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방터 돈가스집’ 연돈이 제주도로 이사했다. 지난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한 이후 엄청난 인기몰이를 한 한편 여러 잡음이 끊이질 않자 끝내 포방터시장을 떠났다. 꼭두새벽부터 대기행렬이 늘어서던 자리는 텅 비었고 인근 상권은 다시 고요해졌다.
12월 19일 점심시간에 찾은 포방터시장은 조용하다 못해 썰렁했다. 올해 1월 초 취재를 위해 들렀을 때만 해도 시장 초입부터 길게 늘어선 대기행렬에 입이 벌어졌던 기억이 왜곡된 건가 싶을 정도다.

포방터시장은 지하철 3호선 홍제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15분쯤 달려야 나오는 동네다. 직접 차를 몰지 않는다면 굳이 찾아갈 법한 곳이 아니다. 여느 시장에서 살 수 있는 품목이 다수이다 보니 더욱 그럴 수밖에. 한자리에서 20년 가까이 부동산을 운영 중인 한 중개인은 “쉽게 활성화될 곳이 아니다. 임대료가 뛸 일도 없다”고 설명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 방영 직후 포방터시장에 찾아온 활기가 쉽지 않은 변화임을 의미하기도 한다.

백종원의 솔루션을 거친 식당은 홍탁집, 주꾸미집, 막창집, 돈가스집이다. 방송 직후 이들 가게 모두 ‘줄을 서지 않으면 먹기 힘든’ 식당이 되었다. 기자도 지난 1월 홍탁집(현재는 닭곰탕과 닭볶음탕을 판매하는 가게다)에서 저녁 식사를 하려고 두 시간 넘게 기다렸었다. 특히 돈가스집 연돈은 한정 수량만 판매하는 탓에 유난히 긴 대기행렬이 이어졌다. ‘하루를 꼬박 기다렸지만 먹지 못하고 돌아왔다’는 후기도 연이었다.

죽어 있던 골목에 불어온 생기가 반갑지 않을 상인은 없었다. 문제는 특정 가게만 장사가 성행하면서 생긴 여파다. 우선 옆 가게 입구까지 늘어선 대기 인파는 해당 가게 주인에게 방해 요소였다. 지난 방문 당시 한 분식집 할머니는 “장사 방해되니까 저 옆으로 줄을 서라”며 성화였다. 대기 손님들로 인한 소음 민원이 들어오자 방송 출연 가게들은 사비로 대기실 건물을 임대하기까지 이르렀다.

대기실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순 없었다. 민원이 끊이질 않았고 돈가스집 사장은 욕을 먹거나 멱살을 잡히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대기실은 폐쇄됐다. 한 부동산 직원은 “대기실이 있던 건물이 4층짜리인데 1층만 상가고 2층부턴 사람이 산다. 사람들이 기다리면서 담배 피우고 욕을 하니까 위층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었겠느냐”고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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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도 못 먹어본 돈가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돈가스집 사장과 주변 상인들의 마찰은 불가피했다. 돈가스집 사장이 백종원의 도움을 받아 제주행을 선택한 이유다. 그는 11월 15일 기존 가게를 떠나 백종원이 제주도에 운영 중인 더본 호텔 바로 옆 건물에 자리를 잡았다. 새 영업은 12월 12일부터 시작됐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돈가스집 이전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상인회 텃세’가 돈가스집을 내몰았다는 게 주 내용이다. 이에 대해 상인들은 속내를 털어놓았다. 식당을 운영 중인 한 상인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상인회에서 왜 저를 몰아내. 다 좋아하지. 돈가스 먹으러 왔다가 기다리는 동안 다른 가게도 들르고 주전부리도 먹고 가는데 얼마나 좋아. 그래서 저기 꽈배기집은 대박 터졌지. 분식집도 그렇고. 같이 잘될 수 있으니까 싫어할 이유가 없었어. 소통을 했어야 했는데 서로 그러질 못해서 이렇게까지 된 게 아닌가 싶지….”

또 다른 상인은 서운한 기색을 비쳤다.

“돈가스를 먹으려면 새벽 3시부터 줄을 서야 했어요. 근데 나는 이 동네니까 가서 부탁을 했어요. 우리 며느리가 임신을 해서 이걸 너무 먹고 싶어 하는데 혹시 시간 있을 때 서너 개만 해주면 내가 아무 때나 가지러 가면 안 되냐고. 그랬더니 여자 사장이 차갑게 안 된대요. 아주 쌀쌀맞았어요. 그냥 빈말이라도 죄송하지만 그렇게는 어렵습니다라고만 해줘도 좋았을 텐데.”

또 다른 상인도 “그 건물 주인도 그 집 돈가스를 못 먹어봤다고 한다. 나도 한번 조용히 몇 개 먹어볼 수 없냐 했더니 절대 안 된다 하더라”라면서 못내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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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돈이 떠나고 한 달이 넘었지만 여전히 임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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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순서대로 <골목식당>에 출연했던 막창집, 쭈꾸미집, 홍탁집

돈가스집 떠난 자리, 한 달 넘게 ‘임대 중’

연돈이 머물던 옛 자리는 공실이 됐다. 이사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지만 여전히 임차인이 구해지지 않았다. 인근 부동산 중개인들 이야기를 종합하면 포방터시장 자체 상권이 좋지 않을뿐더러 시장 내에서도 안쪽 깊숙이 위치한 곳이다 보니 입지 경쟁력이 매우 떨어진다고. 한 중개인은 “최저임금도 올랐고 전반적으로 장사가 안 되는데 누가 그 안에 들어오려고 하겠느냐”며 “장사하기에 좋은 위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대료는 월 80만원. 본래 월 60만원이었으나 돈가스집 장사가 활발해지면서 건물주가 임대료를 높였다는 게 부동산 중개인들의 이야기다. 또 다른 중개인은 “장사가 워낙 잘된다 해도 매일 정해진 수량만 파는 시스템이라 임대료 인상이 굉장한 부담이었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중개인들에 따르면 포방터시장 월 평균 임대료는 60~70만원이다. 시장 안으로 갈수록 임대료가 낮은데 돈가스집의 경우 위치와 규모에 비해 낮은 임대료가 아닌 셈이다. 중개인은 “12평 정도다. 너무 작아서 뭘 쉽게 차리기도 힘들 거다. 돈가스집 이전엔 중고 가방 같은 걸 파는 곳이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가 몇 달 전과 비교하면 극히 한산하다. 문전성시를 이루던 출연 가게들마저 손님 유입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이날 점심시간 동안 대기 줄은커녕 식당 앞에 사람이 모여 있는 모습조차 볼 수 없었다. 다수 상인들은 “6월부터 분위기가 꺾인 것 같다”고 전했다.

홍탁집 사장을 찾아가 근황을 물었으나 그는 “(<골목식당>) 작가님이랑 상의하고 인터뷰를 해야 한다”며 조심스러워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예전보다 (손님이) 줄긴 했어도 꾸준한 편이다. 임대료가 오르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주꾸미집 사장도 “별도 인터뷰는 안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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