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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앞북 어쩌다 뒷북 22]역사 속의 연인들, 그들만의 사랑법

김형민의 <사랑도 발명이 되나요?>

2020-05-15 12:26

글 : 이상문 부장  |  사진(제공) : 영화 <타이타닉>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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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타이타닉'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유람선 뱃머리에서 디카프리오가 윈슬렛을 등 뒤에서 안고 바다를 가르는 모습일까요? 남주와 여주의 긴 머리카락이 휘날릴 때 스크린 밖으로 번진 바다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던가요? 함께 실려온 사랑의 향기가 가슴마저 울렁거리게 하던가요? 제겐 또 하나의 장면이 떠오릅니다. 배가 침몰하고 차디찬 칠흙의 바다에서 연인을 애타게 찾는 장면, 파편 쪼가리에 의지해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장면입니다. 안타깝고 원망스럽고 허무했지요. 내가 한 사랑도 아닌데 감정이입이 됩니다. 뜻밖의 재난으로 쓸려간 사랑은 숭고하기까지 했습니다. 재앙을 맞이하는 순간 사랑은 더 간절하고, 절실해서 더 아름다워집니다. 영화 '타이타닉'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재난영화이지만 사랑영화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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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와 여주만이 아닙니다. 이 영화, 사랑만큼 아름답고 숭고한 것 없다는 걸 모든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데요, 특히 침몰하는 순간까지 연주를 멈추지 않은 네 명의 악단, 그리고 선실에서 아름답게 포옹하며 죽음에 순응한 노부부였습니다. 네 명의 신사 중 수석연주자는 바이올리니스트 월리스 하틀리였습니다. 그는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연주했습니다. 다시 볼 수 없는 연인과의 이별식을 그렇게 치뤘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마리아. 배에 타기 전, 이니셜을 새겨넣은 새 바이올린 가방을 선물한 약혼녀였습니다. 차가운 시신이 되어 수면 위로 떠올랐을 때 그의 목에 바이올린 가방이 걸려 있었습니다. 가방의 부력 때문에 떠올랐습니다. 사람들은, 마리아의 사랑의 징표 때문에 하늘도 둘을 완전히 갈라놓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시신으로라도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혼자 남은 마리아, 그리고 유물이 돼버린 그 가방에 얽힌 이후 스토리도 감동적입니다.  

 

'...1912년 4월 10일 영국을 떠나며 우렁찬 기적을 울리던 타이타닉 호 안에서 약혼자가 선물한 바이올린을 턱 밑에 대고 가볍게 활을 움직이면서 대서양의 밤하늘을 매만지던 하틀리의 바이올린을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 닷새 뒤 그가 차가운 북대서양 위에서 사람들의 아우성을 배경음악 삼아 연주하던 ‘내 주를 가까이 함은’이란 노래를, 그리고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배 위에서 바이올린을 가방에 넣어 자신의 목에 걸면서 “마리아, 안녕.” 하고 중얼거렸을 한 남자도 함께...

- 「침몰하지 않는 사랑 I 타이타닉에 울려퍼진 사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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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부 이야기도 숙연한 감동입니다. 이시도르 스트라우스와 아이다였습니다. 이시도르는 뉴욕의 유명 백화점 '메이시스' 오너 집안의 부호입니다. 이 백화점의 창업주는 원래 로랜드 헤세이 메이시스였지만 우리가 아는 그 명성의 '메이시스'를 만든 건 스트라우스 집안이었다네요. 이시도르 아버지 라자루스가 장남인 이시도르와 함께 기획한 백화점 사업이 '메이시스'를 일으켜 세운 겁니다. 이름으로 짐작하시겠지만 독일 집안입니다. 사업에 성공하고 가문 최고 어른이 되었을 때 이시도르는 아내 아이다와 함께 아버지 고향 독일과 미국을 여러 번 오갔습니다. 어느해인가 잉꼬부부가 초호화여객선 1등석을 탔는데 그 배가 타이타닉이었지요. 월리스 하틀리와 친구들의 마지막 연주가 흐를 때, 두 사람은 선실에 마주 앉아 부둥켜 안았습니다. 서로를 꼭 껴안고 최후를 맞이합니다.  

 

스트라우스는 1등석 손님이어서 구명정 보트에 우선적으로 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보트가 여자와 아이들 태우기에도 부족한 걸 알고는 뒤로 물러섭니다. 아내만 태우고 작별인사를 하지요. 그러나 아이다는 끝내 갑판 위로 다시 올라옵니다. 

"수십 년을 함께 여행했어요. 나도 당신이 어디로 가든 함께 가겠어요. 우리의 운명은 하나예요."

아이다의 그 마음, 아무리 못 된 남자, 목석 같은 남자라도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합니다. 더 큰 감동도 줍니다. 아이다는 단 하나 남은 보트 1등석 자리에 하녀를 태웁니다. 밍크코트를 벗어주며 말하지요.

"사랑하는 내 딸아. 밤바다가 추울 거야, 입어라." 

하녀를 딸이라 부르며 살리려 했던 그 마음, 세월이 아무리 흘렀어도 뭉클하게 만드는 사랑이야기입니다.

 

그냥 지나치기엔 아까운 여담도 있습니다. 스트라우스 부부 이야기를 책에 실은 앨버트 하버드라는 작가가 있었다는군요. <철학자의 스크랩북>이고 국내에도 출간돼 있습니다. '스트라우스 부부는 삶을 사는 방법과 사랑하는 방법, 그리고 죽는 방법을 알았다'고 찬사를 늘어놓았습니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이었는지, 하버드 부부의 죽음도 기막힙니다. 1차 세계대전 중에 유럽행 여객선을 탔다가 독일 잠수함의 어뢰를 맞습니다. 이 여객선 이름이 루시타니아호입니다. 미국이 1차 세계대전에 참가하는 트리거가 됐다는 루시타니아호 사건 희생자 중 이 부부가 있었던 것이죠. 침몰하는 배 위에서 하버드 부부는 스트라우스 부부가 했던 그대로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의 아들은 후에 한 생존자로부터 아버지의 편지를 건네받게 됐습니다. 생존자는 말하지요. 

"두 분은 윗층 방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잠그셨습니다. 죽음의 사신을 그렇게 정면으로 직시한 사람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이 안타까운 사연, 우연일까요 필연일까요. 

 

역사 속의 수많은 연인들. 그들의 사랑을 특별하게 만든 숨은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새로 나온 책 <사랑도 발명이 되나요?>(김형민. 어마마마. 2020.5)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사랑법은 그래서 큰 감동과 재미를 줍니다. 두 번의 이혼 후에 더 큰 사랑을 향하여 걷다가 결국 세월호 기억의 숲에 이르른 오드리 헵번, 자신을 구속하는 모든 사랑의 꼰대들을 물리치고 예술가의 자유를 선택한 이사도라 던컨, 평생 가난한 화가로 살았지만 타고난 사랑꾼으로 행복의 나날을 보낸 박수근과 김복순, 시대와 싸우다가 감옥에 갇힌 고통 속에서도 하루가 멀다 하고 연애편지를 주고 받은 문익환과 박용길... 그들의 사랑법은 시대에 따라, 나라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그들의 사랑이 추구한 본질은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화살에 맞아 죽어가는 연인의 곁을 떠나지 못하고 손을 마주 잡고 화석이 된 ‘발다로의 연인’, 체르노빌 사고 현장에서 방사능 덩어리가 되어 죽어가는 남편을 주저 없이 껴안은 ‘체르노빌의 연인’, 그리고 가라앉는 타이타닉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약혼녀가 선물한 사랑의 징표인 바이올린으로 음악을 연주했던 ‘타이타닉의 바이올리니스트’까지, 이 모든 사랑의 공통점은 ‘재앙을 이겨내는 힘’입니다. 사람이 만들어낸 모든 재앙에 맞서 이길 수 있는 인간의 무기는 오직 ‘사랑’이라고 작가는 얘기합니다. 출판사 편집자님들 말마따나 요즘 ‘코로나19’라는 재앙 앞에서 외롭고 무력해진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의 힐링을 선사하리라 기대합니다. 

 

사랑은... 번역도 되고, 발명도 됩니다. 

'사랑 is 뭔들'. 

더 말할 나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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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도 발명이 되나요?> 김형민. 어마마마. 2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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