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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림의 함께하는 홈문화 5]로코코 시대, 생활의 즐거움을 발견하다

2020-06-22 08:53

글 : 백정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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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예기치 않았던 코로나 상황이 우리를 그 어떤 때보다 오래 집에 머물게 하고 있다. 가족들이 많은 시간을 집에서 생활하다 보니 그 공간을 제대로 꾸며보려는 사람들도 부쩍 많아졌다. 우리는 아름답다는 표현을 할 때 여러 표현을 빌려 묘사하곤 한다. 그런 표현 중에 익숙한 것 하나가 ‘그림처럼 아름답다’일 것이다. 현대에 와서 미술은 작가의 심상을 표현하는 것에 더 비중을 두게 되었지만, 19세기 전반부까지 거의 모든 그림은 인물이나 사물을 사실과 상관없이 가장 아름답게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니 그림 속 풍경과 여인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고, 그래서 그림 같은 집에 그림같이 어여쁜 여인이라는 말은 자연스러운 표현이었다. 아름다움을 즐기고 추구하는 것은 사람들의 거의 본능적인 성향이기에 현대를 사는 우리도 그야말로 그림 같은 집에 살고픈 마음은 같을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이 실내를 꾸미는 것에 많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때는 언제였을까? 바로 유럽에서 빛의 세기라 불리는 18세기부터다. 흔히 로코코나 시누아즈리 시대로 일컬어지는 18세기는 예술이 인류의 소소한 행복을 위해 기여한 최초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는 대항로 발견 이후 유럽에 불어닥친 이국적인 문화가 귀족들의 생활 깊숙이 스며들어 많은 변화와 즐거움을 주던 시기였다. 자연 속의 새와 꽃, 곤충을 소재로 아름답게 그려 넣은 동양의 문양은 도자기와 비단에 새겨져 유럽인의 미감을 자극했다. 거대하고 웅장한 규모로 왕의 통치력을 과시하려던 바로크 예술과 달리 로코코는 섬세한 실내장식과 친밀한 분위기 창출에 주안점을 두었다.

로코코 시대에 가장 각광을 받았던 인테리어용품 중 하나는 바로 다름 아닌 유리였다. 15세기 르네상스 시대부터 바로크 시대까지 이어진 유리에 대한 사랑은 촛대와 샹들리에를 폭넓게 사용함으로써 화려함을 더했다. 당시의 유리 제조법은 지금으로 말하면 IT 기술과도 같은 것이어서 유리 기술의 선진국이었던 베네치아는 기술 유출을 엄격하게 막았다. 우리가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여행하면 만나게 되는 무라노 글래스는 베네치아의 유리 기술자들을 무라노라는 섬에 감금하고 평생 유리만을 만들도록 강요했던 역사적 이야기와 관련이 있다. 당시 각광을 받았던 유리 제품 중에서 단연 돋보였던 것은 거울이었다. 유리에 얇은 주석판을 붙여 만든 베네치아의 거울은 기존의 거울과는 확연히 다른 값진 것이어서 유럽 전역에서 귀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요즘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 매일 만나게 되는 생활 속 물건 중의 하나가 되어버린 거울은 18세기 로코코 시대부터 생활 속의 즐거운 기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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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는 왕족과 귀족을 넘어 중상공인들이 여러 가지 과학문명과 함께 새로운 동양 문물의 혜택을 누리기 시작한 시기였다. 고급 문명의 산물인 도자기와 함께 유럽인들을 매혹시킨 것은 세 가지 이국적인 음료였는데 바로 차, 커피 그리고 초콜릿이었다. 다른 어떤 음료보다 차가 유행했던 영국과 달리 프랑스에서는 커피와 초콜릿이 유행했다. 커피에 설탕을 듬뿍 넣고 우유를 탄 카페오레는 18세기를 상징하는 가장 큰 발명품 중 하나였다. 18세기 파리 거리에는 요즘 우리가 흔히 보는 풍경처럼 거리마다 카페가 즐비했다. 공원 주변에는 바깥에 의자를 내놓고 커피를 파는 노천카페들이 늘어섰고 사람들은 따뜻하고도 달콤한 커피를 마시며 아침을 시작했다. 커피만 놓고 보자면 지금 우리가 여행 가서 보는 파리의 아침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커피는 18세기 사람들에게 만병통치약이었다. 잠 못 들거나 소화가 안될 때, 피로감이 몰려올 때에도 커피는 보약처럼 즐기던 든든한 음료였다. 커피 이외의 음료로 사람들은 초콜릿에도 열광했는데 당시 초콜릿은 요즘처럼 딱딱한 형태로 먹었던 것이 아니라 음료처럼 걸쭉한 상태로 마셨다. 카카오 가루에 설탕을 듬뿍 넣고 우유나 물에 타 마시던 초콜릿 음료는 커피보다 고급이어서 성공한 부르주아와 귀족들이 애용했다.

18세기에 유행했던 또 다른 인테리어는 천 의자와 벽지 그리고 커튼이었다. 로코코 시대의 유럽인들은 돌로 된 거친 벽 위에 나무판자를 덧대고 멋진 비단 벽지로 마감해 장식했다. 이런 방법으로 실내 장식을 하는 것을 ‘랑브리’라고 하는데 지금도 인테리어의 기본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국적인 동양 풍경이 그려진 중국 비단은 칙칙하기만 했던 유럽의 실내를 따뜻하고 사랑스럽게 바꾸어주었고, 사람들은 비단을 덧댄 의자에 앉아 식사 후 커피 한잔을 즐겼다. 사실 우리가 새집으로 이사해서 제일 처음 하는 인테리어 작업이 벽지 바르기와 커튼 바꾸기인 것을 생각해보면 로코코 시대는 분명 집 안 꾸미기의 시작점에 있음에 틀림없다.

어쩌다 마주친 전염병으로 세상이 바뀌어 사람들과의 만남이 불편한 나날이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집의 소중함과 가족의 따뜻함을 새삼 알게 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 신록은 나날이 짙어지고 날씨는 여름으로 향하고 있다. 바쁜 일상을 마치고 퇴근 후 6월의 길어진 저녁 무렵을 즐기기에 좋은 계절이다. 코로나 덕분에 그동안 놓쳤던 집에서의 여유로움과 식구들과 함께하는 정겨운 저녁 가족 파티가 생활 속의 소소한 기쁨으로 우리를 미소 짓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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