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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이신화의 유럽 인문 여행28]7000년의 천년 고도 소조폴, 불가리안들의 여름 휴양도시

2020-06-24 23:27

글·사진 : 이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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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아 남동부의 부르가스(Brugas) 주에 있는 소조폴은 흑해를 접하고 있는 작은 해변 도시다. 올드 타운은 돌들이 깔린 비탈길, 모래사장이 펼쳐지는 해변이 있다. 소도시가 맑은 바닷물과 함께 어우러진 모습은 그림처럼 아름답다. 올드타운의 작은 바닷가 마을은 700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천년고도. 흑해를 잔잔하게 물들이며 사그라 드는 검은 노을 빛은 여행자의 고독을 닮은 듯하다.
소조폴.JPG
소조풀

 *불가리안이 추천한 바닷가 마을

불가리아의 수도인 소피아의 숙소에 도착해서 스테프에게 묻는다. ‘너네 나라에서 가장 좋은 곳을 추천해 줄래?’라고 말이다. 그는 ‘소조폴(szopol)을 알려준다. 외우기 쉬운 지명이라 머릿속에 기억되었고 불가리아를 떠나기 전, 소조폴로 가는 일은 현실로 이뤄진다. 당시 소피아 숙소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인과 카풀(carpool)을 하게 있었다. 베로나 여행을 계획했던 그에게 소조폴도 가자고 제안을 한 것이다. 

 

플로브디프(Plovdiv)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불가리아 남동부 쪽으로 길고 긴 여행 길에 오른다. 소조풀은 부르가스 주에 위치한 해안도시. 우리나라로 비유한다면 포항 정도의 위치일 것이다. 부르가스를 기점으로 한다면 남쪽으로 35km 정도 떨어진 지점이다. 부르가스 주는 불가리아에서는 면적이 가장 넓고 인구가 4번째로 많은 주지만 소조폴은 인구 5000명 정도 뿐인, 흑해의 아주 작은 도시다. 부르가스 주 북쪽으로는 바르나 주와 슈멘 주, 서쪽으로는 슬리벤 주와 얌볼 주, 남쪽으로는 터키, 동쪽으로는 흑해와 접해 있다.

소조폴 해변.JPG
소조풀 해변 

2층 발코니에서 바다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숙소에 짐을 풀고 홀로 바닷가로 나선다. 몇 걸음만 떼면 약간 경사가 진 구릉 위에서 흑해로 지는 해를 바라볼 수 있다. 흑해는 갑작스럽게 불어오는 폭풍우가 순식간에 바다 전체를 검게 물든인다고 해서 선원들이 붙인 이름. 그래서였을까? 그날의 노을 빛은 산뜻한 붉은 빛 대신 검으틱틱하다. 정박된 배 주변에도 인기척이 없어 더 정적으로 느껴진다. 바닷가에 시선을 고정한 채 하나둘씩 등이 켜질 때까지 그 모습을 지켜보는 동안 단 한사람을 만났을 뿐이다. 소피아에서 휴가 여행 왔다는 중년 여성이다. 한 여름인데도 웬지 늦가을 분위기가 연출되는 해걸음을 바라보면서 여행자의 시름이 깊어진다. 묘하게 마음이 흔들린다. 

소조폴 식당의 밴드.JPG
소조폴 식당의 밴드

*현지민들과 한데 어울려 놀던 그 밤

어둠이 내릴 즈음에는 바닷가 주변 식당들을 기웃거려 본다. 3인조 밴드가 노래를 부르는, 제법 멋진 식당을 점찍어 두었지만 그것도 귀찮다. 그냥 숙소에 딸린 식당에서 저녁 메뉴를 고른다. 1층 식당 안에는 이미 단체 한 팀이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며 술자리가 진한 향기처럼 무르 익어가고 있다. 불가리아는 우리나라보다 물가가 싼 나라. 부담 없이 푸짐하게 안주와 맥주 등을 시켜 먹으면서 카풀 동행자와 이야기를 나눈다.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의기투합해서 만난 지 딱 3일째. 지독하게 무거운 짐 때문에 선뜻 카풀을 시작했지만 서로의 여행 목적과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보니 벌써 사이가 삐걱대고 있다. 서로 의견을 절충하려면 솔직하게 말하고 노력해야 한다. 

 

술판이 깊어질 무렵 흥겹게 놀던 현지민 단체 중에서 한 남자가 테이블 위에 물병을 놓는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직접 만든 불가리아 술이야”. 물병에 술을 넣어 온 게다. 그들은 낯선 한국인 여행자들에게 불가리아의 술 문화와 함께 정을 준 것이다.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느낀 삭막하고 건조한 얼굴이 아니다. 현지민들의 깊은 내면에 감동 받는다. 포도나 과일로 만들었을 불가리아 산 증류주는 도수가 쎄다. 당연히 취한다. 이미 여행 3개월이나 보냈다는 동행자는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면서 덩달아 흥겨워한다. 술 탓인지 식당 안에는 흥이 넘친다. 호텔 매니저인 마들렌이 테이블로 다가와 '저쪽 팀에서 합류하자'고 한단다. 우리나라 술 문화랑 비슷한 상황이다. 술에 취해가면서 행동도 과감해진다. 노래 부르는 사람과 함께 춤도 추고 팝송을 불러달라고도 한다. 그들에게 '건배'라는 단어도 가르쳐 준다. 그날 저녁에 쓴 돈은 기억나지 않는다. 낯선 도시에서 예상에 없던 흥겨운 에피소드. 그것만으로도 차고 넘칠 정도로 가치 있는 경험이었으니 말이다.

불가리안 사람들.JPG
불가리안 사람들

*뱀파이어 마을, 올드 타운

다음날 아침, 그래도 미처 못간 올드 타운은 둘러봐야 한다. 지갑을 챙긴다는 게 쓸데도 없는 핸드폰만 달랑 들고 나왔다. 전날 마신 술 탓에 입은 타들어 가는데 물 사먹을 돈도 없다. 지갑 가지러 숙소로 되돌아 갈 힘도 없다. 저절로 인상이 구겨지는 눈 앞으로 예사롭지 않은 유적지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바닷가를 향해 나지막한 잘 쌓은 성벽이 이어지고 있다. 오스만 제국과 인접해 있어서 풍파를 많이 겪었음을 보여주는 오래된 성곽일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소조폴은 기원전 610년, 그리스 밀레토스(Miletus)에서 온 그리스인들이 처음 정착했다. 초기 이름인 아테네에서 곧 아폴로니아(Apolonia)라고 바꿨다. 5세기에는 바닷가에 성벽을 쌓고 건강, 태양, 아름다운 아폴로를 기원하는 13m의 웅장한 청동상을 세웠다. 아폴로니아는 흑해의 상업과 예술의 중심에 있는 가장 크고 가장 부유 한 도시였다. 꿀, 양모, 옥수수, 와인, 직물, 보석, 도자기 등의 상업 중심지였다. 몇 세기 동안은 무역 및 해군의 중심지로도 자리 잡았다. 그때 만들어진 성벽이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으리라.

 

현재 올드타운에는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물들과 고고학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에는 수많은 붉은 색과 검은 색의 도형 화병, 유리 용기, 보석, 앰포라(로마 시대 도자기로 만든 술단지) 등이 전시되어 있다. 교회도 여러 곳이다. 15세기 오스만 제국 때 지어진 성모탄생교회(Holy Virgin church, 유네스코 지정), 성 조시마(Saint Zosima, 1857), 성 순교자 조지(St. Martyr George, 1867), 성 시릴과 메토디우스(Cyril and Methodius, 1888)등이 있다. 성 순교자 조지 교회는 이콘과 무화과 나무가 볼거리다. 또 1896년에 시작해 12년에 걸쳐 완공된 성 시릴과 메토디우스 교회는 오스만 제국 때에 지어진 교회다. 이탈리아 석공의 작품이다. 당시 고층 건물을 짓는 것을 금지 한 터키인의 요구에 따라 건물 절반 정도가 땅속에 묻혀 있는 게 특징이다.

 

또 소조폴에서는 종종 고고학자들이 발견한 유적들로 사회적인 이슈가 되기도 한다. 가슴에 쇠말뚝이 박힌 채 사망한 해골 100여 구가 발견되었다. 뱀파이어 시체들은 스베티 니콜라이 그리스 정교회 건물 바로 뒤에서 발견됐다. 과거 이 마을에 뱀파이어 제거 관련 풍습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유골들이다. 말뚝이 박힌 사람들 중엔 종종 귀족이나 성직자도 포함됐지만 여성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 성 순교자 조지 교회에는 인근 지역에서 발견된 뱀파이어 관련 종교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또 소조폴 해변에서 스킨스쿠버를 즐기던 휴양객이 현재까지 발견된 것들 중에는 가장 오래된 동전들을 발견했다. 고대 그리스의 동전이 그리스 이외의 지역에서 발견되기는 이 도시가 처음이다. 신도시 엔티크 가게에 동전이 진열되어 있는 것도 그 이유다.

 

소조폴 해변 피서객.JPG
소조폴 해변 피서객

*불가리안들이 사랑하는 휴양 도시

무엇보다 소조폴은 불가리아 인들이 사랑하는 여름 휴양지다. 타운 중심에 해변이 있다. 또 3km 남쪽에는 카바사이트 해변(Kavatsite Beach), 두니 리조트 해변(Sea Resort of Dyuni), 스모킨야 캠핑장(Camping Smokinya), 골든 피쉬 해변(Zlatna Ribka), 하메나이트(Harmanite) 해변이 있다. 대부분 부드러운 모래가 깔려 있고 물은 맑고 수심이 낮아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의 여름 피서지로 인기다. 특히 4.5km 길이와 100m의 넓은 해안을 가진 두니 리조트 해변은 국제 블루 플래그 상(BLUE FLAG AWARD)을 수상 받은 곳이다. 이 해변에서는 해마다 9월 초순이면 아폴로니아 아트 페스티발(https://www.apollonia.bg/)이 열린다. 화가, 음악인, 시인, 연극, 문인, 등 다양한 예술인들이 다양한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소조폴에서 비록 해변 물놀이를 즐기지는 못했지만 그것보다 더 강렬한 ‘사람 향기’를 느꼈으니 더 기억에 남는 도시다. 올드 타운에서 만난 한 남자는 전날 마신 술 탓에 목이 타 죽을 것처럼 지친 내게 물을 사주었다. 그것도 대형 물병을 처음 만난 필자에게 선물했다.

 

*Travel Data

찾아가는 방법:수도 소피아에서 부르가스(382.8km)로 가서 이동하면 된다. 열차, 저가항공, 버스(20여회)가 자주 운행된다. 부르가스에서 소조폴까지는 40분 소요된다. 또 소조폴, 부르 가스, 바르나, 치크와 네세바르 사이에 정기 여객선이 운항된다.

별미와 숙박정보:바다와 인접해 있어 해산물 요리를 즐기면 된다. 미스 아네트(Miss Anet) 빵집은 달콤한 빵과 케이크가 유명하다. 또 테디허니(TeddyHoney)에서는 달콤한 꿀맛을 즐길 수 있고 녹색 무화과 잼도 유명하다. 달달한 와인 트라스티나(Trastena)와 맥주는 에일리야크(Aylyak)가 있다. 

여행포인트:불가리아 카잔라크는 장미의 도시다. 장미로 만든 제품들이 많이 있다. 카잔라크에서 구입하지 못한 장미제품을 소조폴에서 샀다. 제품이 괜찮아 선물용으로 좋으니 소조폴의 숍에서 넉넉히 구입하자.

여행사이트:http://visit.guide-bulgaria.com/http://www.sozopol.org/

 

주변 여행지:소조폴에서 2km 떨어진 곳에 있는 라바디노보(Ravadinovo) 성은 아주 장엄하고 로맨틱한, 멋진 건물이다. 농장 밭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약 1만평의 규모를 지닌 이 성은 지은 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중세 성을 버금가는 모습을 하고 있다. 성은 물론 교회, 분수, 정원, 호수, 동상, 골동품을 볼 수 있고 아트 갤러리, 와인 셀러 및 여러 대형 홀이 있다. 구시가지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혹은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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