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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림의 함께하는 홈문화 4]어쩌다 집밥, 따뜻한 홈문화

2020-05-24 09:52

글 : 백정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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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거의 두 달 넘게 전 세계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있지만 그래도 봄은 어김없이 다가와 꽃들의 향연이 황홀하다. 유행병이 처음 시작할 때는 두려운 마음속에서도 한두 달이면 지나가겠거니 생각했는데, 그 예상을 빗나가 이제 완연한 봄까지 맞이하게 되었으니 모두들 난감한 마음이다. 코로나로 바뀐 많은 일상에서 가장 큰 변화 중의 하나는 아마도 ‘집밥 해 먹기’일 것이다. 한 인터넷 마켓에 따르면 3월 한 달 동안 프라이팬이나 야채 탈수기 등의 매출이 거의 80% 가까이 증가했다고 한다. 세상사 100% 좋은 일도 없고 100% 나쁜 일도 없다는 말은 늘 옳은 진리임에 틀림없다. ‘새옹지마’ 혹은 ‘호사다마’라는 말로 나쁜 일을 위로하고 좋은 일을 경계했던 우리 선조들의 삶을 대하는 지혜로운 자세가 새삼스럽게 마음에 와닿는다.

전적으로 자발적이지는 않지만 요즘 사람들은 대부분 온 가족이 모여 세끼 집밥을 먹고, 많은 시간을 집 안에서 생활하고 있다. 좁은 공간에서 많이 부대끼다 보면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어쩌면 이러한 모든 상황이 우리가 평소 그토록 원해왔던 가족 간의 소통과 따뜻한 홈문화를 느낄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일 수 있다. 이번 유행병을 겪으면서 우리가 소통하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 중에서 가족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고, 우리의 곁에 가장 마지막에 남는 사람들이 가족이리라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해서 잊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소통의 공간으로 가족이 함께하는 식탁보다 더 좋은 곳이 또 있으랴 싶다.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정성스럽게 만들어낸 음식을 맛보며 하루 일들을 얘기로 풀어내는 것이야말로 가족 행복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식탁은 사회적 소통공간으로서도 그 의미를 역사와 함께해왔다. 로마인들이 즐겼던 연회는 함께 모여 밥을 먹는 식사 이상의 의미 있는 사회적 행사였다. 그리고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의 정찬 파티는 소통의 공간이자 신분의 상징으로서 상류층 간의 유대감을 공유하는 하나의 수단이기도 했다. 지배계급들은 자신의 권력과 부를 과시하고자 희귀한 재료를 사용하며 자신들만이 공유하고 누릴 수 있는 고급스러운 식탁 모임을 발전시키려 부단히 노력해왔다. 프랑스혁명으로 신분사회가 무너지자 기득권을 누리던 귀족사회 구성원들은 다시 ‘식탁 매너’라는 까다로운 규칙들을 만들어 더 높은 사회로 진입하고자 하는 신흥부자들과 간격을 두고자 했다. 이 시기부터 포크와 나이프, 유리잔과 냅킨들이 빳빳하게 풀을 먹인 하얀 식탁보 위에 가지런하게 놓였다. 바야흐로 커트러리의 천국이 도래한 19세기, 삼구 촛대로 불을 밝힌 식탁 아래에서 상류층은 다시금 그들만의 차별화된 공동체와 소통하려 노력했다.

우리 시대의 식탁은 어떤 의미로 우리 곁에 있을까? 아파트 생활이 보편적인 우리에게 식탁은 거실의 한쪽 공간을 구성하는 집 안의 중심 가구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바쁘게 커피 한잔과 토스트로 아침을 먹기도 하지만, 때로는 여유 있게 남편이나 자녀들과 속 깊은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 함께 음식을 나누며 자녀가 해주기 바라는 희망사항에 대한 말을 전하기도 하고 잘못된 점을 자연스럽게 훈계하기도 한다. 어쩌면 식탁을 제외한 집 안 공간 어디에서도 진중한 가족 간의 소통을 한 기억은 찾기 힘들지도 모른다. 아쉽게도 이제껏 우리는 저녁을 외식으로 때우고 늦게 귀가해서 피곤함을 느끼며 대화 없이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하루를 마감하곤 했다. 그러나 이러한 풍경은 저녁 식사를 함께하게 되면서 의외로 쉽게 바뀔 수 있다. 함께 식탁을 차리며 눈을 마주칠 수도 있고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을 소소하게 나눌 수도 있다. 때로는 계절 음식으로 근사하게 식탁을 차려 식구들의 마음과 입에 웃음꽃이 피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집안의 안주인이 한 끼 더 집밥을 차려낼수록 가족의 소통은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실제로 외국 명문가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예외 없이 식사 시간을 엄격하게 지키도록 했다. 케네디의 어머니가 그러했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오바마 대통령의 성공에도 새벽 4시 반에 아침을 차려주며 과제를 살펴주고 출근했던 어머니의 자녀교육에 대한 헌신이 있었다. 소통을 많이 하는 부부와 부모자식 사이에서 오해는 멀어지고 이해는 깊어질 것이다. 식구라는 의미에서 알 수 있듯이 가족과 집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고, 이참에 잊고 살았던 집밥을 우리 모두 가까이하고 있으니 코로나 속의 조그만 위안이자 행복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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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레스토랑 만들기 tip

• 멋진 레스토랑 식기 못지않은 그릇을 우리 집 수납장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컵과 접시, 볼을 가지런히  정돈하면 훌륭한 홈 레스토랑 테이블 세팅이 된다.

• 오랜만에 가족과의 멋진 식사를 계획한다면 중심이 될 수 있는 음식 한 가지를 구상해보자.
봄철이면 미나리, 대저 토마토, 두릅 등이 들어간 계절 음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

• 한식과 양식을 혼합해서 식단을 구성하면 더욱 멋진 홈 레스토랑이 될 수 있다. 수프와 샐러드 그리고 스테이크 덮밥의 코스는 한식과 양식이 함께하는 영양 만점의 홈 레스토랑 메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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