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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와 만나던 그 길을 추억함

2019-04-09 17:13

글 : 이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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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차출퇴근 3년 하시다가 다시 뚜벅이 출퇴근으로 돌아왔다. 똥배만 점점 커지게 하는 배부른 호사를 이런저런 이유로 중단하기로 했고 오늘은 그 이틀째다. 

걸으면 눈에 보이는 것들이 많게 마련. 출근과 등교를 서두르는 직장인과 학생들의 종종걸음, 산책과 운동을 위해 나온 어르신들의 느릿한 우보, 아빠 손에 이끌려 어린이집 정문에 들어서는 천사 같은 꼬마들... 같은 시간에 같은 곳을 지나니 벌써 눈에 익은 사람들이 생겼다. 

그때가 언제였던가, 아들놈 친구의 꼬마 여동생이 초딩 1학년이었을 때... 그래 제나였다. 이름도 얼굴도 너무 예뻤던 그 아이는 공원 길목에서 아침마다 오빠친구 아부지와 필연적으로 조우했더랬다. 

“지섭오빠아빠, 안넝하쎄요~~” 

이미 밝은 아침을 더 환하게 깨우는 순수하고 청량한 그 인사가 너무 좋아 정신줄을 놓곤 했다. 그 반가운 인사에 보답하고자, 둘만의 특별한 아침의식을 기념할 심산으로, 나는 매일 뭔가를 준비했다. 

어떤 날은 막대사탕 하나, 어떤 날은 초코파이, 또 어떤 날은 손바닥만한 장난감도 쥐어주었을 게다. 아이 버릇 나빠지지 않도록, 제나엄마가 잔소리하지 않을 만큼만, 종종 용돈도 건넸는데... 간혹 제나도 내게 껌 하나씩 주었으니 내겐 늘 과분한 거래였을 것이다. 

사춘기 소녀가 돼 있을 제나를 나는 이제 이 길에서 만나지 못 한다. 만난다 한들 그 풋풋하고 낭랑했던 인사는 다시 듣진 못 할 테다. 쑥쓰러워서 일부러 외면하고 피할지도 모른다. 길은 그대로인데 사람은 떠나고 변한다. 

그래도 다시 만들어질 이 길의 그림을 기대하는 건, 온전히 내 마음길 덕이다. 여는 만큼 보이는 것... 아직은 무표정하지만 곧 친숙해질 풍경과 이웃들이 기대된다. 제나는 없지만 어제 알게 된 축구소년 동호도 있지 않은가.

시공간이 의식을 지배하기 마련. 떠났던 공간을 다시 만나는 지금, 나는 새로운 '관계'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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