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협중앙회 여성조선 공동 주최
정기구독 이벤트
예스24교보문고알라딘인터파크
COLUMN
  1. HOME
  2. COLUMN

[경제 큐레이터 유기선의 <자본의 방식> 28]당신은 지배 당한다

2020-09-03 15:39

글 : 유기선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현대 과학이 밝혀낸 종교는 기존 신앙이
거의 손대지 못한 차원의 존경과 경이로움을 이끌어낼지 모른다.
조만간 그런 종교가 등장할 것이다.”

_ 미국 천문학자 칼 세이건

우리는 몸에 수분이 부족하면 갈증을 느끼고, 갈증이라는 자극은 물을 마시게 한다. 이 순서가 알고리즘이다. 알고리즘은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순서를 말한다. 우리가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게임기를 준비하고, 전원을 키며, 게임을 실행시킨다. 3단계로 이뤄진 순서를 거쳐야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알고리즘이 가장 필요한 곳은 바로 기업이다. 기업에게 알고리즘은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에 대한 순서이다. 모바일 기업에게 중요한 것은 당신이 자사의 선물 리스트에서 결제하는 것이다. 이 알고리즘을 완성하려면 ‘오늘 당신이 받은 메시지 중에서 가장 오래 머문 곳은 어떤 것인가?’의 정보가 필요하다. 당신은 그 친구의 생일이 다가오면, 어떤 것을 선물할까를 고민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루에 수십 번씩 고개를 숙여 전자기기 화면을 들여다본다. 이 과정에서 선택과 정보는 저장된다. 페이스북은 우리가 접속하는 순간부터 클릭 패턴이나 좋아요를 누른 시점, 어떤 글에 코멘트를 달았는지, 스크롤을 내리는 속도는 언제 빨라졌고, 느려졌는지에 관한 활동 정보를 분석한다. 당신에게 보이는 B 성향의 기사는 시간 순이 아니라 알고리즘이 우리의 흔적을 분석한 결과이다. 알고리즘은 A 성향이었던 당신이 B 성향의 기사를 좋아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컴퓨터 심리학자 마이클 코신스키(Michael Kosinski)는 페이스북의 ‘좋아요’로 자신보다 자신을 더 잘 아는 시스템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페이스북의 70개의 좋아요를 가지고 당신의 친한 친구들 보다 당신을 잘 알게 되고, 300개로는 당신의 배우자보다도 당신을 잘 알게 된다고 말이다. 점차 알고리즘이 고도화되면 누군가 나에게 ‘좋아하는 것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을 필요가 있을까? 단지 내가 남긴 흔적인 ‘좋아요’를 보는 것이 효율적이며 정확할 것이다.

 

우리의 판단력은 그날의 기분이나 날씨에 따라 달라지고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지만, 컴퓨터 알고리즘은 그렇지 않다. 뛰어난 기억력과 이성적인 판단 능력을 지녔다. 앞으로는 결점이 있는 인간의 판단을 대신해서 시스템이 우리의 선택을 채우지 않을까? 할리우드 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유방암에 걸리지 않았음에도 양측 유방 절제술을 받았다. 그 이유는 유전자 테스트를 통해 앞으로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90% 정도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현재의 건강 상태보다 컴퓨터 알고리즘을 믿었다. 컴퓨터 알고리즘이 자신보다 자기의 몸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알고리즘에 의해 ‘살인 예정 혐의’라는 죄목으로 잡혀갈지 모른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는 미래의 범죄자들을 미리 체포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영화 속 주인공(앤더튼- 톰 크루즈)은 자유의지에 따라 미래를 바꾸려고 하지만 번번이 무산된다. 예지자의 예언은 적중하고, 자유의지는 결정된 운명을 채우는 부속품으로 드러난다. 이는 곧 앤더튼 자신의 운명이 된다.(영화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는 시스템 영역 밖의 문제라는 현실 앞에서 무너진다. 예지자는 수없이 바뀐 미래들이 얽히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예언들을 한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알고리즘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책을 읽고 싶은 자에게 중세의 성직자는 성경을 추천해 주했지만 지금은 인터넷 서점의 알고리즘이 추천해 준다.” 그는 덧붙여 “신은 인간 상상력의 산물이지만, 인간 상상력은 알고리즘의 산물이다. 신 중심적 세계관에서 인간 중심적 세계관으로 이동함으로써 인간은 신을 밀어냈다. 21세기 데이터교의 등장으로 인간 중심적 세계관이 데이터 중심적 세계관으로 이동함으로써 인간을 밀어낼 것이다”라고 말했다.

 

오래전 신은 우리(인간)를 만들었고, 우리는 신을 믿었다. 신을 따르던 우리는 점차 우리를 믿기 시작(인본주의) 했고, 세상의 주인은 신이 아닌 우리가 되었다. 이제 우리는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알고리즘은 우리의 행동과 사회 현상, 규칙을 배운다. 우리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말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은 자신들의 세계에서 점차 우리를 배제할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세상의 주인은 우리가 아닌 인공지능이 될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형성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성장한 알고리즘이라는 새로운 종교를 맞이하고 있다. 이 종교의 전파 속도에 대해서 신경과학자 샘 해리스는 “인공지능의 회로는 인간의 생화학적 회로보다 수십만 배 더 빠르다”라고 말한다. 우리와 같은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을 개발했다고 해보자. 단 며칠의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인공지능과 우리의 격차는 수 만년이다. 그만큼 우리가 점차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을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은 높아진다는 것이다. 마치 침팬지가 누가 인간인지 이해할 수는 있지만, 인간이 왜 자신들을 우리에 가둬놓는지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유발 하라리는 “인간이 신의 계획을 이해할 수 없듯이 인간의 사고로는 알고리즘을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영원히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지배당하고 있는 사실조차도 말이다.

 

 

이 글은 <자본의 방식>(행복우물출판사)의 일부분입니다.

 

경제 큐레이터 유기선은
통계학과를 졸업하고 금융시장과 경제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여러 학자들의 사상을 거슬러 올라가 ‘돈과 자본이란 어디로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가?’에 대한 의문을 토대로 금융의 역사와 철학, 금융을 움직이는 심리 등에 관한 글을 썼다. 그 중 인사이트가 있는 ‘자본과 관련된 48가지 이야기’를 추려서 쉽게 단순화했다. 저자가 집필한 <자본의 방식>은 ‘2019년 한국출판문화진흥원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사업’ 선정작품으로 당선되었다. 우리 삶에 가장 가까이 있지만 먼 듯한 이야기, 돈과 자본에 대한 통찰력있는 큐레이터를 꿈꾼다.

 

 

 

Copyright ⓒ woman.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 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1. 메인으로
  2. 기사목록
  3. 맨 위로
신협중앙회 여성조선 공동 주최
댓글달기
글쓴이    비밀번호 (숫자 4자리를 입력해주세요)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이번호 커버이미지
이번호
서점 이벤트
  • 예스24
  • 교보문고
  • 인터파크
  • 알라딘
  • 이달의 목차
  • 지난호보기
  • 정기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