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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유림의 아날로그를 그리다 23]# 약주

2020-08-05 14:34

글·사진 : 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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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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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날이 있다. 섣불리 내뱉은 말들로 오래 쌓은 관계에 금이 가는 날이거나 사소한 실수로 공들여 쌓은 프로젝트가 엎어질 때, 무언가 말아먹은 느낌이 드는 그런 날에는 소맥만한 게 없다. 적당한 청량감을 단번에 들이키고 나면 답답했던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어릴 때 어른들이 마시는 술은 죄다 ‘약주 ’라 했다. 몸에 좋은 온갖 한약재가 들어갔나 보다 했는데 어른이 되고 마셔본 술들은 알코올 향만 가득했다. 하지만 마시면 온종일 나빴던 기분이 좋아지고 불면증도 단숨에 사라지게 하는 걸 보니 ‘약주’가 맞았던 걸까. 약주라며 열심히 마셔놓고는 다음 날에는 숙취해소제와 자양강장제까지 챙겨 먹는다.

 

‘술 좋아하는 사람들은 사람 좋다’는 말이 있다. 술 좋아하는 사람들이 지어낸 말 같기도 하지만 생전 술 좋아하던 아버지를 보면 틀린 말도 아닌 것 같다. 한때는 외로워 술을 찾았고 그로 인해 더 외로워진 적도 있다. 술자리에서 만난 사람과는 술 때문에 헤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좋은 사람 들과의 술자리는 늘 즐겁다. 빈 잔에 비루한 세상사 가득 담아 고단했던 하루와 함께 넘기며 내일을 다짐한다. 쓴 약이 좋다고 하는데 헛헛한 마음을 덜어내기에 그만한 약이 없다.

 

찬바람이 불어오니 술자리 약속이 부쩍 늘었다. 세상 한파를 이겨내는 데 아직 이만한 게 없나보다.

 

이 글은 <아날로그를 그리다>(행복우물출판사)의 일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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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 작가는
계원예술대학교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사진비평상을 수상하였다. 동아국제사진공모전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작품 활동을 시작해 2019 그라폴리오 사진창자프로젝트 공모전에 당선되었다. 세계 곳곳에 조심스레 한발씩 내딛다 보니 무겁고 귀찮게 느껴지던 카메라와의 동행이 행복해지기 시작했고 여행에세이 <멀어질때 빛나는: 인도에서>를 출간한 바 있다. <아날로그를 그리다>는 그녀의 두 번째 포토에세이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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