을 거예요… 

 

서동주는 엄마, 교제 중인 연인에 대한 속내도 털어놓았다. 변호사 업무와 국내 방송활동을 병행하는 이유까지. 

 

서동주의 또 다른 고백은 이어지는 인터뷰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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