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사는 세상’이라고들 한다. 그래서 더 궁금증이 이는 세상이다. 어떤 옷을 입는지 무엇을 먹는지 등등. 평범하지 않아서 화두가 되는, 재벌의 일거수일투족이다. 재계 결합으로 이어질 수 있는 ‘혼사’는 특히 관심사다. 최근 재벌가의 혼사가 잇따랐다. 아모레퍼시픽그룹과 범삼성가, 현대가의 이야기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장녀 서민정·보광창업투자 장남 홍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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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빈관 입구 틈으로 보이는 서민정. 2 식이 끝난 뒤 카메라에 잡힌 홍정환. 3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내외. 4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 5 홍정도 중앙일보·JTBC 사장. 6 홍석조 BGF그룹 회장 내외. 7 행사 전 경비가 삼엄한 호텔신라 영빈관 전경.

아모레퍼시픽과 범삼성가가 혼맥으로 엮였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서경배 회장의 장녀 민정 씨와 보광창업투자 홍석준 회장의 장남 정환 씨가 6월 27일 약혼식을 치렀다. 올해 초 지인 소개로 만나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고 있단 사실이 보도된 이후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서다. 재벌 3·4세 혼맥 추세에 변화가 생겼다지만, ‘끼리끼리 만남’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두 사람의 약혼식은 오후 6시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약 4시간 전부터 경호 인력이 곳곳에 배치돼 현장을 철저히 통제했다. 취재는 일정 거리에서만 허용됐다. 영빈관으로 입장하는 하객 얼굴을 육안으로 분별하기 힘든 거리였다. 한 경호인은 “오늘 행사 자체가 언론에 알려질 게 아니었는데 보도가 되는 바람에 양가가 예민한 상황”이라면서 통제에 대한 양해를 구했다.

주인공들은 취재진을 피해 일찌감치 행사장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후 4시가 가까워질 무렵 서경배 회장과 아내 신윤경 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신 씨는 신춘호 농심 회장의 막내딸이다. 서 회장 부부는 영빈관 바로 앞에 멈춘 차량에서 내려 재빠르게 움직였다. 30분쯤 지나자 헤어·메이크업 스태프로 보이는 사람들이 나타났고, 이들은 신분 확인을 거친 뒤에야 안으로 들어갔다. 뒤이어 타악기를 든 남성이 보여 이곳에 온 이유를 묻자 “○○○ 앙상블이다. 피로연 공연을 하러 왔다”고 했다.

주말이다 보니 하객이 아닌 호텔 방문자들의 움직임도 많았다. 가족사진을 찍기 위해 영빈관을 지나 팔각정으로 올라가는 몇몇 행인도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경호원과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본식 시간이 가까워오면서 하객들이 모여들었다. 대개 영빈관 입구까지 차를 타고 이동한 탓에 취재 카메라에 잡히는 시간이 극히 짧았다. 그마저도 경호원들에게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코로나19 예방용 마스크 착용도 한몫했다. 몇몇 하객은 영빈관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걸어왔지만 취재진의 질문엔 응하지 않았다.

이날 약혼식이 더욱 주목을 받은 건 정환 씨가 삼성가와 친인척 관계이기 때문이다. 정환 씨의 부친인 홍석준 회장은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홍석조 BGF그룹 회장의 동생이다. 홍 전 관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아내다. 따라서 정환 씨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과 고종사촌 지간이다. 홍정도 중앙일보·JTBC 사장, 홍정인 JTBC스튜디오 본부장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재용 부회장을 제외한 삼성가 일원이 약혼식을 찾았다. 식이 열리기 15분 전 가장 마지막으로 고급 승용차 두 대가 연이어 들어섰다. 앞 차에서는 홍 전 관장과 이부진 사장이, 뒤차에선 이서현 이사장,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 내외가 하차했다. 흥미로운 점은 취재진을 향한 태도였다. 차에서 내린 이들은 취재 카메라를 굳이 피하지 않았다. 대다수 하객이 급하게 식장으로 들어선 것과 다르게, 홍 전 관장은 취재진이 있는 방향으로 잠시 얼굴을 내밀었다. 여느 하객들과 비교해 여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약혼식은 계획보다 30분가량 길어진 오후 8시 30분께 마무리됐다. 홀터넥 드레스를 입은 민정 씨와 회색 정장에 부토니에를 꽂은 정환 씨가 마지막까지 하객들을 직접 배웅했다. 하객들은 꽃 한 다발씩을 손에 들고 나와 저마다 대기 중인 차로 향했다.
 
코로나 때문에 늦어진 약혼식… 결혼은 언제?

1991년생인 민정 씨는 아들이 없는 서경배 회장의 뒤를 이을 유력 인물로 지목된다. 2019년 10월 1일 아모레퍼시픽 본사에 재입사해 뷰티 영업전략팀 과장 위치인 ‘프로페셔널’ 직급을 맡고 있다. 2017년 1월부터 6개월 동안 오산공장 SCM(공급망 관리) SC제조기술팀에서 평사원 신분으로도 일한 적 있다.

민정 씨가 이전에 근무했던 부서와 현재 부서는 화장품 사업의 바탕을 익힐 수 있다는 점이 같다. 서 회장이 1980년대 후반 장항공장에서 첫 업무를 시작했던 점으로 미뤄보아, 차기 회장으로서 요구되는 역량을 쌓으려는 민정 씨의 의지가 읽힌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민정 씨의 재입사가 3세 경영의 시작을 예고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한편, 회사 관계자는 “CEO를 논할 단계가 아니”라고 일축했다.

민정 씨는 아모레퍼시픽그룹 2대 주주로 지분 2.93%를 갖고 있다. 계열사인 이니스프리(18.18%), 에뛰드(19.52%), 에스쁘아(19.52%)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반면 네 살 어린 동생 호정 씨가 가진 지분은 전무하다.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측은 “모른다. 서호정 씨에겐 어떤 이유로 지분이 없는지 확인된 바가 없다. CEO의 판단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환 씨는 민정 씨보다 여섯 살 많은 1985년생이다. 보광창업투자에서 투자심사 총괄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BGF그룹(0.52%), BGF리테일(1.56%) 등 친가인 보광그룹 관련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민정 씨와 정환 씨는 당초 올봄 약혼식을 올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여파로 이날에서야 식을 진행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에게 결혼식 등 이후 일정에 대해 물었지만 “아는 것이 전혀 없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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