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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큐레이터 유기선의 <자본의 방식> 13]채워지지 않는 욕구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2020-05-11 14:02

글 : 유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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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대표적 소설가이자 사상가 톨스토이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통해 우리에게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톨스토이의 소설 속 천사 미하일은 두 아이를 낳은 어머니의 영혼을 거둬오라는 명령을 거역한다. 그 죄로 인해 그는 앞의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만 다시 하늘로 올라갈 수 있다. 미하일은 사람의 마음속에는 ‘사랑’이 있고, ‘사랑’으로 산다는 답을 얻지만,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욕구)를 아는 능력은 주어지지 않는다고 답한다. 구두 수선공의 조수로 살아가던 미하일은 어느 날 구두를 맞추러 온 부자를 보고 그가 곧 죽을 운명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부자는 자신의 죽을 운명을 모른 채 1년 이상 신을 수 있는 튼튼한 구두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부자는 진정으로 자신의 욕구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의 비싼 구두처럼 욕구는 채워지기보다는 항상 결핍과 갈증만을 느끼게 한다. 만일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욕구를 알고, 개별 욕구에만 집착하면 어떻게 될까? 사회는 위태로워지고 혼란에 빠질 것이다. 신이 인간에게 자신의 욕구가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게 한 까닭일지 모른다.

 

‘경제학’에서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욕구만을 들여다본다고 가정한다. 이들을 호모 에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 즉 경제인이라 부른다. 경제인은 늘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계산적인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이타심과 같은 도덕적 행위는 시장에서 비효율을 초래한다. 비용과 편익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경제인 입장에서는 목초지를 그대로 놔두는 것은 비효율적인 일이다. 목초지가 황폐화되더라도 당장 양을 키우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목초지를 관리하기 위해 정부가 수나 양을 제한하는 쿼터제(quota system)를 실시하면 어떨까? 초원이 황폐화되는 것은 막을 수 있을지 몰라도 초원의 권리를 사고파는 시장이 커지는 것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을 상품화하고 등급으로 나누는 것을 즐기는 경제인에게, 시장이 비대해지는 것은 바로 그들이 바라는 일이다. 이들은 시장에서 더 많은 것들이 거래되기를 희망하고, 사회의 모든 영역이 시장화가 되는 것을 꿈꾼다. 결혼, 출산, 양육과 교육, 죽음에 이르기까지 모든 삶의 과정이 시장과 함께하는 것, 효율성이라는 단편적인 구조 안에서 모든 것이 이뤄지는 세상 말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게리 베커는 도둑질을 하는 이유를 적발될 가능성, 법적인 문제, 양심의 무게 등을 따져보니 실천하는 것이 더 큰 효용과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베커의 눈에는 우리가 마트에서 물건을 고르는 행위도 도둑질과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는 마트에서 제품 값을 서로 비교하고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위해 고민한다. 이 행동은 비용과 편익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베커는 인간의 모든 행동을 ‘경제적 합리성’에 비추어 설명한다. 결혼, 출산, 양육 과정에서 가족 형성의 원리까지 ‘이윤 극대화’라는 단편적인 논리로 설명한다. 우리는 왜 아이를 낳고 양육하는가? 베커에 따르면 양육이라는 투자가 은행에 돈을 넣어두는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그는 결혼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각 나라가 비교우위에 있는 제품을 거래하면 모두가 이익을 얻는 것처럼 비교 우위가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서 각자 잘하는 일에 몰두하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즉 소득을 많이 버는 사람은 일을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집안일을 함으로써 총소득을 높이는 것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을 거래할 수 있다면 어떤 세상이 될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의 저자이자 미국의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은 비용과 편익을 따져 결혼할 사람을 찾거나 사랑과 우정도 돈으로 구매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삶의 소중한 영역을 침범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아이에게 더 많은 지식을 쌓게 하기 위해 책을 읽을 때마다 돈을 준다고 해보자. 그렇게 되면 아이는 자연스레 책을 많이 읽어 지식인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돈’이라는 가치에 중점을 두게 되어버린 아이는 얇고 읽기 쉬운 책만을 골라 읽을 수도 있다. 책을 읽는 진짜 이유와 목적을 도외시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시장경제의 보이지 않는 폐해처럼.

 

샌델은 시장경제가 나쁘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삶의 모든 것을 시장가치(market value)로 여기는 것, 모든 행동을 돈으로 평가하는 사고방식은 장기적으로 옳지 못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센델은 시장의 영역이 어디까지인지를 우리에게 묻는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다스(Midas) 왕의 황금 손은 베커에게 편익이 매우 높은 상품으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베커가 실제로 황금 손을 지니면, 그는 생존할 수 없게 된다. 손에 닿는 모든 것이 황금으로 변해 아무것도 먹지 못하기 때문이다. 베커처럼 시장경제를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모든 영역이 비용과 편익의 잣대를 대려고 하지 않을지 모른다. 센델이 모든 것이 시장가치로 평가되는 세상을 반대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글은 <자본의 방식>(행복우물출판사)의 일부분입니다.

 

경제 큐레이터 유기선은
통계학과를 졸업하고 금융시장과 경제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여러 학자들의 사상을 거슬러 올라가 ‘돈과 자본이란 어디로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가?’에 대한 의문을 토대로 금융의 역사와 철학, 금융을 움직이는 심리 등에 관한 글을 썼다. 그 중 인사이트가 있는 ‘자본과 관련된 48가지 이야기’를 추려서 쉽게 단순화했다. 저자가 집필한 <자본의 방식>은 ‘2019년 한국출판문화진흥원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사업’ 선정작품으로 당선되었다. 우리 삶에 가장 가까이 있지만 먼 듯한 이야기, 돈과 자본에 대한 통찰력있는 큐레이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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