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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림의 함께하는 홈문화 7]소비의 시작, 백화점의 탄생

2020-08-09 10:11

글 : 백정림 하우스 갤러리 이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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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세계적 유행병이 우리의 일상을 제약하며 많은 것을 포기하게 하는 생활이 이어진 지 반년이 넘어가고 있다. 이제 계절은 중복도 지나고 여름의 절정을 지나가고 있는데 왠지 억울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꽃피는 찬란한 봄도 신록이 싱그러운 초록으로 변해가는 초여름도 마음 편히 즐기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생각된다. 코로나로 인해 ‘언택트 소비’라 불리는 비대면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직접 보지 않고 사는 것을 반기지 않았던 세대들조차 어느새 인터넷 쇼핑에 익숙해져가고 있다. 생각해보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무언가를 사는 일은 살아 있는 한 계속되는 일이자 생활인 듯하다. 하지만 150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일반 평민들에게 소비란 평생 맘껏 할 수 없는 일상적이지 않은 일 중의 하나였다.
 
우리가 무언가 소중한 것을 사야 할 일이 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사람들마다 개인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아마도 백화점일 것이다. 현대적 의미의 소비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백화점은 언제부터 우리 곁에 오게 되었을까? 세계 최초의 백화점은 19세기 중반인 1852년, 당대에도 세계 문화의 중심이었던 파리에서 탄생했다. 우리가 파리를 여행할 때 파리 시내 중심가에 있어 가끔 들르곤 하는 ‘봉 마르셰’는 놀랍게도 19세기에 탄생한 세계 최초의 백화점으로 에펠탑의 설계로 유명한 구스타프 에펠이 설계했다. 이처럼 전혀 경험해보지 않았던 획기적인 쇼핑문화가 등장하려면 그 이전에 그것의 탄생과 연관된 사회적 환경이 조성되기 마련이다. 19세기 중반 유럽 여러 나라들은 2차 산업혁명의 결과와 식민지에서 유입되는 자원으로 풍요와 발전을 구가했던 행복한 시기였다. 큰집을 소유하고 하인을 거느린 중산층이 늘어나고, 조그만 것이나마 구매할 수 있는 도시근로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던 시기였다.
 
손으로 하던 많은 일들이 대부분의 분야에서 기계로 행해져 물건은 넘쳐났고, 새로 부상한 중산층들은 저마다 집으로 지인들을 초대했다. 늘 그렇듯 손님을 집 안에 들인다는 것은 신경 쓰이는 일이었기에 집을 단장할 많은 것들이 필요했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 속에서 백화점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새로운 가게라는 의미의 ‘마가쟁 드 누보테’라는 가게들이 파리 시내에 속속 생겨났다. 19세기 중반에 등장한 ‘새로운 가게’들이 처음 선보인 쇼핑 문화는 지금의 인터넷 쇼핑몰의 등장에 맞먹는 신선한 생활의 발견과도 같은 것이었다. 당시의 집안 꾸미기 열풍에서 가장 중요한 아이템은 커튼과 식탁보, 그리고 옷을 만드는 데 쓰이는 직물이었다. 새로운 가게들은 소비자의 이러한 니즈를 상점을 경영하는 데 적극 반영해 직물 제품을 주로 취급했다. 널찍한 매장에서 커튼 등 인테리어용 직물, 옷감용 천, 레이스, 모자, 여성복 등을 팔았다. 그리고 새로 나온 각종 면직물과 견직물의 신상품을 매주 바꿔가며 디스플레이하면서 고객의 이목을 끌었다. 세계 최초의 백화점인 봉 마르셰는 이런 ‘새로운 가게’들이 대형화되고 전문화되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이렇게 새로운 가게들이 더욱 큰 규모의 현대적 백화점으로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19세기 초반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잠재 고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9세기 초에 54만 명을 헤아렸던 파리의 인구는 19세기 중반부터 시작된 파리 재건 프로젝트로 파리가 근대 대도시로 거듭나면서 1백만 명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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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은 1년 365일을 소비의 시간으로 바꿔놓았다. 새해 기념 세일과 함께 1월이 시작되었고, 2월에는 새봄을 앞두고 집안을 단장하는 직물을 판매하는 이벤트가 열렸다. 3월에는 봄을 맞아 레이스, 장갑, 향수가 여인들을 유혹했고, 여름옷 판매가 끝날 즈음인 7월부터는 여름 바겐세일이 시작되었다. 9월에는 카펫과 가구 특별전이, 10월에는 겨울 시즌을 준비하는 패션쇼가 열렸다. 12월에는 크리스마스 특별전이 이어져 성탄절이면 조용히 성당에 예배 보러 가던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의 새로운 즐거움을 가르쳤다. 집집마다 트리 장식을 하고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고, 지인들과 카드를 주고받는 현대의 크리스마스는 19세기 중반 백화점의 탄생으로 비롯된 것이었다. 백화점 바깥에 세워진 거대한 트리와 진열장을 가득 채운 장난감, 흥겨운 캐럴은 크리스마스의 특수를 만들어내기에 충분할 정도로 사람들의 지갑을 열게 했다. 봄에는 커튼과 침대 시트를 갈고 여름에는 바겐세일에 맞춰 수영복을 장만하고, 12월에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받는 식의 현대인들에게 익숙한 소비 패턴은 이렇듯 150년 전에 탄생한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일상은 매일 무언가를 사는 일로 채워진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소비에는 늘 그렇듯 무엇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에 관한 고민이 먼저 있어야 하니, 서점의 진열대에 똑똑한 소비에 관한 책이 종종 등장하기도 한다. 현명한 소비란 나에게 필요하고 알맞은 물건을 선택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쇼핑하면서 내가 가진 풍요함을 즐기고 행복감을 누리는 것이리다. 언택트 소비로 손안에서 터치만 하면 물건을 가질 수 있는 시대에 무리한 소비는 더욱 경계할 일이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알려면 그의 집을 방문해 거실에 놓여 있는 가구와 책장에 꽂혀 있는 책을 보라는 말이 있다. 가구와 책 또한 우리들 선택의 산물이기에 그것을 보면 그가 어떤 취향과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는 말이리라. 날마다 쏟아지는 새로운 물건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똑똑한 소비를 넘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나다운 소비’가 필요한 언택트 소비의 시대가 바야흐로 열리고 있다.
 

 
백정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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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갤러리 이고 대표. 한국 앤티크과 서양 앤티크 컬렉터로서, 품격 있고 따뜻한 홈문화의 전도사다. 인문학과 함께하는 앤티크 테이블 스타일링 클래스와 앤티크 컬렉션을 활용한 홈 인테리어, 홈파티 등을 제안하고 있다. 이고갤러리: 02-6221-4988 블로그: blog.naver.com/yigo_gallery 인스타: yigo_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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