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협중앙회 여성조선 공동 주최
정기구독 이벤트
예스24교보문고알라딘인터파크
COLUMN
  1. HOME
  2. COLUMN

[백정림과 함께하는 홈문화 9]가을, 차와 커피로 누리는 일상의 여유

2020-10-13 09:32

글 : 백정림 하우스 갤러리 이고 대표.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어느덧 추석이 다가오고 계절은 바뀌어 완연한 가을이다. 보통 이때쯤이면 선선한 바람 속에서 커피 한잔 기울이며 가을의 낭만을 만끽할 때다. 하지만 올해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러한 여유와 낭만을 맘껏 즐기지 못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코로나로 인한 생활 속에서 가장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식사하고 차와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것에 대한 제약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커피는 매일 먹는 식사만큼이나 우리 생활에 다가와 있는 생활 필수품이다. 우리들의 삶에서 뺄 수 없는 커피는 언제부터 세상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세계 상품이 되었을까? 15세기 말 신항로 개척 후 16세기를 지나 17세기는 이국적인 많은 것들이 유럽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시기였다. 특히 세 가지 검은 음료인 커피, 초콜릿, 차가 그들의 미각을 매혹시켰다.

당시 유럽은 중세 시대를 지나 절대왕정이 꽃피우던 시기였다. 무역을 통해 왕실의 재정은 살찌워졌고, 무역의 최전선에 있었던 중상공인들은 부와 함께 이국적 문화의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었다. 건강에 좋은 이국적인 음료로 인식되었던 차는 단번에 도자기와 함께 사치품으로 등극했다. 차와 커피가 짧은 시간에 유럽 상류층의 기호품이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당시의 열악한 식수 사정이 한몫했다. 하수관과 상수관이 없던 시기였기에 물은 늘 불결했고, 물이 병을 옮길 수 있는 더러운 것이라는 생각에 어린아이에게도 알코올이 들어간 에일주나 와인을 주었다. 사람들은 물에 살이 닿는 것을 극히 꺼려해서 잘 씻지도 않았다. 씻지 않으니 비단으로 몸을 감싼 그들의 몸에서 좋지 않은 냄새가 나는 것은 당연했다. 생각해보면 서양에서 발전한 향수는 악취를 감추기 위한 그들의 노력에서 시작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우리가 사치의 대명사로 알고 있는 루이 14세는 목욕을 평생 몇 번 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유럽 중에서도 영국은 그들의 열악했던 식수 환경의 영향으로 식물의 뿌리를 끓여 먹는 습관이 있었다. 이러한 사정으로 영국 사람들에게 차가 물 대신 안전하게 마실 수 있는 건강 음료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물론 차의 높은 몸값으로 말미암아 차와 커피의 유행은 17세기 상류층에서 시작되었다. 희고 고결한 중국산 도자기에 담긴 이국적인 차의 향기는 은에 맞먹는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즐기고픈 최상의 기호품이 되었다. 영국의 귀족들은 집에서만 차와 커피를 마시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커피하우스’라는 독특한 장소를 만들어냈다. 영국에서 처음 생겨난 커피하우스는 실제로는 커피보다 차의 유행을 더 선도했다. 커피하우스에서는 커피뿐만 아니라 차, 초콜릿, 셔벗 등의 음료는 물론 찻잎과 설탕 등도 허가를 받아 판매했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아메리카에서 수입된 새로운 기호품인 담배도 즐겼는데, 먼 나라에서 온 새로운 음료나 기호품에 둘러싸여 이국적인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커피하우스였다. 

본문이미지


19세기에 접어들면서는 산업화의 영향으로 노동시간이 길어졌고 가족이 한자리에 모일 기회가 점점 줄어들었다. 어느덧 카페는 지방으로도 조금씩 퍼져나갔다. 일상의 리듬이 바뀌게 되어 마을 축제가 드물어진 시골 광장에도 카페가 하나둘 생겨났다. 노동자와 농부들은 일을 마치고 둥그런 야외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앉아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 이웃과 함께 밤을 즐기는 것은 새로운 생활의 낙이 되었다. 일상의 여유를 누리는 공간으로서 현대적 카페의 모습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카페는 늘 사람들로 붐볐고 그곳에는 즐거움과 새로운 소식이 있었다. 성당 옆에도 학교 옆에도 카페가 들어서고 긴 이별의 의식 또한 카페에서 치러졌다. 시골의 허름한 카페와 대조적으로 파리의 카페들은 귀족적인 취향으로 꾸며져 19세기에는 더욱 호황을 누리며 황금기를 맞았다. 화려한 카페들이 대로를 장식했고 벨벳, 황금 장식, 대리석 그리고 아름다운 프레스코 벽화가 그려졌다. 카페용 정원수라 불렸던 측백나무들로 출입문 좌우를 위풍당당하게 꾸몄다. 따가운 햇살로부터 상점을 보호하기 위해 고급스러운 차양이 설치되기도 했다. 19세기 후반에는 인기 있는 예술가나 가난한 예술가나 모두 카페를 드나들었다. 예술가들은 카페를 작업실로 삼거나 또는 모델로 삼아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들은 비좁은 작업실 대신에 역동적인 삶이 있는 카페에서 영감을 받았다.

구한말에 우리나라에 전해진 커피는 서양의 경우에서처럼 상류층에서 먼저 각광을 받았다. 자동차와 전기 등 서양 문물을 좋아했던 고종은 커피를 특히 좋아했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우리 역사에서 갑오경장 이후로 ‘서양 것은 모두 좋은 것’이라는 기조가 주를 이루었고, 이후로 커피는 신여성, 신세대면 장착해야 하는 필수 기호품이 되었다. 중년 세대들이라면 어린 시절 엄마가 장미꽃 무늬의 영국산 도자기 잔에 즐겨 마시던 믹스커피를 기억할 것이다. 또한 학창시절 음악다방에서 즐겨 마시던 설탕과 분말 크림을 듬뿍 넣어 달달했던 커피가 추억 한 켠에 남아 있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 현대의 우리는 갓 볶은 원두로 내린 커피 한잔의 향긋함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오전 일과를 마치고 점심을 한 후에도 커피 한잔의 여유는 일상에서 꼭 누리고픈 즐거움 중의 하나다. 이렇게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커피지만 그 유래와 추억을 되새겨보면 더욱 감미로운 음료임을 깨닫게 된다. 아무렇지도 않게 보냈던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우는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도 커피는 가족과 지인들과의 만남에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거창하게 식사를 만들어 대접하는 홈 파티는 부담스러워도 집에서 여는 가까운 분들과의 홈 카페는 요즘 같은 언택트 시대에 누릴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이 될 것이다.


본문이미지

본문이미지
백정림은…

하우스 갤러리 이고 대표. 한국 앤티크와 서양 앤티크 컬렉터로서, 품격 있고 따뜻한 홈문화 전도사다. 인문학과 함께하는 앤티크 테이블 스타일링 클래스와 앤티크 컬렉션을 활용한 홈 인테리어, 홈파티 등을 제안하고 있다.
 
이고갤러리: 02-6221-4988 ㅣ 블로그: blog.naver.com/yigo_gallery ㅣ 인스타: yigo_gallery
Copyright ⓒ woman.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 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1. 메인으로
  2. 기사목록
  3. 맨 위로
신협중앙회 여성조선 공동 주최
댓글달기
글쓴이    비밀번호 (숫자 4자리를 입력해주세요)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이번호 커버이미지
이번호
서점 이벤트
  • 예스24
  • 교보문고
  • 인터파크
  • 알라딘
  • 이달의 목차
  • 지난호보기
  • 정기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